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마음속으로 들어갈 타이밍 찾기
소비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 줄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이 시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트렌드 연구가 중요하다.
회장품 업계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현상을 트렌드라고 정의한다. 지금은 잘 보이지 않아도 한두 명의 앞선 사람들에 의해 특정한 유행이 장기화되고 다수가 이들을 따라가는 것을 트렌드라고 본다.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에서는 앞으로 3∼5년 동안 지속될 메가트렌드 정보를 찾아내고 미래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한다. 이를 토대로 1년∼1년 반 정도 앞서 시즌별 뷰티 트렌드를 예측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 지난해 미리 개발한 2009년에 다가올 트렌드를 네 가지 키워드로 소개한다.
I-Nique ‘아이 니크(I-Nique)’는 유니크(unique)에서 파생된 단어다. 그동안 ‘남들과 다르게 보이기 위한 나’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집중한다. 나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산업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화려한 장식에 치우친 디자인에 회의를 느끼고 “나는 디자인을 살해했다”고 천명했다. 지나치게 장식적인 요소를 버리고 본질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영국 청년 닐 부어맨이 쓴 책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중독자이던 그는 어느 날 브랜드에 매여 사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고 명품을 비롯해 자기가 가진 브랜드 제품을 모두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브랜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인간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찾자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본질을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역사와 근원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진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나의 선조는 누구인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지금은 에르메스가 150여 년 전 마구간 용품으로 출발했다는 이야기처럼 어떤 브랜드나 제품도 진정성에서 출발한 역사를 가져야 하는 세상이다. 지난해 샤넬 패션쇼에서는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드가 ‘트렌드는 돌고 돈다. 그러나 클래식은 여전하다’는 주제로 회전목마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프랑스 여배우 오드리 토투는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에 출연했다.
본질을 추구하는 행동 중 재미있는 것은 ‘∼족’ 같은 새로운 부족사회의 출현이다. 대중 속에서 벗어나 동일한 코드를 가진 사람들끼리 일가친척처럼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든다. 이는 디지털 웹 2.0시대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1% 집단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셰어유어룩닷컴(shareyourlook.com)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찍은 사진을 올리면 네티즌들이 서로 칭찬을 해 준다. 어찌 보면 기괴스러운 사진도 있지만 자신들의 본질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Multi-cast 멀티캐스트는 여러 요소를 모아 새로운 하나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제는 하나만 잘해서는 인정받지 못한다. 여러 직업과 성격을 가진 멀티 인간형, 다기능의 제품과 공간 등 멀티 전성시대가 되고 있다.
최근 제일모직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세운 10꼬르소꼬모라는 멀티숍이 젊은 층 사이에서 ‘핫(Hot)’한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10꼬르소꼬모의 원조는 이탈리아 밀라노인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 생긴 것이다. 이곳은 원래 옷을 파는 곳이지만 이 안에는 서점도 있고 카페도 있다. 뉴욕에 마스티하숍이라는 가게가 있다. 마스티하는 그리스의 치오스 섬에서 재배되는 유향나무의 진을 말한다. 이 가게에서는 마스티하를 사용해 커피, 술, 화장품, 껌 등 다양한 제품을 색다르게 만들어 판다.
해외의 한 가구회사는 악기처럼 두드릴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었다. 영국 런던에는 운동화를 파는 자동판매기가 등장했다. 상상을 뛰어넘는다. 스웨덴의 가정용품 회사 이케아는 카탈로그를 잘 보지 않는 신세대들을 위해 동영상 카탈로그를 만들었다. 이케아는 여자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 같은 동영상을 만들었다. 여자가 테이블 옆을 지나가면 테이블의 상품코드가 무엇이고 가격은 얼마인지 보여 주는 식이다. 동영상과 카탈로그를 결합해 각광받은 사례다.
색다른 영역의 교차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구두 디자이너 지니 킴과 협업해 가죽 패키지를 이용한 화장품을 내놨다. 또 예전엔 건축가만 공간을 창조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패션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가 두바이에 호텔을 짓고, 역시 패션디자이너인 크리스티앙 라크루아가 비행기의 실내를 꾸미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