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Case Study

소비자 자신도 모르는 숨겨진 욕구를 찾아라

정임수,문권모 | 3호 (2008년 2월 Issue 2)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고객들의 숨겨진 욕구를 찾기 위한 ‘소비자 인사이트(consumer insight) 경영’이 국내 기업의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들은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이나 인류학 전공자를 채용하는 한편 대대적 조직개편과 독자적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기존 설문조사 방식으로는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첨단 기법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인사이트 경영의 선구자인 P&G와 ‘인간 중심 탐구’를 통해 신성장 엔진을 찾는 SK텔레콤,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LG전자를 심층 분석했다.
 
P&G >>
소비자는 상사다(Consumer is Boss).P&G 직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이 말은 고객에 대한 P&G의 철학과 경영 이념을 여실히 보여준다. 많은 직장인들은 상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또 그의 관심분야와 취미, 심지어 그가 누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는지도 분석한다.
 
P&G는 소비자를 대할 때에도 이와 같은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는 P&G가 브랜드를 개발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중심에 있으며, 브랜드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촉 유지(Staying in-touch)
P&G
는 소비자가 ‘진심으로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기 위해 ‘접촉 유지(Staying in-touch)’라고 부르는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와의 접촉을 항상 유지한다는 의미다.
 
P&G의 전 임직원들은 부서별로 분기별 또는 매달 주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실제 생활양식과 구매 패턴을 몸소 체험해야 한다. 소비자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기 위해서다.
 
이들은 소비자 가정을 방문해 며칠 동안 함께 거주하거나 할인점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지 관찰한다. 특정 소비자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쇼핑 행동 양식을 파악하기도 한다.
 
고위 경영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수전아놀드 P&G 부회장은 몇 해 전 평범한 고객의 2주일 생활비 예산을 파악한 뒤 똑같은 돈만 가지고 2주일을 살아보는 체험을 했다. 그는 샴푸와 린스 살 돈을 아끼기 위해 자동차 기름을 반만 채우고 다녔으며, 무료 주차장만 찾아 다녔다. 또 치약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보기도 했다. 연 매출 765억 달러의 거대 기업 부회장이 이런 ‘구두쇠 생활’을 직접 체험하면서 소비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는 이런 현장 체험을 통해 제품 개발이나 판매 과정에서 찾아내지 못한 소비자 불편이나 요구사항(needs) 등을 알아낼 수 있었다.
 
2003년부터 글로벌 생활용품 제조업체들은 잇따라 1리터짜리 대용량 샴푸를 리필용으로 내놨다. P&G도 대용량 제품을 리필용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 집을 방문해 관찰해 보니 소비자들은 리필용 제품을 본 제품의 플라스틱 샴푸용기에 따르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었다. 리필용 제품의 부피가 크다보니 사용하면서 자주 떨어뜨리기도 하고, 큰 리필용 용기를 거꾸로 뒤집어서 짜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P&G는 2006년 대용량 리필제품에도 500mL 리필제품과 마찬가지로 펌프식 마개를 적용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면서 매출을 크게 올렸다.
 
각국의 문화 접목
P&G는 다양한 국가의 문화 특성에 따른 소비자 인사이트를 발견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흔히 글로벌 브랜드라고 하면 동일한 제품이 모든 국가에서 판매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P&G는 각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거주 지역과 문화적 영향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판단했다.
 
이를 반영해 중국에서 크레스트(Crest) 치약을 판매할 때 동양적 요소들을 가미, 약초 성분과 소금을 첨가한 제품을 개발했다. 중동에서는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라마단을 기념하기 위해 타이드(Tide) 세제로 옷을 무료로 세탁해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라마단 기간동안 이슬람교도들이 주로 흰색 옷을 입는 관행을 보고 착안한 캠페인이었다. P&G는 이 캠페인을 통해 타이드가 이슬람 사회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 2004년 이집트에서는 이벤트 효과로 타이드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SK텔레콤 >>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2006년 8월 주요 임원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 있는 IDEO사를 방문했다. IDEO는 1987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세계 최초의 인체공학적 컴퓨터 마우스를 만든 미국 최고의 디자인 회사. 김 사장은 여기서 ‘인간 중심의 디자인 접근’이란 개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같은 해 12월 SK텔레콤은 ‘휴먼 센터드 이노베이션(Human Centered Inno-vation·HCI·인간 중심의 혁신)’이란 낯선 조직을 만들었다. HCI의 역할은 말 그대로 인간을 연구하는 것. 강석훈 HCI 팀장은 “고객 그 자체와 그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라며 “고객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욕구를 찾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향합니다’란 SK텔레콤의 광고 카피에도 이런 취지가 녹아 있다.
 
게임에서 숨은 욕구 발견
HCI는 산업디자인과 심리학, 경영경제,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 20여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의 전공이 다른 것은 같은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HCI는 게임과 참여관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숨은 욕구를 찾아낸다. 강석훈 팀장은 “고객이 겉으로 말하는 것과 내면의 욕구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고객조차 알지 못하는 욕구를 찾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HCI의 다양한 참여 관찰법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게임을 이용한 인사이트 찾기. 참가자들이 ‘부루마블’과 비슷한 게임을 하는 동안 이들의 숨겨진 내면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한 30대 여성 실험 참가자가 ‘옷을 사러 주로 가는 곳’을 묻는 질문 카드를 집어든다. 그는 혹시나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동대문 시장에서 저렴한 의류를 구입한다”고 답한다. 이때 옆에 있는 친구가 “웬 거짓말이야! 연말연시 때마다 싱가포르에 가서 쇼핑백이 터지게 사오면서…. 요즘엔 싱가포르 가려고 계도 한다며?”라고 웃음보를 터트린다.
 
이때 연구원들은 친구의 말에 귀를 쫑긋하며 메모를 한다.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극단적으로 구매를 많이 하거나 적게 하는 소비자를 따라다니며 구매 행위의 ‘숨겨진 비밀’을 찾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 심리분석으로 ‘기프티콘’ 개발
연구진은 이렇게 모아진 정보(fact)를 일단 ‘의미 있는 유사성’이 있는 것끼리 묶는다. 그리고 욕구 매트릭스나 사용자 여정 지도(User Journey Map), 소비자 유형(typology) 등의 형태로 다시 정리해 ‘사람들의 니즈는 OOO이다’란 결론을 도출해 낸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K텔레콤의 ‘기프티콘(Gifticon)’도 소비자 심리분석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프티콘은 선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전자 상품권을 상대방의 휴대전화로 보내면, 선물을 받은 사람이 스타벅스 커피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휴대전화로 커피나 케이크, 아이스크림 모양의 이모티콘(문자로 이뤄진 그림)을 보내는 것처럼 실제 물건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상품화한 것이다.
 
강석훈 팀장은 “무선인터넷 네이트와 전문직 여성을 위한 상품,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컨버전스 서비스 등 아직 출시되지 않은 다양한 상품 아이디어도 개발 중이며, 앞으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인사이트 경영을 위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왔으며, 최근 소비자 인사이트를 위한 독자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외 마케터 150명이 사상 처음 한 자리에 모여 ‘글로벌 인사이트 마케팅 회의(Global Insight Marketing Conference)’를 열기도 했다.
 
최고경영자(CEO)인 남용 부회장은 “LG전자는 기술과 제조 분야에서 이미 훌륭한 기반을 갖췄다. 마케팅만 차별화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로 진입할 수 있다. 여기서 찾아낸 것이 바로 인사이트 마케팅”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폐쇄회로 TV로 고객관찰
LG
전자에서 고객 인사이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출장을 가서도 가급적 호텔에 머물지 않고 일반 가정에서 민박을 한다. 외국인들의 생활을 직접 지켜보고 관찰하기 위해서다. 또 고객의 생활을 조사하기 위해 가정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기도 했으며 아예 고객 가정에서 장기간 머물며 관찰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생방송의 지나간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는 ‘타임머신TV’와 냉장고 문에 얼음을 만드는 아이스 홈바를 부착한 ‘프렌치 디오스 냉장고’도 모두 이런 노력의 결과다. LG전자는 인류학과 심리학, 사회학, 디자인 전공자들을 채용해 고객들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조직 체계 전면 개편
LG전자는 특히 인사이트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작년 5월 본사에 ‘인사이트마케팅(IM)팀’을 신설했다. 맥킨지 컨설턴트였던 최명화 상무를 IM팀장으로 선임한데 이어 국내외 일용소비재(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분야의 마케터와 컨설팅회사 출신 전문가 11명을 잇달아 팀원으로 영입했다. LG전자는 특히 IM팀 이외의 마케팅 조직에도 한국코카콜라, 피자헛, P&G 등 식품이나 생활용품 업체의 마케팅 담당 임원을 영입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식품 및 생활용품 업종은 기술혁신보다는 마케팅 차별화로 승부를 거는 분야다. LG전자가 향후 철저하게 마케팅으로 차별화 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해외법인에 별도로 지역 본부 단위의 IM팀을 구축했다. 과거 휴대전화, 냉장고, 세탁기 등 제품별로 운영되던 마케팅 조직을 재편해 미주, 유럽, 중앙아시아, CIS, 중국 등 지역 단위로 별도의 IM팀을 꾸린 것. 지역별로 현지 고객의 특성을 파악해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지역 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최명화 IM팀 상무는 “과거 제품별로 마케팅 조직이 운영될 때는 제품군에 따라 마케팅 전략이 달라 해당 지역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역별로 운영되는 IM팀은 시장별로 소비자 인사이트는 물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일관되게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게이트
LG전자는 또 인사이트 경영을 전사(全社)적으로 확산시키고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상품 기획 및 제품 개발, 마케팅 등에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독자적인 프로세스인 ‘인사이트 게이트(Insight Gate)’를 개발했다. 최명화 상무는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 프로세스만 따라하면 누구든지 쉽게 인사이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툴킷(tool kit)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 게이트는 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전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각 단계마다 항목을 정의하고, 이를 통과해야 다음 단계가 진행되게 하는 방식이다. 각 단계는 크게 △시장 동향 파악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 발견 △STP(Segmen -tation, Targeting, Positioning)전략 수립 △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시장 커뮤니케이션 △제품 출시 후 반응 수집 등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비즈니스 기회 발견 단계에서는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한가’, ‘재무적으로 뒷받침이 되는가’ 등의 항목을 거쳐 타당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STP 전략 단계에서는 ‘타깃 시장이 뚜렷한가’, ‘시장은 충분히 큰가’, ‘우리 능력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가’, ‘차별화가 가능한가’ 등의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또 시장 커뮤니케이션 단계에서는 ‘로컬 소비자에 맞는 광고 컨셉트가 세워졌는가’ 등을 따져보게 된다. 인사이트 게이트는 올해 4월부터 전사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LG전자는 특히 인사이트 게이트의 핵심 단계인 ‘STP 전략’을 체계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론도 개발했다. STP 툴에는 △가설 세우는 법 △문제 정의하는 법 △리서치 하는 법 △리서치 분석하는 법 등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한 매장에서 장사가 안 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보통 소비자를 대상으로 ‘왜 이 매장에 가지 않느냐’고 리서치를 하게 된다. 이렇게 조사하면 ‘위치가 나쁘고 브랜드 파워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아주 일반적인 결과가 나오기 십상이다. 이런 식이라면 해결책을 마련하기 힘들다.
 
하지만 STP전략으로 접근하면 전혀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현존하는 데이터와 매장 방문 등을 통해 장사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한 가설을 세운다. 이 가설에는 △판매 직원들이 제품을 잘 몰라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매장의 동선이 불편해 제품을 찾기 힘들어서 △온라인 홍보가 전혀 되지 않아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런 가설을 수립하고 적절한 리서치를 하면 전혀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인사이트 마케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던 LG전자는 올해부터 구체적 실행을 강조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기술에 기반한 제품 대신 소비자 인사이트에 기반한 제품을 사업부별로 3개씩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본사 IM팀은 4월부터 세계 시장을 돌며 해외법인 IM팀을 대상으로 인사이트 게이트, STP전략 툴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LG전자의 이런 시도에 대해 송기홍 모니터그룹 파트너는 “코카콜라와 나이키, P&G 등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공식화된 마케팅 프로세스와 툴을 정교하게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주먹구구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면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LG전자가 마케팅 프로세스를 개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이런 체계화된 프로세스를 너무 관료적이거나 제도적으로만 운영한다면 의사결정이 지연 되거나 혁신적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DBR TIP] 기쁨의 본질 찾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에 가기도
 
문권모 기자

2008
년 2월 어느 날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남성용 주간 무가지 최근호를 집어 든 사람은 의외로 20대 여성이다.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 광화문의 한 사무실. A과장(33·여)의 책상에도 남성용 무가지가 놓여 있다.
 
이 잡지는 분명 ‘25∼34세 남성 직장인이 타깃’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 내용도 젊은 남성들이 궁금해 하는 직장생활의 팁과 연애, 패션 등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독자 중 상당수가 여성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사실을 사업 확장에 활용할 방법이 있을까?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와 자극 포인트
‘소비자 인사이트(consumer insight)’란 개념은 2000년 전후로 국내에 소개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조명을 받게 된 것은 불과 1∼2년 전. 이는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 시기와 일치한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에 따르면 소비자 인사이트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와 행동의 자극 포인트’를 말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내부 메커니즘이자, 소비자가 특정한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다. 소비자는 자신의 이런 욕구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때때로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스스로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인사이트 마케팅은 이런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발견해 상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이다.
 
소비자 인사이트는 설문이나 통계 등 계량적 조사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남성용 무가지의 경우 젊은 남성을 타깃 독자로 했으므로, 대부분의 시장조사도 해당 연령대의 남성을 대상으로 했을 것이다. 이 경우 여성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의도하지 않은 고객’인 여성의 존재를 알아낼 길이 없다. 따라서 여성 대상의 광고나, 이벤트, 기사 등의 사업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
 
소비자 인사이트가 중요한 이유는 품질과 기술이 평준화된 시장에서 궁극적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최명화 LG전자 인사이트마케팅팀 상무는 “이제 기술로 차별화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술혁신으로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었고, 앞서갈 수 있었지만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이런 전략이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다.
 
문화인류학적 관찰조사법이 대표적
소비자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연구방법은 문화인류학적 관찰조사법(ethnographic research·자연적 관찰법)이다. 관찰조사법은 원시부족 등 특정 집단과 함께 생활하며 인간의 본질과 문화 패턴을 연구하는 데 자주 사용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문화인류학적 관찰조사법이 뿌리 내린지 오래다. 인텔의 무선 전송 기술인 센트리노는 인류학자들이 알래스카 어부들을 관찰한 연구에서 힌트를 얻었다. 학자들은 어부들이 매일 잡은 물고기의 숫자를 낚시 및 사냥 관리국에 보고하는 것을 보고 좀 더 편리한 보고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무선 데이터 전송 기술을 생각해냈다. 이러한 관찰조사법은 소비자가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하거나, 아예 그런 것의 존재를 모르는 ‘잠재된 니즈(needs)’를 뽑아내는 데 유용하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포인트. 소비자의 가정을 방문해 사용 환경을 관찰하거나(home visit), 대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행동을 기록하거나(shadowing), 쇼핑하는 과정을 관찰하기도(shop-along) 한다.
 
인터뷰도 유용한 방법 중 하나다. 사람들은 편안한 마음과 자세로 대답할 때 진정한 니즈를 표출하기 때문에 인터뷰는 소비자의 집이나 평소 자주 방문하는 공간 등 소비자가 익숙한 환경에서 진행해야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에게 사진 및 동영상으로 일기를 쓰게 하거나, 부부가 서로를 관찰하게 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기쁨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 부족과 함께 생활하거나, ‘쾌감의 요소’를 찾기 위해 스카이다이버들과 1년 동안 같이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들은 체계적으로 소비자 인사이트를 찾아내기 위해 모듈화된 조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최후에 웃는 기업은 물건을 잘 만드는 기업도, 싸게 만드는 기업도 아닙니다. 고객을 잘 이해하고 고객이 상상조차 못한 가치를 주는 기업이 최후까지 생존합니다. 선도적 기업들은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찾는인사이트(insight) 경영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21세기 초경쟁 시대의 경영 화두인창조경영도 고객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이 창조경영 공동기획 두 번째 주제로인사인트 경영을 선정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사이트 경영 솔루션과 케이스 스터디, 구체적인 소비자 조사 방법론의 허와 실, 최신 이론 동향 등을 만나보십시오.

김진우·김영찬·박헌준·박흥수·신동엽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나다순)
김남국
·문권모·하정민·정임수 기자 dbr@donga.com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