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세일즈커뮤니케이션

당신의 메일이 읽히지 않는 이유

이수민 | 386호 (2024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읽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유발하지 않는 글은 쉽게 잊히는 정보가 된다. 따라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글에서는 독자의 불쾌감은 줄이고 쾌감은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도입부에 고객의 필요와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은 글을 읽는 고객으로 하여금 쾌감을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불특정 고객이라도 관심을 가질 주제로는 수익성 향상, 생산성 증대,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등이 있다.



오랜만에 서울 도심 나들이에 나섰다. 아내는 조금 들뜬 모습이다. 연애하던 그 시절 그 모습 같다. 덩달아 내 마음도 즐겁다. 길을 걷다 아내가 미소를 살짝 띠며 묻는다. “여보, 저기 보이는 저 카페가 어떤 곳인지 기억해?” 아내의 손끝은 오래된 카페를 가리켰다. 가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대답을 우물쭈물했다. 그 사이 아내의 미소가 사라졌다. “우리가 열두 번째로 키스했던 곳이잖아! 어떻게 이걸 잊어버릴 수 있어? 그때 당신이 우리 사랑을 일 년 열두 달과 비유하며 얼마나 달콤하게 얘기했는데!” 아내는 눈을 흘기며 저만치 앞으로 혼자 걸어간다.

당신은 연인과 열두 번째로 키스한 장소가 어디인지 기억하는가?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첫 번째로 키스한 곳은 어디인가? 이 질문에 대답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열두 번째 키스는 기억하지 못하면서 왜 첫 번째는 기억할까?


감정에 물들지 않는 기억은 없다

‘감정’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억은 항상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뇌과학에서는 이 사실을 ‘감정에 물들지 않는 기억은 없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기억(정확히는 서술기억)1 은 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해마에서 생성된다. 해마 옆에는 편도체라는 감정의 뇌가 붙어 있다. 행복, 즐거움, 불쾌, 두려움 같은 감정적 반응을 결정하는 곳이다. 해마와 가까운 곳에 편도체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기억이 감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240129_143046

비유하면 편도체는 해마와 연결된 감정의 펌프로 볼 수 있다. 감정적 자극이 강할수록 펌프의 힘이 커져 해마의 활동은 촉진된다. 그 결과 감정 자극과 함께 들어온 정보는 기억이 잘된다. 또한 이렇게 감정에 물들수록 기억은 오래간다.

사례에서 첫 키스 장소를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열정이라는 강한 감정과 결합된 기억이기 때문이다. 열두 번째 키스 장소가 기억나지 않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아내처럼 다른 추가 감정 경험이 없다면 시간이 갈수록 감정 강도는 조금씩 약해진다.

감정에 물들기 어려운 정보는 기억하기에 어떨까? 예를 들어,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 같은 것이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있을까? 드물다. 그래서 영어 단어는 기억하기 힘들다. 이런 정보를 기억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반복’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편도체의 영어 표현은 ‘amygdala’이다. 이 단어를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읽든 쓰든 뇌에 계속 반복 입력해야 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세일즈 정보에 감정을 입혀 전달해 보자. 쉽고 오래 기억된다. 어떤 감정의 옷을 입히면 좋을까? 쾌감이다.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뇌과학적으로 우리가 행동을 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쾌감을 추구하거나 불쾌감을 회피하는 것이다.2

GettyImages-1329535654_[변환됨]


첨부 파일을 열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고객이 당신 글에서 쾌감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도입부에서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고객은 다음 중 하나 이상을 기대할 수 있을 때 읽을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고객의 필요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고객의 관심사: 개인적/조직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

아래는 어느 교육 서비스 업체가 작성한 글이다. 이 글을 보고 고객들이 첨부의 제안서 파일을 열어볼까?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센터 홍길동 대표입니다.

한 해가 거의 저물어 가는 지금 올 한해 목표로 세운 것들은 모두 다 이루셨나요?

이제 곧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새해가 다가오네요.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습니다.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을 무작정 도입해 적용하는 것이 최선일까?

우리에게 최적화된 리더십은 어떤 형태인가?

교육이 강의장 안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도 효과를 발휘하려면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여기에 답을 만들어가기 위해 설립한 곳이 ◯◯센터입니다.

우리의 비전은 ‘대한민국 기업의 세대 간, 계층 간 공감 지수를 올리도록 돕는 파트너’가 되는 것입니다.

조직문화, 리더십, 소통활성화 등 조직 내 갈등을 예방하고 상호 공감이 필요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첨부된 제안서를 확인하시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귀사에게 새롭고 유익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홍길동 드림.


흔히 접하는 메일이다. 이런 유형의 메일은 몇 줄만 읽고 바로 삭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가 뭘까? 고객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하고 관심 있는 것만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주객이 전도됐다. 불특정 다수인에게 대량으로 보내는 메일에서 흔히 발견되는 오류이다.

이런 메일은 자칫 고객에게 쾌감이 아니라 불쾌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물론 불쾌감이 강해도 기억은 잘된다. 기억만이 목적이라면 나쁜 전략은 아니다. 하지만 구매로 이어지긴 어렵다.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성과 없는 세일즈 글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시간 낭비일 뿐이다.

GettyImages-1317242986_[변환됨]


글을 읽는 고객이 쾌감을 느끼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입부에서 고객의 필요점이나 관심사를 언급해야 한다. 예컨대 비용 절감에 관심 있는 고객에게는 “비용을 1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 방법이 있습니다”, 높은 차량 안정성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기존의 차보다 안전 기능이 2배 이상 강화된 신차가 출시됐습니다”라고 언급하는 식이다. 기능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보다 고객에게 쾌감을 주는 효과가 훨씬 크다.

앞서 본 메일의 앞부분만 수정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상황으로 가정했다. 받는 사람이 특정돼 있다면 그 사람의 관심사와 필요점에 맞춰야 한다.

안녕하세요.

◯◯센터 홍길동 대표입니다.

교육생들 반응도 좋고 만족도도 높은 교육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지 않아 고민해 본 적 없으신가요?
많은 교육담당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현장과 유리된 교육에 대한 최고의 해결 솔루션을 공유해드립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드립니다.
△△, □□ 등 많은 기업에서 효과성이 검증된 프로그램입니다.

본 교육프로그램으로 얻을 수 있는 주요 효과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팀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2. 구성원 간 소통이 원활해져 공감지수가 10%이상 증가합니다.

3. 지금보다 직원 이탈률이 5% 이상 줄어듭니다.

위의 효과들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는 첨부된 제안서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핵심만 간략히 말씀드리면…

[중략]

귀사에게 새롭고 유익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홍길동 드림.


수정한 메일은 교육 담당자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을 만한 주제를 언급하며 시작한다. 그들의 관심사와 필요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다. 건드리는 강도가 클수록 메일 전부를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세일즈가 목표라면 다음과 같이 고객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주제로 글을 시작해야 한다. 불특정 고객이라면 다음과 같은 주제들도 좋다. 건강한 고객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수익성 향상

•생산성 증대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예를 들어, 글의 앞부분에 “○○사의 업무 생산성을 20%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소개합니다!”라고 적어보자. 혹시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가? 맞는 말이다. 극적인 효과는 없다. 하지만 작은 차이는 있다. 성과는 이런 작은 차이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법이다. 어리석은 자는 한 번에 다 얻으려 하지만 현명한 자는 하나씩 쌓아나간다. 게다가 큰 노력이 필요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한번 시도해보자.
  • 이수민 | SM&J PARTNERS 대표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경영전문석사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고, 잡 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강의 중심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 프레임워크 이해 및 활용’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몰입’ ‘사내강사 강의스킬’ ‘조직관점 MBTI’ ‘B2B 협상스킬’ 등이 주된 강의 분야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서로는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가 있다.
    sumin@smnjpartners.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