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챌린저의 거침없는 질주

76호 (2011년 3월 Issue 1)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도약하는 기업들: 전 세계 산업 판도를 바꾸는 신흥경제국의 떠오르는 스타 기업(Companies on the Move: Rising Stars from Rapidly Developing Economies are Reshaping Global Industri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BCG는 2006년부터 해마다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100대 신흥기업을 분석하기 위해 글로벌 챌린저(global challenger)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2011년 보고서에는 남아공의 비드베스트 그룹, 인도네시아의 부미 리소시스, 이집트의 엘 세웨이 전기 등 23개의 기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챌린저 기업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이번에 선정된 100대 글로벌 챌린저 기업의 절반은 선진 다국적 기업보다 빠른 속도의 성장을 달성, 향후 5년 내에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글로벌 챌린저 기업은 2000년에서 2009년 사이에 연 18% 성장률, 평균 18%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상장된 글로벌 챌린저 기업들의 총 주주 수익률(TSR) 또한 연 17%에 달했다. 100대 글로벌 챌린저 기업들의 2009년 매출은 1조 3000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2020년 글로벌 챌린저 기업들은 총 매출 8조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S&P 500 기업들의 현재 매출과 비슷하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16개국을 본거지로 둔 이들 글로벌 챌린저 기업 중에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도 있다. 세계 2위의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 테크놀로지스(Huawei Technologies), 세계 최대의 소싱(sourcing) 업체인 리앤펑그룹(Li & Fung Group)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챌린저 기업의 거침없는 성장은 기존의 선진기업에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 시장은 기존 선진기업과 글로벌 챌린저 기업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챌린저들이 현지시장 및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외 시장을 집중 공략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도 특히 신흥시장에서 글로벌 챌린저 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챌린저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 현재 글로벌 챌린저 기업들은 성장이 정체된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기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20년이 되면 신흥국의 중산층이 세계 인구의 30%를 차지할 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전략이기도 하다. 글로벌 챌린저 기업들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신흥시장 중산층을 잡기 위해 사업 다각화와 사업 확장을 추진할 것이다. 신흥시장 간의 무역도 증가 추세다. 브라질·인도·러시아 등 신흥 경제국의 수출 중 25% 이상이 다른 신흥 경제국으로부터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글로벌 챌린저 기업은 M&A를 통해 선진기업의 경쟁력을 흡수하고 있다. 과거 한국이나 일본 기업들은 회사 내부의 성장, 즉 유기적 성장을 추구해 글로벌 시장에서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오늘날의 글로벌 챌린저 기업들은 유기적 성장 외에 M&A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특히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주로 선진국 대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챌린저 기업들이 단행한 M&A 60%가 선진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과거 글로벌 챌린저 기업들이 저비용과 유리한 지리적 입지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가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조직 구성 및 혁신 역량 등 선진국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기존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한국 기업은 글로벌 챌린저 기업과의 협력에 인색한 듯하다. 한국 기업 관계자 중 비드베스트 그룹이나 엘 세웨디 전기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 늦어서는 곤란하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챌린저들을 잠재적 고객회사 및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호 이익을 위해 협업할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공동대표 rhee.byung.nam@bcg.com
이병남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종합금융, P&G 한국 지사 등을 거쳐 2005년부터 BCG 서울사무소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 중 1명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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