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여파에도 소비자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리테일 매장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더현대 서울’의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자리 잡은 MZ세대를 겨냥해 신규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명분 있는 가성비’에 적합한 브랜드와 두터운 팬덤층을 형성한 브랜드를 엄선해 배치했다. 동시에 멀티숍과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해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둘째, 기존 리테일 매장에 없던 새로운 공간을 조성했다. 매장 면적을 줄여 고객 동선을 확보하고 고객이 오래 머물며 쉴 수 있는 ‘녹지 공간’을 더했다. 더현대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문화 공간’은 온라인 소비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끌었다.
2000년 이후 백화점 업계는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주로 1970년대생을 일컫는 X세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되던 해였다. 유통 업계에선 취업을 통해 구매력을 갖게 된 X세대를 겨냥한 젊은 감성의 ‘영 패션(Young Fashion)’ 장르가 새롭게 떠올랐다. ‘영(Young) 상권’이 백화점에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했다. 월 매출 1억 원가량을 기록하는 잘나가는 브랜드조차 영 패션 상권에 밀려 백화점에서 철수하는 기현상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유통 업계는 X세대를 타깃으로 한 ‘노다지’ 시장을 선점하고자 너도나도 영 패션 브랜드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 시기 서울 명동 롯데 본점에 ‘롯데 영플라자’가 세워지고 현대백화점 ‘유플렉스’는 신촌1호점을 시작으로 목동점, 중동점 등 7곳으로 확장됐다.
이후 20여년 동안 백화점은 X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변화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간 통용되던 공식에 문제가 생겼다. 세월이 흘러 X세대도 40, 5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백화점을 지배하던 영 패션 장르는 더이상 ‘영(Young)’하지 못한 장르가 됐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의 대다수는 신선한 브랜드가 아니었다. ‘영 패션’은 백화점이 처한 하나의 위기의 상징일 뿐이다. 전체적으로 백화점은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고 젊음을 잃어가는, ‘핫’하지 않은 쇼핑의 전유물이 됐다.
백화점이 그간의 성장에 취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백화점 업계의 성장세가 꺾인 2019년부터다. 그해 7월 일본 불매운동이 전국으로 퍼지며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유니클로 브랜드의 매출 60∼80%가 줄었다. 유니클로 브랜드가 영 패션 장르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고 있던 비중은 10% 가까이 달했던 터라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의 7∼8%가 곤두박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백화점의 영 패션 장르가 더 이상 ‘영’하지 않다는 것을 감지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통감하던 시기, 현대백화점은 여의도라는 서울 노른자 땅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의 오픈을 앞두고 있었다.
글로벌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은 일각의 우려와 달리 개점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2021년 10월 말 기준 SNS에 업로드된 더현대 서울 관련 게시물은 약 22만 개에 달한다. 개점 후 100일 만에 매출 2500억 원을 기록했으며 개장 1년도 되지 않은 현재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0위권을 바라보고 있다. 백화점 불황의 시기, 나홀로 성장 중인 더현대 서울의 성공 전략을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짚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