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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큰 목소리와 자신 있는 말투, 때론 역효과

이승윤 | 386호 (2024년 2월 Issue 1)
Based on “Audio Mining: The Role of Vocal Tone in Persuasion” (2021) by Xin (Shane) Wang, Shijie Lu, Xi Li, Mansur Khamitov and Neil Bendle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4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인간은 다양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설득하며 살아간다. CEO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유용성을 소비자에게 설득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 판매뿐만 아니라 외부 투자를 받기 위해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는 상황에서도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다.

설득의 성공은 때론 설득하려고 시도하는 발화자(Speaker)의 다양한 행동적인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 1996년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가 웃음을 짓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해당 대상에게 호감을 느껴 더 많은 팁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발화자와 청취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상호 교류하는지도 설득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는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의 이야기에 보다 잘 설득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인종, 비슷한 나이뿐만 아니라 같은 생일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유사성(Similarity)이 발화자와 청취자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정립되는 것을 도와 설득의 성공률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인과의 물리적인 접촉도 설득에 도움이 되는 요소다. 대학 도서관에서 벌인 한 실험 연구에 따르면 사서가 책을 빌리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신체 접촉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추후에 사서가 웃고 있었다고 회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사서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악수와 같은 가벼운 신체 접촉은 상대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를 유도하고, 해당 대상이 이야기하는 말에 더 신뢰를 느끼도록 할 수 있다.

이처럼 설득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는 발화자들의 특성(Speaker Characteristics)과 어떤 상황에서 발화자와 청취자가 상호 교류하는지에 대한 특성(Contextual Characteristics)을 중점으로 해당 요소들이 설득의 효율성(Persuasion Effectiveness)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주로 살펴봤다. 그러나 최근에는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빈도가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최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상황에서는 발화자와 설득하려는 대상이 상호작용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상황에서는 가벼운 악수와 같은 신체 접촉을 통해 호감을 끌어올리고, 눈맞춤과 같이 친밀감을 유도할 수 있는 감정적인 교류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사용되는 설득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들을 사용하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최근 많은 전문가가 집중하는 것은 바로 목소리 톤(Vocal Tone)이다. 온라인에서 발화자의 음색이 설득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캐나다 웨스턴대 아이비 비즈니스 스쿨, 미국 휴스턴대, 인디애나대, 홍콩시티대 공동 연구진은 온라인에서 발화자의 목소리 톤이 대상을 설득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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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연구 가설을 테스트할 데이터를 확보할 주요 소스로 킥스타터(Kickstarter)를 설정했다. 킥스타터는 2009년 미국에서 설립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영화, 음악, 공연 예술, 만화,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을 소개하고, 프로젝트를 만든 창작자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후원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연구진은 킥스타터에서 많은 사람이 팔고자 하는 다양한 형태의 아이디어 콘텐츠를 온라인에 올리고, 단순히 기부가 아닌 투자를 받기 위해 설득적인 어조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얻어 가설을 테스트해보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

목소리 데이터 분석은 이스라엘에 기반을 둔 하이테크 기업의 ‘QA’라는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정교한 보이스 분석이 필요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많이 사용돼 왔다. 소비자 불만을 접수받는 콜센터가 대표적이다. 콜센터에서 고객이나 상담원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상황에서 분석해 효율적인 대응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을 준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킥스타터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중 음악 카테고리에 집중해 뉴욕, LA, 텍사스 등 주요 도시 세 곳에서 진행된 음악 관련 프로젝트 중 완료된 8327개 프로젝트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했다. 온라인에서 각각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콘텐츠 중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간단한 피칭 형태의 프레젠테이션 영상에서 목소리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했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목소리 톤이 해당 프로젝트의 펀딩 성공 여부에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인과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목소리 톤의 세 가지 특성이 펀딩 성공 여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집중력(Focus) 있는 어투, 덜 강조하는 듯한(Low Stress) 톤, 안정적인 감정 표현(Stable emotions)이 잘 전달될 때 사람들이 더 신뢰를 갖도록 만들었고, 펀딩 투자 행위를 더욱 유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특성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설득을 위한 목소리 톤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타인을 설득할 때 자신감(Competence)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대목에서 강한 목소리 톤으로 강조하는 것이 좋다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는 지나치게 강조점을 드러내는 목소리 톤은 오히려 발화자가 자신감이 없어 과장되게 강조한다는 인식을 줘 설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톤보다는 높낮이 없이 안정적인 목소리 톤으로 설득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 결과는 AI가 다양한 음성을 제작하거나 분석해주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는 최근의 디지털 환경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최근 많은 글로벌 투자사가 AI 기술을 활용해 회사 경영진의 목소리를 분석해 속마음을 읽어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태연하게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영상 속 CEO들의 음성을 AI로 분석해 해당 이야기가 진짜 설득력 있는지, 믿을 수 있는지를 분석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2023년 4월 유전자 검사 업체 일루미나(illumina)의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프란시스 드 소자(Francis de Souza) CEO는 회사 운영 방침에 대한 여러 의구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는 2016년 분사한 암 진단 테스트 제조 기업 그레일(GRAIL)을 80억 달러에 되사기로 한 결정이 반독점 이슈로 인해 규제 당국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회사가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냐라는 투자자들의 의심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드 소자 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 앞에서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AI를 이용해 드 소자 CEO의 음성을 분석한 스피치크래프트(Speech Craft) 애널리스트는 CEO가 문제의 그레일 이슈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목소리 톤의 변화가 지나치게 높았고, 망설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감탄사들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했다는 부정적인 코멘트를 내놓았다. 그로부터 2개월 후,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던 드 소자 CEO는 이 이슈로 인해 사임하고 만다.

앞으로는 다양한 AI 시스템을 통해 발화자의 목소리 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속마음을 읽어내는 시도가 늘어날지 모른다. 동시에 발화자 역시 감정 조절이 가능한 인위적인 AI 목소리 등을 활용해 설득의 효율성을 높이려 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목소리 톤의 어떤 특성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발화자의 신뢰도, 능숙도를 높여줄 요소인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목소리 톤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설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이 연구의 가치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신제품 피칭에 사용되는 CEO의 음성을 AI를 활용해 가장 설득력 높은 톤앤드매너로 다듬고 다양한 언어로 변환해 송출할 세상이 머지않은 만큼 기업들은 서둘러 대비할 필요가 있다.
  •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 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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