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를 맞아 통신·미디어·기술 분야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출 형태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더 싼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데 주력할까, 구매 수량을 줄이려 할까. 소비자들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을까.
올리버와이만은 최근 통신·미디어·기술 분야에 대한 연례 소비자 지출 조사를 수행했다. 이 조사는 경계가 모호해지는 통신·미디어·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과 지출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폭넓은 시각을 제공한다. 소비자 지출 감소세에 대한 언론 보도와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기업들의 동향을 고려해 본 조사에서는 먼저 소비자들이 어떤 부문에서 어떻게 지출을 줄일지,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이들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이로 인해 직면하게 되는 이슈 및 위협과 기회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조사 개요와 주요 시사점
올리버와이만이 2008년 11월 미국 내 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통신·미디어·기술에 대한 소비자 지출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약 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미국 가정에서는 전자기기 구입과 인터넷 가입 관련 비용, DVD나 게임기 등 전자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매년 평균 4000∼5000달러를 지출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약 58%는 지출을 줄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을 줄이려는 가정에서는 기기 구매 연기나 서비스 해지 및 요금 변경, 엔터테인먼트 사용 습관 변화 등을 통해 평균적으로 약 10%의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그림1 참조)
기기 판매 소비자의 지출 감소로 인해 기기 판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 51%의 미국 가정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기기에 대한 지출을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세부 옵션을 비교했을 때 소비자들은 좀더 싼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지출액을 줄이기보다 아예 구매 자체를 미룰 가능성이 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스마트폰, 고화질(HD)TV, 블루레이 플레이어 및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와 같은 차세대 장비의 판매는 어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기 제조업체, 차세대 기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업체,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통해 마케팅을 하는 콘텐츠 공급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입 기반 서비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같은 가입 기반 서비스 매출은 가정의 소비 감소로 인한 타격을 가장 덜 받을 전망이다. 이러한 가입 기반 서비스는 가입자의 관성(일단 가입하면 쉽게 서비스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 계약 특성 및 특정 서비스 대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거래처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 가정의 27%는 이 분야에서 소비를 줄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유선전화와 같은 기존 서비스를 끊고 휴대전화나 인터넷전화(VoIP)를 사용하거나, 프리미엄 TV 채널 서비스를 끊는 대신 주문형 비디오(VOD)나 DVD/블루레이 또는 온라인 비디오를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응답자(14%)는 온라인 TV 시청을 위해 유료 TV 패키지 상품을 이미 해지했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초고속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가입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일 가능성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조사 결과에 따르면 37%의 가구가 전자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비디오·음악·게임)에 대한 소비를 줄일 예정이지만, 특정 카테고리에 따라 명암이 교차할 전망이다. 이는 경쟁적인 제품 및 서비스 간에 ‘상충 관계(trade-offs)’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외식 및 라이브 공연 등 상대적으로 비싼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 대신에 비디오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측면에서 혜택을 보더라도 DVD 판매 기반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대여(렌털) 사업자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실제로 비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DVD ‘대여’를 줄일 가능성보다 DVD/블루레이 ‘구매’를 줄일 가능성이 2배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DVD의 ‘배달 서비스 해지’ 가능성과 비교했을 때 ‘구매’를 줄일 가능성이 3배 더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