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Entrepreneurial marketing of small and medium-sized suppliers enhancing technological capability: lessons from industrial suppliers in South Korea” (2022) by Sun, Y., & Lee, E. in International Journal of Entrepreneurial Behavior and Research, Vol. ahead-of-print
무엇을, 왜 연구했나?산업재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공급자와 구매자 간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시장에서 성공하고 고객 가치를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여겨져 왔다. 이는 두 기업 간의 협력이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산업재 마케팅 관련 연구들은 효율성을 높이고 위험을 줄이면서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고객의 기대와 행동도 급변하면서 기존처럼 변화에 그저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기존 거래 관계조차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기업가적 마케팅(Entrepreneurial Marketing)’이다. 기업가적 마케팅은 불확실성과 자원 제약이 심한 환경 속에서도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포착해 이를 혁신적이고 가치 있는 제품으로 전환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는 접근법이다. 기업가적 마케팅을 실천하는 기업은 ▲선제적 주도성 ▲고객 집중성 ▲혁신성 ▲가치 창출 ▲자원 활용 ▲리스크 관리 ▲기회 중심성 등의 공통된 특성을 보인다. 기존 연구들은 이러한 특성의 장점에 주목해 왔지만 정작 기업가적 마케팅이 기술 역량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 중소형 공급업체가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실증적 탐색은 부족했다.
이에 본 연구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기업가적 마케팅을 실행하며, 그것이 기술 경쟁력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효과성 이론(effectuation 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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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기반으로 이론 모델을 만들고 한국 내 249개 산업재 기업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업가적 마케팅은 기술 역량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점, 즉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이 기술 경쟁력 향상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기존의 통념과는 다른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무엇을 발견했나?본 연구는 산업재 시장에서 활동하는 중소형 공급업체들이 어떻게 기업가적 마케팅을 통해 기술 역량을 높일 수 있는지, 어떤 조건에서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실행되는지를 살펴봤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장 흐름을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태도를 가진 기업일수록 새로운 시장 정보와 고객 니즈를 발견하기 위한 탐색적 활동을 활발히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단순히 고객의 요청이나 기존 관계에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서 스스로 시장의 변화를 먼저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탐색적 활동은 곧 기술 역량의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다양한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파악하게 되고, 이를 제품이나 기술 개발에 연결하는 통찰력을 갖추게 된다. 결국 이런 과정이 기업의 혁신 역량을 키우고 기술적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또한 연구는 중소형 공급업체들이 기존 고객과 맺고 있는 신뢰 기반의 관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기업은 기존 관계에 안주하기 쉬운데 이 연구에서는 오히려 관계 만족도가 높을수록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고객과의 관계에서 쌓아온 자원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성장을 모색하려는 기업가적 성향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인식 역시 기업의 행동을 바꾼다. 기술 변화가 빠르다고 느끼는 기업일수록 지금의 시장 환경을 위기로 보기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이에 발맞춰 기업가적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중소기업도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려는 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연구는 산업재 시장에 종사하는 중소형 공급업체들이 어떻게 기업가적 마케팅을 통해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마케팅 활동이 어떤 조건에서 더욱 활성화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구는 다음 세 가지 전략적 통찰을 제시한다.
먼저 시장의 변화 흐름을 미리 읽고 고객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적극적인 시장 지향성이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는 단순히 연구개발(R&D) 투자만으로는 기술 역량이 높아지지 않으며 시장에 대한 민감도와 주도적 태도 자체가 기술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또한 그동안 산업재 시장에서는 고객과의 관계 유지나 운영 효율성 제고, 리스크 최소화에 중점을 둔 반응적·적응적 마케팅 전략이 주류였다. 하지만 기술 변화가 빨라지고 고객 수요가 다양해진 오늘날에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적 마케팅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형 공급업체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를 앞서 감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혁신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고객과의 관계 만족도, 기술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기업가적 마케팅을 자극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이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충분한 신뢰와 만족을 얻고 있는 기업일수록 축적된 자원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탐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기술 변화가 불안 요소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될 때 중소형 기업은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중소형 산업재 공급업체는 단순한 관계 관리자에서 벗어나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외부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전략적 기업가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변화의 속도가 곧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시대에 기업가적 마케팅은 기술 역량 확보와 장기적 생존을 위한 핵심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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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영jeo0915@naver.com
삼경에프에스 전무, 기술경영학 박사
필자는 서울대 소비자 아동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기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리보를 비롯한 세계적인 글로벌 식품 브랜드를 수입 유통하고 있는 삼경에프에스에서 CMO로 일하고 있으며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Business Case Study’ 와 ‘Marketing for Going Global’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관심 연구 분야는 디지털 기술과 마케팅 성과 창출, 조직 변화 관리와 리더십, 조직 커뮤니케이션, 조직 자원 이론, 경영 전략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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