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마케팅

인도 農心 겨냥한 ‘편리한 마케팅’ 대박신화

77호 (2011년 3월 Issue 2)

 

#사례 1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의 작은 농촌 마을에 살고 있는 주부 A씨는 농사를 짓는 남편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린다. 오전에 침대 시트를 짜고, 오후에는 일당 100루피를 받고 농촌도로의 지반을 평평하게 하는 취로 사업에 참여한다. 이 일자리는 인도 정부가 농가소득 증대 정책으로 일환으로 추진하는 농촌고용보증제도대책(National Rural Employment Guarantee Scheme)에 의해 제공된다. A씨는 아이 셋을 키우고 있지만 맞벌이를 하면서 소득이 늘자 다양한 상품들을 구매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사례 2
인도 펀잡-하리아나주 정부는 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최근 농지를 에이커당(4047㎡) 1500만 루피(약 32만 달러)에 수용했다. 주정부의 시가에 가까운 높은 지가보상으로 거액의 현금을 쥔 농민들이 속속 생겨났다. 부유해진 농부들은 기존 차량을 대형 자동차로 바꾸거나 집을 늘리고 에어컨, 냉장고, 액정(LCD) TV 등을 사들였다. 자체적으로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세워 전력 부족을 해결하거나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가로등을 설치한 부자 마을도 늘고 있다.
 
12억 인도 인구 중 약 70%인 7억9000만 명이 현재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2007년 맥킨지 보고서는 2025년에도 인도 인구의 63%가 농촌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촌 인구가 당분간 인도 시장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농촌을 제외한 도시 시장만 놓고 인도,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얘기할 수 없다. 신흥국가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농촌 시장의 구매력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의 경우 농촌지역 가구당 지출액이 2017년에는 도시지역의 2010년 지출액과 같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 도시 시장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지만 농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 농촌의 일용소비재(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 매출은 연평균 20% 성장하고 있다. 농촌지역 내구재와 통신부문의 성장률은 각각 15%, 30%로 도시 지역보다 높다.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이 신흥시장의 농촌에 관심을 새로 갖게 된 이유는 이처럼 농촌의 구매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 도시보다 시장 경쟁이 덜 치열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인 농촌 BOP 시장 접근방법을 인도 시장의 사례를 통해 마케팅의 4P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왜 농촌인가
인도통계청은 농촌을 인구밀도가 1평방킬로미터당 400명 미만이고, 남성 노동인구의 75%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며 시청이 없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인도의 64만 개 부락에서 인구 2만 명 이상인 부락은 2만 개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FMCG 기업들은 인구가 2만 명 미만인 지역을 농촌 시장으로 본다. 반면 내구소비재 기업들은 인구 5만 명 미만 지역을 농촌 시장으로 간주한다.
 

BOP(Bottom of the Pyramid) 시장의 관점에서 도시와 농촌의 잠재소득이나 구매력은 엇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농촌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인도 농촌지역은 소득을 기준으로 한 시장 세그먼트 피라미드의 하단을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소득수준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 1995년과 2009년 소득계층별 농촌인구 비중을 비교하면 상류층은 2%에서 8%, 중간층은 9%에서 14%, 중하층은 29%에서 43%로 증가한 반면 하층은 57%에서 21%로 축소됐다. 피라미드 하부를 차지한 농촌지역이 피라미드의 허리 부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 카스트제도의 중요성이 축소되고 대신 경제력을 토대로 한 물질주의적 새 가치규범도 확산되고 있다.
 

소득이 늘면서 인도 농촌지역 소비자들의 소비습관과 태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농촌지역 소비자들이 도시인들의 삶을 모방하는 소비습관이 형성되고 윤택하고 편리한 삶을 위한 가전,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유·무선 통신 가입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브랜드에 무지했던 농촌지역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또 디자인 등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도시나 외국 생활을 경험한 농촌의 젊은 세대들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영어, 힌디 공용어를 익힌 데다 도시지역 정보 및 유행에도 민감하다. 인도 농촌의 새로운 소비층은 포장된 음식, 개인관리, 내구소비재, IT제품, 이륜/사륜 자동차, 패션 액세서리와 같은 부분의 주요 소비자로 떠올랐다. 지난 5년 동안 여러 소비재 기업들이 농촌시장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왔다.
 
또한 도시는 내구소비재 보급률이 비교적 높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농촌은 기업 간 경쟁이 덜 치열하며 미개척 분야도 많다. 이런 점에서 농촌 BOP시장은 다국적 기업에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프라할라드(C.K. Prahalad) 교수의 ‘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의 비전을 실행하는 가장 좋은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농촌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라
인도 농촌시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근거 없는 편견이 있다. 첫째, 농촌 사람들은 브랜드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도 전체 FMCG 시장의 80%를 브랜드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농촌도 마찬가지다. 둘째, 농촌 소비자들이 값싼 제품만 산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여러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 소비자들도 실제 지불한 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제품을 사는 경향이 있다. 셋째, 인도 농촌시장을 못사는 거대한 동질 시장으로 보는 시각이다. 인도 농촌시장은 매우 이질적인 다양한 집단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부 FMCG 마케팅 담당자들은 농촌의 구매력과 수요가 질적인 측면에서 도시보다 8∼10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시에서 과거에 구사했던 마케팅 기법을 농촌에 그대로 적용하곤 한다. 농촌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이 같은 접근방법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곤 한다. 반면, 이 같은 변화를 간파한 인도 현지기업은 농촌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도의 유력 소비재 회사인 고드레지(Godrej)의 전체 매출 중 38%가 농촌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4P 전략으로 본 인도 농촌시장 진출 성공 사례
인도 농촌시장의 잠재력은 높지만, 이 시장에 발을 디디는 일은 간단치 않다. 인도 농촌지역 소비자에게 다가가 제품을 인식시키고 판매까지 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마케팅 전략이 인도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도 농촌지역에서 성공한 기업 사례를 4P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①PRICE: 소량포장으로 가격을 끌어내려라
저소득층은 가격에 민감하다. 특히 이들의 현금흐름에 맞는 가격 정책이 중요하다. 인도 농촌 소비자들은 주로 일당을 받고 일한다. 정기적인 수입이나 상품을 한 번에 대량 구매할 만한 현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농촌지역 소비자들은 대용량 포장 제품보다 가격이 낮은 소량 포장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소량 포장된 상품이 중량당 단가는 비싸지만 농촌 소비자의 현금 흐름에 더 알맞기 때문이다. 힌두스탄유니레버(HUL)가 농촌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5루피 내외의 소포장 샴푸나 치약을 내놓은 게 대표적인 예다.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포장비용은 되도록 줄이는 게 좋다. 농촌지역 소비자들은 단순히 외관이 멋진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 FMCG 제품의 경우 농촌지역 공략을 위해 자주 사용되는 가격 정책이 ‘동전 가격책정전략(Coinage pricing strategy)’이다. 상품 가격을 동전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정도로 낮추고, 상품 패키지의 사이즈에 비례해 가격을 올린다. 일회용 샴푸, 일회용 티백, 1주일 정도 쓸 분량의 비누 등의 소량 판매 상품에 적용된다. 리필용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②PRODUCT: 라이프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하라
농촌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은 도시와는 매우 다르다. 도시지역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는 인도 농촌지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농촌지역의 문화와 그들의 특별한 니즈를 이해하고 상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농촌지역 마케팅에서는 고객의 니즈뿐만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전력, 도로 등)과 같은 물리적·사회적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상품의 가격대비 가치와 사회적 가치도 상품 구매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농촌지역에 판매될 상품은 포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열악한 도로 등 운송 환경 △안전한 상품보관의 어려움(습도, 온도, 강수 등의 기후 요인과 농촌에 흔한 쥐 등을 고려해야 함) △열악한 시설(식품보관을 위한 냉장시설의 전력공급 등)을 고려해야 한다. 포장 디자인도 주의해야 한다. 인도 농촌지역 소비자들은 대부분 밝은 색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라이프보이(Lifebouy)가 붉은 계열의 비누를 내놓은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지역별 언어나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심벌을 삽입한 포장 디자인도 농촌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③PLACE: 거미줄 유통망으로 접근하라
농촌처럼 인구가 지리적으로 산재해 있고 수송 인프라가 빈약한 곳에서는 유통망이 마케팅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농촌시장의 잠재력을 알면서도 막대한 유통망 구축과 마케팅 비용 때문에 포기하곤 한다. 인도 농촌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인도 농촌은 작은 시장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도로 사정이 나쁘고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 농촌시장 내에 적절한 딜러를 구하기 어렵고 금융기관도 부족하다. 이 농촌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인도 내의 유통채널을 이해해야 한다. 회사 물류 창고에서 오지 농촌까지 상품을 운송하는데 일반적으로 5단계를 거친다. 기업들은 물류흐름을 최대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특히 레이어 3∼5단계의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인도 농촌 곳곳에 거미줄처럼 짜여진 유통망과 창고를 갖춘 대형 비료회사, 농약회사의 창고를 임대하는 식으로 유통망을 확충할 수도 있다.
 

④PROMOTION: WIN-WIN 전략을 사용하라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 농촌시장에 진출하는 게 당장의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시장에서 단기에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의 시장 개척 전략이 필요하다. 저소득층들이 시장주체로서 경제적 역할을 하게 해주는 WIN-WIN전략을 가지고 판촉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피라미드에서 다이아몬드로 진화 대비
지금까지 살펴 본대로 기존의 선진국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BOP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면 이익을 창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BOP시장과 소비자를 분석하고,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신중하게 접근한다면 성공의 길도 열려있다.
 

끝으로 인도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3가지 트렌드가 있다. 첫째, 인도 시장이 밑변이 큰 삼각형 구조에서 허리가 두터운 다이아몬드 꼴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국,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중산층이 미국이나 유럽의 중산층의 소비자를 제치고 세계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도 국가응용경제연구소(NCAER)는 연간 가구소득이 7555∼3만7777달러(2010년 기준)에 해당하는 인도 중산층 가구가 현재 3140만 가구, 1억6000만 명에서 2015년에는 5330만 가구, 2억67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중산층 인구는 2015년 인도 전체 인구의 20.3%, 2025년에 37.2%인 1억 1380만 가구, 5억47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중장기 전략을 짜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식민지를 경험한 인도는 외국기업과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 외국계 다국적 기업들이 빈곤층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빈곤층의 소득과 능력을 배양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인도 현지 기업들도 최근 빈곤층을 위한 장학사업과 학교와 기술사 등 교육시설 및 병원 건립 등을 통한 사회 환원에 나서고 있다. 셋째는 인도 기업의 급성장이다. 타타, 고드레지, 마힌드라, 에어텔, 바자지 등 인도 대표 기업들은 물론 마이크로맥스, 스파이스, 인도 휴대전화 업체들이 자국 BOP 시장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세계 BOP 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인도 현지 시장은 물론 세계 BOP 시장에서 이들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TIP인도 BOP 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다국적기업이 힌두스탄유니레버(HUL)다. HUL의 인도 공략 전략은 “인도에 좋은 게 유니레버에도 좋다”는 모토로 요약할 수 있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인도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 만족을 실현해 지속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다.HUL은 다른 선진국 기업들이 본국 시장에서 판매하던 기존의 제품을 그대로 현지에 도입할 때 인도의 소득수준과 취약한 유통시스템을 고려해 현지인들에게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현지에 맞는 판매방식을 도입함으로써 BOP 시장의 간판 기업으로 떠올랐다. HUL은 대용량 포장이 아니라 4센트짜리 1회용 샴푸·비누를 개발해 소형화와 간소화 전략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또한 세수비누와 세탁비누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는 인도 소비자들을 위해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부드러운 재질의 세탁 겸용 세수비누도 개발했다. HUL은 유통 전략에서도 혁신을 선도했다. 도로시설이 부족한 소규모 마을들을 공략하기 위해 여성을 최전방 판매사원으로 활용하는‘파워맘(Shakti Amma)’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2001년부터 실시한 이 프로그램은 인구 2000명 미만의 소규모 마을에 거주하는 여성들에게 상품 판매를 맡기는(일자리 제공) 판매 시스템이다. HUL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매점포가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까지 판매 채널을 구축하고 매출액 향상을 위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파워맘’프로그램은 인도판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며, 여성들에게 비즈니스 마인드와 상품 판매 방식을 교육하는 채널이 됐다. 이 프로그램은 HUL이 소규모 지역에까지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에게 생계수단과 비즈니스 교육을 제공해 자립기반을 마련하도록 함으로써 여성들의 권익 제고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ood Food, Good Life’를 모토로 내건 네슬레는 인도의 7개 공장 인근 지역에서 사회적책임활동(CSR)을 활발하게 펼쳐 주목을 받고 있다. 초기에 남성 농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던 네슬레는 농촌 여성들을 대상으로 낙농법, 건강, 물 보존, 위생 등의 교육을 확대해갔다. 네슬레는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최근 인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건강과 웰빙 분야 사업을 강화하고, ‘네스카페’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등 음료 외식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세계 최대 직접판매 회사인 미국 암웨이는 인도 시장 성공 비결을 철저한 현지화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통하는 모델이 인도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현지화에 매달렸다. 외부에서 개발돼 수입된 비즈니스 모델은 인도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재 육성, 고객접점 중시, 이중 브랜드, 현지계약 생산을 통한 배달기간 대폭 단축 등의 변화와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해 경쟁자들을 앞서가고 있다. 
 
현지 밀착형 혁신을 통해 수익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네덜란드 생명공학 업체인 Royal DSM N.V는 쌀 영양 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영양을 강화시킨 쌀을 통해 미네랄과 비타민을 풍부하게 제공함으로써 영양실조와 관련한 질병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인도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빈곤층의 주식이 쌀이기 때문에 영양이 강화된 쌀이 영양실조와 싸우고 있는 다수의 빈곤층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펩시는 인도 농촌시장이 아주 분절된 시장이며, 시장의 절반 이상을 무명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길을 가다 목마를 때 물만 마시는 농촌 소비자를 대상으로 5루피짜리 폴리팩으로 된 생수 Aquafina(300㎖)를 내놨다. 코카콜라는 시골은 전력 사정이 나빠 정전이 잦다는 점을 고려해 전기가 나갔을 때도 12시간 정도 음료수를 신선하게 보존할 수 있는 ‘유테틱쿨러’를 보급했다. 질레트는 농촌사람들을 위해 특수 면도날을 장착한 제품을 내놨다. 농촌지역에는 수돗물이 공급되는 곳이 거의 없어 면도날에 엉킨 수염을 씻어내기 어려웠다. 이 회사는 면도날을 수돗물 없이도 잘 씻어낼 수 있도록 작은 레버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아직도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만을 타깃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제 한국기업들도 인도 농촌시장, 지방 중소도시의 BOP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새로운 중산층 소비자로 떠오를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BOP 소비자들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준비가 필요한 때다.
 
필자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KDI 국제정책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KOTRA 뉴욕무역관 조사과장, 부카레스트무역관장, 콜롬보무역관장을 거쳐 현재 뭄바이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동석 KOTRA뭄바이센터장 sldschoi@yahoo.co.kr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