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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구성원이 다양해야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윤석원 | 310호 (2020년 12월 Issue 1)
사람들의 관심사를 스펙트럼처럼 펼쳐놓고 한 극단엔 사람, 다른 한쪽 끝엔 사물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대부분 사람의 관심사는 아마 양극단의 사이, 즉 사람과 사물의 가운데쯤에 있을 것이다. 이 중 사람에게 조금 더 관심 있는 이들은 친화력이 좋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게 될 것이다. 반대로 사물에 좀 더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강한 집중력으로 사물을 분해해 체계화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자폐성 장애인은 바로 후자, 즉 사물에 극단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특정 대상에 대해 유별난 관심을 보이며 지하철 역사를 빠짐없이 외우거나 특정 연도와 날짜의 요일을 빠르게 계산하는 등 뛰어난 암기력과 수학적 자질을 나타낸다. 우리는 이렇게 사물에 대한 관심에 치우친 사람들을 ‘공감 능력과 사회성이 부족하고 우리와는 다른 상식 체계를 갖고 있다’며 선을 긋고 자폐성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장애인’이라는 용어에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시각이 은연중에 담길 수 있다. 이러한 꼬리표는 무의식적으로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편견을 떠올리게 하고, 함께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복지의 수혜자로 분리해서 다뤄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하지만 ‘다름(different)’은 ‘틀림(wrong)’이 아니요, ‘불가능(disable)’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색다른 강점과 재능을 뜻하는 것이다. 실제로 자폐성 장애를 연구하는 일부 학자는 자폐를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의 한 범주로 인식하며 병리학적 관점에서 ‘뇌가 고장 난’ 사람이 아니라 ‘사물과 분석 능력에 특화된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덴마크 기업 스페셜리스테른(Specialisterne)은 자폐성 장애인의 이 같은 강점을 경쟁 우위로 삼아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는 회사다. 월등한 지능, 관찰력, 집중력, 반복 작업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자폐성 장애인을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교육해 굴지의 IT 기업인 SAP의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취업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에서 다양성의 문제는 비단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종과 성별 등 모든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주제다. 다양성은 곧 혁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해 답을 찾아가는 용기와 창의력이 필요하다. 다양성이 결핍된 동종 집단은 매번 동일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양성이 풍부한 집단은 다른 관점과 시각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은 능력 있는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다. 실제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이 군집해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인종의 엔지니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다양성 확보를 위한 채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는 다양성 확보가 곧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다양성을 추구하는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약 15% 이상의 높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는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약 35% 이상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다름’에 대한 우리의 사고 체계를 전환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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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테스트웍스 창립자 • 대표이사
필자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과 다양성 문제 해결을 위해 2015년 인공지능 데이터 가공 및 소프트웨어 검증 전문 사회적기업인 테스트웍스를 창업했다. 고려대에서 신문방송학 학사를, 미국 코넬대에서 컴퓨터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창업 전에는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글로벌 기업에서 약 20여 년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현재 고려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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