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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경영 최신 이론

고객은 혁신의 원천, 그들의 통찰력을 빌려라

김남국 | 3호 (2008년 2월 Issue 2)
고객으로부터 얻은 통찰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인사이트(insight) 경영’이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우위를 가져다주는 핵심 방법론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많은 업계 전문가와 경영학 연구자들은 혁신의 가장 중요한 원천 가운데 하나로 고객을 지목하고 있다. 또 고객이 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조차 모르는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사이트 경영과 관련한 최신 연구 성과와 방법론을 간추린다.
 
인사이트 경영 솔루션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에 주로 제품을 공급해온 한 가전업체는 매출 부진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업체는 설문조사 등을 실시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이 회사는 판매 데이터와 온라인 고객 조사 결과를 동시에 분석하다가 할인점 고객의 대부분은 스포츠를 보기 위해 TV를 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토대로 이 회사는 매장을 스포츠 콘텐츠로 꾸몄고 스포츠팬을 위한 마케팅도 벌였다. 물론 매출 부진도 말끔히 극복했다.
 
이처럼 넘쳐나는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업 성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하버드대 스테판 톰키(Stefan Thomke)교수와 맥킨지의 존 포사이스(John E. Forsyth) 컨설턴트 등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 맥킨지 쿼털리 기고문을 통해 제시한 실용 솔루션을 소개한다.
 
판매 현장 데이터를 활용하라 기업들이 많은 돈을 들여 고객 대상의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보다 때로는 현장 데이터가 더 유용한 경우가 많다. 구매 시점의 데이터가 고객들의 소비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테스코는 고객 카드 소유자의 판매 성향을 분석한 결과, 젊은 주부들이 유아용품을 잘 구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인을 찾아보니 젊은 주부들은 약국에서 판매되는 유아용품을 더 신뢰하고 있었다. 테스코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 별도의 유아용품 매장을 마련하고 전문가를 배치했으며 쿠폰을 발행, 관련 사업의 매출액을 크게 확대할 수 있었다.
 
또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는 지역 인구 분포 정보와 현장 판매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 지역별로 제품 판매량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베스트바이는 남성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사는 지역에는 고가 홈시어터 제품을 집중 배치하면서 할부금융 프로그램과 당일 배송 같은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주부 고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매장을 예쁘게 꾸미고 쇼핑 도우미를 고용하는 한편 아동용품을 집중 판매했다. 그 결과 베스트바이의 매출은 7%나 증가했다.
 
양적 분석에 질적 분석을 더하라 고객 행태에 대한 수치나 데이터가 많은 것을 보여주긴 하지만 자칫 현상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 현장에 가서 고객을 만나 직접 인터뷰하거나 소비자 행태를 관찰하는 형태의 ‘질적 분석(qualitative analysis)’을 데이터 분석에 가미해야 더 좋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유럽의 한 배터리 회사는 이익률이 높은 고급 전자제품 전용 배터리가 판매점에서 잘 팔린다는 데이터를 입수했다. 이 업체는 고급 전자제품 사용자가 많다고 생각했고 이들을 위해 전용 판매대를 따로 설치하기로 했다. 고급 배터리를 사용하면 값비싼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현란한 홍보 문구도 판매대에 써놓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오히려 판매량은 줄어들었다. 뒤늦게 이 회사는 매장에 나가 소비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관찰을 했다. 이런 질적 분석을 해 본 결과, 고객들은 고급 전자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가 배터리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객들은 비싸니까 배터리 수명이 더 길 것으로 기대하고 물건을 산 것이었다. 별 생각 없이 이 회사 배터리를 고르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결국 이 회사는 전용 판매대를 철수시켰고 그냥 이전처럼 판매했다. 그랬더니 판매량은 20%나 뛰어올랐다.
 
파트너와 협력하라 협력업체와 함께 고객 통찰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다보면 의외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알루미늄업체 알코아(Alcoa)는 한 납품업체로부터 고객들이 음료수를 냉장고에서 꺼낼 때 상당히 불편하다는 정보를 전해 들었다. 이를 토대로 알코아는 냉장고에서 꺼내기 쉬운 코카콜라 알루미늄 팩키지를 개발했다. 이로 인해 코카콜라에 판매하는 알루미늄캔 매출이 10%나 늘어났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방대한 실시간 판매 정보를 주요 제품 공급업체들과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내부 조직원들과 협력하라 고객에 대한 조사나 각종 데이터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의 다양한 부서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한 타이어 회사는 판매 조직의 데이터와 마케팅 부서의 고객 행동에 대한 조사 데이터, 시장 조사기관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또 판매 마케팅 브랜드관리 생산 등 다양한 분야 담당자로 구성된 팀에서 이 인사이트에 대해 토론하고 적용 방안을 논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이 회사는 가격을 높이면서도 고객들의 저항을 받지 않았다.
 
고객을 혁신가로 만들어라 고객을 기업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시켜 혁신적 제품 생산을 유도할 수도 있다. 특히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해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됐기 때문에 고객을 혁신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일은 더욱 쉬워졌다.
 
대형 식품업체에 향기 재료(flavor)를 판매하는 IFF라는 회사는 보통 고객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시제품을 개발한 뒤 고객에게 배송해 반응을 듣고 다시 제품을 수정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납품을 했다. 이미 개발된 향기 재료를 판매하면 원가가 1000달러밖에 안 들지만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쳐 새 제품을 개발하면 원가가 30만 달러까지 치솟는다. 고민 끝에 IFF경영진은 고객들에게 향기 데이터베이스(DB)를 무료로 제공하고 배포했다. 고객들이이 DB를 기반으로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샘플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IFF는 고객만족도도 높이고 원가도 크게 줄였다.
 
고객 중심 경영과 성과
고객들이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오래 전에 입증됐다. 에릭 폰 히펠 매사추세츠공과대(MIT)교수 연구팀은 ‘선도 고객(lead user)’이 기업 내부의 전문가집단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혁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선도 고객 집단이 낸 아이디어와 기업의 연구개발 부서가 낸 아이디어를 토대로 제품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인지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기업 내부 연구 개발자들이 낸 아이디어보다 선도 고객들이 낸 아이디어가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업에서 자체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앞서가는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잘 수용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또 뉴질랜드 매세이(Massey)대학 연구진은 18개 기업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기업 프로세스, 인사관리, 전략기획 등 주요 기업 활동이 얼마나 고객 중심적인지를 평가해 실적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통계 분석 결과, 고객 중심 경영을 한 기업들의 성과는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미시간대 클라스 포넬 교수도 2006년 국가고객만족도지수(ACSI)가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주가 상승률이 미국 대표 지수 중 하나인 S&P500의 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ACSI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들만 편입한 포트폴리오는 2001년부터 2006년 초까지 무려 144.5%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중 S&P500지수 상승률은 38.7%에 불과했다. 고객만족도가 높다는 것은 고객 가치를 잘 파악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사이트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의 성과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더 좋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인사이트 경영에 대한 오해
많은 기업들이 고객들로부터 통찰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잘못된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 연구가 데이비드 스터퍼는 인사이트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오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다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포커스 그룹 인터뷰 등을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 방법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통상 조사를 하면 고객들은 ‘기존 제품보다 싼 값에 더 많은 기능’ 정도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진정한 ‘인사이트 경영’은 고객조차 모르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고객들이 원한다는 것을 고객 스스로 알기 이전에 해당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들이 먼저 이런 가치를 제공하면 고객들은 깜짝 놀라며 열광적인 팬이 된다.
 
스페인 의류 업체인 인디텍스는 매일 젊은 패션 리더들을 관찰하며 돌아다니는 패션 컨설턴트를 고용해 고객들이 미래에 원하게 될 가치를 찾도록 했다. 밖을 돌아다니며 통찰을 얻은 이 컨설턴트는 회사 내부의 디자이너와 생산 담당자에게 아이디어를 전해줬다. 이를 토대로 인디텍스는 4주마다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패션 리더가 됐다.
 
고객들의 불만을 잘 처리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문이 늦다거나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고객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인사이트 경영에 성공하려면 고객들이 표현하지 않는 기저에 깔려있는 불만을 찾아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케팅 부서 위상만 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직원 전체가 고객 중심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병원에서 주차 관리 요원은 핵심 서비스와 관련 없어 보일지 몰라도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몸이 불편한 환자가 많이 찾는 병원의 특성을 감안하면 핵심 요원인 셈이다. 이들이 고객들의 불편 사항을 관찰해 시정하면 고객 만족도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인사이트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새 고객을 유치하거나 자사 제품을 추천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이 제품 가격을 높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는 돼야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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