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쓸모에 따라 지갑을 열지 않는다. 가성비보다는 ‘가심(心)비’를 따지고,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기(meaning out) 위해 소비한다. 이들의 가치 소비 트렌드에 맞춰 기업들도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E(환경)에 집중한 친환경 마케팅에 그치는 실정이다. 신선한 브랜딩 전략으로 MZ세대 팬덤을 만들어 온 시몬스 침대가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소아병동 건립에 힘을 보탤 수 있는 ESG 침대를 내놓으며 브랜드에 S(사회)라는 색깔을 입히고 있다. 침대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누구나 무료로 각 분야 유명 인사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침대 공장이 있는 경기 이천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에서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등 남다른 브랜딩 전략으로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는 시몬스가 이번에는 ‘ESG 침대’를 내놨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화재 등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침대라서가 아니다. 환경과 안전은 물론 기업과 소비자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침대로, 최근 MZ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에 발을 맞춘 행보다.
침대 회사가 ESG 침대를 파는 이유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시몬스 갤러리. 매장 한쪽에 파란색 줄무늬의 ‘뷰티레스트 1925’ 매트리스가 놓여 있다. 한 고객이 매트리스를 만져보며 관심을 보이자 담당하는 슬립마스터는 “이 매트리스는 소비자가격의 일부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건립에 기부하고 있다”며 “침대를 사면서 아픈 환아들을 위한 침대와 병실을 마련하는 데도 손길을 보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침 어린아이와 손을 잡고 온 손님은 점원의 설명을 듣더니 자세한 상담을 받겠다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몬스 침대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ESG 침대인 ‘뷰티레스트 1925’를 내놨다. 시몬스의 인기 매트리스 컬렉션인 ‘뷰티레스트(Beautyrest)’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한정판 제품이다. 무엇보다도 이 제품은 팔릴 때마다 소비자가격의 5%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리모델링에 보탠다. 할인을 받더라도 할인 전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기부금을 적립하는데 제품 사이즈 등에 따라 13만8500원~29만8000원이 자동 기부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국내 소아병동은 위기에 내몰렸다. 저출산에 코로나까지 덮치며 진료량이 급감하면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화했다.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올해 상반기 15.9%로 급락했다. 낮은 수가로 진료를 볼 때마다 오히려 손해를 입는 구조에 더해 전공의마저 부족해지면서 중증 환아를 돌보는 상급 종합병원의 소아병동들이 문을 닫고 있다. 이에 자녀를 둔 부모들은 혹여라도 아이가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할까 노심초사다. 이런 상황에서 소아병동을 리모델링하는 데 기부하는 ESG 제품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게 됐고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2월 출시 이후 다섯 달도 안 돼 1700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누적 기부금은 3억 원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