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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윌라(Welaaa)’의 완독형 오디오북 시장 개척 전략

책 읽어주는 서비스 대중화로 첫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오디오북’ 가능성 입증

장재웅 | 321호 (2021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오디오북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 시장에서는 중견 출판사인 인플루엔셜이 내놓은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가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윌라는 국내에 오디오북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2017년부터 꾸준히 오디오북 시장 진출을 준비한 끝에 2019년 ‘전문 성우가 낭독하는 완독형 오디오북’이라는 콘셉트로 윌라를 론칭하며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윌라는 투자사들로부터 46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오디오북 제작 역량 및 인프라 등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쌓아 나간다. 그 결과 윌라는 서비스 론칭 4년 만에 누적 이용자 170만, 앱 다운로드 수 20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오디오 콘텐츠 전쟁이 한창이다. 애플, 아마존, 스포티파이 등 유명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사람들의 귀를 점유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과 넷플릭스와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가려 한물간 줄 알았던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최근 기업의 관심이 몰리는 것은 오디오 콘텐츠 자체가 스스로 진화를 거듭한 끝에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트렌드는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대기업들로부터 외면받던 국내 오디오북과 팟캐스트 시장에 최근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디오북은 장기적인 침체기에 빠졌던 출판업계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출판사로 출발해 오디오북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 인플루엔셜의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는 중소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네이버 등 대형 기업과의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 오디오북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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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라는 ‘누구나 음악을 듣는 것처럼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학습하고 독서할 수 있도록 완성도 높은 오디오북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2018년 4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오디오북을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로 선보였으며 최신 베스트셀러는 물론 분야별 전문 서적, 독립 출판물 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 콘텐츠를 전문 성우와 낭독자들이 자체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제공한다. 서비스를 개시한 지 4년 만에 누적 이용자 170만 명, 앱 다운로드 수 약 200만 건 이상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누적 투자액은 46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윌라는 오디오북 불모지와 같았던 국내 시장에서 한국형 오디오북의 표준을 제시하면서 시장을 일궈왔다는 점에서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선도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달리 오디오북을 국내 최초로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제공해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오디오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오디오 기반 콘텐츠 시장의 경쟁 속에서 오디오북이라는 생소한 시장을 공략해 윌라만의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DBR가 인플루엔셜 윌라사업부의 백영덕 마케팅팀 상무, 이화진 오디오북기획팀 부장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윌라 및 오디오북 시장의 미래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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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

윌라는 그 이름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신생 스타트업이라고 착각한다. 일부는 외국계 기업으로 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윌라는 신생 스타트업도, 외국계 기업도 아니다. 또한 윌라는 기업 이름이 아닌 서비스 이름이다.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를 운영하는 인플루엔셜은 2008년 창업한 콘텐츠 기업으로 초기에는 강연 에이전시라는 사업을 통한 강연 비즈니스로 출발했다. 국내외 2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외부 강사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였다. 그러다 2012년경, 출판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해외에서는 훌륭한 저자가 곧 훌륭한 강연자가 될 수 있기에 강연과 출판 사업을 동시에 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2012년 당시엔 출판 경험이 전무하던 인플루엔셜은 출판 업계 최초로 프로젝트 지분 투자 방식1 을 도입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다. 당시 인플루엔셜이 이 방식을 통해 최초로 선보인 책이 바로 발레리나 강수진의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였다. 이 책이 10만 권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인플루엔셜은 빠르게 출판 시장에 자리 잡게 된다. 이후 또 한 차례 프로젝트 지분 투자 방식으로 만든 『미움받을 용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업계가 주목하는 출판사가 됐고 2015년에는 타임와이즈엔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특히 이 해는 창업 후 처음으로 매출액 90억 원을 돌파하며 출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원년이 됐다.

그러나 인플루엔셜의 창업자인 문태진 대표는 이즈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태동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국내 출판 시장은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있었다. 인플루엔셜이 보수적인 출판 시장에서 참신한 시도를 한 결과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전체 출판 시장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사업의 성장성에 한계가 느껴졌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중심의 강연과 출판은 한계가 분명했다. 한때 모바일 시대를 타개할 무기로 여겨지던 e-book(전자책)은 예상보다 크게 대중화되지 못했다. 종이책과 별반 차이 없는 가격, 도서정가제에 따른 가격 할인 제한, 디스플레이에 대한 피로도 증가,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간 경쟁력 부족 등이 원인이었다. 여기에 2017년을 전후해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들이 인기를 끌면서 콘텐츠 시장의 관심도 동영상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중심인 강연과 출판 사업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했다.

모바일에 특화된 서비스를 고민하던 문 대표의 눈에 띈 것이 바로 ‘오디오북’이었다. 오디오북은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2017년부터 미국 시장과 북유럽 시장에서는 조금씩 그 시장성이 검증되면서 많은 업체가 이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2016년 말 35억 달러(약 4조 원) 수준이었는데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미국(약 21억 달러)이었다. 미국의 오디오 시장 규모는 미국 전체 출판 시장에서 약 10%를 차지하는 수준이었고 2013년을 기점으로 매년 평균 15% 이상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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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MBA 과정을 졸업한 문 대표의 눈에 오디오북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비춰졌다. 일단 인플루엔셜이 강연과 출판을 통해 자체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번 해볼 만한 사업으로 여겨졌다. 또한 모바일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책은 안 읽어도 유튜브나 테드(TED) 등을 통해서 유명 연사의 강연을 즐겨 듣는 문화가 확산됐는데 이것도 기회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AI 스피커, 블루투스 이어폰들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누구나 편하게 방해받지 않고 오디오를 들을 수 있게 된 점도 이 사업의 성공을 자신하게 된 계기가 됐다. 마침 인플루엔셜의 실적이 꾸준히 성장한 결과, 투자 여력도 있었다. 그렇게 인플루엔셜은 온라인 기반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환을 위해 오디오북 서비스 론칭 준비에 들어간다.

오디오북 제작의 장애 요인들

하지만 2017년만 해도 국내에서 오디오북은 생소한 영역이었다. 당시 국내 출판 시장은 장기간에 침체로 인한 패배주의가 팽배했다. 아무도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하지 않았고, 누군가 뭔가를 시도하려 해도 “그게 되겠어?”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또한 출판사 간 ‘밥그릇’ 싸움도 갈수록 치열해졌다. 무엇보다 국내 출판사들의 규모가 대체로 영세해 새로운 투자를 할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 한계였다.

이런 문제는 인플루엔셜의 오디오북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였다. 일단 오디오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했다. 인플루엔셜이 강연과 출판 사업을 통해 자체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절대량이 부족했다. 오디오북 시장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면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국내 출판사들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국내 출판사들은 인플루엔셜의 오디오북 시장 진출에 부정적이었다. 일부에선 “오디오북을 만든다는 핑계로 우리 저자만 뺏어가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 오디오북을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인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2017년 당시 국내에서 책을 활용한 오디오 콘텐츠는 도서의 일부를 짧게 발췌해 도서관 등에 납품한 것이나 책 홍보용으로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인플루엔셜이 책 한 권 전체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하겠다고 했을 때 선뜻 나서는 외주 제작 스튜디오가 없었다. 외주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런 형식의 오디오북을 제작해 본 경험도 없고 제작 기간은 길고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당시 오디오북 비즈니스를 추진하던 인플루엔셜의 직원들은 오디오북의 성공을 확신했다. 오디오북이 대표적으로 모바일 시대에 딱 맞는 콘텐츠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디오북은 모바일 콘텐츠의 대표적 특성인 멀티태스킹과 멀티미디어적 속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일단 오감 중 청력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다른 일을 하면서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은 반겼다. 실제 윌라 오디오북 이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대부분이 운동 중에나 운전 중,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오디오북을 청취한다고 한다. 따로 시간을 내 조용한 장소를 골라 정신을 집중하며 한 자 한 자 글을 읽어야 하는 고관여 활동인 독서에 비해 부담도 없고 시간 및 공간의 제약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오디오북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할 때 편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백영덕 상무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알아서 콘텐츠를 찾아 재생해주는 특성이 있는데 오디오북이 바로 그런 스타일의 콘텐츠 사용을 원하는 사람들의 니즈에 잘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특히 오디오북을 준비하던 2017년을 전후해 국내에 넷플릭스나 멜론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이 오디오북이 시장에 잘 소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맨땅에 헤딩하며 만든
첫 번째 오디오북 『미움받을 용기』

하지만 성공 가능성만으로 일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국내에 오디오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에 시장도 없었던 때다. 출판 관련 시장의 반응도 부정적이었기에 외부의 도움 없이 인플루엔셜 스스로 하나하나 실험을 해가면서 오디오북의 개념을 써 나가야 했다.

차근차근 오디오북 서비스의 밑그림을 그려갈 무렵, 이화진 부장이 회사에 합류했다. 이 부장은 인플루엔셜 입사 전 교보문고 디지털콘텐츠사업부에서 오디오북 사업을 시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에는 오디오북을 꼭 성공시켜 대중화하고 싶었다.

이 부장을 비롯한 윌라 준비팀은 먼저 국내 출판사들을 돌며 오디오북 제작의 필요성과 오디오북 시장이 새로 열릴 경우 출판사들이 얻을 이익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또한 윌라가 생각하는 오디오북을 제작해 줄 외주 제작사들도 수소문했다. 하지만 역시 눈에 보이는 완제품이 없다 보니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실제 체험해 볼 수 있는 제품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직접 오디오북을 시범적으로 제작해보기로 했다.

고심 끝에 첫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를 선정했다. 일단 인플루엔셜이 직접 출판한 도서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있었고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장기간 기록할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선정 배경이 됐다.

첫 번째 콘텐츠였던 만큼 오디오북 제작에만 총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윌라만의 오디오북 제작 방식을 제대로 정립해 나가려 하다 보니 녹음하고, 들어보고, 수정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회사에 오디오 전문 인력이 없다 보니 종이책을 만들던 인력 서너 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맨땅에 헤딩’했다. 책을 그냥 낭독하면 될지, 오디오 낭독용으로 원고를 다시 써야 할지, 효과음은 넣는 게 좋은지, 배경음악은 까는 게 좋을지 등등 세부 사항 모두에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내부 직원들의 역량을 총결집해 셀 수 없는 수정 과정을 거친 끝에 2017년 9월경 오디오북 버전의 『미움받을 용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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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오디오북의 정의를 써 내려가다

첫 오디오북을 만들었다는 기쁨도 잠시, 또 다른 고민거리들이 생겨났다.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완독형 오디오북’을 표방했지만 책마다 성격이 달라 제작할 때마다 고민이 깊어져 갔다. 흔히 실용서적이라 부르는 경제 경영 서적의 경우는 담담하게 한 명의 성우가 글을 읽어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소설책의 경우 등장인물도 많고 특수 효과나 배경음악 등이 삽입되다 보니 제작도 어렵고 듣는 사람들마다 취향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실용서적에 비해 소설은 성우를 여러 명 활용해야 하는데 몇 명의 성우가 적당한지, 과장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 좋은지, 최대한 책에 충실해 담담하게 낭독을 하는 게 좋은지 등까지 고민해야 했다.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의를 거쳤지만 결국 해답은 ‘고객’에게 있었다. 인플루엔셜은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초기 제작한 오디오북을 들려주고 피드백을 받으며 윌라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에 정식 서비스 론칭 전, 독자들을 모아 미리 오디오북을 들려주며 이들의 반응에 따라 또다시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미움받을 용기』 역시 초기 고객 반응은 좋지 않았다. 애초 윌라는 이 책을 낭독할 때 핵심 포인트가 늙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를 ‘맛’을 잘 살려 재현하는 것이라고 보고, 종이책의 분위기를 잘 살려 철학자와 청년이 대립하는 구도로 낭독해 달라고 성우들에게 요청했다. 그런데 첫 오디오북을 들은 많은 이용자가 “청년이 왜 저렇게 화가 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청년 목소리가 거슬려서 듣다가 꺼버렸다”와 같이 피드백을 남겼다. 윌라는 이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결국 이 작품을 재녹음했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은 윌라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윌라의 대표 인기 콘텐츠로 사랑을 받는다.

또한 콘텐츠 제작만큼 윌라를 괴롭힌 문제는 바로 콘텐츠 수급이었다. 오디오북 시장에서 돈을 벌려면 오디오북 시장이 커져야 했다. 편당 제작비가 수백만 원에 달하는 오디오북을 통해 수익을 내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영세한 국내 출판 시장의 특성상 오디오북에 관심을 갖는 업체가 많지 않았다. 결국 직접 발로 뛰며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오디오북 시장이 유망하다고 설득해야 했다. 또한 2018년을 전후해 미국에서 오디오북 시장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점이 큰 도움이 됐다.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아이템은 한국에서도 유행한다며 업체들을 설득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조금씩 출판사들이 오디오북에 관심을 보이면서 다행히 오디오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의 수가 늘어났다.

윌라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는 서비스 요금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한국 시장에선 오디오북 월정액 구독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적정 가격 산정이 어려웠다. 특히 콘텐츠에 돈을 쓰는 것에 인색한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상 너무 높은 가격을 매기면 고객을 많이 유입시키기 어려울 듯했다. 초기에는 아마존의 오디오북 서비스 ‘오더블’을 벤치마킹해 월 6600원을 내면 한 달에 2권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하지만 베타 서비스를 내놓고 이 요금제를 테스트한 결과, 반응이 없었다. 선택의 폭이 좁았던 탓에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6600원을 내고 한 개의 오디오북을 선택해 듣다가 마음에 안 들면 남은 기간 동안 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오디오북은 단 한 권만 남게 되는데 이렇게 선택의 폭이 적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치열한 내부 논의를 거쳐 월 99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모델을 선보였고 이 모델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감한 투자로 오디오북 시장을 개척

이렇게 2018년 4월 윌라의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고, 시행착오를 거쳐 2019년 본 서비스가 출범됐다. 윌라는 ‘We learn anything, anytime, anywhere(우리는 무엇이든, 언제나, 어디서나 배울 수 있다)’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윌라의 서비스는 크게 2가지로 구성됐다. 하나는 오디오북이고, 나머지 하나는 클래스다. 오디오북 외 클래스는 강연자들의 강연을 오디오 콘텐츠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오디오북이 기존에 인플루엔셜이 하던 출판 사업을 오디오 기반으로 확장한 것이라면 클래스는 강연 에이전시 서비스를 오디오로 확장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윌라는 2019년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에 직접 만든 오디오북을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오디오북은 정확한 실체가 없었다. 특히 책 전체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한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윌라가 ‘완독형 오디오북’을 선보이면서 출판계에서 오디오북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도서전 참가는 윌라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줬다. 도서전 참가 후 한국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총 135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당시에는 서비스 초창기라 콘텐츠 수가 부족했지만 투자사들은 윌라가 오디오북 시장을 개척해 낸 추진력과 월등한 오디오북 제작 능력을 보고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특히 『미움받을 용기』 이후 제작된 『디커플링』 『부의 추월차선』 등 실용서적들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윌라는 2021년 2월, 총 25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까지 윌라가 유치한 투자 금액은 총 405억 원으로 도서 및 출판 시장에서는 유례없는 규모다.

윌라가 벤처캐피털로부터 큰 금액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성장의 날개를 달게 됐다. 일단 양질의 콘텐츠 소싱이 이전보다 훨씬 용이해졌다. 또한 투자금을 활용해 유명 소설가인 김진명 작가의 『직지』라는 소설을 소싱해 오디오북과 종이책으로 동시 출간하면서 윌라의 위상은 더욱 올라가게 된다.

두둑해진 실탄을 바탕으로 도서 출판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배우 김혜수를 기용해 TV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광고는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핑계가 뭔 줄 알아?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라는 도발적인 대사와 함께 책을 멀리하던 많은 사람을 뜨끔하게 했던 것이,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장은 “책의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을 버리고 이용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TV 광고를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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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디오북 제작 전용 스튜디오 확충, 오디오 분야 전문 인력 채용 등을 추진하며 인프라 및 인력 측면에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다. 초기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플루엔셜 본사 건물에 1개의 스튜디오만 보유하고 있던 윌라는 인근에 총 6개의 오디오북 전용 스튜디오를 구축하면서 오디오북 콘텐츠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참고로 윌라의 경쟁사로 꼽히는 스토리텔의 경우 2020년 초 한국에 진출했는데 현재까지는 윌라 대비 오디오북 콘텐츠 수도 적고 제작 인프라도 부족한 수준이다.2

이와 함께 윌라 오디오북의 콘텐츠 향상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윌라에는 음향 PD, 오디오 PD 외에도 ‘오디오북 전문 에디터’라는 특이한 직책이 있다. 오디오북 에디터는 종이책을 낭독용으로 바꿔 오디오북 낭독용 원고를 편집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챕터가 바뀔 때 어떤 효과음을 넣을 것인지, 스토리의 갈등 부분에는 어떤 배경음을 넣을 것인지, 그림이나 그래프는 어떻게 오디오화할 것인지 등에 대한 가이드를 촘촘히 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경쟁사에는 없는 윌라에만 있는 직책이다.

이 부장은 “오디오북은 시장 진입이 쉬울 것이라 착각하지만 실제 오디오북 제작에는 출판업이 아닌 다른 업계 사람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며 “기존 출판사가 원래 오디오북을 만들던 방식으로 접근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라 누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완청률 높여

윌라는 2019년 서비스 론칭 후 현재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4월 기준으로 누적 이용자 170만 명을 확보했다. 윌라가 자체적으로 주목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바로 ‘완청률’이다. 완청률은 말 그대로 오디오북을 끝까지 다 듣는 비율이다. 윌라의 완청률은 약 40% 정도다. 이는 보통 종이책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종이책의 완독률을 검증하는 지수 중 ‘호킹지수’3 에 따르면 종이책의 완독룔은 약 10% 남짓이다. 윌라의 높은 완청률은 무제한 스트리밍 방식의 장점과 윌라의 오디오북 제작 능력이 합쳐져 낳은 결과물이다.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들을 수 있고 청취를 멈췄다 다시 앱에 접속하면 내가 멈춘 곳에서부터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장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쉽고 편하게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평가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오디오북의 주 청취자는 의외로 도서 시장의 ‘헤비 리더(Heavy Reader)’가 아니라는 점이다. 백 상무는 “초기 오디오북의 타깃 고객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정했지만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윌라의 주 청취층은 책을 좋아하기보다는 책을 쉽게 접하고 싶은 사람들이었다”며 “소리 기반 콘텐츠와 텍스트 기반 콘텐츠는 수용자층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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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윌라 이용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면 40대 직장인이나 주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주요 이용 후기를 살펴보면 운전을 하면서나 운동을 하면서,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듣는다는 후기가 주를 이룬다. 즉,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던 사람이 오디오북을 선택하기보다는 시간이 없거나 재미가 없어서 책을 멀리하던 사람들이 윌라를 통해 책을 듣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윌라는 또 직접 제작한 오디오북에 30초마다 로그를 남겨 이용객들이 어디까지 오디오북을 듣는지, 어느 부분에서 청취를 중단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쌓아 나가고 있다.

백 상무는 “윌라를 통해 쌓인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하면 잘 팔릴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며 “그 덕분에 최근에는 구간 도서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시장에서 역주행시키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데이터들 덕분에 출판사들은 더 이상 윌라를 경쟁사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홍보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이들 데이터를 활용해 윌라는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베스트셀러 도서 외에도 주목받지 못하고 사그라진 좋은 책들을 발굴하고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책과 오디오북을 동시에 흥행시키기도 한다. 그야말로 ‘역주행’의 경로로 사용되는 것이다. 또 이용자 개인의 청취 데이터는 이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부장은 “오디오북 이용자들은 오디오북을 책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넷플릭스나 멜론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받아들인다”며 “그래서 내부적으로 윌라는 경쟁 상대를 출판사가 아닌 넷플릭스 같은 OTT 업체들로 설정하고 고객의 ‘시간’을 뺏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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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오디오 콘텐츠 대전에 맞선 경쟁력

국내 오디오북 시장에서 윌라는 선도적인 시장 개척으로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오디오북 서비스 대표 주자가 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들도 속속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오디오북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는 지난해 미국 전체 인구의 22.9%인 7600만 명, 중국은 24.5%인 3억5000만 명이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이 향후 연평균 24%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에 반해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300억 원대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빠르다.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밀리의서재, 스웨덴 스토리텔 등이 시장에 진출했고 글로벌 1위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와 SK 계열의 플로(FLO) 등도 오디오북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이들에 비해 기업 규모에서 열세에 있는 윌라 입장에서는 긴장이 될 법도 할 상황이다. 하지만 윌라 측은 오히려 신규 업체들의 진입이 오디오북의 대중화와 시장 파이의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윌라가 꼽는 윌라만의 경쟁 우위 요소는 크게 3가지다.

1. 다수의 자체 보유 콘텐츠

윌라의 가장 큰 장점은 태생부터 지식 콘텐츠를 생산하던 회사였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강연과 도서 출판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다 모바일 시대에 맞춰 오디오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한 사례다 보니 지식 콘텐츠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함께 다수의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오디오북 외에도 오디오 강연 콘텐츠인 윌라 클래스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에 성공했다. 특히 4년간 쌓은 오디오북 제작 및 유통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1년 하반기엔 ‘윌라 시그니처’ 콘텐츠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넷플릭스 등 콘텐츠 유통 기업들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해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리는 추세를 반영한 전략이다. 백 상무는 “하반기 선보일 윌라 시그니처 콘텐츠엔 다양한 음향 및 특수 효과들이 활용돼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오디오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라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통해 단순히 오디오북 제작 및 유통을 뛰어넘어 출판과 강연 오디오북과 클래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독점 IP(지적재산)를 보유한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콘텐츠 다양성 확보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고객을 플랫폼 안에 록인(Lock-in)하는 것이 윌라가 그리는 큰 그림이다.

2. 차별화되는 오디오북 제작 능력

윌라의 핵심 역량 중 두 번째는 경쟁사 대비 효율성과 작품성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오디오북 제작 역량이다. 윌라는 시장 개척자답게 수년간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내부에 상당한 오디오북 제작 역량이 쌓였다. 특히 오디오북은 도서 출판과는 전혀 다른 분야기 때문에 음향 전문가, 특수 효과 전문가, 성우, PD, 오디오 에디터 등 기존 출판사 성격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고용해야 했다. 이들이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윌라 역시 초기에는 인력 수급 및 이들 간 협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실제 오디오북의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의 경우는 책을 극본처럼 만들어 역할에 맞는 성우를 섭외하고, 성격을 부여하고, 목소리 톤을 정하는 등 정교한 디렉팅이 요구된다. 또한 음향 효과를 입히고, 음악을 깔고, 편집을 하는 등 거의 TV 드라마를 제작하는 수준의 분업화된 작업이 요구된다. 특히 소설책 한 권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하면 평균 6∼10시간 정도의 오디오북 콘텐츠가 나온다. 그만큼 제작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제작비도 만만치 않다. 또한 윌라가 자랑하는 6개의 오디오북 전용 스튜디오는 시설과 규모 면에서 경쟁사에 앞선다는 평가다. 윌라는 자체적으로 스튜디오 인프라를 확보하고 오디오북 제작에 필요한 핵심 인력을 내재화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으로 오디오북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3.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리더십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조직문화 역시 경쟁력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조직문화를 만든 주인공인 문태진 대표는 원래 금융맨 출신이다. 그래서 오디오북을 보는 관점도 출판업계 출신 CEO들과 다르다. 초창기 강연 사업으로 출발한 인플루엔셜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책을 내고 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오디오북 시장에 진출한 것은 오히려 원래 출판업계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문 대표가 오디오북을 책의 파생 상품 정도로 보지 않고 하나의 콘텐츠로 봤기에 콘텐츠의 확장성을 신사업에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표는 혁신 과정에서 실패가 필연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실패하더라도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단순화하고 조직 내 불필요한 문서 작업을 최소화했다. 이런 유연한 조직문화가 결국 보수적인 출판 시장에서 윌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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