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게 여행은 특별한 경험이 아닌 일상의 연장이다. 이들은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기보다는 여행지에서 먹고 자고 취미를 즐기며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고자 한다. MZ세대가 원하는 이러한 로컬 여행은 로컬리티, 커뮤니티, 그리고 지역의 지속가능성의 융합을 통해 그 요체를 형성한다. 해녀들의 삶과 애환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제주 ‘해녀의 부엌’과 쇠락해가는 항구 도시를 인기 여행지로 부상시킨 일본 오노미치의 U2 프로젝트는 이 세 요소에 충실함으로써 MZ세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딘앤델루카의 몰락이 의미하는 것
필자가 미국 뉴욕에서 유학하던 2000년대 초, 딘앤델루카(Dean & Deluca)는 가장 인기 있는 식료품 매장이었다. F&B 산업과 관련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성지 같은 곳으로 늘 손님이 북적였다. 채소, 과일, 치즈, 소스 등 온갖 구르메 식재료가 모여 있고 각종 식기와 주방용품도 살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이곳이 2019년 파산을 신청했다. 발 디딜 틈 없던 뉴욕 백화점들이 적자로 돌아서며 고전을 면치 못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온라인 채널이 성장하면서 2018년을 기점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종합 유통 소매 매장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목받는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이 없는 건 아니다. 올봄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 현대 서울(이하 더현대)’이 그 예다. 더 현대는 개장과 동시에 화제의 중심에 서며 오픈 10일간 누적 매출 2500억 원, 주말 기준 평균 방문객 수 8만∼9만 명을 기록했다.11조선비즈 ‘더현대서울, 100일간 매출 2500억..‘서울의 명소’ 됐다’ https://v.kakao.com/v/2021060306013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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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주도하는 주요 계층이 MZ세대로 변화하면서 이들의 니즈와 소비 행태를 수렴했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가 갈린다.
2017년 글로벌 기업 네슬레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끝에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커피를 인수한 것도 MZ세대를 이해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네스카페 등을 운영하는 네슬레는 커피 시장의 오랜 강자였지만 부모 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MZ세대의 커피 소비를 깊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에 네슬레는 미국의 젊은 세대에게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된 블루보틀커피를 인수함으로써 변화를 꾀했다. 블루보틀을 품에 안은 이후에도 네슬레는 마트 등에서 파는 스타벅스의 커피 제품 유통 판권을 인수하는 등 젊은 연령대의 소비자를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22머니투데이, 네슬레는 왜 스타벅스 커피를 8조 원에 샀을까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050816462755657 한국경제, 블루보틀이 뭐길래… 인수한 네슬레가 ‘악마의 기업’?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71004699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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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일상과 취미 활동의 연장
‘여행’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유명한 역사 유적지? 호텔? 골목길? 요 몇 년간 필자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여행 사진은 대부분 음식 사진이다. 20년 전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 사진은 팔 할이 유명 관광지였다. 그 시절엔 관광버스를 타고 유람을 떠나는 어르신도, ‘2주 안에 5개국 뽀개기’ 배낭여행에 나섰던 20대도 관광지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나는 부석사, 에펠탑을 한번 보고 왔다’를 모두가 중요하게 여겼던 시기다.
관광 동기는 관광지의 매력에 이끌려 여행을 떠나게 되는 유인 동기(Pull motivation)와 일상에서의 탈출을 위해 떠나는 추진 동기(Push motivation)로 나뉜다. 과거엔 ‘다시없는 기회인데 부석사, 에펠탑을 반드시 보고 말겠어’ 식의 유인 동기가 강했다. 그러나 여가 사회로 돌입하며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거주지에서 벗어나는’ 데 방점을 둔 추진 동기에 의한 여행이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이를 주도하는 이들은 MZ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