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 일본에서는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인 ‘파자마 정장’이 등장했다. ‘잠옷 이상, 정장 미만’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 제품은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지만 편안해 보이지는 않은 정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집에서 일하기 좋은 복장을 선호하면서도 온라인 미팅에서 지나치게 격식 없게 비치기는 싫은 직장인들의 수요를 포착한 이 제품은 단기간에 대히트를 쳤다. 파자마 정장을 필두로 한 기능성 정장의 성공은 기존 정장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제거해 철저하게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멋진 옷맵시를 결정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원칙을 고수한 결과다. 또한 정장이 외면받는 상황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속도감 있게 반영하고 틈새시장을 포착한 것도 위기를 기회로 살린 비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음식과 주거 생활뿐만 아니라 의복, 즉 입는 것에까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특징짓는 가장 큰 변화는 재택근무의 확산일 것이다. 원격 근무라는 새로운 업무 스타일이 정착되면서 패션 산업의 명암도 갈리고 있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정장 판매는 줄었고 편안한 의류를 구입하는 사람은 증가했다. 일본 정장 제조 업체들의 2020년 매출은 모두 2019년 대비 20% 이상 감소하며 코로나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일본의 경제 전문지인 닛케이신문이 선정한 ‘2021년 일본의 히트 상품 Best 30’, 닛케이가 발간하는 마케팅 전문지인 닛케이 MJ 선정 ‘2021년 우수 제품 및 서비스상’을 수상한 제품은 다름 아닌 ‘정장’이다. 정장 업체들이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역경의 시대에 히트 상품을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파자마 정장의 성공을 통해 불황 속에도 팔리는 제품의 탄생 비결을 알아보자.
‘잠옷 이상, 정장 미만’ 틈새시장에서 탄생
“무슨 옷을 입어야 하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갑자기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회사가 늘면서 직장인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집에서 일하기에 편한 복장을 선호하면서도 온라인 줌 미팅에서 지나치게 격식 없거나 해이하게 비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정장을 입고 일하자니 불편했다.
정희선hsjung3000@gmail.com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 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