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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치의 경영학

천광암 | 3호 (2008년 2월 Issue 2)
 
천광암 도쿄특파원 iam@donga.com
 
일본의 천년고도(古都) 교토(京都)에 가면 얼굴에 흰 분칠을 하고 무게가 20㎏에 이르는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게이샤(芸者)’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게이샤들이 공연과 술자리시중을 하는 요정(정확히는 오차야·お茶屋)이 밀집된 지역을 일본어로 ‘하나마치(花街)’라고 한다.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등에도 하나마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유독 교토에서만 하나마치가 35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내려 오고 있다.
 
물론 교토도 하나마치 규모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270여 명의 게이코(芸妓·교토에서는 게이샤를 게이코라고 함)와 마이코(舞子·20세 이하의 견습 게이코)가 활동하고 있다. 교토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은 기온코부(祇園甲部)라는 곳으로, 요정(오차야)의 수만 74곳에 이른다.
 
다른 하나마치가 사라지거나 쇠퇴하는 가운데 기온코부만 변함없이 번창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를 경영학적 분석틀을 통해 체계적으로 규명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일본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베(神戶)대 대학원의 니시오 구미코(西尾久美子) 연구원은 5년에 간에 걸친 필드리서치 끝에 ‘교토 하나마치의 경영학’이라는 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의 분석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기온코부가 어떤 곳인 지부터 알아보자. 기온코부에는 오래 전부터 ‘처음 보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아무리 현찰을 많이 싸들고 가도 신용이 없으면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기온코부에서 일하는 게이코들이나 종업원들이 연회석에서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로 통한다. 이런 금기가 철저히 지켜지기 때문에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기업 인수합병(M&A) 협상이 이곳에서 이뤄지는 일도 적지 않다.
 
또, 어떤 손님이든 한번 듣고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통한다. 대신 명함을 받거나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 것은 금물이다. 손님들끼리 주고받는 대화 중에서 이름을 듣고 기억해야 한다.
 
이야기를 경영학으로 되돌리면 니시오 연구원은 기온코부의 장수비결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정교하게 물려 돌아가는 분업시스템이다.
 
기온코부의 경우 게이코와 마이코는 오차야가 아닌 오키야(置屋)에 소속된다. 오키야는 게이샤를 발굴해 전통기예를 가르치고 스케줄을 관리하는 일종의 연예매니지먼트 사무소다. 오차야에도 술 주전자당번이나 신발당번 등 업무분야가 극도로 세분화돼 있다. 한 오차야의 신발당번이 단골손님의 신발 닳는 모양새를 보고 건강 이상을 알아챘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자신이 맡은 분야에 깊이 매진하는 구조다.
 
둘째 공개적인 다면평가와 경쟁시스템이다.
 
게이코와 마이코는 우선 오키야, 오차야, 고객 등으로부터 춤과 노래 등 기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매년 시무식에서는 각 게이코와 마이코의 매출 순위가 공개적으로 발표된다. 예컨대 이와사키 씨는 매출액 순위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니시오 연구원은 한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나마치를 연구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은 점은 각자가 개인사업자로서 열심히 살아나가는 모습이었다”면서 “다른 사람에게(자신의 인생을) 맡기면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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