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고객의 마음조각을 찾아 마케팅 길 열어라”

97호 (2012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오창성(한국외대 영문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뉴로마케팅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발달했나.

 

“뉴로마케팅은 뉴로사이언스에서 시작됐다. 1989년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뇌에 관한 연구를 미래 성장의 기초 지식이라고 여겨 많은 비용을 투입해 뇌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제일 처음 한 것은 뇌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었다. 뇌의 구조와 기능을 탐구하는 해부학적 연구가 많았다. 자연 과학에서 시작한 뇌 연구는 생명 과학, 의학 등으로 확대됐다. 인류는 2000년 동안 알지 못했던 뇌의 비밀을 최근 20년간 많이 알게 됐다. 그동안은 뇌의 기능을 알아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인간의 삶과 사회 발전에 어떻게 유리하게 활용할 것인지가 보다 중요해졌다. 뇌에 관한 자연과학적 지식을 인문사회과학적 관심과 결합시키는 시도가 활발해졌다. 특히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행정학, 교육학, 범죄학 등 사회과학 영역에서 그동안 연구됐던 뇌 지식을 다양한 사회과학적 물음에 집어 넣어보는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뉴로사이언스라는 최첨단의 지식을 마케팅에 응용하는 것이 바로 뉴로마케팅이다. 최근 10년 사이에 뉴로마케팅은 급격히 발전했다. 기업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겨 투자가 계속 됐기 때문이다. 10년가량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뉴로와 다른 지식 간의 통섭 분야 중에서도 가장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뉴로마케팅이다.”

 

뉴로마케팅이 기업에서 활발히 쓰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경제 활동의 주축은 크게 기업과 소비자다. 이들 사이에 오고 가는 것이 돈과 상품이다. 이러한 교환 과정에서 기업과 소비자는 각각 조금이라도 더 파워를 많이 가지려고 한다. 그런데내 것이 더 매력적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파워를 많이 갖게 된다. 소비자의 돈의 가치와 기업이 가진 상품 가치 중에서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느냐에 따라 둘 간의 파워가 결정된다. 산업사회 이후 200여 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파워는 늘 기업이 갖고 있었다. 제품이 필요해서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기업 생산성에는 한계가 있어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했다. 또 자원과 지식 싸움에서도 기업은 소비자보다 한 수 위였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고도로 성숙해지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소비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또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기업 간 제품 성능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게 된 것도 소비자에게 파워가 전이된 이유다. 고도의 기술 사회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의 기술력을 비교해서 구매하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브랜드와 디자인이 보다 중요해졌다. 그런데 브랜드와 디자인은 상당히 감성적인 판단이다. 제품 성능과 가격을 비교할 때의 판단 메커니즘과 다르다. 예를 들어서서울 을지로에서 강남을 갈 때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빠른가와 같은 질문과김태희와 전지현 중에 누가 더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할 때의 사고 메커니즘은 전혀 다르다. 후자의 질문은 바로 감성적 메커니즘과 관련돼 있는 것인데 소비자들의 이러한 판단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뉴로마케팅이다. 과거의 마케팅은 제품의 성능과 가격에 의해서 물건을 고르는 시대의 소비자 행동, 즉 합리적 소비자를 기반으로 했다면 현재의 마케팅은 감정에 따라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반적인 설문 조사와 인터뷰는 말과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인데 말과 글은 인간 이성의 작용이다. 이런 조사로는당신은 왜 그 브랜드가 좋은가에 대한 정확한 답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좋아하는 것은 감정의 문제인데 말과 글이라는 이성적인 도구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설문조사와 인터뷰만으로는 소비자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서-무의식-욕망-이미지 이런 것들이 소위소비자 감성이라고 칭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서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감성마케팅이라고 한다. 이 첫 단계가 소비자의 감성 파악인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일반적인 조사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말과 글로는 표현이 안 되고 의식적이지 않은 내면의 감성은 몸(Body)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 어떤 이의 보디랭귀지를 자세히 보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말과는 달리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몸을 연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가 겉으로 드러나는 몸짓, 즉 관찰(observation) 방법이다. 이는 뉴로와는 관계없다. 겉으로 드러난 소비자의 행동들을 세심히 관찰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유추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이 바로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신경기제, 즉 뇌의 작용을 연구하는 방법이다. 뇌 자체를 연구하거나 뇌 작용의 흔적을 연구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기기들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들이 fMRI, EEG, eye-tracker 등이다. 이러한 기기들을 통해서 소비자가 해당 제품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가를 추적하는 것이 뉴로마케팅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생리적 기제를 확인해서 그들의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fMRI, EEG, eye-tracker 중에서 현장에서 보다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 있나.

 

“이 세 가지는 용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안마다 각각 별개로 쓰이고 동시에 쓰일 때도 많다. 예를 들어서 어떤 광고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광고를 보여줬을 때 소비자의 눈이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가를 알려면 eye-tracker를 써야 된다. 그런데 그 순간의 뇌파가 어떤가를 보려면 EEG를 사용해야 한다. 그간의 광고 연구에서는 eye-tracker가 많이 사용돼 왔다. 특히 인쇄 광고에서 제품명과 모델 사진을 같이 보여줬을 때 소비자가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를 조사할 때 효과적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다른 기법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기술이 보다 발전해 인쇄 광고뿐 아니라 동영상 광고까지 시선 추적이 가능해져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언제 뉴로마케팅을 써야 하나?

 

“거의 답이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서는 굳이 뉴로마케팅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사실(fact) 확인이 필요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일반적인 서베이를 통해서 가능하다. 가설 확인이 서베이의 목적이다. 확신이 없는 가설을 수치를 통해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베이를 통해서는 깜짝 놀랄 만한 답을 얻지는 못한다. 서베이 질문은 당사자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이미 자신이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예상 답안을 보기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답은 보기에 없기 때문에 얻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서베이가 무용지물이냐? 절대로 아니다. 서베이는 몇 가지 선택사항 중에 가장 정답에 근접한 하나를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로마케팅은 질문은 있는데 답이 가늠이 잘 안될 때, 즉 상식적 예측이 불가능할 때 사용한다. 뉴로마케팅을 통해 도출되는 답은우리의 머릿속에 있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무엇이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DBR Tip1 참고). 섹스 어필 광고의 효과에 대한 실험이었는데 다 벗은 것과 살짝 가린 것 중에 어느 광고에 더 눈길이 가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서베이에서 소비자들은다 벗은 것에 눈길이 간다고 답했지만 실제 fMRI 조사를 해보니 살짝 가린 광고를 볼 때 더욱 흥분하고 몰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의 즐거움 때문에 살짝 가린 광고를 보면서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뉴로마케팅을 통해의식적으로는 A를 좋아한다고 답했지만 무의식적으로 B를 좋아하는소비자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업들은 많은 돈을 들여서 뉴로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뉴로마케팅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무의식적인 심층 심리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 뉴로마케팅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전통적인 서베이 없이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는 없다. 소비자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는 서베이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 인간은 너무나 복잡하고 섬세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한 방법을 통해 모든 걸 알 수 없다. 뉴로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마음의 조각들을 찾으려고 애쓰는 수밖에 없다.”

 

최근에 디자인 선호에 대한 소비자 심리 반응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브랜드와 디자인을 고르겠다. 특히 디자인이 제품 구매 행위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 뉴로마케팅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일단 어느 제품이 소비자의 눈을 즐겁게 하면 그 제품을 거부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예를 들어보자. 미팅 때 첫눈에 마음에 든 사람은 다른 조건을 떠나 호감이 간다. 일종의 후광 효과인데 그 첫 이미지를 깨기란 굉장히 힘들다. 가령 이성 간의 만남에서 첫눈에 필이 딱 꽂혔는데 다른 조건이 뛰어나지 않아 망설이는 경우와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조건들이 전자보다 나을 때 어떤 선택을 할까? 많은 사람들은 첫눈에 필이 꽂힌 경우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이미 앞에 가진 긍정적 인상을 통해 뒤에 오는 부정적 정보를 절상시키기 때문이다. 어눌하게 말을 못하는 것이 진지하게 보이고 지루한 것은 과묵한 것이 되는 식이다. 만약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말을 조금만 못해도말도 못하냐가 된다. 디자인의 힘을 잘 보여주는 것은 충동구매다. 일단 첫눈에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가격이 쌀 경우예쁜 것이 가격도 싸네라고 생각하고 가격이 비싸면예쁘니깐 비싼 거지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게 된다. 실제로 멋진 디자인과 평범한 디자인의 제품 두 가지를 보여주고 뇌 영상반응을 측정해본 결과 전자를 봤을 때 소비자가 더 많이 주목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시선집중은 강력한 호기심으로 이어져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요모조모 따져보고 평가하게 된다. 원초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즐기려는 본능으로 많은 사물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 추한 것은 재빨리 시야 밖으로 버리고 아름다운 것은 계속 즐기려 한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점점 제품 간의 품질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디자인은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뇌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연구해보니 공감각(multisensory) 디자인이었다. 노란색 레몬처럼 생긴 지우개를 보면서 시각과 미각을 모두 느끼는 것이 공감각 디자인이다. 평범한 컴퓨터 자판에 초콜릿 색깔을 입혀서 보여주니 소비자의 주목률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미각 반응도 보였다. 초콜릿을 실제로 먹은 것처럼 맛을 느낀 것이다. 문어 얼굴 모양의 통에 종이티슈를 넣어 문어 입으로 뽑아 쓸 수 있는 디자인의 티슈통을 본 소비자는 시각뿐 아니라 촉각(haptic) 반응도 보였음을 뇌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재미있는 티슈통을 보고 티슈를 하나씩 뽑아 쓰는 상상을 해 본 것이다. 일반적인 디자인과 공감각 디자인 중에 어떤 디자인을 선택할 것인지, 공감각 디자인의 제품에 얼마만큼의 가격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등을 뉴로마케팅을 통해 연구했다(DBR Tip2 참고).”

 

섹스 어필 광고 실험

2006년 성영신 교수팀은 성적 광고 사진을 명백하게 신체 부위를 노출한 것, 명백한 성행위를 나타낸 것, 성행위를 암시한 것으로 분류한 뒤 이를 20대 남자 대학생 17명에게 보여 주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 영상을 촬영했다. 명백한 성행위 광고를 볼 때는 뇌에서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판단하는 영역(해마방회와 중후두회)이 상대적으로 많이 활성화됐다. 이에 비해 신체 부위 노출 광고를 볼 때는 뇌가 훨씬 바빠졌다. 성적 자극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영역(상두정소엽과 하두정소엽),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상상을 하는 영역(설전부)이 동시에 활성화됐다. 그런데 이보다 뇌를 더 활성화시킨 그룹은 성행위를 암시한 사진이었다. 한 여자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우유를 붓는 사진(묘한 표정은 성적 쾌감을, 우유는 정액을 상징한다고 해석)을 보자 뇌에서 전후 상황을 바탕으로 사건의 맥락을 파악하는 영역(전두엽)과 움직임을 인지하는 영역(중측두회와 상측두회)이 가장 많이 활성화됐다. 소비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몰입하게 만든 광고는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사진이 아니라 은유적으로 신체 부위를 노출한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볼 때 전두엽과 함께 성적 흥분을 담당하는 영역(뇌섬엽)이 활성화됐다. 다른 광고들에 비해 유일하게 실험 참가자들이 실제 성적 흥분을 경험한 경우다. 이 연구는 성적 광고는 노골적으로 야한 장면을 보여줄수록 효과가 크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뒤집었다. 설문조사가 소비자의 의식적 반응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면 이 연구는 뇌 영상을 통해 소비자 스스로 알지 못한 무의식적 반응을 알아낸 것이다.


기업에서 뉴로마케팅을 실제 활용한 사례를 소개해달라.

 

“이미 많은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고 더욱 그럴 것으로 본다. 기업은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소비자보다 더욱 소비자를 잘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말하지 않은 것도 알아야 하는데 유일한 방법이 관찰과 뉴로마케팅을 통한 조사다. 서베이를 통해서 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뉴로마케팅이 기업에서 각광받는 이유다. 과거에 한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 기업의 제품과 자사 제품을 비교하면서 소비자들이 두 제품 가운에 어느 제품을 왜 선호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적이 있다. 그 기업은 이미 같은 주제로 여러 번 서베이를 진행했는데 조사를 할 때마다 답이 다르게 나온다며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서베이를 바탕으로 해당 브랜드를 살리거나 포기해야 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매번 조사 결과가 달라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고 답답해하다가 나에게 가져온 것이었다. 소위 뉴로마케팅을 통해 답을 알아내야 할 사안을 면접이나 설문조사를 통해 하려고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모집단을 다르게 해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조사에서는 질문의 언어를 조금만 바꿔도 소비자의 답이 달라진다. 소비자 역시 왜 그 제품을 좋아하는지 매번 꾸며서 대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왜 좋아하는지를 잘 설명하려면 제품에 대해 느끼는 정서와 감정이 아주 강력해야 한다. 강한 감성은 이성이 파악할 수 있어서 말로 변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해당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정서와 감정은 말이나 글로 정확히 표현할 정도로 강력하지 못했다. 사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감정을 깊고 강렬하게 느끼기는 힘들다. 해당 감정이 굉장히 작고 민감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일단 서베이에 참가한 소비자들은 자신도 잘 모르는 감정을 글로 옮기기는 하지만 원래 그 마음 그대로를 잘 담고 있지는 못하다. 이럴 때 소비자의 정확한 인식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뉴로마케팅이 필요하다. 위의 기업도 뉴로마케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성영신 교수가 진행한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심리 반응 조사 연구

디자인 선호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반응 연구:

뉴로이미징 기법을 중심으로(2008)

 

소비자가 좋아하는 디자인에 주목했을 때의 심리경험이 무엇인가를 규명해디자인 파워의 실체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실험참가자에게 선호하는 디자인과 선호하지 않는 디자인의 사진을 각각 20개씩 보여주고 fMRI를 통해 뇌 반응을 살펴봤다. 그 결과 좋아하는 디자인을 봤을 때는 싫어하는 디자인을 봤을 때보다 후부 상회(posterior cingulate), 설전부(precuneus), 중심전 이랑(precentral gyrus), 중심후 이랑(postcentral gyrus), 중심 옆 소엽(paracentral lobule), 뇌섬엽(insula), 상 측두 이랑(superior temporal gyrus)이 활성화됐다. 소비자는 좋아하는 디자인에 주목했을 때 신체 각성을 느끼고 디자인에 주의를 기울여 꼼꼼히 살펴보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판단한다. 또 제품을 직접 만지는 상상을 하고 정서를 느낀다. 반면 싫어하는 디자인에 주목했을 때는 유의미하게 활성화된 영역이 없었다. 디자인 선호에 따라 소비자의 의사결정 시간과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추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에 비해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 주목했을 때 선호를 결정하는 의사결정이 빨라졌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기억도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심리학회지 소비자, 광고, Vol.9, No.2, 성영신, 김보경, 이주원, 손민, 최광열

 

공감각 제품디자인의 미각적 요소와 제품과의 적합성이

제품평가에 미치는 영향: fMRI를 중심으로(2011)

 

사전조사를 통해 미각적 요소와 제품 간의 적합성 정도에 따라 제품 디자인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여기서 적합성이랑 제품과 제품디자인에 표현된 미각적 요소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여부를 말한다. 40개의 제품디자인이 실험자극물로 사용됐다. 15명의 건강한 대학생들이 실험에 참가했다. 자기공명영상기법(fMRI)을 사용해 제품 디자인을 보는 동안 변화하는 뇌의 혈류 변화를 측정한 후 제품과 미각적 요소의 적합성 수준에 따라 반응하는 뇌 영역을 알아보고 제품에 대한 선호도와 구매의도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적합성이 높은 조건의 제품을 유의미하게 더 선호했다. 구매 의도 역시 적합성이 낮은 조건보다 높은 조건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2009년의 연구에 따르면 미각적 요소가 포함된 공감각 제품 디자인에 대해 사람들은 미각적 요소가 포함되지 않은 단일 감각 제품 디자인보다 더 선호할 뿐 아니라 구매의도 역시 더 높았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는 같은 미각적 요소가 포함된 제품 디자인이라 할지라도 제품과 미각적 요소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에 따라 제품에 대한 선호도, 구매의도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제품과 미각적 요소의 적합성 수준에 따라 신경학적 반응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제품과 제품 디자인에 표현된 미각적 요소가 잘 어울리는 제품(적합성’)과 잘 어울리지 않는 제품(적합성’)에서 반응한 뇌 영역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 제품과 미각적 요소가 잘 어울리는 제품을 볼 때 긍정적 감정 경험을 하게 되고 이러한 감정이 긍정적 보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공감각 제품 디자인 개발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증가되고 있는 시점에서 본 연구 결과는 공감각 제품 디자인 개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굿 디자인(Good Design)이란 제품의 기능과 특성을 부각시켜 제품과 소비자 간의 용이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디자인, 즉 제품의 디자인 요소가 제품과 잘 어울리고 적합해야 소비자의 시각적 주의를 끌고 제품 디자인으로부터 제품의 특성을 쉽게 파악하게 함으로써 제품을 더 선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 감성과학, Vol. 14, No. 2, 성영신, 최민조


기업이 뉴로마케팅을 실행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복합적이고 매우 총체적인 과정이다. 소비자의 구매 행위는 매우 간단하지만 구매 행위에 앞선 일련의 프로세스는 상당히 복잡한 심리적 과정을 거쳐서 이뤄진다. 기업이 이러한 소비자를 이해하려면 보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서베이는 상당히 많이 하는 데 반해 각각의 조사 결과를 총체적으로 분석해 의미 있는 해석을 이끌어내는 데 약한 편이다. 국내에 해석 전문가가 부족하기도 하다. 해석 전문가는 통계,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 고급 인재인데 조사를 단순한 용역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해석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100개가 넘는 문항에 대한 평균값이 무엇인지만 확인하고그래서 어떻게 해야 해?(So What?)’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석을 하더라도 깊이 있는 고민이 배제된 채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를 바탕으로 내리는 경우가 많다. 기업 내부에 전문가가 없다면 외부 용역을 줄 때 조사 업무를 고도의 전문 지식 산업으로 생각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조사 전문가를 통계 돌리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런 관점에서 용역을 맡기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기 어렵다. 또 충분한 시간도 중요하다. 보다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실험 설계와 실행에 3분의 1, 나머지 3분의 2는 실험 결과를 해석해 유의미한 시사점을 찾는 데 써야 한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뉴로마케팅분야의 권위자다. 2003년 이후 성 교수가 이끄는 고려대 소비자광고심리 랩은 fMRI, Eye-Tracker, EEG를 활용해 소비자의 구매심리, 기업브랜드이미지, 광고효과 등을 분석하는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현재 한국심리학회 회장이며 개인의 일상생활과 사회현상을 뇌심리학적으로 조망하는 심포지엄(올해 6)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