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곳에서 일하는 자유

23호 (2008년 12월 Issue 2)

10년 뒤에는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모여 프로젝트로 구성하는 ‘가상기업’이 뜰 것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필자는 1년 반이 넘게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데, 10년 후의 기업이 이런 모습이라고 하니 어깨가 으쓱하다.
 
현실에서 가능해진 ‘네트워크 컴퍼니’
사실 제조업이나 규모가 큰 기업에서는 실행하기 힘들겠지만 지식 노동자로 구성된 기업, 특히 인터넷 벤처기업에선 이런 방식이 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글로벌 프로젝트일 경우 더욱 그렇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각국 인재들과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무실 임차료 같은 고정비를 줄일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들은 △스카이프(Skype)를 통한 무료 글로벌 콘퍼런스콜 △구글닥스(Google Docs)를 통한 문서 협업 및 공유 △스타벅스처럼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쾌적한 장소 △블랙베리를 이용한 실시간 e메일 확인 △주소지 등록이 가능하고 한 달에 몇 시간만 임차할 수 있는 사무실(미국엔 이런 사무실이 꽤 많다) 등이다.
 
이 인프라 덕에 필자는 서울,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인도 뭄바이에 있는 파트너들과 일할 수 있다.
 
이런 가상 기업이 유지되려면 전제해야 할 것들이 있다. 엄청난 커뮤니케이션과 조직원의 자기 수양(self-discipline), 회사 기밀에 대한 기준, 코디네이터의 영어 실력 등이다.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가상 기업을 필자는 ‘네트워크 컴퍼니’라 부르고 있다. 네트워크 컴퍼니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당신이 행복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자유와 시스템’이다.
 
세계 곳곳의 파트너들과 일하는 방법
필자는 서울, 대전, 광주, 미국의 뉴욕, 샌프란시스코, 어바인, 중국 베이징에 흩어져 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비법은 다음과 같다.
 
- 파트너들은 하루를 시작하며 온라인 일과표(daily record)를 작성해 파트너들에게 e메일을 보낸다. 따라서 서울에 있으면서도 뉴욕의 파트너가 오늘 뭘 하는지 모두 안다.
 
- 한 주를 시작할 때 이번 주에 각자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구글 시트에 협업해 작성한다. 이를 토대로 월요일 아침에 스카이프로 1, 2시간 미팅하며 서로의 계획을 말하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금요일 밤에는 업무 성과에 대해 리뷰 회의를 한다.
 
- 스카이프와 G토크. 한국과 다른 나라 사이에 시차가 있긴 하지만 각자가 업무를 보는 시간에는 꼭 스카이프와 G토크를 켜놓고 수시로 메신저를 주고받는다.
 
모든 직원이 파트너이자 오너
네트워크 컴퍼니는 특성상 ‘직원=파트너=오너’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모든 직원이 파트너이자 오너라는 뜻이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외국인과 일하려면 그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여야 한다.
 
파트너는 전문 분야를 가진 프로페셔널이자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즉 자신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필자의 회사에는 9명의 풀타임 파트너들이 있는데, 이들 말고도 훨씬 많은 네트워크 파트너가 존재한다. 법률 위험을 알려주는 변호사, 웹사이트를 꾸미는 디자이너, 웹·애플리케이션 개발자, PR 담당자 등이다.
 
이들은 특정 기간에 풀타임으로 일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5∼10시간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도 한다. 물론 서로 얼굴을 본 경우는 거의 없다. 필자가 회사에서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런 파트너들을 모으고 조율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설명하면 사람들은 ‘다단계 회사’나 ‘점 조직’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조직과 가장 큰 차이점은 파트너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희망했다는 점과 모두가 회사의 오너십을 가지는 보상 구조가 구축돼있다는 점이다. 벤처기업이 글로벌 인재를 모아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 방법이 가장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본명 권도혁)는 베인&컴퍼니 컨설턴트와 NHN 전략기획 담당을 거쳐 현재 음악사이트 큐박스닷컴의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로 재직 중이다. 기업가 정신과 혁신에 관한 블로그 ‘Blog on the shore’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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