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Kelley School of Business·SKK GSB 공동 기획: Marketing Lecture 1
편집자주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 스쿨(Kelley School of Business)은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과 EMBA(Executive MBA) 과정을 공동 운영하고 있습니다. 켈리 스쿨은 마케팅 분야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DBR은 Kelley School of Business-SKK GSB의 마케팅 수업을 시리즈로 지상 중계합니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마감 시한을 정해놓고 마케팅, 엔지니어링, 세일즈 등 각 부서에서 사람들을 뽑아 태스크포스팀, 이른바 다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을 꾸릴 때가 많다. 다양한 관점을 경험하게 해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회의를 해도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각 부서에서 온 사람들이 각자 의견을 쏟아내지만 별로 건질 게 없을 때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솔루션은 무엇일까.
대니얼 스미스(Daniel Smith)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 스쿨(Kelley School of Business) 학장은 “단지 다기능팀을 꾸린다고 해서 창의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정보의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 현상이 빚어지면 사람들이 움츠러들면서 원래의 상태로 복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창의성을 배가시키려면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놓은 다음 각각의 아이디어를 숙고할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며 “창의력은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고민을 하는 중에 무심히 찾아온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업에서 마케팅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한 스미스 학장은 창의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비즈니스 애널리틱스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스미스 학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창의성이 화두다. 국내 기업들이 신제품 개발에 창의성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신제품이 실패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혁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신제품을 개발할 때 다기능 팀을 꾸리는데, 이는 다기능 팀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필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사실일까. 혁신이 다기능 팀의 속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소비재 산업의 상품 개발자(Product Manager) 14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능적인 다양성(Functional Diversity)은 혁신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다기능 팀을 꾸리는 것만으로 혁신성을 증진시킬 수 없다. 실제로 2개 부서 출신으로 이뤄진 다기능 팀과 11개 부서 출신의 다기능 팀 사이의 성과 차이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성이 증진될수록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반면, 팀의 문제 해결 능력은 떨어진다. 바로 정보 과다 현상 때문이다. 정보 과다로 프로세스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곧 더욱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의 장점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된다.
정보 과잉이 창의성을 방해한다는 시각이 흥미롭다.
창의성은 단지 새로운 것과는 다르다. 아이디어가 유용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마케팅 운영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모이면 오히려 난국에 부딪힐 수도 있다. 압도당할 정도로 너무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면 팀이 매몰될 수 있다. 사람들은 위축되고, 원래의 상태(Status-quo)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마감시한에 대한 압박(Time Pressure)이 있을 때 더욱 그렇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단순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 위의 플라스틱 생수병을 가리키며) 만약 이 물병의 디자인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가정하자. 지나치게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면 그냥 원래의 물병 디자인으로 가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보 과잉을 어떻게 다뤄야 하고, 결과적으로 어떻게 창의성을 북돋울 수 있나?
미국의 3M 사례가 흥미롭다. 3M의 다기능팀은 각각 아이디어를 열렬하게 쏟아낸다. 바로 이 때가 멈춰야 할 시간(Time to Stop)이다. 이들은 이제 흩어져서 각각 시간을 가진다. 그러다가 예컨대 한 달 정도 지난 뒤 다시 모여서 아이디어를 재검토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실체가 잡히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명확해질 수 있다. IBM과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때도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IBM의 다기능팀은 전용 회의실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매우 큰 화이트보드가 있다. 5∼7명 단위의 팀이 수없이 회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화이트보드에 적어놓는다. 그리고 다시 일상 업무로 돌아간다. 각 팀원들은 매일 몇 시간씩 이 방에 혼자 들어와서 화이트보드에 계속 아이디어를 추가한다. 또 다른 사람이 적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그룹으로 모일 때뿐 아니라 혼자 있을 때에도 전체 아이디어가 모양새를 갖춰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제품의 기준을 정할 때 시장에서 통용되는 여러 기준을 내놓고, 이를 걸러내거나 추가한다. 또 다른 측면인 비용이라는 기준도 살펴본다. 이후 점수를 매겨 최종 기준을 내놓는다. 보다 정제된 아이디어를 얻어서 과다한 정보를 단순화할 수 있다.
사람들은 창의력이라고 하면 섬광 같은 통찰력(Flash of Insight)을 통해 기존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많이 생각하고, 자고, 운동하고,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러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찾아온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오랜 시간의 생각 끝에 찾아온다. 창의적인 기업들은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시간 압박을 주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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