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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한국 맥쿼리 그룹, 틈새시장 공략해 비상하다

이희진 | 72호 (2011년 1월 Issue 1)
 
 
 
 
뭐 ‘막걸리’라고요?”
1999년 12월 서울. 호주의 맥쿼리 그룹 임원들은 한국에서 함께 영업할 파트너를 찾기 위해 국내 은행들을 방문했다. 텃밭인 호주 금융시장에선 명성을 날리던 맥쿼리였지만 당시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제로’에 가까웠다. 한국 맥쿼리 그룹의 존 워커 회장은 당시 분위기를 회상하며 “맥쿼리에서 왔다고 소개하면 ‘막걸리요?’라며 되묻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2000년 한국에 첫 발을 내디딘 맥쿼리는 직원 5명으로 출발했다. 독립 법인 형태도 아니었다. 신한은행과 손을 잡긴 했지만 초기 위험 부담을 고려해 신한은행 내 한 개 팀으로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맥쿼리는 국내에 9개 현지법인/지점을 보유한 국내 진출 최대 규모의 해외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직원 수도 300여 명으로 60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 소공동 한화빌딩 16개 층 중 6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 맥쿼리가 현재 운영 중인 사업은 인프라 펀드, 인수합병, 구조화 금융상품, 부동산관련 부채 및 자본관리, IT장비 및 기술자산 전문 리스, 헤지 거래, 주식파생상품개발, 외환관련 상품 및 거래 등 다양하다.
 
맥쿼리가 국내 최소 규모의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10년 만에 국내 최대 외국계 투자은행으로 급속히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 맥쿼리 그룹의 존 워커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과의 광범위한 인터뷰를 통해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맥쿼리그룹(Macquarie Group)은 호주를 대표하는 종합 금융회사다. 지난 회계연도 순익(2010년 3월 기준)이 전년 대비 21% 늘어난 10억 5000만 호주달러(약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규모, 평판, 수익 어느 하나도 뒤지지 않는 호주의 초우량 기업이다.i
 
 
 
1969년 힐 새뮤얼 앤드 컴퍼니(Hill Samuel & Co. Limited, London)의 전액 출자 자회사인 힐 새뮤얼 오스트레일리아(HSA: Hill Samuel Australia)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1970년 1월 단 3명의 직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ii  1985년 2월 28일 맥쿼리 은행(Macquarie Bank Limited)으로 전환하면서 호주 내 설립된 두 번째 민영 투자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iii  1996년 호주 증권 거래소(ASX·Australian Stock Exchange)에 상장됐으며 2007년 10월 주주 및 호주연방법원의 승인을 받아 맥쿼리 그룹으로 거듭났다.iv  맥쿼리 그룹은 2010년 9월 기준 28개국 70여 개 사무실에서 1만5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총 3170억 호주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v  맥쿼리그룹은 현재 뱅킹, 금융, 자문, 투자 및 펀드운용 등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세계 전역에 제공하고 있고 기관 투자가, 기업, 개인 등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vi
 
인프라 투자라는 맥쿼리 고유의 투자전략 정책을 개척한 지는 약 15년 남짓 됐다. 맥쿼리는 이러한 고유전략을 통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인프라 펀드(Infra-structure and Specialized Funds)는 곧 맥쿼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vii  이러한 자산을 운용하는 특수펀드는 2010년 3월 말 기준으로 맥쿼리 전체 영업수익 중 약 10%를 차지한다.viii  맥쿼리의 글로벌 확장은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유럽, 아시아, 북미를 시작으로 2000년대 본격적인 진출이 이뤄졌다. 맥쿼리는 최근 미국의 투자은행 폭스핏 켈튼과 트라이스톤 등의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공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ix
 
맥쿼리 코리아 성장 전략
틈새시장을 개척하다
맥쿼리가 처음 들어온 2000년대 초반 한국시장은 다른 선진국 시장과 비교했을 때 아직 정교한 금융기법들이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맥쿼리는 이런 점에 착안해 틈새시장을 공략했다.1  틈새시장 공략은 한국뿐만 아니라 맥쿼리그룹이 글로벌 진출 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맥쿼리그룹은 호주에서도 역사가 오래된 투자 은행들이 잘하지 않던 인프라 펀드에 과감히 진출, 역량을 집중하면서 급성장할 수 있었다. 맥쿼리는 현재 호주 시드니, 이탈리아 로마, 영국 버밍햄과 브리스톨, 덴마크 코펜하겐, 벨기에 브뤼셀 공항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닌 뭔가 다른 것, 맥쿼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바로 인프라 펀드였다. 인프라 펀드는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저수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프라 펀드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맥쿼리가 한국에 진출할 즈음인 2000년,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극도로 침체된 내수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프라 투자에 민간자본을 적극 끌어들이려고 했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 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했는데 당시 국내 은행들은 인프라 펀드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생존이 더욱 급했다. 사업의 타당성과 수익성을 분석하고 수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는 금융 노하우도 부족했다. 이미 한국에 진출했던 외국계 투자 은행들은 인프라 투자에 큰 관심이 없었다. 굳이 인프라 투자가 아니어도 은행 매각과 기업 구조조정으로 좋은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틈새 시장을 노린 맥쿼리는 큰 경쟁 없이 한국의 인프라 시장에 진출했고, 호주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제공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덕분으로 맥쿼리는 리스크를 더욱 줄일 수 있었다. 최소운영수입보장은 실제 교통량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정부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까지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보유한 주요 자산 중에는 인천대교, 용인∼서울 고속도로, 서울 지하철 9호선, 서울∼춘천고속도로 등이 있다. 현재 한국 맥쿼리가 조성한 MKIF(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펀드는 평가 금액이 약 2조2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 맥쿼리는 이와 같은 인프라 펀드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ELW (Equity Linked Warrant·주식워런트증권) 시장에 외국계 현지법인으로서는 가장 먼저 진출해 현재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맥쿼리 관계자는 “우리는 비즈니스 플랜이 없는 게 플랜”이라며 “시장을 오랫동안 관찰한 뒤 경쟁자가 없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판단이 들면 바로 실행에 옮긴다”고 말했다.
 
전략적 제휴 전략
맥쿼리는 글로벌 사업 진출 시 전략적 제휴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 현지 선도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해당 지역 업체가 지닌 고객 및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맥쿼리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경우 언어, 문화적 차이가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에 비해 큰 편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취한다.
2000년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도이체방크처럼 한국에서 수십 년 이상 글로벌 사업을 해온 다른 투자은행과의 경쟁을 위해서 맥쿼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략적 제휴가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맥쿼리는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 국민은행, 삼천리 등 주요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사업을 시작했다. 투자 금융 부문에서는 신한은행과 손을 잡았고 파생 금융과 자본 시장에서는 각각 국민은행, 우리은행과 제휴 관계를 맺었다. 제휴 관계로 인연을 맺은 로컬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을 적극 영입하기도 했다.
 
개방적 의사소통 구조
맥쿼리는 비공식적이고 개방된 분위기의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단적인 예를 맥쿼리의 사무실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맥쿼리의 대부분의 임원들은 별도의 공간이 아닌 평사원과 동일한 책상에서 나란히 마주보며 일을 한다. 존 워커 회장을 비롯한 소수의 임원들이 개인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으나 전면이 유리로 돼 있기 때문에 직원들과의 시각적 접촉은 계속해서 이뤄진다. 또한 존 워커 회장의 사무실이 비어 있을 때는 임직원들이 회의실로 사용한다. 이러한 근접성은 일하면서 업무를 더욱 쉽게 조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업무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또한 얻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단 50m만 떨어져도 정기적인 의사소통이 단절된다고 한다.
 
한국 맥쿼리는 일 년에 한 번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이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회사에서 느끼고 바라는 점을 표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조사 후 결과에 대해서 직원 전체 또는 각 부서의 대표들을 모아 표적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형태의 조사나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조사를 통해 접수된 직원들의 건의사항에 대해 신속하게 반응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작년에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 나온 안건 중 하나는 저녁 식대에 대한 고충 사항이었다. 직원들은 8시 이후 일하는 경우에만 저녁 식대를 제공하고, 저녁 식대 승인 절차가 복잡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의견을 접한 인사부 담당자와 존 워커 회장은 앞으로는 승인 절차 없이 영수증 지참만을 통해 만원까지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건의사항이 접수된 지 단 한 시간 안에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액수에 대해 약간의 이견이 제기되자 다음 날 바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 맥쿼리그룹 관계자는 “승인절차가 간편해지고 액수가 올라간 것보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24시간 안에 신속하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기업가적 자율성
맥쿼리가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기제는 통제가 아니라 자율성이다. 맥쿼리는 호주에서 두 가지 별명으로 불린다. 하나는 ‘부자를 만드는 공장(Millionaire’s Factory)’이며 또 다른 하나는 ‘기업가를 배출하는 공장(Entrepreneur’s Factory)’이다.
맥쿼리는 회사 내에서 기업가 정신을 장려한다. 직원들이 기업가 정신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에 있어 어긋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업무 추진에 대한 재량권을 충분히 제공한다.2
 
존 워커 회장은 회사의 기본 정신이자 자신이 직원들을 대하는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독일 군사 이론에 의하면 군대를 지휘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장군이 하나하나 지시를 내리는 것입니다. 즉 탱크 두 대와 병사 20명을 데리고 이 길을 따라 가서 저 고지를 점령하라고 명하는 방법이죠. 다른 하나는 그냥 ‘가서 고지를 점령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입니다. 후자가 제 방식입니다. 만약 제대로 된 직원을 뽑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준다면, 굳이 회사는 그들에게 시간을 써가며 어떻게 하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 스스로 터득할 겁니다. 적절한 인재를 뽑지 못하고, 게다가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그들이 필요한 자원, 훈련,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관리, 경영 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면 두 번째 방법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맥쿼리의 히트 아이템인 인프라 펀드는 맥쿼리의 기업가적 자율성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예다. 한국 맥쿼리가 인프라 펀드를 국내 시장에 도입한 건 2002년. 당시만 해도 호주 시드니 본사에선 한국 시장에서의 인프라 펀드 성공 가능성에 약간의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 맥쿼리에 갓 입사한 신입 사원이 인프라 펀드를 도입하자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고, 존 워커 회장은 이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대로 된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시드니 본사에 파견해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현재 인프라 펀드는 한국 맥쿼리의 가장 성공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맥쿼리는 지위를 떠나 모든 사람이 기업가적 마인드를 가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또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맥쿼리의 자율성은 사업 개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근무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맥쿼리는 직원들이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춰 보다 효과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출퇴근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을 부여한다. 야근을 결정하는 일 또한 자신의 판단에 맡긴다. 일을 마치는 게 중요하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책상에 앉아있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인재관
맥쿼리는 자신들의 글로벌 사업 성공요인으로 우수인력을 꼽는다. 이는 국내외 유수 대학 졸업장과 같은 학력을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보다 맥쿼리의 경영 철학인 ‘틀 속의 자유(Freedom within the Boundaries)’에 부합하는 인재를 찾는 데 중점을 둔다. (DBR TIP 참조)
 

맥쿼리라는 이름은 호주를 하나의 국가경제로서 정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던 라클란 맥쿼리(Lachlan Macquarie) 총독의 성을 따른 것이다. 맥쿼리 로고에 담긴 ‘구멍 뚫린 동전’의 기원도 맥쿼리 총독의 일화로부터 나온다.
 
맥쿼리 총독은 호주 최초의 은행을 설립하고 1813년 현 맥쿼리그룹의 로고인 ‘홀리 달러’(Holey Dollar, 구멍 뚫린 동전)를 호주 최초의 통화로 도입한 인물이다. 당시 호주에서는 동전의 원료가 되는 금속의 공급 부족으로 통화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한 형편이었다. 라클란 맥쿼리는 기존의 동전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있던 조그만 동전을 또 하나의 화폐 단위로 사용하는 안을 내서 당시의 심각한 통화부족 사태를 극복했다. 이후 호주에서 구멍 뚫린 동전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거나 영감을 주는 상징이 됐다. 맥쿼리그룹의 초기 설립자들은 이렇게 발상의 전환, 창조적 사고를 회사의 기치로 삼고자 회사 이름을 ‘맥쿼리’라고 지었다.
 
맥쿼리의 대표 경영철학은 ‘틀 속의 자유(Freedom within the Boundaries)’다. 이는 회사 내의 엄격한 내부 규정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는 직원들에게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ility)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틀 속의 자유는 직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부주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험성을 최소화해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틀 속의 자유’ 에서 말하는 틀(Boundaries)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섯 가지다. 첫째는 운영 기준(Operational Standards)이며, 둘째는 브랜드 관리(Brand Management), 셋째는 시장 리스크 관리(Market Risk Limits), 넷째는 신용 리스크 관리(Credit Risk Limits), 마지막은 준법성(Compliance)이다.
 
운영 기준은 직원들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고 회사 안팎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범위를 말한다. 즉, 외부적으로 맥쿼리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고 친절하고 정직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범이다.
브랜드는 회사의 이미지이기에 고객과의 신용 관계가 중시되는 금융회사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맥쿼리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여러 나라에 지사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이는 글로벌 대중매체를 통해 문제가 발생한 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진출해 있는 모든 맥쿼리 그룹의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다.
맥쿼리 경영철학 속의 다른 세 가지 틀은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기업가적 시도를 장려하지만 확고한 리스크 관리의 틀 안에서 적용된다는 의미다. 최고경영진들은 시장과 신용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중장기 이슈들에 신중을 기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단기적인 효과를 놓치더라도 장기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여긴다.
 
 
 
존 워커 회장은 맥쿼리가 바라는 인재를 ‘선천적인 능력과 재능(Inherent abilities and skills)’이라는 세 마디로 설명한다. 그는 “맥쿼리는 직원을 채용할 때 GMAT(경영대학원 입학 적성 시험)과 비슷한 시험을 봅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우선적으로 지원자들의 수학적, 언어적 능력을 측정합니다. 하지만 전 과정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판단하려는 것은 지원자들이 실패를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는지, 자기계발을 능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인지 여부입니다. 맥쿼리가 원하는 인재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입니다. 물론 직종에 따라 프레젠테이션 기술이나 수학적 능력이 아주 뛰어나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맥쿼리가 바라는 인재상은 겉으로 습득된 기술보다는, 깊숙하게 녹아있는 잠재력, 재능, 기업가적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입니다”라고 말했다.
 
⑥A-team의 현지 파견
맥쿼리는 해외지사를 설립할 때 회사가 가진 최고의 직원으로 이루어진 ‘A-team’을 보낸다. 기업들이 해외진출 시 항상 최고 우수인력을 보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맥쿼리는 언제나 최고 우수 인력들을 해외 지사에 내보낸다. 글로벌 확장은 맥쿼리의 성장을 위한 최고의 기회인 만큼 최고 직원들을 파견해 최대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해외 지사에 파견할 때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명령’하지 않고 100% ‘자원’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눈 여겨 볼 만하다. 현재 28개국 70여 개 사무실에서 파견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자원을 통해 정해졌다. 물론 존 워커 회장도 자발적으로 한국을 선택해서 왔다.
 
존 워커 회장은 능력이 출중해 꼭 데리고 가고 싶은 직원에게는 그 직원이 해외지사 근무에 관심과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설득했다. 그는 “강요나 회사의 명령에 의해서 파견된 유능한 직원이 열심히 일해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한다면, 자신이 선택해 해외에 온 직원은 자신의 역량을 200%까지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한국 맥쿼리의 성공요인
퍼스트 무버로 기회를 잘 포착하다
맥쿼리는 국내에 인프라 펀드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시장 가능성을 보고 가장 먼저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맥쿼리의 인프라 펀드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지금은 국내 토종 인프라 금융회사들이 속속 진입해 활동하고 있지만 맥쿼리만큼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곳은 많지 않다. 일차적 원인은 MRG 제도의 폐지에 있다. 맥쿼리는 사업 초기 MRG 제도를 등에 업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안전망이 사라진 상황에서 후발 주자들은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물론 MRG 제도 폐지로 리스크 부담이 커지기는 한국 맥쿼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맥쿼리는 10여 년간 한국에서 인프라 펀드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노련하게 사업을 운영,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계속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현대 초경쟁시대에는 가장 먼저 기회를 선점하는 퍼스트 무버(First-mover)가 기회를 독식하게 된다. 세컨드 무버(second-mover)나 신속한 추격자(fast-follower)가 누릴 수 있는 경쟁우위는 급속하게 줄어들게 마련이다.
한국 맥쿼리는 인프라 펀드로 한국 민간자본 SOC(사회간접자본) 부문에서 독보적인 퍼스트 무버 지위를 획득했다. 이후 ELW 시장에도 가장 빨리 진출해 인프라 펀드를 통해 쌓은 인지도와 역량을 앞세워 성공을 거뒀다. 맥쿼리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오랫동안 유심히 한국 금융시장을 관찰했고, 호주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인프라 펀드 운영 노하우를 발휘할 기회를 한국에서 얻자 신속히 실행에 들어갔다.
 
한국 문화에 잘 적응했다
존 워커 회장은 한국 문화 중 ‘빨리빨리’ 문화와 ‘인간관계 중시 문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예전엔 기술적인 준비도, 마음의 준비도, 적절한 분석도 없이 단순히 일을 빨리 해내는 것에 중점을 두어 성공적이지 못했다면, 현재 한국의 빨리빨리 방식은 긍정적 문화로 바뀌었어요. 요즘의 한국 기업들은 예전보다 나은 기술적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기에 지금은 일을 빨리 해냄과 동시에 제대로 해내고 있죠. 이는 분명히 한국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존 워커 회장은 이러한 한국적인 문화가 맥쿼리의 비즈니스 성격과 잘 맞는다고 말한다. 한국 맥쿼리는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2000년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 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고 개발했다. 무언가 하기로 결정하면 바로 해내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야말로 한국의 강점이자 맥쿼리가 바라는 문화라는 것이다.
 
 
존 워커 회장은 한국 사업 초기 한 기업과의 경험을 소개했다. 한 번은 맥쿼리가 어느 사업의 인수합병(M&A) 자문으로 고용됐지만 당시 주 은행과 이해 대립이 생겨 사업이 무산됐다. 맥쿼리는 계약상의 이유로 문제를 삼을 수도 있었지만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그 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발 물러나 갈등상황을 해결했다. 이를 고맙게 여긴 그 기업은 비록 사업은 무산됐지만 맥쿼리에 자문비용을 지급했다. 존 워커 회장은 이 경험을 통해 한국에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존 워커 회장이 한국에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현지인의 채용과 그들의 현지 문화, 관행에 대한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자세에 있다. 현재 한국 맥쿼리그룹의 한국인 채용 비율은 95%를 넘는다.
 
존 워커 회장은 맥쿼리의 현지화 전략을 ‘글로벌 접근에 기반을 둔 현지화(Localization with a Global Approach)’라고 정의했다. 우선 여기서 현지화(Localization)란 한국인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한국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한국 정부 및 기업과 네트워크를 생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이해하고 한국 사회와 문화에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맥쿼리가 지향하는 한국 내 비즈니스는 인프라 펀드처럼 장기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한국의 정책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국제 경쟁력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접근(Global Approach)은 맥쿼리그룹이 지닌 글로벌 전문지식, 전세계 네트워크 망, 견고한 리스크 관리 테크닉, 수평적 기업문화와 같이 맥쿼리가 가진 지식과 문화를 포함한다. 모든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할 때 현지화 정책을 추진하자고 입버릇처럼 외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대로 현지화를 이룬 곳은 많지 않다. 존 워커 회장은 “우리는 한국에 진출할 당시 미리 정해놓은 공식에 한국 시장을 대입해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들어와 모든 것을 새로 하나하나 배우며 적응해 나갔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지화 리더십
존 워커 회장은 호주 고위 공직자로서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 주 교통국 이사관을 역임하고 경제부 구조 담당 호주 연방정부 차관직 등을 역임했다. 교통부 쪽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통해 인프라 펀드 분야에 자연스럽게 연결돼 뱅커스 트러스트(Bankers Trust) 국제관계매니저(International Relation Manager)로서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1999년 맥쿼리가 뱅커스 트러스트를 인수하면서 맥쿼리 그룹에 합류했다. 당시 호주 금융시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맥쿼리 그룹은 해외시장에 진출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던 중 존 워커 회장이 한국으로의 해외 근무를 자원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한 존 워커 회장은 한국 요리도 배우고 동화책도 쓰며 한국 사회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세미나와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중요한 인구 추세인 노령화와 다문화에 관한 자리에 참석해 연설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이런 사회변동의 흐름을 읽어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신사업을 개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적극적으로 한국을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본보기 역할을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방적인 조직 문화와 의사소통
맥쿼리의 경영 철학 ‘틀 속의 자유’는 큰 틀에서 지킬 것은 지키되 그 안에서는 자율적이고 개방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영철학은 사무실 구조처럼 구체적인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맥쿼리 그룹은 호주 본사부터 한국 지사까지 대부분의 임원들도 개인 사무실과 같은 단독공간이 아니라 개방된 공간에서 동일한 책상에 앉아 근무한다. 몇몇 소수의 인원이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금융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보 보안 및 준법성 때문이다.
 
광고회사인 오길비 앤 매더의 데이비드 오길비는 “부하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들이는 것은 부하를 위축되고 주눅들게 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임원과 직원 간에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기업에서 활발히 이뤄지긴 어렵다. 개방된 공간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은 의사소통을 증진하려는 맥쿼리의 노력이다.
 
맥쿼리는 권위, 위계 중심의 조직 분위기에서는 직원들이 빠른 판단력을 키울 수 없다고 본다. 존 워커 회장 역시 모든 직원이 필요 시에 언제든지 자신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맥쿼리처럼 기업가정신과 혁신, 창의성,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지식의 접근과 교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공간 구조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Allen과 Henn은 그들의 저서 ‘성공하는 기업조직과 사무공간’에서 공간은 단순한 미적, 물리적 대상을 넘어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대상이라고 정의한다. 공간사용은 혁신의 일부분이자 하나의 과정이다. 만약 상사가 별도로 구분된 자신의 방 안에서 모든 일 처리를 하고 직원과의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에는 방으로 호출해 지시를 내리거나 정보교환을 한다면 의사소통은 상사에서 부하직원으로의 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하지만 맥쿼리에서는 임원과 부하직원이 바로 옆자리에서 나란히 근무하기 때문에 서로 공유하는 정보의 범위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또한 직원들은 임원의 행동 하나하나를 실시간으로 관찰함으로써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맥쿼리의 인사 담당 상무는 “최근 칸막이를 없애고 좀 더 개방된 사무실 공간 구조를 지향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동기를 보면 비용절감이 많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는 절대로 겉으로 주장하는 새로운 문화 창출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홍준희(석사 과정)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 사례는 산학협동재단과 SK텔레콤 미래경영연구원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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