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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애플빠’도 돌아오게 하는 ‘삼성 갤럭시 Z플립, Z폴드’

개인화, 브랜드 컬래버로 힙하게
접는 기술로 고객 경험을 활짝 펼치다

곽도영 | 359호 (2022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삼성 갤럭시Z4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큰 주목을 받은 Z플립4는 세련된 디자인뿐 아니라 접은 상태에서 활용도를 앞세운 ‘플렉스 모드’를 통해 MZ세대가 애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용도를 높인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외에도 자기 표현 욕구가 높은 소비자들을 위해 컬러, 커버, 스크린 등에 주문 제작 전략을 사용했으며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와 케이팝 스타와 함께하는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활용했다. 또한 패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재활용 소재를 제품에 사용하는 ESG 전략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갤럭시 언팩(Galaxy Unpacked).’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4’ 신제품 공개 영상. 또렷하게 떠오른 하얀 글자들 뒤에서 낯익은 중년 여성이 또박또박 발자국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걸어 나온다. 어느 순간 글자를 지나쳐 점점 가까워지는 그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인물 중 하나인 명품 마케터 실비다. 실비와 회사 동료인 뤼크, 쥘리앵은 화면 속에서 ‘갤럭시 Z플립4’ 마케팅 전략 회의를 하고 치열하게 토론을 벌인다. 토론 중 테이블에 쏟아진 물에 반쯤 접힌 실비의 플립4가 비치며 부등호 ‘>’ 모양을 그린다. ‘구부러질 수 있는 것(flex)’이 ‘평평한 것(flat)’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이 영상의 핵심 메시지다. “이전의 어떤 것보다도 더 뛰어나고, 더 훌륭한”이라는 문구는 플립4 언팩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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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같았던 ‘Z4’ 언팩, 폴더블의 대중화 선언

2022년 8월,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와 정보기술(IT) 업계가 고대하던 삼성전자의 ‘갤럭시Z플립4•폴드4’ 언팩 현장은 축제와 같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6개월 만에 미국 뉴욕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린 언팩 행사장에는 5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행사 시작을 알리는 암전에 숨죽이다 인기 배우들의 깜짝 등장과 이 제품의 모델인 인기 그룹 BTS의 특별 영상, 이날 첫 공개된 상세 스펙에 환호했다.

행사장 바깥에서도 언팩의 축제 분위기는 이어졌다. 이날 뉴욕의 심장부인 타임스스퀘어 광장의 15개 스크린에서는 Z플립4와 BTS의 컬래버레이션 영상이 송출됐다. 2310㎡(약 700평) 규모의 갤럭시 체험관에도 인파가 가득했다. 서울과 일본 도쿄 시부야, 영국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마다 컬래버 영상과 체험 행사가 이어졌다.

인기 대중문화와 오프라인 체험 행사를 앞세운 Z4 시리즈 언팩은 폴더블의 대중화를 겨냥한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Z4 시리즈를 통해 기존에 익숙한 바 형태 스마트폰의 시대를 넘어 본격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선언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이날 “2021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1000만 대에 육박했다”며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 카테고리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삼성은 이제 폴더블을 주류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 판매 기록에서도 Z4 시리즈는 폴더블의 ‘대세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언팩 직후 8월16일부터 22일까지 7일간 진행했던 Z4 시리즈 국내 사전 판매량은 약 97만 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폴더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Z3 시리즈의 기록(92만 대)을 훌쩍 넘어선 숫자다.

폴더블의 기록만 넘어선 것은 아니다. 직전에 출시됐던 바 형태의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S22’ 시리즈의 사전 판매 기록도 넘어섰다. Z4 시리즈의 하루 평균 사전 판매 대수는 13만8000여 대로, 갤럭시S22 시리즈가 세운 기록이었던 12만7000여 대를 뛰어넘었다. 역대 갤럭시 시리즈 가운데 최고 성적을 낸 셈이다.

해외에서도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 인도, 중남미 등 130여 개 국가에서 Z4 시리즈를 출시했다. 출시 직후인 9월 기준 인도의 경우 전작 대비 1.7배, 동남아 지역은 1.4배의 판매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동남아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전작 대비 2배에 이르는 초기 반응을 이끌어냈다. 같은 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가전전시회 ‘IFA 2022’에서 벤자민 브라운 구주 총괄 마케팅팀장(상무)은 “유럽 지역 초기 출하량이 전작 대비 2배 증가하며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세련되고 강해진 ‘Z플립4’,
접힌 상태의 활용도 앞세워

Z4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더 큰 주목을 받은 제품은 단연 Z플립4다. 조개껍질처럼 위아래로 접히며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를 자랑하는 플립은 삼성전자의 폴더블 시리즈에서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 사전 판매 기준 지난해 플립 대 폴드의 판매량 비율은 7대3, 올해는 6.5대3.5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Z플립4의 강점은 무엇일까? 언팩 영상에서 실비가 선택하기도 했던 Z플립4의 첫인상은 ‘세련됨’이었다. 전작이 유광 커버를 사용해 반짝이는 생기를 강조했다면 Z플립4는 차분한 무광 글라스로 본연의 컬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유광으로 만든 힌지가 차분함 속에서 포인트로 빛난다. 몸집도 전작 대비 작아졌다. 펼쳤을 때 기준 72.2×166㎜(Z플립3)에서 71.9×165.2㎜로 줄었다. 실비의 한 손에 착 들어올 만한 크기다.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큰 진전은 무엇보다 배터리로 꼽힌다. 배터리 용량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던 전작(3300mAh) 대비 12% 늘어난 3700mAh다. 용량 확대와 함께 전력 효율도 개선해 기본 4시간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배터리 소모가 많은 고화질 영상 사용 시간이 많은 이용자층에 희소식이다. 배터리 개선으로 전작 대비 무게는 4g 무거워졌지만 이 정도면 기꺼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Z플립4의 무기인 ‘플렉스 모드’는 스마트폰을 접었을 때 자동으로 화면이 위아래로 분할되는 기능이다. 언팩 영상에서 BTS가 셀카를 찍을 때나 인플루언서가 혼자 요리 영상을 찍을 때 등장했다. 사각 받침대가 없어도 테이블이나 야외 구조물 위에 Z플립4를 올려두면 원거리 단체 셀카 촬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윗 화면에선 유튜브를 보고 아래 화면에서 친구의 카톡을 확인할 수도 있다.

Z플립4를 접은 상태에서도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퀵샷’ 기능은 폴더블 폰이 닫힌 상태에서 고화질 후면 카메라로 빠른 셀카 촬영을 돕는다. 커버 스크린으로 내 모습을 확인하며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동작 인식으로 촬영할 수 있어 편리하다. 퀵샷 촬영을 하다 다시 폴더블을 펼쳐 플렉스 모드로 전환해도 끊김 없이 촬영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캘린더, 다이렉트 콜, 음성 텍스트 입력, 이모티콘 문자메시지 회신도 가능해 커버 스크린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경험도 확장됐다.

삼성전자가 최초로 내놓았던 ‘노트’ 시리즈를 통해 일반인들도 스마트폰에 펜을 쓰는 행위가 익숙해졌듯 폴더블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플렉스 모드의 대중화가 필수다. 삼성은 MZ세대가 애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메타(Meta)와 적극 협업했다. Z플립4는 릴스 영상을 촬영할 때나 왓츠앱, 페이스북으로 영상통화를 할 때 플렉스 모드를 자동 지원한다.

가장 파워풀한 기술적 내구도와
첨단성 갖춘 폴더블, ‘Z폴드4’

Z플립4가 역동적이고 발랄한 자율성과 확장성을 강조했다면 Z폴드4는 우아하고 파워풀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노태문 사장은 언팩에서 Z폴드4를 소개하며 “1㎜마다, 1g마다 기술적인 돌파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폴드 시리즈는 삼성의 모든 갤럭시 스마트폰 제품군 중에서도 높은 가격과 높은 사양을 갖고 있다. 그만큼 기술적인 내구도와 첨단성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Z폴드4에는 삼성이 기술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발자들은 힌지 부분을 더욱 슬림하게 하기 위해 기존의 톱니바퀴형 회전 장치를 대체하는 회전축 장치를 개발했다. 디스플레이의 금속층을 없애 무게를 줄인 대신 탄소섬유 플라스틱으로 내구성을 높였다. 본체 내부에 들어가는 스펀지의 재질을 바꿔 외부 충격을 흡수하게 했다. 전면 카메라를 디스플레이 아래에 숨겨 풀스크린 경험을 제공하는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 기술도 보다 향상됐다. 언팩 영상은 “이처럼 한 층, 한 층의 성과가 모여 우리는 역대 가장 강한 다음 세대 폴더블을 만들어냈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Z폴드4는 전작(271g) 대비 무게가 263g으로 가벼워졌다. 5000만 화소 듀얼 픽셀 카메라가 탑재돼 초광각 카메라로 역대급 넓은 화면 촬영이 가능하고 8K 동영상도 찍을 수 있다. 성능 향상과 함께 발열 문제도 상당 부분 극복했다. 고사양 서비스 이용자, 멀티태스킹 비즈니스맨의 수요에 최적화된 셈이다.

Z플립4가 플렉스모드를 무기로 내세웠다면 Z폴드4의 비장의 무기는 ‘태스크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한 결과물인 태스크바는 PC 화면에서 하단 상태 표시줄을 쓰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설정•카메라•유튜브 등 이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과 가장 최근에 쓴 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태스크바 오른쪽에는 홈 버튼과 뒤로 가기 버튼 등 갤럭시 이용자에게 익숙한 제어바도 함께 들어가 있어 직관적이다.

따로 구매할 수 있는 S펜과 함께 사용하면 편리성은 극대화된다. 갤러리 앱이나 유튜브로 사진•영상을 보면서 2분할, 3분할 창으로 동시에 메모 팝업을 띄워 메모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 팝업 창은 상단 바를 눌러 닫을 수 있어 PC에서 작업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업무 활용도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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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마이제이션과 브랜드 컬래버로
여성•Z세대•‘애플빠’들 U턴

Z4 시리즈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그간 갤럭시의 주력 소비층이 아니었던 Z세대와 여성, 아이폰 사용자(소위 ‘애플빠’)들의 마음을 돌렸다는 점이다. 이른바 ‘갤럭시 환승족’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SK텔레콤에 따르면 공식 온라인몰 T다이렉트샵의 Z플립4•Z폴드4 사전 예약 당시 2030세대 예약자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특히 Z플립4의 경우 전체 예약자 중 2030세대 여성 고객 비중이 37%에 달했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서 만 18∼29세 여성 중 아이폰 사용자 비중(62%)이 갤럭시 사용자(32%)의 2배에 육박했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자인과 차별성을 중시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플립 제품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U턴 현상이 일어난 데는 우선 Z4 시리즈의 ‘개인화’ ‘커스터마이제이션(주문 제작)’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개개인의 특성과 자기표현 욕구가 높은 세대에게 차별화된 클램셸(조개껍질)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함께 취향에 따라 마음대로 꾸밀 수 있도록 한 다양한 에디션으로 어필했다는 것이다.

Z플립4는 기본 컬러인 파스텔톤 보라퍼플, 핑크 골드, 블루, 그라파이트를 넘어 사용자가 원하는 컬러를 직접 고를 수 있도록 비스포크 에디션을 제공한다. 옐로, 화이트, 네이비, 카키, 레드 총 다섯 가지의 글라스 컬러 중 원하는 색상을 골라 전면, 후면 커버를 조합할 수 있으며 여기에 더해 실버, 골드, 블랙으로 이뤄진 세 가지 프레임 컬러 옵션도 주어진다.

클램셸 폼팩터(clam shell form factor)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커버 스크린도 취향에 따라 꾸밀 수 있다. 커버 스크린의 배경으로 사진, GIF는 물론 동영상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직접 찍은 사진과 다양한 시계 디자인으로 무궁무진한 조합이 가능하다. 액세서리 역시 커스터마이징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선택의 폭을 늘렸다. 한편 커스터마이징은 단순히 기기의 UX를 꾸미는 것에 지나지 않고 맞춤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보다 자유분방하고 체험 기회를 넓힌 글로벌 마케팅 전략도 Z세대의 유턴에 한몫했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배우들과 BTS가 깜짝 등장했던 언팩 행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MZ세대가 호응하는 다채로운 마케팅이 펼쳐졌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에서는 Z플립4의 접는 모습을 활용해 ‘최고의 각도에서 본 삶’ 테마로 옥외광고를 진행했다. 소셜미디어에 해시태그 ‘#GalaxyExperienceRJ’를 추가한 셀카를 업로드하면 도시 곳곳에 설치된 대형 Z플립4 옥외광고물 커버 스크린에 사진이 떠오르게 했다. 또 시내 주요 도로 4곳에 실제 접혔다 펴지는 Z플립4 모형 시계 전광판이 설치돼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 벨기에 법인은 브뤼셀의 명품 거리 루이스 애비뉴와 엔트워프 오페라 거리 등 주요 5군데 버스정류장에 Z플립4 모양의 의자 구조물을 설치했다. 보라퍼플 컬러의 대형 Z플립4를 펼쳐 실제로 의자처럼 앉아 버스를 기다릴 수 있어 마케팅 기간 동안 현지 입소문을 탔다. 대만에서 진행한 Z4 시리즈 발표 행사에는 드론 500대가 동원됐다. 대만의 가장 큰 담수호인 르웨탄 야경 위에서 Z플립4, Z폴드4의 실루엣 이미지와 갤럭시 문구 등을 빛나는 드론으로 꾸며 감탄을 자아냈다. 태국 방콕에서는 가장 번화가이자 중심지인 수쿰빗 지역을 관통하는 수쿰빗 라인 스카이 트레인을 Z플립4 이미지로 래핑(감싸기)했다. 제품 판매장이나 체험관을 넘어서 더욱 일상에 가깝고 자연스럽게 소비자 접점을 마련하면서 폴더블의 대중화 메시지를 확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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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갤럭시Z플립3•폴드3’ 시리즈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MZ세대 인기 브랜드와의 컬래버 마케팅 전략이 Z4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출시된 Z플립3, Z폴드3의 톰브라운 에디션은 삼성전자가 선보인 명품 브랜드 마케팅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톰브라운 특유의 화이트 배경에 레드, 블루 라인이 들어간 디자인이 특히 Z플립3 커버에 딱 맞아떨어지면서 200만∼300만 원대 출고가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의 흥행을 일으켰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에서 오히려 웃돈을 받고 팔리는 상황이다.

Z4 시리즈 역시 젊은 층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인 메종마르지엘라와 손을 잡았다. 11월 공개된 ‘갤럭시 Z플립4 메종마르지엘라 에디션’에는 메종마르지엘라의 색상을 상징하는 ‘솔리드 화이트’가 적용됐다. 내부 디자인을 외부로 노출시킨 듯한 메종마르지엘라 특유의 ‘데코르티크’ 기법에서 영감을 얻어 제품의 실제와 동일한 형태의 내부 회로 형상을 후면 디자인에 반영했다.

‘지구를 위한 갤럭시’를 증명하다

Z4 시리즈의 또 다른 숨겨둔 무기는 친환경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더욱 강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 응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실제 많은 시장 조사 결과도 시장 수요가 예전처럼 단순히 제품의 성공뿐만 아니라 기업의 ESG 방향성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가리킨다.

삼성전자는 이번 Z4 시리즈 언팩의 상당 부분을 ‘지구를 위한 갤럭시(Galaxy for the Planet)’라는 주제에 할애했다. 글로벌 투자 자본과 떠오르는 소비층인 MZ세대가 관심을 쏟는 ESG를 향한 노력을 Z4 시리즈에 결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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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8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생태계를 아우르는 친환경 비전인 ‘지구를 위한 갤럭시’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모든 갤럭시 신제품에 재활용 소재 적용 △제품 패키지에서 플라스틱 소재 제거 △모든 스마트폰 충전기의 대기 전력 제로(zero)화 △전 세계 모바일 경험(MX)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한 매립 폐기물 제로화 등 세부 목표도 공개했다. 올해 ‘갤럭시S22’ 시리즈와 Z4 시리즈는 이 같은 비전이 실제로 제품에 적용된 사례다.

삼성전자가 지구를 위한 갤럭시를 위해 특히 주목한 대상은 해양오염의 주범인 폐어망이다.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어망은 약 64만 톤에 이른다. 이 폐어망들은 대양 곳곳에 방치된 채 바다거북, 희귀 어종 및 산호류의 생명에 위협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폐어망을 수거해 스마트폰 부품 소재로 환원하는 데 성공했다. Z플립4의 볼륨 키 부품, Z폴드4의 사이드 키 부품과 디스플레이 부품에 폐어망을 재활용한 소재가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S22 시리즈와 Z4 시리즈를 비롯해 갤럭시 제품군에서 올 한 해 재활용한 폐어망이 50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제품뿐만 아니라 패키지에서도 Z4 시리즈는 지난 시리즈와 차별화됐다. Z플립4, Z폴드4 패키지에서 상당량의 플라스틱을 제거했고 패키지 부피도 1세대 갤럭시 폴더블과 비교해 각각 52.8%, 58.2% 줄였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제품 운송 중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올해 1만 t 이상 감소될 것으로 추산했다. S22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패키지에도 100% 재활용 종이를 사용했다. 올 한 해 동안 S22 시리즈와 Z4 시리즈를 통해 약 5만1000그루의 나무를 보존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삼성전자의 친환경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폐어망 외에도 대량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신소재의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제품 단을 넘어서 생산 단계에서도 ESG 경영을 확대한다. 삼성은 앞서 9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낮추겠다는 ‘RE100’ 선언에 동참했다.

황창연 모바일경험(MX)사업부 선행CMF랩 프로는 “일반 플라스틱을 1t 생산할 때 4.4t의 탄소가 발생하는 데 비해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은 탄소 배출량이 3.3t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절감량인 1.1t은 30년생 소나무 120그루가 약 1년 동안 흡수하는 양에 해당한다.

‘Z5’를 향한 과제…
펜•힌지•더 매끄러운 인터페이스

폴더블 팬들은 이미 내년에 공개될 ‘갤럭시Z플립5•폴드5’에 대한 기대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Z3 시리즈의 흥행, Z4 시리즈의 인기가 폴더블의 대중화를 향해 나아갔다면 ‘Z5’ 시리즈는 주류 스마트폰으로서 더 나은 완성도를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이 모이는 부분은 무엇보다 ‘S펜’ 슬롯 추가 여부다. Z폴드4가 멀티태스킹 업무용으로 최적화돼 있는 만큼 폴드 사용자들은 기존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애용자들인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노트 신제품을 발표하는 대신 ‘갤럭시S’ 시리즈 최상위 라인업인 갤럭시S22울트라에 S펜 슬롯을 탑재하면서 노트 팬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사실상 노트 모델의 단종인 셈이다.

이에 기존 노트 모델의 수요층이 Z폴드4로 일부 넘어왔지만 아쉽게도 S펜이 기본 탑재돼 있지 않아 따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S펜 슬롯이 없어 시장에서는 ‘폴드용 S펜 케이스’의 개발, 판매도 이어지고 있다. 각종 IT 커뮤니티 등에서도 폴드 모델의 S펜 탑재를 고대하는 반응이 나온다.

폴드 모델에 S펜 슬롯이 들어가기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부피와 무게 때문이다. 기존 노트나 울트라 모델의 경우 S펜 슬롯은 바 형태 디스플레이의 한쪽에 들어가면 됐지만 폴드의 경우엔 힌지 부분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펜 슬롯이 힌지 부분에 들어갈 경우 슬롯이 차지하는 높이를 감안해 양쪽 디스플레이 부분도 똑같이 두꺼워져야 한다”며 “그렇다고 S펜의 두께를 지금보다 얇게 하다 보면 필기감을 희생해야 한다. 여러 가지 기술적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힌지의 내구성과 미관적인 측면도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나아갈 부분은 남아 있다. 출시 1년을 넘어가는 Z3 시리즈에서는 힌지 주름이 깊어졌다는 사용기가 나오고 있다. 향후 Z5 시리즈 등에 S펜이 기본 탑재된다면 힌지 부분의 S펜 인식력과 사용감도 중요한 극복 과제가 될 것이다. 최근 앞다퉈 출시되고 있는 경쟁사들의 제품에 비해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이처럼 힌지 부분의 굴곡을 줄이면서도 내구도를 잡는 것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끝나지 않는 과제다.

마지막으로, “왜 접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도 이어져야 한다. 바꿔 말하면 ‘폴더블을 접은 상태여야 사용이 더욱 편리한’ 서비스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플립 시리즈에서 내세우고 있는 플렉스 모드의 확장성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파트너 서비스와의 협업 확대가 그만큼 중요하다. 앞으로도 ‘굳이 꺾어놓고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대중의 질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사용자경험(UX)과 외부 서비스와의 협업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사진 촬영 이후 ‘그리기 도구’를 눌렀을 때 도구 화면이 어중간하게 잘라져 나오거나 아래 화면의 터치패드를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떨까. 기껏 플렉스 모드로 사진을 찍었다가도 촬영 직후 수정할 때는 다시 폰을 펴서 플렉스 모드를 빠져나와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새로운 시장의 개척자인 만큼 그 시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렇듯 세심한 부분에까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개선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지난하고 도전적인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곽도영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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