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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팝업 공화국의 미래

김현진 | 387호 (2024년 2월 Issue 2)
요즘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 카페나 레스토랑만은 아닙니다. 일대 공인중개업소나 건물 외벽에 쓰인 ‘팝업(스토어) 대여’ ‘대관 문의’와 같은 홍보물이 이 거리의 아이덴티티, 그리고 지배적인 공기의 흐름을 감지하게 합니다. 압구정동이 당시의 신인류, X세대를 불러 모으는 욕망의 출구였다면 성수동은 오늘날의 청춘, MZ세대를 유혹하는 자본주의 소비의 전시 공간이 됐습니다. 월평균 10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루이뷔통, 샤넬, 디올 같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까지 상륙해 ‘팝업의 성지’가 된 이곳, 임대료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아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려되면서 ‘팝업 공화국’의 부작용을 걱정해야 할 정도가 됐습니다.

팝업 전담 중개소, 팝업 소식만 실시간으로 전하는 SNS, 전문 마케팅 대행사, 설치 및 철거 전문 업체 등이 성업하면서 성수동뿐 아니라 팝업이 자주 열리는 거리에는 어김없이 ‘팝업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팝업스토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 4월 이후 온라인 검색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됩니다. 강제로 온라인 세계에 갇혀 살았던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으로의 복귀에 목말라할 때, 답답한 마음을 충족시켜줄 공간으로 급부상한 겁니다.

이 정도까지는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팝업스토어 유행 관련 기사에서 종종 접한 소식일 겁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팬데믹 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던 ‘팝업스토어 1.0’ 시대에 대한 회의론이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너도나도 팝업스토어에 뛰어들면서 상상력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ROI(투자수익률)를 고려하지 않고 트렌드에 편승해 시도했다가 크게 바이럴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겁니다.

이에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쇼핑몰이 최근 2.0 시대를 선언했던 것처럼 팝업스토어 생태계에도 그다음(next), 진화된 버전(ver.2.0)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니즈를 반영해 기획된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트렌드를 좇기만 했지 앞서가지 못한 ‘팝업 후발주자’들의 시행착오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포착되는 새로운 팝업 트렌드 등 ‘팝업 2.0’을 고민하는 기업과 리더들을 위한 정보를 담는 데 주력했습니다.

여러 기고문과 인터뷰를 통해 정리한 새로운 인사이트 가운데 자체적으로 팝업의 성과를 측정할 때 오프라인 또는 SNS를 통한 방문자 수가 아닌 체류 시간 및 구매 전환율 등을 핵심 평가 지표로 삼으라는 교훈이 먼저 눈에 띕니다. 단순 판촉형 팝업스토어는 팝업 성지 일대 건물주 등 팝업 생태계만 살찌울 뿐입니다. 투자한 만큼의 성과는 ‘우리 브랜드에 대한 공감 여부’로 측정해야 합니다.

팝업이면 당연히 인스타그래머블한 포토존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되지만 오히려 요즘 소비자들은 대놓고 꾸민 포토존보다 브랜드 메시지가 잘 녹아든 공간에서 더 자주 사진을 찍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숨은 인사이트에도 주목해보시길 바랍니다. 온라인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오프라인 공간을 오히려 신선하게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고 MZ의 다음 세대인 잘파(Z세와 알파)세대로 타깃 소비자를 변경한 해외 리테일 트렌드도 흥미롭습니다. 온·오프라인 세계를 함께 사는 잘파의 취향을 고려해 VR(가상현실) 첨단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팝업스토어 역시 향후 더 큰 인기를 끌 전망입니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 센강 일대 부키니스트(고전 문학, 예술, 악보 등 고서적을 판매하는 매대)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는 팝업스토어는 지식의 전파, 사회 저항 수단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온 DNA를 품은 사업 모델입니다. 현 인류가 쓰고 있는 소비의 기록. 이를 상업적,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면서 소비의 미래까지 점쳐보고 싶은 분들께 이번 호 아티클의 정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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