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한국 토종 스타트업 ‘센드버드’는 어떻게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아 기업용 채팅 서비스 시장 글로벌 1위로 성장했을까?
1. 제품과 시장의 궁합(Product-Market Fit)뿐 아니라 창업 팀과 제품의 궁합(Team-Product Fit)까지 고려해 ‘팀-제품-시장’이 정렬(alignment)을 이루도록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2. 투자자 등 ‘전문가’의 의견보다 잠재 ‘고객’의 반응을 집요하게 따랐다. 저가 정책을 버리고 고객이 가치(value)를 느끼는 방향으로 가격(price)을 높이며 성장의 지렛대로 삼았다.
3. 한국인의 근면 성실함만 남기고 모든 고객과의 접점에서 한국의 문화적 색채를 지웠다. 영업부터 투자 유치, 인재 채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 현지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 B2B(기업 간 거래) 분야 최초의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한국인 창업가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밑바닥부터 시리즈 A∼C 투자 유치까지 성공으로 이끈 모바일 소프트웨어 회사.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선택한 회사.
이제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벤처 투자 큰손과 대형 헤지펀드의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는 스타트업 ‘센드버드’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게 됐는데도 센드버드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창업가이자 CEO인 김동신 대표는 미사여구는 쏙 빼고 “우리는 앱 안에 사용자 간 채팅 기능을 넣어주는 회사”라고 담백하게 답했다.
센드버드가 채팅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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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뛰어든 2015년에도 이미 채팅은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기술이었다. 대단히 놀랍거나 혁신적으로 여겨지진 않았다는 의미다. 국내외에서 왓츠앱,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카카오톡, 라인 등 유수의 글로벌 채팅 앱들이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었고 메신저 기능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채팅은 ‘누구나 개발할 수 있지만 살짝 귀찮은’ 정도의 서비스로 취급됐다.
이런 시장의 한복판에서 센드버드는 기업들의 앱에 채팅 기능을 개발•구축해주는 서비스를 밀고 나간 결과, 업계 1위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업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어느 기업에나 먹히는 ‘일반해(一般解, general solution)’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 한국의 넥슨, 엔씨소프트, SSG.COM, KB국민은행 등 굴지의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제 실리콘밸리 본사 외에도 서울, 뉴욕, 런던, 뮌헨, 싱가포르, 벵갈루루에 사무실을 둔 명실상부한 다국적 기업이 됐다. 고객사의 국적도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유럽이 대략 4대4대2 비중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
어떻게 한국인이 창업한 변방의 스타트업이 특정 국가의 지배적인 사업자가 되는 ‘부분 최적(local optimum)’을 넘어 세계 최고의 ‘글로벌 최적(global optimum)’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걸까? 어떻게 한 국가에서 잘되는 사업을 가지고 재빨리 다른 시장에 진출하는 지역적 차익거래(geographic arbit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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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새로 쓸 수 있었을까? 월 1억6000만 명의 사용자, 누적 투자 금액 2억2000만 달러(약 2456억 원), 기업 가치 10억5000만 달러(약 1조1721억 원) 등의 이정표를 세우며 ‘스타트업=성장’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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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증명해내고 있는 센드버드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