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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코드CEO포럼

꿈과 정체성, 소비자 마음 여는 열쇠

박수경 | 18호 (2008년 10월 Issue 1)
소비자 마음속으로 들어갈 타이밍 찾기
소비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 줄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이 시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트렌드 연구가 중요하다.
 
회장품 업계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현상을 트렌드라고 정의한다. 지금은 잘 보이지 않아도 한두 명의 앞선 사람들에 의해 특정한 유행이 장기화되고 다수가 이들을 따라가는 것을 트렌드라고 본다.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에서는 앞으로 3∼5년 동안 지속될 메가트렌드 정보를 찾아내고 미래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한다. 이를 토대로 1년∼1년 반 정도 앞서 시즌별 뷰티 트렌드를 예측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 지난해 미리 개발한 2009년에 다가올 트렌드를 네 가지 키워드로 소개한다.
 
I-Nique ‘아이 니크(I-Nique)’는 유니크(unique)에서 파생된 단어다. 그동안 ‘남들과 다르게 보이기 위한 나’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집중한다. 나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산업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화려한 장식에 치우친 디자인에 회의를 느끼고 “나는 디자인을 살해했다”고 천명했다. 지나치게 장식적인 요소를 버리고 본질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영국 청년 닐 부어맨이 쓴 책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중독자이던 그는 어느 날 브랜드에 매여 사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고 명품을 비롯해 자기가 가진 브랜드 제품을 모두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브랜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인간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찾자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본질을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역사와 근원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진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나의 선조는 누구인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지금은 에르메스가 150여 년 전 마구간 용품으로 출발했다는 이야기처럼 어떤 브랜드나 제품도 진정성에서 출발한 역사를 가져야 하는 세상이다. 지난해 샤넬 패션쇼에서는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드가 ‘트렌드는 돌고 돈다. 그러나 클래식은 여전하다’는 주제로 회전목마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프랑스 여배우 오드리 토투는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에 출연했다.
 
본질을 추구하는 행동 중 재미있는 것은 ‘∼족’ 같은 새로운 부족사회의 출현이다. 대중 속에서 벗어나 동일한 코드를 가진 사람들끼리 일가친척처럼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든다. 이는 디지털 웹 2.0시대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1% 집단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셰어유어룩닷컴(shareyourlook.com)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찍은 사진을 올리면 네티즌들이 서로 칭찬을 해 준다. 어찌 보면 기괴스러운 사진도 있지만 자신들의 본질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Multi-cast 멀티캐스트는 여러 요소를 모아 새로운 하나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제는 하나만 잘해서는 인정받지 못한다. 여러 직업과 성격을 가진 멀티 인간형, 다기능의 제품과 공간 등 멀티 전성시대가 되고 있다.
 
최근 제일모직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세운 10꼬르소꼬모라는 멀티숍이 젊은 층 사이에서 ‘핫(Hot)’한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10꼬르소꼬모의 원조는 이탈리아 밀라노인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 생긴 것이다. 이곳은 원래 옷을 파는 곳이지만 이 안에는 서점도 있고 카페도 있다. 뉴욕에 마스티하숍이라는 가게가 있다. 마스티하는 그리스의 치오스 섬에서 재배되는 유향나무의 진을 말한다. 이 가게에서는 마스티하를 사용해 커피, 술, 화장품, 껌 등 다양한 제품을 색다르게 만들어 판다.
 
해외의 한 가구회사는 악기처럼 두드릴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었다. 영국 런던에는 운동화를 파는 자동판매기가 등장했다. 상상을 뛰어넘는다. 스웨덴의 가정용품 회사 이케아는 카탈로그를 잘 보지 않는 신세대들을 위해 동영상 카탈로그를 만들었다. 이케아는 여자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 같은 동영상을 만들었다. 여자가 테이블 옆을 지나가면 테이블의 상품코드가 무엇이고 가격은 얼마인지 보여 주는 식이다. 동영상과 카탈로그를 결합해 각광받은 사례다.
 
색다른 영역의 교차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구두 디자이너 지니 킴과 협업해 가죽 패키지를 이용한 화장품을 내놨다. 또 예전엔 건축가만 공간을 창조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패션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가 두바이에 호텔을 짓고, 역시 패션디자이너인 크리스티앙 라크루아가 비행기의 실내를 꾸미는 시대가 됐다.

Amazing Touch
과거에는 꿈만 꾸던 것을 이제는 하이테크놀로지로 실현할 수 있다. 한계는 없다.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하늘을 나는 호텔인 ‘맨드 클라우드’를 개발하고 있다. 며칠 동안 지구를 떠돌면서 여행할 수 있는 호텔이다. 하늘에 집을 짓는다는 생각은 예전엔 공상과학 만화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닌텐도 위(Wii)에는 전동판이 있어 화면을 보며 스포츠게임을 즐기면 마치 헬스클럽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서는 닌텐도 위 때문에 동네 헬스클럽이 문을 닫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다.
 
사람의 기분에 따라 일곱 가지 색깔로 각각 변하는 탁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사용해 뜨거운 물을 틀면 빨간 빛, 찬 물을 틀면 파란 빛이 나오는 샤워기, 아침이 되면 햇살이 얼굴에 비치듯 빛을 발사해 잠을 깨워주는 베개도 있다.
 
Proud blue-eco
2000년대 초반부터 나온 ‘에코’라는 키워드는 아직까지 이어질 정도로 메가트렌드가 됐다. 사람들은 환경 친화적 라이프스타일에 자부심을 갖는다. 이런 소비자들은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이왕이면 환경 친화적인 상품을 사고 싶어 한다. 그린을 뛰어넘는 환경 친화적 트렌드를 블루에코라고 정의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인터넷으로 기부를 받아 아프리카에 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지상에 거대한 하트 모양을 만드는 행사를 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 행사에 너도 나도 기부했으며, 여기에 기부하는 것 자체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프라우드 블루에코 성향의 사람들은 제3세계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은 공정무역 상품을 쓰며, 유기농 제품을 선호한다. 존 하디라는 굉장히 비싼 수공예 장신구 브랜드의 제품은 발리의 친환경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공장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키운 유기농 음식만 먹으며, 친환경적으로 살면서 수공예 작업을 한다. 환경에서 희소가치를 찾아 부를 챙기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재활용으로 친환경적 기업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한다. 나이키는 자투리 천만으로 만든 운동화를 선보였으며, 영국의 한 설치 작가는 공항에 버려진 패트병으로 근사한 샹들리에를 만들었다. 남이섬 입구의 등대에는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인 설화수의 공병 1만 개를 재활용해 만든 꽃이 달려 있다.(사진)
 
트렌드를 그냥 읽을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기업에 필요한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트렌드 속에서 좋은 아이템을 찾아 적절한 타이밍에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이른바 대박상품이 나올 수 있다.
 
편집자주 IT전략연구원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인문학적 상상력과 문화·예술적 창의력 배양에 초점을 둔 최고경영자(CEO) 교육 과정 ‘퓨처코드 CEO포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포럼의 일부 강의를 요약해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인문학, 과학, 문화콘텐츠, 디자인 등에 특화한 강의를 만나 보십시오. 이번 호에는 박수경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 소장의 강의 ‘소비자 감성과 트렌드 찾기’를 전해 드립니다.
 
박수경 소장은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소비자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마케팅 부문 소비자미용연구소 소장(상무)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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