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Brief-Case: 기아 리브랜딩의 의미

전기차 넘어 미래 지향적 모빌리티 혁신 추구

322호 (2021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아자동차는 올해 초 리브랜딩을 통해 새로운 사명과 로고를 공개하며 기존 사명에서 ‘자동차’라는 단어를 빼고 로고 역시 미래지향적인 느낌으로 바꿨다. 이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친환경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을 위한 시도였다. 또한 단순히 브랜드 경험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고객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픽업 충전 플랫폼 공동 개발’ ‘디지털 구매 예약’ 등을 시도했다. 구매 및 제품 이용 단계에서 고객 경험을 극대화해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기아의 중장기적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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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6일 기아의 화려한 불꽃 드론 쇼가 유튜브에 공개됐다. 303대의 파이로 드론(pyro drone)이 뉴기아 로고와 슬로건을 창공에 새겼다. 기네스북에까지 등재된 이 거대한 드론 쇼는 기아가 ‘모빌리티(mobility)’ 기업으로서 ‘태세 전환’을 선포한 순간이었다. 기아의 ‘뉴 로고 언베일링(new logo unveiling)’은 전 세계에 기아의 새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기아는 로고뿐만 아니라 사명도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 바꿨고 양재동 사옥에 있는 현판도 교체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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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업들은 왜 지금 브랜드 공사 중인가?

기아는 왜 사명과 로고를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을까. 사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 중 상당수가 최근 사명 및 로고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를 벗고 친환경 자동차 기업으로 이미지를 변신하고자 하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의 로고 변경은 전기차에만 사용되는 BMW 뉴 로고를 시작으로 닛산, GM, 푸조 등에서 연이어 이뤄졌다. GM은 흰색 바탕에 파란색 글자로 백색과 청색을 교차해 친환경 이미지를 주고 있으며 m 아래에 밑줄을 그어 전기차 플러그를 상징하도록 바꿨다. 푸조도 사자의 얼굴만 뉴 로고에 담아 단순하되 고급스러운 2D 이미지를 담아냈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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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체들이 로고를 바꾸는 것은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시장은 크게 세 그룹으로 분할돼 있다. 첫째 그룹은 테슬라, 루시드(미국), 니오(중국), 리막(크로아티아) 등 신흥 전기차 업체들이다. 두 번째 그룹은 애플(미국), 소니(일본), 폭스콘(대만), 마그나(캐나다) 등 반도체, IT 기업들로서 기반 기술을 토대로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업체들이다. 세 번째 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폴크스바겐, 도요타, GM 등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업체들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 시장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는 이 시장의 성장세 때문이다. 실제 전체 시장 크기 측면에서 전기차 시장 규모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조사 기관 EV볼륨즈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를 2021년 462만 대(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 전기 포함), 2025년 1276만 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 생산으로 쌓은 노하우를 쏟아부어 주행 성능, 디자인, 편의성뿐만 아니라 친환경 주행이라는 프리미엄 기술까지 더해가며 전기차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ID.4, 메르세데스-벤츠는 EQC, BMW는 iX, 도요타는 UX300e, 볼보는 C40, 닛산은 아리야 등의 라인업을 내세우며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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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기업 꿈꾸는 기아의 브랜드 자산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아는 지난 2020년 ‘플랜 S’라는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하며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바 있다. 플랜 S는 ‘전기차’ ‘모빌리티 솔루션’ ‘모빌리티 서비스’ ‘목적 기반 차량(PBV, Purpose Built Vehicle)’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변신시키겠다는 기아의 신사업 기반 전략이다. 사명과 로고를 바꾼 것은 플랜 S를 달성하기 위해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기아는 플랜 S를 통해 전기차와 목적 기반 차량, 모빌리티 솔루션과 서비스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전기차 출시 계획을 살펴보면 기아는 2026년까지 7개의 순수 전기차와 4개의 파생 전기차, 총 11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 전기차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기아는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6.6%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2026년까지는 연간 5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랜 S를 통해 기아차가 추구하고 있는 또 다른 축은 ‘목적 기반 차량’이다. 기아가 오랜 군수 차량 제조 경험을 살려 집중하고 있는 시장이다. 기아는 고객의 승차 목적에 딱 맞는 차량을 맞춤형으로 생산•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어라이벌(Arrival) 등1 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스케이트보드와 같은 통합 모듈형 플랫폼 위에 다양한 본체를 적용함으로써 고객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자동차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아는 2022년 첫 목적 기반 차량 모델 ‘PBV01’을 출시하고 PBV 시장의 글로벌 1위를 향해 2030년 100만 대까지 판매 목표를 잡고 있다. 또한 플랜 S의 다른 두 축인 모빌리티 솔루션과 모빌리티 서비스도 집중적인 R&D로 육성하고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하는 데 걸림돌이 바로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였다. 이제 고객들은 단순히 제품만으로 브랜드를 인식하지 않는다. 전기차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전기 과학자 테슬라라는 이름으로 차를 명명했을 때부터 선도적인 사업가의 혁신적인 브랜드로 포지셔닝됐다. 기아차에는 테슬라와 같은 강한 브랜드 콘셉트가 없었다. 품질과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지만 기존 브랜드는 기아의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를 담기엔 부족했다. 올드한 이미지의 기아 브랜드로는 다양한 브랜드 선택지 속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어려웠다.

기아의 뉴 브랜드, 치열한 고민으로 탄생

브랜드가 강화돼야 품질과 디자인이 브랜드 전략의 일환으로 작동하게 된다. 기아가 해야 할 일은 제품과 브랜드 간의 약한 고리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즉, ‘리브랜딩(rebranding)’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사실 기아는 리브랜딩을 2019년부터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브랜드를 둘러싼 기아의 현실적인 고민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유사한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그런 이미지가 강했다. 현대차그룹으론 현대차와 기아차라는 두 개의 포트폴리오를 각자 갖춰 각기 다른 브랜드로 작동하길 원했지만 어려운 시기엔 영업이익률이 동반 하락하는 등 변동성 측면에까지 두 브랜드는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기민하게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공략하고 ‘선도 주자(first mover)’로서 치고 나가길 원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여전히 현대차의 ‘형제 브랜드’로 인지된 것이다. 그사이 디자인 측면에서도 기아차 엠블럼에 대한 고객 불만이 누적되고 있었다. 기아 브랜드는 가격이 적당한 저가의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품질과 디자인을 로고나 브랜드가 좇아오지 못한다는 비난 역시 지속됐다.

한편 2020년부터 줄줄이 출시될 신차들은 기아 내부적으로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2019년에 미국 시장에서 텔루라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K5가 성공적으로 출시됐고, 2020년에는 신형 쏘렌토와 카니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또 2021년에는 K8과 신형 스포티지, 첫 전용 전기차 EV6 출시가 줄줄이 예정돼 있었다. 회사 엠블럼에 대한 불만족과 신차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리브랜딩의 필요성은 더욱 강하게 제기됐다.

기아는 고민에 빠졌다. 기아가 선택할 수 있는 리브랜딩 옵션은 세 가지였다. 내연기관차(ICE, Internal Combustion Engine)에서 전기차(EV, Electric Vehicle)로의 빠른 전동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만큼 첫째, 아예 기아를 버리고 전기차 중심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 둘째, 기아자동차는 두고 새로운 서브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 셋째, 기아자동차의 로고와 브랜드명을 기존 모델을 기반으로 진화시킬 것인가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회사의 얼굴을 바꾸는 결정이었기에 내부적으로 치열한 검토 과정을 거쳤다.

첫 번째 옵션, 즉 전기차 중심의 새로운 브랜드로 기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은 큰 문제가 있었다. 기아는 플랜 S와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 전략 기반을 전방위적으로 갖출 계획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전기차만을 염두에 둔 브랜드 변경은 오히려 비즈니스의 스펙트럼을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옵션은 해외 내연 완성차들이 그렇듯 독립적인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볼보가 내놓은 ‘폴스타’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자동차 브랜드와 자동차 모델명은 엄연히 다르다. 모델명을 만드는 것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비용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현대차의 고급 차 독립 브랜드 ‘제네시스’ 사례에서 보듯이 독립 브랜드는 우선 매장과 판매망부터 독립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돼야 한다. 독립 브랜드는 리브랜딩이 아니고 브랜드 ‘뉴 론칭’이기 때문에 판매 인프라부터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많이 든다. 독립 브랜드만큼은 아니지만 서브 브랜드도 투자비가 많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서브 브랜드 투자의 한 예로 해외의 내연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만을 위한 ‘숍인숍(shop in shop)’ 개념으로 전시 공간부터 별도로 만들고 있다. 비용 대비 효익을 놓고 봤을 때 전기차를 위한 별도 브랜드 론칭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옵션, 즉 기아자동차라는 기존 브랜드를 새롭게 진화시키는 것이 기존의 기아자동차가 해외에서 가지고 있었던 젊은 이미지와 누적된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옵션으로 여겨졌다. 기아는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었다. 이미지까지를 변화시키면 인지도는 더욱 강화될 수 있었다. 많은 기업이 리브랜딩의 필요성을 인지할 때조차 대부분 주저하다 끝나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늘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도 다양한 사례로 입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는 2019년 하반기부터 예상됐던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마침내 기아자동차를 기아로 리브랜딩하기로 결심했다. 사명에서 공식적으로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뺀 의도는 뉴 로고 언베일링 행사에서 드론을 등장시킨 배경에도 담겨 있다. 도로를 달리는 바퀴 차를 넘어 모빌리티 전방에서 앞선 기술력과 제품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셈이다.

심리스(Seamless)한 고객 경험

새롭게 출범한 기아의 슬로건은 ’영감을 주는 움직임(Movement that inspires)‘이다. 기아는 ‘새로운 생각이 시작되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겠다’라는 브랜드 목적과 비전을 슬로건에 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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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브랜딩이 구호로 멈춰선 안 된다. 리브랜딩은 실행돼야 의미가 있다. 단순한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이 아니라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고객 경험’이란 고객이 기업과의 모든 접점에서 겪는 경험을 총칭한다. 자동차의 예만 보더라도 고객은 차량을 선택하고, 주문하고, 인수하고, 운전하고, 고장이 나면 사후 관리를 받게 된다. 그 일체의 단계에서 고객은 기업의 제품과 그에 따른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은 다시 고객들에게 체화돼 브랜드를 강하게 인식하게 만든다. 이러한 고객 경험이 단절 없이(seamless) 옴니채널을 통해 완벽하게 실현된다면 고객은 브랜드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강한 충성도를 가지게 된다.

기아도 리브랜딩을 계기로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편의감을 증진하는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어떻게 브랜드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 기아는 ‘대담하고 독창적이며 실험적인 제품을 디자인해 간결하고 직관적이며 통합된 고객 경험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타깃 고객층도 새롭게 설정했다. 기아가 지향하는 고객층은 바쁜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열정을 잃지 않고 ‘나다움’을 추구하며 매일 앞으로 나아가는 ‘모던 인디비주얼(Modern Individual)’이다. 기아는 그들에게 ‘다이내믹하고, 스타일리시하며, 혁신적인 제품, 그리고 의미 있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험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예가 ‘픽업 충전 플랫폼 공동 개발’이다. 기아와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 YW모바일은 2021년 3월 ‘온디맨드(수요자 요구 맞춤형)’ 픽업 충전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기아 전기차 고객이 기아 VIK2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온디맨드 픽업 충전 서비스’를 신청하면 전담 직원이 고객이 요구한 장소로 와서 차를 픽업한 뒤 전기를 충전한 후 고객에게 차량을 돌려주는 서비스다. 디지털 키 기술을 통해 고객과 차가 서로 떨어져 있어도 직원이 차를 픽업하고 차량 이동, 충전 상황 등을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송신한다. 비상용으로 최소 수준만 제공하는 수준이 아닌 전체 배터리양의 약 80∼90%가량을 충전해준다. 기아 EV의 타깃이자 디지털 세대인 MZ세대로 하여금 원격 충전이라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전기차 EV6의 온라인 사전 예약제를 도입해 미리 차량을 예약하게 했다. 이는 수요 예측을 통한 생산 물량 조절 등의 부수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차량이 타깃으로 하는 MZ세대에게 ‘디지털 구매 예약’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기획된 고객 경험 프로그램이었다. 더욱 입체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3D 비주얼라이저(visualizer)와 VR test drive 역시 온라인으로 제공했다. 이러한 기획에 힘입어 국내 사전 온라인 예약 첫날 2만1016대의 예약 건수를 기록했다.

기아의 디지털 사전 구매 예약제는 고객이 차량을 구매하면서 지점이나 대리점 방문 혹은 판매사원과의 접촉 부담 없이 디지털로 구매 예약을 실행하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객들이 차량을 사러 대리점에 가게 되면 종종 판매사원이 직접 차량을 소개하고 구매도 권유하게 된다. 기아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판매 방식에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포착, 디지털 사전 구매 예약을 통해 고객이 외부 간섭 없이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는 새로운 구매 경험의 한 형태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아가 새로운 구매 경험 공간을 위해 진행 중인 ‘Space Identity’도 고객이 매장 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향후 과제

기아의 리브랜딩은 성공한 것일까? 아직 시작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아 판단은 유보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과제들은 여전히 기아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이슈임이 틀림없다. 우선 리브랜딩을 통해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유산(heritage)’은 잘 전이됐을까 궁금해진다. 이번 기아 뉴 로고를 보고 자동차 회사가 아닌 IT 회사의 로고처럼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다. 따라서 모빌리티와 관련된 최첨단 트렌드에 부응하고자 브랜드가 너무 앞서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리브랜딩의 동기는 여러 가지다. 그 동기에 따라 리브랜딩 방식도 달라진다. 인수합병 등으로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하거나 기존 브랜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이를 급진적으로 제거하려고 할 때는 기존 브랜드와 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 하지만 사업 확장이나 신시장 대응 등의 경우에는 기존 브랜드의 명성과 역사를 유지하는 리브랜딩이 필요하다. 후자의 경우 리브랜딩의 목적은 기존 브랜드의 자산을 선택적으로 승계해 뉴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뉴 브랜드는 기존 마켓과 새로운 마켓 모두에 유용해야 한다. 기아는 2030년에도 선진국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를 늘릴 예정이지만 신흥 시장에서는 여전히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의 기존 브랜드에는 분명히 승계해야 할 자산이 담겨 있을 것이다. 기아의 기존 브랜드 유산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뉴 브랜드에 전이됐는지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이 필요하다.

다음은 ‘브랜드의 내재화(internalization)’다. 리브랜딩은 브랜드 요소들이 안팎으로 잘 정렬되는 데서 출발한다. 아쉽게도 기아의 뉴 브랜드는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불가능해지는 등 활발한 영업, 마케팅에 제한을 받게 되면서 그 의미를 적극적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리브랜딩은 이해관계자들에게 브랜드의 단절로 보여선 안 된다. 오히려 이들이 더 강하게 뉴 브랜드에 강한 동기와 주인의식을 가지게 해야 한다. 언제나 변화에는 저항이 뒤따른다. 리브랜딩의 성공은 구성원이 얼마나 이를 내재화하는가, 그리고 경영진이 얼마나 애자일하게 리브랜딩 리더십을 발휘하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기아의 리브랜딩은 이제 긴 여정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지금까지 기아의 리브랜딩은 시장에서 호의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5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신차들의 판매 호조가 그 근거라고 할 수 있겠다. 그 호의가 시장에서 지속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기아가 남은 여정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리브랜딩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문성후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shmoon7330@gmail.com
필자는 연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MBA, 조지타운 로스쿨 LL.M를 걸쳐 aSSIT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금융감독원, 두산그룹, 포스코, 현대차그룹, 세아그룹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자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ESG중심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DBR mini box I : Interview : 아르투르 마틴스 기아 고객경험본부장

기아의 리브랜딩 작업은 최고 경영층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리브랜딩을 진두 지휘한 아르투르 마틴스 기아 고객경영본부장(사진)으로 부터 리브랜딩의 취지와 목표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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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리브랜딩의 여정은 어떻게 시작됐나?

첫 시작은 로고 리디자인(redesign)이었다. 내가 7년 전 기아 유럽권역본부에 상품/마케팅 부사장으로 합류했을 때, 기아차는 품질은 뛰어난데 로고는 그 명성을 좇아가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디자인 경영을 총괄하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 등 내부 전문가들과 상의했고 최고경영층의 결정으로 결국 로고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 최종적으로 ‘Imagine by Kia’라는 콘셉트카를 통해 신규 로고의 프로토타입이 적용돼 공개된 것은 2019년 3월이었다. 처음에는 로고만 바꾸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히 로고뿐만이 아니라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로고 변경을 넘어서 리브랜딩을 추진하게 됐다.

리브랜딩을 하기 위해 검토했던 요소들은 무엇인가?

다양한 배경과 자동차 산업의 대내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첫째 요소는 ‘기아자동차’의 역사에서 시작했다. 자전거에서 시작해서 우리의 전체적인 역사, 즉, 과거/현재/미래와 잘한 점과 개선이 필요한 점들을 고려했다.

둘째 요소는 오토모티브 및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였다. 오늘날 모빌리티 산업 분야는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와 부문이 경쟁하고 있다. 불확실성과 높은 경쟁 구도 속에서 기아의 미래사업전략 ‘플랜 S’는 단순히 자동차만 판매한다는 것이 아니라 모빌리티 생태계에서의 신사업들로 ‘업(業)’을 확장한다는 점에 맞닿아 있었다. 이런 환경 내에서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를 고려했다.

셋째 요소는 고객이었다. ‘미래 고객들은 무엇을 원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고통점과 니즈(pain points & needs)’들을 고려해 어떤 것을 원하는지에 대해 글로벌하게 피드백을 수렴했다. 따라서 글로벌 고객 데이터의 분석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자율주행 기술 업체, IT 기업, 글로벌 컨설팅 회사 등)와 워크숍을 수차례 진행했다.

새로운 슬로건 ‘영감을 주는 움직임(Movement That Inspires)’은 무슨 의미인가.

사람들이 움직일 때 무엇을 생각하고,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봤다.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 다양한 이동수단 등을 사용했을 때, 또는 걷거나 달릴 때를 모두 움직임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물리적 이동을 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동 중의 음악 청취, 독서, 비행기를 탔을 때의 혼자만의 시간 등 이동의 순간에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영감의 순간에 대해 생각했다. 즉, 사람들에게 있어 개인적으로 생각을 이어주기도 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이동’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새로운 생각이 시작되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을 떠올릴 수 있게 됐고, 여기에서 출발해 우리가 만드는 상품과 이를 통한 경험들이 단순하되 직관적이며 통합돼 브랜드와 연결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탄생한 슬로건이 바로 ‘영감을 주는 움직임’이었다.

리브랜딩의 다음 단계는 무엇을 실행 목표로 삼고 있는가?

구매 단계에 있어 고객들의 경험 여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본사뿐 아니라 법인, 대리점 글로벌 단위로 모든 기아 임직원의 생각 변화가 중요하다. 고객들에게 디지털 경험과 딜러십 경험을 통한 온•오프라인 간의 연결이 매끄럽게 제공되도록 하겠다. 그리고 그 경험은 고객 커뮤니케이션 –온라인 채널(웹/앱) - 딜러 - 연계 서비스(금융, 보험)’등으로 통합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기아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연계한 다양한 시도로 즐거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