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겸의 Sports Review
신체 접촉 많은 NBA ‘코로나 0’의 비결
Article at a Glance
올해 10월 시즌을 끝낸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 7월 말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선수 및 구단 관계자, 운영 요원 8000여 명 중 단 한 명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체 접촉이 많은 농구는 스포츠 경기 중 전염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라 우려했던 종목이다. NBA는 지난 3월11일 시즌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스포츠 리그나 이벤트는 물론, 대부분 정부 조직이나 기업보다 앞서 전면 중단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2000억 원을 들여 특별 격리 지역까지 조성했다. 수입도, 관중도 사라진 위기의 순간에 NBA가 가장 먼저 화두로 삼은 것은 사람과 공동체였다. NBA의 성공적 위기 극복과 미국 트럼프 백악관의 실패를 분석, 비교하면 기업과 조직이 코로나19 같은 재난을 넘어서기 위한 핵심 위기관리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0’. 올 시즌 NBA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보여주는 숫자다. 얼마 전 끝난 NBA 시즌에서 최고의 업적은 르브론 제임스가 마이클 조던과 동일하게 챔피언 결정전 MVP에 4번 뽑힌 것이 아니었다. 르브론 제임스가 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승(161승)과 최다 득점(7491점) 기록을 세운 것도, 야니스 안테토쿤보가 2년 연속 MVP와 올해의 수비수 상을 동시에 거머쥔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 NBA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코로나19 때문에 중단했던 NBA 시즌을 살려 완주한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NBA는 올해 7월 말 플레이오프 순위 결정을 위한 정규 리그 마무리를 시작으로 10월 중순 챔피언 결정전까지 선수 포함 8000여 명 구단 관계자, 운영 요원 중 단 한 명도 확진자 없이 모든 경기를 무사히 치러냈다. 가까운 신체 접촉이 많은 대표 ‘콘택트 스포츠’인 농구는 경기 중 가장 전염 가능성이 클 것이라 우려했다. 게다가 같은 기간 하루 평균 5만 명 넘게 확진자가 나오고, 대통령도 코로나를 피하지 못한 미국에서 이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스포츠팀과 조직들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봤고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등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NBA는 예측 불가능한 재난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바꾸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 반면, 전 세계적 재난을 맞아 미국 행정부는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와 최악의 리더십으로 나라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를 피해 미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KBO 외국인 용병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위기관리 실패는 바닥이 없음을 증명하는 예다.
NBA의 성공적 위기 극복과 미국 트럼프 백악관의 실패를 분석, 비교하면 기업과 조직이 코로나19 같은 재난을 넘어서기 위한 핵심 위기관리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1. 위기를 맞았음을 인정하라
저서 『총, 균, 쇠』로 유명한 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가 최근 저서 『대변동』에서 국가적 재난과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미래로 나가기 위해 제시한 첫 번째 원칙이다. 위기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위기를 몰고 온 사건이 언제, 어떻게,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다. 코로나19처럼 사상 초유의,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은 일일 때 이러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상황이 불확실할 때 인간은 당장 자신에게 유리하고 편한 쪽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황을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때까지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대응을 미룬다. 어떻게 될지 알 수도 없는데 사람들을 쓸데없이 불안하게 하고,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과 현실 회피가 인간 본성이며 이를 넘어서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임을 다이아몬드는 간파한 것이다. 즉, 제일 먼저 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기관리의 출발점에서 NBA 커미셔너 애덤 실버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극명한 대조를 보여줬다. NBA는 지난 3월11일 시즌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NBA를 포함한 스포츠의 미국 내 문화적, 산업적 중요성, 그리고 당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전반적 인식 등을 고려하면 예상 밖 결정이었다. 미국 내 대다수 주에서 각종 행사, 모임, 집합 제한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시즌 전면 중단은 당시엔 결과를 알 수 없는 모험이었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산 과정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그 덕분에 100만 명이 넘는 NBA 팬들이 경기장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NBA의 단호한 대응은 이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NCAA(전미 대학체육협회) 농구 챔피언십 토너먼트(March Madness), NHL(북미 아이스하키 리그), 그리고 MLB(메이저리그 야구) 중단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비슷한 시기,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상황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은 어지간한 예능프로그램보다 더 재미있다.
트럼프는 불확실한 상황을 맞아 위협은 과소평가하고 근거 없이 자신의 능력은 과대평가하며 위기를 부정했다. 그는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후에도 다 잘될 거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말 다 했다. 리더와 행정부가 현실을 외면하고 다가올 위기를 부정한 탓에 미국인들은 피할 틈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재앙을 현실로 맞아야만 했다.
2.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대응 활동
NBA는 다른 어떤 스포츠 리그보다 먼저 신속하게, 가장 강력한 조치인 시즌 중단을 단행했다. 시즌은 중단했지만 잠시도 쉬지 않았다. 시즌을 살려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문제의 근본 원인인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Know the facts(사실을 바로 알자)”라는 공익 홍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전례 없는 재난을 맞아 어쩔 줄 몰라 하는 미국인에게 ‘표백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 같은 가짜 정보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던 때였다. 이 같은 혼란과 불안을 수습하기 위해 거짓 유해 정보를 바로잡고 안심하고 따를 수 있는 진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이와 같은 시점에 바로 NBA가 앞장선 것이다. 대중적 인기와 관심이 매우 높은 NBA가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NBA는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많은 팬이 따르는 전•현직 스타 선수들과 코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제대로 된 필수 방역 지식과 수칙 등을 전파해 나갔다.
이러한 NBA의 노력은 적지 않은 대중적 호응을 얻었고, 코로나19 대응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대처에 도대체 한 일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아도취와 자화자찬의 달인 트럼프조차도 코로나19 대처에 대해선 딱히 별로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아주 잘하고 있다”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같은 내용 없고 공허한 자체 평가를 반복할 뿐이다.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는 지지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선 입을 다물거나 딴소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 정보를 퍼트리는 주범으로 악명이 높다. 명백하게 틀린 것으로 이미 입증된 트럼프의 주장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3. 치밀한 계획과 실행 및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NBA는 리그 재개를 위한 계획을 리그 중단 결정 전부터 철저하게 세워놓았다. 동시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에 적응해 리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NBA 버블(Bubble)은 이러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통해 계획하고 실행한 성공작이다.
버블은 원래 거품을 뜻하는 단어지만 외부의 위험을 차단하는 보호막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NBA 버블은 선수들이 코로나19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 만든 특별 격리 지역이다. NBA가 정규 시즌 8경기를 마무리하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까지 치르기 위해 2000억 원을 넘게 투자해 조성했다. 주변과 철저히 차단된 NBA 버블 지역에 있는 6개 시설에서 모든 경기를 진행한 것이다. NBA 버블엔 선수, 코치, 운영 요원 등 경기와 중계방송에 필요한 사람들만 출입을 허용했다. 확진자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2달 가까이 6단계에 걸친 철저한 방역 조처를 한 것은 물론이다. 농구 경기를 하기 위해 한 지역을 통째로 봉쇄하고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 출입을 관리하다니?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하고 강력한 대책이었다. 반감과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NBA는 차근차근, 그리고 뚝심 있게 계획한 대로 방역 관리와 리그 운영을 실행했다. 결과는 대성공. 시즌 재개 후 2달 동안 NBA 버블 내에서 단 한 명 확진자도 없이 챔피언 결정전까지 모두 무사히 마쳤다. 경기 중 모든 선수가 헬멧을 쓰는 미식축구나, 선수 간 신체적 접촉이 농구보다 적은 야구에서도 시즌 재개 후 확진자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이는 성과다.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는 닥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은 없고 과거 업적을 과시하기에 바쁘다. 지난 8월10일 백악관이 배포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업적’이라는 팩트시트(Fact Sheet)가 대표적 사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극복의 영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다면 모든 미국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 또한, 행동은 없고 말뿐이라는 비난도 따라다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무엇도 나와 행정부가 생명을 구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을 막을 순 없다“고 큰소리를 쳐왔다. 하지만 그는 전 국민에게 약 150만 원의 코로나19 지원금(일명 트럼프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던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민주당이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면서 지난 10월8일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과 코로나19 추가 지원금 협상을 하루아침에 중단해 버린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과 참을성 있는 준비와 실행으로 시즌 중단이라는 치명적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NBA와는 달라도 많이 다른 모습이다.
4. 사람이 먼저다
‘NBA Together(NBA와 함께)’ 캠페인의 핵심인 ‘Acts of Caring(구호 활동)’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NBA가 가장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공익사업이다.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이 사업을 위해 선수, 코치, 구단주가 기부한 코로나19 재난지원 모금액만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코로나 사태 초기 일반인들만이 아니라 보건의료 인력들도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했다. NBA 구단과 선수들은 앞다퉈 보건의료 인력을 위해 마스크를 1000만 개 이상 공급했다. 국가적 재난에 식량 문제가 없을 리 없다. NBA는 재난으로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 1000만이 넘는 끼니를 준비해 주었다.
NBA 구호 활동은 물자를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NBA는 유색인종이나 경제적 약자들이 재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힘썼다. 선수들은 광고와 이름 대신에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나 ‘Equality(평등)’ 같은 구호를 유니폼에 새겨 넣었다. 매직 존슨 같은 NBA 레전드도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재난으로 인해 더욱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중단됐다. 수입은 사라졌고, 쓸 곳은 늘었으니, 적자만 쌓여 갔다. 관중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고, 하루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이런 리그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를 맞아 NBA가 제일 먼저 돌 본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공동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 아니라 돈이라는 사실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하기 시작한 3월에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던 5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가게 문을 열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코로나로 어려워진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일부 국민의 안전과 생명도 희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건 걱정하지 말라고 다그쳤다(“Don’t be afraid of COVID. Don’t let it dominate your life. You’re Gonna Beat IT”). 자신은 코로나바이러스를 거뜬히 이겨냈다고 과시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I beat this crazy horrible China virus).
코로나19 같은 재난은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완벽하게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조직과 리더의 위기관리 역량에 따라 이 같은 재난의 악영향을 줄이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는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위기는 조직의 핵심 역량과 장단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NBA와 애덤 실버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따라야 할 기본 원칙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논문 100여 편을 발표했다.
올해 10월 시즌을 끝낸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 7월 말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선수 및 구단 관계자, 운영 요원 8000여 명 중 단 한 명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체 접촉이 많은 농구는 스포츠 경기 중 전염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라 우려했던 종목이다. NBA는 지난 3월11일 시즌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스포츠 리그나 이벤트는 물론, 대부분 정부 조직이나 기업보다 앞서 전면 중단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2000억 원을 들여 특별 격리 지역까지 조성했다. 수입도, 관중도 사라진 위기의 순간에 NBA가 가장 먼저 화두로 삼은 것은 사람과 공동체였다. NBA의 성공적 위기 극복과 미국 트럼프 백악관의 실패를 분석, 비교하면 기업과 조직이 코로나19 같은 재난을 넘어서기 위한 핵심 위기관리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0’. 올 시즌 NBA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보여주는 숫자다. 얼마 전 끝난 NBA 시즌에서 최고의 업적은 르브론 제임스가 마이클 조던과 동일하게 챔피언 결정전 MVP에 4번 뽑힌 것이 아니었다. 르브론 제임스가 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승(161승)과 최다 득점(7491점) 기록을 세운 것도, 야니스 안테토쿤보가 2년 연속 MVP와 올해의 수비수 상을 동시에 거머쥔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 NBA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코로나19 때문에 중단했던 NBA 시즌을 살려 완주한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NBA는 올해 7월 말 플레이오프 순위 결정을 위한 정규 리그 마무리를 시작으로 10월 중순 챔피언 결정전까지 선수 포함 8000여 명 구단 관계자, 운영 요원 중 단 한 명도 확진자 없이 모든 경기를 무사히 치러냈다. 가까운 신체 접촉이 많은 대표 ‘콘택트 스포츠’인 농구는 경기 중 가장 전염 가능성이 클 것이라 우려했다. 게다가 같은 기간 하루 평균 5만 명 넘게 확진자가 나오고, 대통령도 코로나를 피하지 못한 미국에서 이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스포츠팀과 조직들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봤고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등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NBA는 예측 불가능한 재난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바꾸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 반면, 전 세계적 재난을 맞아 미국 행정부는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와 최악의 리더십으로 나라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를 피해 미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KBO 외국인 용병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위기관리 실패는 바닥이 없음을 증명하는 예다.
NBA의 성공적 위기 극복과 미국 트럼프 백악관의 실패를 분석, 비교하면 기업과 조직이 코로나19 같은 재난을 넘어서기 위한 핵심 위기관리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1. 위기를 맞았음을 인정하라
저서 『총, 균, 쇠』로 유명한 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가 최근 저서 『대변동』에서 국가적 재난과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미래로 나가기 위해 제시한 첫 번째 원칙이다. 위기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위기를 몰고 온 사건이 언제, 어떻게,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다. 코로나19처럼 사상 초유의,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은 일일 때 이러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상황이 불확실할 때 인간은 당장 자신에게 유리하고 편한 쪽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황을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때까지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대응을 미룬다. 어떻게 될지 알 수도 없는데 사람들을 쓸데없이 불안하게 하고,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과 현실 회피가 인간 본성이며 이를 넘어서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임을 다이아몬드는 간파한 것이다. 즉, 제일 먼저 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기관리의 출발점에서 NBA 커미셔너 애덤 실버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극명한 대조를 보여줬다. NBA는 지난 3월11일 시즌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NBA를 포함한 스포츠의 미국 내 문화적, 산업적 중요성, 그리고 당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전반적 인식 등을 고려하면 예상 밖 결정이었다. 미국 내 대다수 주에서 각종 행사, 모임, 집합 제한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시즌 전면 중단은 당시엔 결과를 알 수 없는 모험이었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산 과정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그 덕분에 100만 명이 넘는 NBA 팬들이 경기장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NBA의 단호한 대응은 이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NCAA(전미 대학체육협회) 농구 챔피언십 토너먼트(March Madness), NHL(북미 아이스하키 리그), 그리고 MLB(메이저리그 야구) 중단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비슷한 시기,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상황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은 어지간한 예능프로그램보다 더 재미있다.
| 2월27일: 미국 내 확진자 60명 “코로나19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거짓말처럼 사라질 것이다.” 2월29일: 미국 내 확진자 74명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3월4일: 미국 내 확진자 217명 “대부분 나라에서 비행기 여행은 매우 안전하다.” 3월 9일: 미국 내 확진자 959명 “감기로 죽은 미국인이 작년에 3만7000명에 이른다. 해마다 2만7000명에서 7만 명이 감기로 죽는다. 그렇다고 상점이 문을 닫거나 기업이 업무를 중단하진 않는다. 모두 경제활동과 삶을 평소와 다름없이 이어 나간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고작 22명이다. 한번 생각해 봐라.” 3월10일: 미국 내 확진자 1300명 “안심해라, 지나갈 일이다.” 3월12일: 미국 내 확진자 2200명 “중국과 비교하면 미국 정부는 너무 잘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사망자 수 32명은 경이적인 숫자다.” |
트럼프는 불확실한 상황을 맞아 위협은 과소평가하고 근거 없이 자신의 능력은 과대평가하며 위기를 부정했다. 그는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후에도 다 잘될 거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말 다 했다. 리더와 행정부가 현실을 외면하고 다가올 위기를 부정한 탓에 미국인들은 피할 틈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재앙을 현실로 맞아야만 했다.
2.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대응 활동
NBA는 다른 어떤 스포츠 리그보다 먼저 신속하게, 가장 강력한 조치인 시즌 중단을 단행했다. 시즌은 중단했지만 잠시도 쉬지 않았다. 시즌을 살려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문제의 근본 원인인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Know the facts(사실을 바로 알자)”라는 공익 홍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전례 없는 재난을 맞아 어쩔 줄 몰라 하는 미국인에게 ‘표백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 같은 가짜 정보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던 때였다. 이 같은 혼란과 불안을 수습하기 위해 거짓 유해 정보를 바로잡고 안심하고 따를 수 있는 진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이와 같은 시점에 바로 NBA가 앞장선 것이다. 대중적 인기와 관심이 매우 높은 NBA가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NBA는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많은 팬이 따르는 전•현직 스타 선수들과 코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제대로 된 필수 방역 지식과 수칙 등을 전파해 나갔다.
이러한 NBA의 노력은 적지 않은 대중적 호응을 얻었고, 코로나19 대응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대처에 도대체 한 일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아도취와 자화자찬의 달인 트럼프조차도 코로나19 대처에 대해선 딱히 별로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아주 잘하고 있다”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같은 내용 없고 공허한 자체 평가를 반복할 뿐이다.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는 지지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선 입을 다물거나 딴소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 정보를 퍼트리는 주범으로 악명이 높다. 명백하게 틀린 것으로 이미 입증된 트럼프의 주장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 1월19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 “감염 예방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마스크를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적으로 쓰고 있다.” 4월23일, 백악관 브리핑 “여러 가지 손쉬운 치료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표백제 주사를 맞으면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를 청소하는 것 같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9월15일, ABC 인터뷰 “오바마 정부라면 백신을 개발하는 데 몇 년 걸렸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4주 안에 백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면 3주가 될 수도 있다.” |
3. 치밀한 계획과 실행 및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NBA는 리그 재개를 위한 계획을 리그 중단 결정 전부터 철저하게 세워놓았다. 동시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에 적응해 리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NBA 버블(Bubble)은 이러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통해 계획하고 실행한 성공작이다.
버블은 원래 거품을 뜻하는 단어지만 외부의 위험을 차단하는 보호막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NBA 버블은 선수들이 코로나19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 만든 특별 격리 지역이다. NBA가 정규 시즌 8경기를 마무리하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까지 치르기 위해 2000억 원을 넘게 투자해 조성했다. 주변과 철저히 차단된 NBA 버블 지역에 있는 6개 시설에서 모든 경기를 진행한 것이다. NBA 버블엔 선수, 코치, 운영 요원 등 경기와 중계방송에 필요한 사람들만 출입을 허용했다. 확진자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2달 가까이 6단계에 걸친 철저한 방역 조처를 한 것은 물론이다. 농구 경기를 하기 위해 한 지역을 통째로 봉쇄하고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 출입을 관리하다니?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하고 강력한 대책이었다. 반감과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NBA는 차근차근, 그리고 뚝심 있게 계획한 대로 방역 관리와 리그 운영을 실행했다. 결과는 대성공. 시즌 재개 후 2달 동안 NBA 버블 내에서 단 한 명 확진자도 없이 챔피언 결정전까지 모두 무사히 마쳤다. 경기 중 모든 선수가 헬멧을 쓰는 미식축구나, 선수 간 신체적 접촉이 농구보다 적은 야구에서도 시즌 재개 후 확진자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이는 성과다.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는 닥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은 없고 과거 업적을 과시하기에 바쁘다. 지난 8월10일 백악관이 배포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업적’이라는 팩트시트(Fact Sheet)가 대표적 사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극복의 영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다면 모든 미국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 또한, 행동은 없고 말뿐이라는 비난도 따라다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무엇도 나와 행정부가 생명을 구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을 막을 순 없다“고 큰소리를 쳐왔다. 하지만 그는 전 국민에게 약 150만 원의 코로나19 지원금(일명 트럼프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던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민주당이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면서 지난 10월8일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과 코로나19 추가 지원금 협상을 하루아침에 중단해 버린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과 참을성 있는 준비와 실행으로 시즌 중단이라는 치명적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NBA와는 달라도 많이 다른 모습이다.
4. 사람이 먼저다
‘NBA Together(NBA와 함께)’ 캠페인의 핵심인 ‘Acts of Caring(구호 활동)’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NBA가 가장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공익사업이다.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이 사업을 위해 선수, 코치, 구단주가 기부한 코로나19 재난지원 모금액만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코로나 사태 초기 일반인들만이 아니라 보건의료 인력들도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했다. NBA 구단과 선수들은 앞다퉈 보건의료 인력을 위해 마스크를 1000만 개 이상 공급했다. 국가적 재난에 식량 문제가 없을 리 없다. NBA는 재난으로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 1000만이 넘는 끼니를 준비해 주었다.
NBA 구호 활동은 물자를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NBA는 유색인종이나 경제적 약자들이 재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힘썼다. 선수들은 광고와 이름 대신에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나 ‘Equality(평등)’ 같은 구호를 유니폼에 새겨 넣었다. 매직 존슨 같은 NBA 레전드도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재난으로 인해 더욱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중단됐다. 수입은 사라졌고, 쓸 곳은 늘었으니, 적자만 쌓여 갔다. 관중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고, 하루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이런 리그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를 맞아 NBA가 제일 먼저 돌 본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공동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 아니라 돈이라는 사실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하기 시작한 3월에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던 5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가게 문을 열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코로나로 어려워진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일부 국민의 안전과 생명도 희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건 걱정하지 말라고 다그쳤다(“Don’t be afraid of COVID. Don’t let it dominate your life. You’re Gonna Beat IT”). 자신은 코로나바이러스를 거뜬히 이겨냈다고 과시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I beat this crazy horrible China virus).
코로나19 같은 재난은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완벽하게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조직과 리더의 위기관리 역량에 따라 이 같은 재난의 악영향을 줄이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는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위기는 조직의 핵심 역량과 장단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NBA와 애덤 실버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따라야 할 기본 원칙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논문 100여 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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