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넘치면 ‘검은거품’ 될수도

3호 (2008년 2월 Issue 2)

 
다이애나 패럴, 수잔 룬드
 
서구 국가의 정부 당국자들은 아랍 투자자들이 서구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에 대해 우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오일달러 비축분은 그동안 세계 경제에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금융자산 가치를 부양하는 역할을 해 왔다. 유가급등에 따른 오일달러 증가는 앞으로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국제 유가(油價)가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산유국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유가는 2002년 이후 3배 이상 올랐다. 덕분에 산유국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제의 큰 변화를 주도하는 중요한 존재로 부상했다. 고유가는 석유 수출국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줬으며, 덕분에 산유국들은 2006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자금원으로 부상했다.
 
‘오일달러 투자자’들의 영향력은 적어도 앞으로 5년 동안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맥킨지는 MGI(McKinsey Global Institute)의 글로벌 에너지 수요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유가의 흐름과 오일달러 자산의 방향성을 추정해 봤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일 때 2012년까지 ‘오일달러 국가’들의 연간 순자본 유출(net capital outflows)은 매년 37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수치는 매일 1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자금이 글로벌 금융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배럴당 유가 70달러 선에서는 연간 순자본 유출 규모가 이보다 훨씬 커서 2012년까지 연간 6280억 달러에 이르고, 매일 20억 달러 가까운 신규 오일 머니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라 할 수 있는 배럴당 30달러에서도 오일달러가 보유하는 해외 자산은 연간 6%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 2012년에는 4조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산유국들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투입하게 될 자금 규모 역시 약 147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1990년대 전체 오일달러 흑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누가 오일달러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
맥킨지 추정치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석유 수출국의 투자자들은 3조4000억∼3조8000억 달러 규모의 해외 금융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 자산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외에 투자된다.
 
석유 수출국의 중앙은행 오일달러의 일부는 석유 수출국의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수지 등락에 대응해 통화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자산에 투자한다. 중앙은행들의 주된 투자 목적은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안정성 확보다. 따라서 이들은 현금이나 장기 정부채권(현재 대개는 미국 재무성 채권) 등의 형태로 외국 자산을 보유한다. 현재 석유 수출국 중앙은행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이 가장 많은 자금(2006년 현재 약 2500억 달러)을 보유하고 있다.
 
국부 펀드 대부분의 석유 수출국들은 석유수출로부터 나오는 흑자를 글로벌 금융 자산에 투자하고자 국영 투자 펀드(국부 펀드)를 설립했다. 이들 펀드는 주식과 고정 수익률(fixed income) 상품, 부동산, 은행 예금, 헤지 펀드 및 사모 펀드의 대안투자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국부 펀드가 외국 기업의 다수 지분을 획득하는 경우는 드물다. 석유 수출국 최대의 국부 펀드는 아부다비 투자청(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AIDA)으로 자산 규모가 8750억 달러에 이른다.
 
정부 소유 소규모 펀드 운용사 석유 수출국들은 자신들의 돈을 두바이 국제 캐피털(Dubai International Capital·DIC)과 같은 정부 소유의 소규모 펀드 운용사에도 맡긴다. 이런 펀드들은 국부 펀드들의 포트폴리오 접근 방식과는 달리 국내외 기업 자산에 직접 투자한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혹은 다른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고 관리, 운용하는 사모 펀드에 가깝다.
 
개인 자산가 노르웨이를 제외한 대부분 석유 수출국에서는 민간 부분의 부(富)가 소수의 ‘슈퍼 부자들’에게 집중돼 있다. 이 개인 투자자들은 영국과 스위스 및 세계의 다른 금융 허브 소재의 금융 중개기관들을 통해 부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투자한다. 이들은 주식 및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대안투자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MGI의 추정치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자산의 40%를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국영기업 중동 석유 수출국의 일부 국영기업들은 정부의 직간접 자금조달을 받아 이를 다시 해외 기업에 투자한다. 이것은 중동 국가들의 국내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우디 국영 석유화학회사(Saudi Basic Industries)가 GE의 플라스틱 사업부를 116억 달러에 인수했는가 하면, 두바이 포트 월드(DP World)는 영국 여객선 대기업인 P&O를 82억 달러에 인수했다. 2005년과 2006년 2년 동안만 해도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GCC) 회원국의 국영 기업이 국제 M&A에 투입한 자금이 700억 달러에 달했다.
 
민간기업 마지막으로 석유 수출국의 민간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민간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익 잉여금과 자본 증가분을 이용, 해외 투자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쿠웨이트의 MTC(Mobile Tele-communications Company)와 이집트의 오라스콤(Orascom) 등이 대표적 기업들이다. 맥킨지는 국영기업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오일머니의 부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는 이들 민간 기업들이 인수한 해외 기업의 가치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오일 머니로 인한 유동성 공급과 자산 거품 가능성
2002년 이후 유가는 거의 3배가 올랐으며, 자연스럽게 석유 수출국 투자자들의 투자 규모도 커졌다. 오일 머니의 대부분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다시 공급돼 글로벌 금융 시장의 유동성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고정 수익 상품(fixed income) 시장에서는 유동성 확대로 인해 금리가 상당 폭 떨어졌다. 외국인들의 미국 채권 순매입으로 미국 장기채권 금리는 약 1.3% 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파급효과는 아직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국 금리에 미치는 것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케이만 제도, 룩셈부르크, 스위스, 영국 등 금융 허브로부터의 자본 흐름이 가져다주는 파급효과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다.
 
오일달러는 또한 글로벌 주식 시장의 유동성도 증가시켰다. 매년 주식 시장에 2000억 달러의 오일 머니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02년 이후 누적 유입액은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인 약 2조 달러에 해당한다.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이런 새로운 유동성이 자산 가격에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해 거품(bubble)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MGI의 분석 결과를 보면, 주식 시장에서는 이렇게 우려할 근거가 많지 않다. 2000년 이후 시가총액이 급격히 증가하기는 했으나 최근의 주식시장 호황은 기업의 수익성 개선 및 (종종 차입금을 이용한) 자사주 매입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선진국의 부동산 가치는 2000년 이후 30조 달러가 증가, 2005년에는 70조 달러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GDP의 성장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것은 오일머니 투자자들의 글로벌 부동산 선호 경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저금리와 낮은 리스크 스프레드(risk spread)로 인해 주택담보 가계자금 대출(home-equity loan) 및 대규모 모기지(mortgage)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오일머니로 인해 여러 형태의 글로벌 레버리지가 가능하게 됐다. 저금리와 낮은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로 인해 헤지 펀드들이 등장하게 됐으며, 현재는 잠시 소강상태이기는 하지만 사모 펀드 붐이 조성됐다. 저금리와 낮은 스프레드가 영국, 미국 및 기타 국가들의 소비자 신용 부문에서 상당한 유동성을 창출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위험선호 투자가 재평가될 경우 글로벌 신용 거품이 붕괴되어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고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지난해 중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문제가 신용 리스크 및 신용 경색을 촉발했다. 따라서 오일머니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상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고조되는 우려
앞서 지적한 대로 오일달러는 세계 금융시장에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석유 수출국 투자자들의 부상은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그 첫 번째는 거대 규모의 오일달러 국부펀드가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 선호도를 보이게 되면, 글로벌 자본 시장이 더욱 불안정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 국부펀드들은 투명성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렇지만 MGI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오일달러 국부펀드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여러 가지 다양한 자산 및 지역에 넓게 분포돼 있다. 또 실제 투자행위도 다양한 중개기관 및 투자자들에게 맡겨진다. 이런 투자 다각화는 국부펀드들이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을 그만큼 줄여주게 된다. 또 오일머니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금 흐름이 시장에 미칠 수 있는 광범위한 파급효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 및 중개 기관들을 활용해 오고 있다.
 
두 번째 우려는 유럽과 미국의 금융시장 규제 당국이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으로, 국부펀드들이 금융 부문의 영향력을 이용해 정치적 혹은 비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 시장에서 대규모 정부 투자기관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이는 실물 경제에서 국가 소유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게다가 이들 정부 투자 주체들이 엄청난 규모에 비해 투명성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이들의 투자 전략 이면에 과연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연스레 산유국의 국부 펀드들이 일반 주주 혹은 기업 오너로서 기업의 가치 창출 및 장기 성장 극대화를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자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과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할 것인가 등에 시선이 쏠린다.
 
마지막 세 번째 우려사항은 고유가가 세계 경제에 미칠 장기적인 파급효과에 관한 것이다. 1970년대 유가 상승은 주요 석유소비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했으며, 글로벌 은행들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대대적인 대출을 실시했다. 이런 두 가지 현상은 결국에는 관련 국가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안겨다 줬다.
 
현재의 고유가는 지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있어서는 일종의 호재로 작용해왔으며, 다행히 그 동안 인플레이션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과연 고유가가 세계 경제에 계속해서 좋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고유가는 부동산, 예술품 시장, 기업 등 비유동적인 투자 대상들을 통해 시장의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인플레 압력이 계속 진행될 경우, 자산가격의 거품이 붕괴할 수도 있다. 이제까지 세계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 증가나 경기 침체 없이 고유가를 수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The MacKinsey Quarterly 인터넷판(2008.1.23)에 실린 원문 ‘The new role of oil wealth in the world economy’를 번역한 것입니다.
 
Diana Farrell(Diana_Farrell@mckinsey.com)은 MGI(McKinsey Global Institute)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Susan Lund는 MGI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