이론 종합

인간을 읽는 뇌과학, 마케팅과 만나다

97호 (2012년 1월 Issue 2)






마케팅의 중심에는 항상 소비자가 있다. 마케팅은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그동안 심리학, 통계학, 정보통신, 미학, 언어학 등 다양한 기반 학문을 받아들여 발전해왔다. 최근에는 뇌신경과학 분야의 조사기법을 활용해 소비자의 뇌가 마케팅 활동에 반응하는 패턴을 관찰, 연구하는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 주목받고 있다. 마케팅과 뇌신경과학의 결합은 1970년대 초부터 시도돼 왔지만 뉴로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조사 패러다임의 등장은 2002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에서도 뉴로마케팅을 실무에 활용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뉴로마케팅에 대한 근본적 접근을 통해 마케터들의 이해를 돕고 마케팅 실무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한다.

 

1. 뉴로마케팅의 원리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2% 정도를 차지하는 작은 기관이지만 그 활동은 매우 역동적이어서 하루 전체 에너지 소모량의 20% 정도를 사용한다. 뇌는 태중(胎中)에서부터 다양한 환경적, 유전적인 영향을 받아 생성되며 출생(出生) 후에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해간다. 근본적으로 뇌는 우리의 이성, 감정, 성격뿐만 아니라 소비의사결정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뇌는 세부 영역별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복잡한 사고를 필요로 하는 소비의사결정은 여러 뇌 영역이 화합적 또는 경쟁적으로 관여해 만들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생소한 분야이기는 하지만 마케터들이 소비자들의 뇌가 작동되는 메커니즘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의 구조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담당하는 기능에 따라 신뇌, 중뇌, 구뇌로 나눌 수 있다. (그림 1) 첫 번째 뇌 영역인신뇌는 뇌의 가장 바깥쪽을 싸고 있으며 고차원적인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포함하고 있다. 대뇌피질의 약 40%를 차지하는 전두엽(Frontal Lobe)은 마케터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뇌 영역 중 하나다. 소비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전두엽은 뇌에 저장(기억)된 제품정보와 새롭게 들어오는 마케팅정보를 통합, 선별해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두엽이 발달된 소비자들은 본능과 자아를 잘 통제하며 지능적인 소비활동을 한다.

 

두 번째 뇌 영역인중뇌감정의 뇌로서 사람의 감정, 쾌락, 통증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 선조체(Corpus Striatum), 기저핵(Basal Ganglia) 등의 변연계(Limbic System)를 포함한다.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브랜드 친숙도와 선호 등의 감정적 반응이 이 영역에서 주로 관찰된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 제품 브랜드를 소유하면 너무나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구매한다는 소비자들은중뇌형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뇌 영역인구뇌는 진화적으로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일명파충류의 뇌라고도 일컬어진다. 뇌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구뇌는 뇌간(Brain Stem), 소뇌(Cerebellum) 등을 포함하며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자동적이고 즉각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본능적인구뇌는 여러 가지의 욕구가 충돌했을 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제 일상적인 마케팅 상황에서 소비자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자.

 

사례 1

 

40대 평범한 직장인인 박 차장은 요즘 성과급 보너스를 받아 10년 가까이 몰던 자동차를 바꿀 생각에 잔뜩 들떠 있다. 피곤하고 지루하기만 했던 출퇴근시간 러시아워에도 도로에 오고가는 자동차를 살펴보며 마냥 즐겁기만 하다. 틈틈이 인터넷 검색과 주위에 조언을 구해 정보를 모으고 대리점에 들러 시승을 하고 있다. 박 차장은 A B 자동차 브랜드를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 A 브랜드는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브랜드로 수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B 브랜드는 최근 출시됐지만 뛰어난 성능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비욕구의 생성과 충족에 이르는 과정은 뇌 반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 사례에 등장하는 박 차장의 뇌 속을 들여다보면 강렬한 소비욕구를 나타내는 중뇌의 측중격핵(Nucleus Accumbens)이 활발하게 움직이고(활성화돼) 있을 것이다. 소비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의사결정 전략을 쓴다. 예를 들어, 고가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과 같은 고관여 상황에서는 세부적인 정보탐색과 정확한 분석을 담당하는 뇌 영역(외측 전전두피질, 측두엽, 우두정피질 등)이 활성화되고 매주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과 같은 저관여 상황에서는 직관에 따라 재빠르게 구매를 결정하는 뇌 영역(안와전두피질, 기저핵, 편도체, 외측두피질 등)이 자동적으로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가진 인지도(브랜드 파워)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접하면 우리 뇌는 재빠르게자동 모드로 전환돼서 세부 정보를 찾기보다는 기존 저장된 브랜드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때 관여하는 뇌 영역이 바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 반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소한 브랜드를 접할 때는 학습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이 보다 활성화돼 추가적인 정보탐색과 분석을 하게 된다.

 

위의 사례에서 박 차장은 주변의 자동차 브랜드와 인터넷 정보를 탐색하고(시각), 조언(word-of-mouth)을 들으며(청각), 시승을 통해 자동차의 승차감(촉각)을 느끼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정보를 접하고 있다. 이러한 감각 정보는 감각 기관의 수용기 세포를 통해 신호화돼 뇌로 전달되고 뇌에서 이 신호를 해석,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거쳐 기억으로 저장된다. 각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영역은 <그림 2>와 같다.

 

감각 기관 중에서 특히 시각적 기관인 눈은 오랜 세월을 거쳐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발전돼 왔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시선(視線)은 외적 요인(자극의 특출성)과 내적 요인(목적 달성)으로 인해 이동한다. <그림 3> Yarbus(1967) 실험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그림을 보도록 했을 때(과제 A) 사람들의 시선은 등장인물들의 얼굴, 벽에 걸려 있는 액자, 열려 있는 문, 빛이 들어오는 창문, 테이블 등 주요 대상으로 움직였다. 한편, 등장인물들의 나이를 추측(과제 B)하거나 입은 옷을 기억(과제 C)하도록 했을 때는 과제를 달성하기에 적합한 대상 위주로 시선이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현대 사회를주의의 경제(Attention Economy)’라 칭한 바 있다. 소비자의 주의는 아마도 바쁜 현대 정보사회에서 가장 희귀한 자원 중 하나일 것이다. 소비자가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오랫동안 주의를 기울이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마케팅 활동의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례 2

 

주말 저녁, 박 차장의 집 거실에 가족들이 모여 있다.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를 하는 사이, 다음 주 떠날 스키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익숙한 광고 음악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쳐다본 TV 화면에는 A 자동차가 물 흐르듯 등장한다. 사실 A 자동차는 B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브랜드, 안전성, AS 측면에서 더 좋은 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A 자동차를 구매하는 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고 있다. 최종적으로 가족들의 의견을 들은 박 차장은 다음 주 A 자동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자극에 동시다발적으로 노출된다. 그렇지만 우리 뇌는 태생적으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자극의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자극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머리가 아프고 기분이 나빠지는 등의 과부하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뇌는 일명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고 하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를 작동시킨다. 이 놀라운 뇌 작동 메커니즘 때문에 많은 자극들 중 필요한 자극만을 선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져 우리는 일부러 TV 볼륨을 줄이지 않고서도 가족들과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제품구매를 통해 소비욕구가 충족될 때 소비자가 느끼는만족감은 생리학적으로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에서 선조체(Corpus Striatum)로 분비되는 도파민(Dopamine)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림 4) 단 음식에 대한 갈망, 마약 및 향정신성 약물 중독 등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소비자의 욕구가 충족돼 만족감을 느낄 때에도 분비된다. 도파민은 예측이 불가능한 도전적인 경험을 할 때 더 많이 분비되며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일단 익숙해지고 예측이 가능해지면 그 분비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따라서 구입한 제품에 쉽게 싫증을 내고 새로운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경험함으로써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만족감을 얻으려는 본능적 욕구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2. 뉴로마케팅 기법

 

뉴로마케팅은 뇌신경과학 분야의 연구기법을 활용한다. 뇌신경과학연구에서는 뇌 활동을 인간 신경기능의 분자 구조 및 단백질 기전으로 이해하는 것에 비해 뉴로마케팅은 보다 넓은 관점에서 소비자행동과 의사결정의 신경학적 기전으로서의 뇌 활동에 주목한다. 현재 뉴로마케팅에서 널리 활용되는 연구기법으로는 시선이 움직이는 패턴과 머문 시간 등을 관찰함으로써 소비자의 시각적 주의를 측정하는시선추적(Eye Tracking)시스템’, -신경혈류 간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뉴로이미징기법, 뇌파를 분석해 뇌의 활성화를 측정하는 ‘EEG’ 등을 들 수 있다.

 

시선추적시스템은 소비자의 뇌반응 대신 시선()의 움직임을 측정해 간접지표로 활용해 마케팅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보여준다. 시선추적시스템은 기기의 구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 없이도 쉽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광고, E-business 등의 마케팅 실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가 마케팅 정보를 얼마나 잘 기억하느냐는 시선의 움직임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소비자들의 시선이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그 영역에 있는 정보를 인지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단언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시각 같은 감각정보가 뇌에서 인지적인 수준으로 처리되기 위해서는 상위 정보처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선추적시스템은 시각적 주의를 측정하는 것에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뉴로이미징은 마케팅 자극에 뇌의 어떤 영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뇌-신경혈류 간의 상호작용을 이미지화해 보여준다. 뉴로이미징 기법에는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SPECT(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등이 있으며( 1) 이들 중 fMRI가 뉴로마케팅에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fMRI 기법은 자기공명영상기기 안에 위치한 피실험자의 뇌가 자극에 반응해 혈류가 변화하는 양상을 파악해서 어떤 뇌 영역이 특정 반응에 연관돼 있고, 특히 어떤 영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림 5> 2004년 아모레퍼시픽의 뉴로마케팅 연구에서 피실험자들에게 화장품 용기와 로고를 보여주고 촬영한 fMRI 영상이다. 왼쪽 사진은 시각적 심상을 떠올리는 두정엽 안쪽의 설전부(Precuneus), 오른쪽 사진은 정서적으로 현출한 자극을 보는 방추상 회(Fusiform Gyrus)가 활성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뇌 안에서의 정보처리는 뇌의 신경세포들이 전기신호를 송수신하며 일어난다. 뇌 바깥에서 이러한 전기적 활동을 기록한 것이 바로뇌파(Brain Wave)’. 뇌파의 파형은 뇌의 활동 상태를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2) 예를 들어, 베타파는 대뇌피질의 활성화, 세타파는 해마를 기반으로 하는 기억의 저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또한 고관여 의사결정 상황에서는 뇌가 인지활동을 위해 다수의 신경세포 다발들을 동시에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감마파의 활동이 월등히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피에 전극을 부착해 뇌파를 측정하는 EEG(Electroencephalography)는 기기의 조작과 데이터 취합, 분석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1970년대 TV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측정하는 것을 시초로 지금까지 마케팅 조사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3. 뉴로마케팅 활용방안

 

최근까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조사는 주로 설문, 인터뷰같이 언어를 기반으로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취합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러한 조사방법은 비교적 쉽게 정보를 수집,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의식적으로 표현하는 만큼만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마케팅 상황에서 목격되는 다양한 소비자 반응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의식에 기반을 둔 조사방법으로 출시된 제품들 중 시장에서 살아남는 제품의 비율이 1% 정도로 저조하다고 한다. 소비에 있어서 무의식 영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잘트먼(Zaltman) 하버드대 교수는 구매욕구의 95% 이상이 무의식(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영역에 있으며 구매의사결정과정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하위 수준의 정보처리에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뉴로마케팅은 소비자의 의식적 반응뿐만 아니라 무의식적 반응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뉴로마케팅은 경쟁 브랜드 분석, 신제품 콘셉트, 제품 디자인 및 시안 평가, 시장 테스트, 제품 출시 후 시장 피드백 분석 등 마케팅 프로세스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그림 6) 우선 뉴로마케팅 조사방법은 해당 브랜드가 경쟁 브랜드 대비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조사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설문과 같은 기존 조사방법에서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가 경쟁 브랜드에 비해좋다혹은만족한다로 응답하게 되지만 실제 가지고 있는 감정의 질은 현저히 다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4년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하며 자사 브랜드와 해외 명품 브랜드 간에 소비자가 느끼는 감성적 차이를 fMRI로 측정한 바 있다. 이처럼 뉴로마케팅은 소비자의 선호가 단순한 편의의 선택인지, 익숙해진 친근함인지, 가슴 설레는 정도인지, 강하게 흥분될 정도의 흡입력인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 신제품 출시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선험적 마켓테스트 단계에서 뉴로마케팅을 활용하면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색조화장품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뇌영상을 촬영해 활용한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그림 7) 색조화장품을 많이 사용하는 여성들은 화장품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각 기억과 관련된 마루소엽(Parietal Lobule), 시각적 영상을 처리하는 설전부(Precuneus), 촉각 정보를 담당하는 중심앞/뒤 이랑(Precentral/Post Gyrus)이 활성화돼 다중감각적인 경험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기아자동차의 K시리즈 네이밍 개발에도 뉴로마케팅 기법이 활용된 바 있다.


 


이외에도 시제품(Prototype)을 만들어서 소비자의 뇌에서 순간적 찰나에 일어나는 반응을 관찰함으로써 기업들은 제품개발 단계에서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가 짧은 휴대전화 등 일부 전자제품은 뉴로마케팅 조사기법으로 제품 출시 후 시장 피드백을 신속하게 분석해 제품 개발 콘셉트에 반영함으로써 시장에서 경쟁 브랜드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제품 광고에 있어서도 뉴로마케팅은 흥미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2006 Iacoboni 박사의 슈퍼볼 광고 fMRI 연구가 광고 콘텐츠(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자의 무의식적 감정반응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보다 정교하게 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20초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TV 광고에 있어서 소비자들을 광고에 얼마나 잘 몰입시키느냐는 중요한 성공 척도가 된다. 최근 칸, 뉴욕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한 광고에 대한 EEG 연구에서는 수상작들이 일반적인 광고에 비해 소비자들을 훨씬 더 빠르게 몰입시킨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수상작을 볼 때는 광고가 시작되고 1.5초 만에 몰입했지만 일반적인 광고를 볼 때는 5∼7초 정도가 경과된 후에나 몰입할 수 있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광고를 얼마나 자주 할 것이냐 또한 마케터들의 고민거리다. 이 문제는 뇌가 기억을 생성, 저장, 인출하는 일련의 메커니즘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소비자의 시선을 한순간에 잡아끄는 획기적인 광고의 경우 처음 접하는 시점에 소비자의 뇌에서 급격한 학습효과가 나타나지만 반복해서 접하게 될수록 그 효과가 반감되기 시작한다. 반면 익숙하고 쉽게 동감할 수 있는 광고의 경우 초기 반응은 강렬하지 않지만 접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소비자의 기억에 깊숙이 각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4. 뉴로마케팅 활용 시 유의할 점

 

이제 막 태동기를 지난 뉴로마케팅은 아직 그 활용범위나 기대효과가 정형화되지 않아 국내 기업이 뉴로마케팅 조사기법을 실무에 활용한 사례는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국내 유수 기업들의 뉴로마케팅 성공사례가 소개되면서 마케터들에게 폭넓은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마케터들이 뉴로마케팅을 활용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뇌신경과학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뇌 영상 분석에서 복잡한 통계기법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뇌스캔을 통해 얻은 정보를 단편적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뉴로마케팅에서 활용하고 있는 모든 뇌신경과학 연구기법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인지과정 자체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신호를 대신 측정한다. 예를 들어, fMRI는 뇌에 흐르는 혈액의 BOLD(Blood Oxygen Level Dependency)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어느 뇌 영역이 활성화됐는지 추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만으로 사람의 복잡한 사고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EEG도 소비자가 대상에 몰입하고 있는지, 감정적인 반응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뿐 그 감정의 질적 차이(예를 들어 긍정적인 반응이 경외감인지 아니면 즐거움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특정 대상의 선호는 측중격핵(Nucleus Accumbens)의 활성화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고 혐오 감정은 뇌섬엽(Insular)의 활성화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의사결정은 뇌의 일부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작업이 아니라 여러 뇌영역이 상호작용을 통해 만드는 현상이기 때문에 일부 영역의 활성화 여부로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뇌의 활성화 여부가 소비자들의 자가 선택 및 응답이라는 기존 조사방법보다 소비자의 행동을 더 잘 예측, 설명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마케팅조사로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뉴로마케팅 조사방법과 더불어 기존 조사방법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뉴로마케팅 연구는 실험설계와 조사실행, 결과분석 등에서 기존 조사방법과는 다른 전문가적 역량이 요구된다. 또한 수십 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특수기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뉴로마케팅 조사를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 내부에 뉴로마케팅 조사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기 때문에 조사 기획부터 결과 분석까지 상당부분을 외부전문가에게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뉴로마케팅 조사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에서 뉴로마케팅 전문가를 활용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뉴로마케팅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문헌조사나 사례분석을 기반으로 뇌의 어느 영역에 집중해 조사를 진행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뉴로마케팅 조사결과를 주의, 선호, 선택 등의 행동학적 척도를 활용해서 상호보완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실험 설계, 진행, 데이터 수집, 분석에 필요한 설비(기기와 소프트웨어)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다섯째, 신경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뇌 작동 메커니즘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모학문인 뇌신경과학 분야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생리적 뇌 반응을 측정하는 기술과 척도가 개발된다면 현재까지 난제로 남아 있는 여러 마케팅 이슈들이 과학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발전이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하려고 하는 기업의 노력과 만난다면 뉴로마케팅은 마케팅 조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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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성균관대 경영대학 부교수

신현준 성균관대 경영대학 박사과정

 

이은주 교수는 미국 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마케팅 Ph.D. 및 소비자 유통 Ph.D.(dual Ph.D.)를 받았고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및 광고론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2001년 미국 소비자학회 최우수 박사논문상을 수상했고 Brain Research(SCI, Impact Factor 2.551),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SSCI, Impact Factor 2.80) 등 해외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신현준(박사 수료)은 영국 University of Exeter(석사)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1년 대한민국학술원이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한 <융합인지과학의 프론티어> 집필에 참여했고 KBR ‘뉴로마케팅의 원리와 활용사례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뇌신경과학 연구기법을 활용해소비자의 기억 생성과 인출에 대해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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