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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Innovation - 미국 패서디나

지역 부자들의 문화 기부, 장미의 도시를 꽃피우다

김민주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한국 최고의 마케팅 사례 연구 전문가로 꼽히는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전 세계 도시의 혁신 사례를 분석한 ‘City Innovation’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와 거센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도시를 운영한 사례는 행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전략과 조직 운영, 리더십 등과 관련해 좋은 교훈을 줍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최근 대도시의 파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도시는 주위의 중소도시들과 연대해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 즉 대도시권을 형성하며 힘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메가시티리전(Megacity-region)’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도시 외곽 근교도시의 고민은 깊어진다. 거점도시와 유기적인 연계를 통한 성장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자칫 대도시의 블랙홀 파워에 눌려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마저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이 같은 주변부 도시로 지역의 부와 자원이 빨려나가는 ‘빨대효과(straw effect)’를 극복하고 대도시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성장하고 있는 주변 도시는 없을까. 미국 서부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 근교 중소도시인 패서디나(Pasadena)에서 해법을 배워볼 필요가 있다.
 
동부 부자들의 겨울 휴양지로 출발
LA 북동쪽의 패서디나는 인구 14만여 명의 중소도시다. 이 도시는 행정적으로 LA시에 포함되지 않고, LA 카운티(county)에 속해 있다. 카운티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군에 해당되는데, LA 카운티 안에는 LA를 포함해 80여 개 도시가 있다. 패서디나라는 말은 인디언 치페와족의 언어로 ‘계곡의 정상’이라는 뜻이다. 한때는 감귤을 많이 생산했다.
 
패서디나는 LA와 가깝지만 나름대로의 독특한 콘셉트를 오랫동안 잘 유지하고 있다. 부유하고 고풍스럽고 여유로우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남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부촌이었다. 패서디나는 동부 부자들의 겨울 별장 지역으로 시작했다. 미국 동부와 서부를 잇는 철도가 여럿 부설됐는데 1887년에는 시카고와 LA 간에 샌타페이 철도가 개통됐다. 철로가 놓이자 동부 해안의 부유한 사람들이 남부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태양 아래에서 겨울을 보내려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샌게이브리얼마운틴의 산마루에 있는 패서디나가 동부 부자들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았다. 그 후 LA 다운타운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출근하기에 좋고 경관도 좋은 패서디나로 옮겨 오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로 일컬어지는 ‘패서디나 프리웨이(Pasadena Freeway)’도 부유층 이주민의 수요를 고려해 개발됐다.
 
문화예술 도시로 부상
부자들이 모이면 그에 걸맞은 문화도 형성되는 법이다. 패서디나에는 태양을 사랑하는 예술가와 보헤미안들이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화려한 문화 도시로 성장하게 됐다. 이곳은 특히 미국 부자들의 기부 문화가 지역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패서디나가 문화예술 도시라는 사실은 노턴 사이먼 미술관과 헌팅턴 단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곳은 LA의 폴게티 센터와 LA예술박물관(LA County Museum of Art)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예술 공간으로 꼽힌다. 노턴 사이먼은 유태인 대부호로 노턴 사이먼 미술관(Norton Simon Museum)을 1969년에 건립해 평생 수집해온 전 세계의 걸작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르네상스에서 20세기 유럽의 회화, 판화, 조각, 태피스트리가 많이 전시돼 있다. 로댕의 청동 조각품인 ‘칼레의 시민들’을 비롯해 인상파 화가 드가, 렘브란트, 피카소, 프란치스코 부르바란 같은 유럽 화가의 작품은 물론이고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미술품과 불상도 많다. 퍼시픽아시아미술관은 기와집 같은 동양적 외관이 인상적인 곳이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동남아시아, 인도, 히말라야 지역, 태평양의 여러 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작품, 공예품, 민속품, 골동품, 서민용품과 같은 다채로운 전시품이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패서디나 문화예술 인프라의 압권은 헌팅턴 단지다. 철도 재벌인 헨리 헌팅턴은 1909∼1911년 보자르 건축양식으로 대저택을 지었다. 63세였던 1913년에 삼촌의 미망인인 애러벨라와 결혼한 헌팅턴은 1919년에 비영리 연구단체 설립을 위해 부부 소유의 저택과 정원을 내놓았다. 이 대저택에는 영미문학과 미국역사 관련 희귀본 문서가 소장돼 있는 헌팅턴 도서관과 18, 19세기 영국, 프랑스 예술작품이 전시되는 헌팅턴 아트갤러리, 미국 예술품 중심의 버지니아 스틸 스코트 갤러리, 르네상스 예술품 중심의 애러벨라 D. 헌팅턴 추모 컬렉션이 들어서 있다. 특히 1904년에 헨리 헌팅턴이 조경 전문가 윌리엄 허트릭을 고용해 조성한 헌팅턴 식물원에는 장미가 만발한 로즈 가든, 선인장 콘셉트의 데저트 가든, 커밀리어 가든, 셰익스피어 가든을 비롯해 15개의 테마 식물원이 있다. 207에이커에 1만4000여 종의 식물이 이곳 식물원에 서식하고 있다.
 

갬블하우스(The Gamble House)는 글로벌 생활용품 브랜드인 프록터앤드갬블(P&G)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의 아들인 데이비드 베리 갬블을 위해 건립된 건물이다. 찰스와 헨리 그린 형제가 설계해 1908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일본 건축의 영향을 받아 단순미와 장인 솜씨가 돋보이는 걸작 목조 주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주택은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발명왕 브라운 박사의 1950년대 주택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장미 도시로 명성
패서디나는 장미의 도시로도 명성이 높다. 헌팅
턴 식물원의 로즈 가든에는 2000종 이상의 장미 품종이 재배돼 천년이 넘는 장미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패서디나 밸리 헌트 클럽은 1890년 패서디나에서는 겨울에 장미가 핀다는 사실을 미국 전역에 알리기 위해 로즈 퍼레이드(Rose Parade) 토너먼트를 열었다. 매년 1월 1일 새해맞이 장미 화환으로 뒤덮인 꽃마차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은 얼음과 흰눈에 지친 북반구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봄과 여름의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행사 기간에는 가장 멋진 꽃차, 가장 재미있는 꽃차 등 25가지 테마로 나누어 각각 트로피를 수여한다. 2010년 1월 1일 121회째 로즈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장미는 이 지역의 상징물이 됐다. 경기장에도 장미 이름이 들어간다. 1922년 미국 중서부와 서부 해안지역 대학 간의 풋볼 경기인 로즈볼(Rose Bowl) 미식축구 결승전 게임을 위해 건립된 스타디움 이름이 바로 로즈볼 스타디움이다. 10만 명 이상이 관람할 수 있는 이 경기장에서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게임, 1984년 하계 올림픽 축구경기, 1994년 월드컵 챔피언십 등의 경기가 열렸다. 미국 최고 전통의 대학 미식축구 대회인 로즈볼 게임이 열리기 전에 로즈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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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주

    김민주mjkim8966@hanmail.net

    - (현)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 이마스 대표 운영자
    - 한국은행, SK그룹 근무
    - 건국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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