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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Interview: ‘1인 1로봇’ 싱가포르텔레콤

내가 만든 로봇 비서에게 잡무 맡기고
나, 인간은 고부가가치 일에 몰두한다

김윤진 | 304호 (2020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싱가포르 최대 이동통신사인 싱가포르텔레콤은 2018년 직원 한 명당 로봇 한 대, 즉 ‘1인 1로봇’의 비전을 선언한 뒤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업무 보조 비서인 봇을 개인화하도록 지원한다. 원하는 직원들이 스스로 봇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한편, 원치 않는 직원들은 앱스토어 같은 공용 라이브러리에 접근해 이미 만들어진 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따로 또 같이’, 즉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RPA 확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또 비IT 직군 시니어 HR 임원이 직접 봇 개발에 성공해 업무를 개선한 스토리를 사내외에 적극 홍보하고, 로봇과 사람의 중간 다리를 자처하는 ‘융합 디자이너’의 활동을 권장하는 등 사내 RPA 진입 문턱을 낮추고 모두를 위한 봇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 조직은 앞으로 모두 각자의 개인 비서로서 자신만의 로봇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로봇들이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을 대신해줄 것입니다.”

2018년 10월, 싱가포르 최대 이동통신사인 싱가포르텔레콤(이하 싱텔)의 CDO(Group Chief Digital Officer, 최고디지털책임자)는 이렇게 선언했다. 직원 한 명당 로봇 한 대, 즉 ‘1인 1로봇’의 과감한 비전을 던진 것이다. 2016년 말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해 오던 RPA의 전사적 확산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계기는 2018년 열린 러시아 월드컵이었다. 통신회사의 경우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시즌권 판매 수요, 서비스 문의가 급증하면서 순간적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싱텔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시직을 고용하지 않고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할 수는 없을까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회사가 눈을 돌린 곳은 바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로봇이었다.

이에 싱텔은 소비자 부문(Group Consumer)에 약 2주간 훈련한 전화 영업 봇을 배치한 뒤 싱텔 핫라인으로 들어오는 월드컵 패키지 구독 문의와 요청사항에 응대하도록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추가적인 아르바이트생이나 계약직 채용 없이 로봇만으로 약 70%의 구독 문의와 결제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고,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더 복잡한 요구사항에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월드컵 기간이 끝나고 해당 봇들은 다른 업무에 재배치됐다. 이 같은 경험에서 자신감을 얻은 싱텔그룹은 이후 싱가포르 본사의 300여 개, 호주 자회사 ‘옵터스’의 150여 개 업무 프로세스를 RPA 기반으로 자동화하기 시작했으며 2년간 50만 시간의 노동 시간을 절감했다. 이 같은 자동화는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통신산업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싱텔의 청사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회사의 RPA 전담 실무진에게서 ‘1인 1로봇’의 목표와 진행 현황을 들어봤다.인터뷰는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됐으며 시론 룸(Chiron Lum) 싱텔 디지털 오피스 디렉터, 제니 림(Jenny Lim) 싱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디렉터가 참여했다. 인터뷰 내용을 1문 1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DBR mini box
싱가포르텔레콤은?

싱가포르텔레콤(이하 싱텔)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이동통신사로 유선 통신, 모바일, 데이터, 인터넷, TV, 정보통신기술(ICT), 디지털 솔루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1974년 싱가포르전화국과 싱가포르통신청이 합병하면서 설립됐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자회사 ‘옵터스’는 호주에 위치해 있다. 시가총액 기준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된 큰 기업 중 하나이며 아시아태평양, 유럽, 미국 전역에 2만3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전 세계 7억 명이 넘는 모바일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싱텔의 조직 구조는 크게 소비자 부문(Group Consumer), 기업 부문(Group Enterprise), 디지털 라이프 부문(Group Digital Life)으로 나뉜다. 디지털 라이프 부문은 디지털 영역의 최전선에 서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주도하며, 특히 디지털 마케팅이나 디지털 애널리틱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머신러닝부터 RPA 및 챗봇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운영을 최적화할 방법을 찾거나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자 자동화를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아울러 직원들이 RPA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와 교육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고객과 팀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RPA 역량 센터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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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텔의 직원이 2만 3000명이 넘는데 직원 모두가 로봇을 개인화한다는 목표가 실현 가능한가.

싱텔의 ‘모든 직원을 위한 봇(Bot For Every Employee)’ 프로그램의 취지는 모든 직원이 일상적, 반복적 업무에서 벗어나 고객과 조직에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고부가가치 활동에 집중하고,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직원들이 스스로 봇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해 ‘시민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분기당 5∼6번씩 ‘나의 봇 만들기(Build My Own Bot)’ 워크숍을 열어 직원들에게 RPA 활용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이틀간의 해커톤에서는 학습한 지식을 토대로 실제 봇을 개발해 업무에 적용해보도록 지도한다. 우리는 이런 행사에서 기술적 배경이 없는 비개발 직군 직원들도 충분히 봇을 완성할 수 있음을 수없이 목격했다.

두 번째는 개발에 관심 없는 이들을 위해 이미 생성된 봇들의 라이브러리 혹은 일종의 ‘앱스토어(AppStore)’를 구축한 뒤 누구나 이 봇들에 접근해 자신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RPA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18개월간 주로 한 작업도 직원들의 집단 지성, 즉 현장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봇들을 이 시스템상에 등록하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접근성이 개선되면 직원 모두 개인 비서를 둔 듯한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밀레니얼세대 직원들이 확실히 이런 RPA 과제 참여에 더 적극적인가.

밀레니얼세대가 당연히 신기술에 더 열려 있고, 학습과 채택 속도도 더 빠르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툴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밀레니얼이 입사해 주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지금이 RPA 도입과 확산의 적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니어들의 경우, 초기 채택 속도는 약간 더딜지 몰라도 한번 RPA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다른 영역에 접목하거나 응용하는 데는 훨씬 더 적극적이다. 밀레니얼은 디지털 전환에 열정을 보이고, 성과가 나타나면 크게 기뻐하고 보람을 느끼지만 상대적으로 흥미를 보이는 주기가 짧다. 그런 의미에서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RPA의 개인화를 위해서는 세대 불문 전 직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관건일 것 같다.

RPA를 직원들에게 빠르게 보급할 수 있었던 데는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의 힘이 컸다. 싱텔에서 46년간 근무해온 HR 조직의 임원(HR executive)인 발레리 영 탄(Valerie Tan)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2019년, 코딩에 관해서는 1도 모르던 65세 여성 임원이 4일간의 봇 메이커 훈련, 이틀에 걸친 해커톤을 경험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발봇’을 직접 개발했다는 게 화제가 되면서 RPA를 둘러싼 사내 인식 제고에 도움을 줬다. 발봇은 심지어 해커톤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개발 직군의 시니어가 솔선수범해 누구든지 RPA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 하나의 변곡점이 됐다. 우리는 이 사례를 사내 소통에도 활용하고 SNS를 통해서도 적극 홍보했다. 이 스토리 덕분에 직원들도 “나도 참여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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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봇은 어떤 식으로 업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줬나.

발레리가 이끄는 조직은 유관 부서의 중간관리자들에게 인력 교육 및 개발에 소요되는 예산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보내야 하는 업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모든 예산 정보가 디지털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 부서에 55개 리포트를 일일이 전달하는 데 4시간 반씩 써야 했고, 마우스 클릭을 385번이나 해야 했다. 더군다나 사람이 일을 처리하다 보니 파일명 철자를 잘못 적거나 다운로드가 안 되는 보고서가 생기는 등 초보적인 실수가 발생했다. 이런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단 한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3개 시스템에 걸친 연쇄적인 작업을 활성화하는 봇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응용 프로그램 로그인, 보고서 작성, 공유 드라이브 저장, 보고서 링크를 담은 e메일 전송까지 실수 없이 일사천리로 끝낼 수 있게 됐다. 4.5시간 걸리던 작업을 단 1분 만에 마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업 직원이 봇 개발을 하는 ‘시민 개발자’가 되면 무엇이 좋은가.

업무 프로세스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직원들이 봇 개발에 도전하고, 실제 체험해보는 게 RPA가 필요하다는 백 마디 주장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직접 일상 업무에서 봇을 사용해봐야 봇이 가지는 잠재력에 눈을 뜨고 자동화가 개인과 조직에 가져올 기회를 상상할 수 있다. 가령, 발레리의 경우 오랜 기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인력 교육 및 개발 업무가 어떻게 문서 기반에서 디지털 기반으로 진화하는지를 목격해 왔고, HR 전문가로서 평소 가지고 있던 고민과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녀가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된 비결은 디지털 툴을 활용해 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데 있다. IT 배경이 없다 보니 처음엔 헤맸지만 단계별 훈련을 거치고 숙련된 RPA 코치들과 프로세스를 공유하면서 단 6일 만에 새로운 봇을 만들어 냈다. 발봇 덕분에 교육 담당 직원들은 단순 반복 업무에서 해방돼 남는 시간을 부가가치가 큰 일에 쓸 수 있게 됐고 업무의 질도 향상할 수 있었다. 또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빠르게 필요한 예산 정보를 제공하고, 시스템에 정보가 입력된 당일, 보고서를 생성해 보낼 수 있게 됐다. 원래는 10일가량 걸리던 시간을 하루로 단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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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배경이 없어 자동화에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은 없나.

싱텔은 IT 배경이 없는 직원들을 위해 RPA 실습 교육 후 자신의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시민 개발자 해커톤 및 실습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소프트웨어 로봇을 통해 어떤 프로세스를 자동화 할 수 있는지 명확히 시각화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라는 변수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은 있다. 훈련의 90% 이상이 원격으로 진행되는 만큼 교육 구조와 내용을 온라인 환경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초창기 어려움도 결국엔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목적은 최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로 무장한 새로운 인력을 개발하는 데 있다. 직원들이 RPA뿐만 아니라 이를 시작으로 AI, 데이터 애널리틱스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현할 일련의 기술에 마음을 열고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비IT 직군을 비롯한 모든 사업부가 혁신의 일부가 돼야 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최신 기술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HR 부서에서 RPA 봇이 챗봇을 돕고 있다고 들었다.

이미 싱가포르와 호주에 걸쳐 HR 업무를 보조하는 35개 RPA 봇이 활약하며 직원들의 성과 관리, 평가, 보상, 계약 갱신 등의 다양한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주로 후선(back-end)에서 HR 조직의 잡무를 돕고 이력서 등의 서류더미를 디지털화하는 수준의 봇이 많았지만 점점 더 사내 임직원, 입사 후보자들과 일선(front-end)에서 상호작용하는 수준으로 봇들이 진화하고 있다. 아울러 AI와 접목될 경우 직무별로 이직을 유발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예측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와 몰입도를 높이고, 이탈을 막아 근속을 보장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똑똑한 비서 덕분에 HR 관리자들은 남는 시간 동안 인력 교육에 더 주력하고, 실제 조직원과 대면 소통을 늘려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봇의 개인화와 민주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2017년 말만 해도 중앙집권적 방식으로 RPA를 추진했기에 약 10∼15명으로 구성된 RPA 역량 센터(RPA Competence Centre)가 사내 모든 RPA 과제의 발굴, 평가, 개발에 개입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는 현업에서 직군별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직원들이 개발 주체가 되는 게 구체적인 문제 해결과 기회 발견에 유리할 것이라 판단하고 탈중앙화된 비전을 바탕으로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앙 센터의 역할은 그룹 차원에서 RPA의 전략적 시너지를 고민하고, 임직원 목표를 일치시키고, 비용을 절감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정도로 축소하고 실행은 각 팀에 맡긴다. 이러한 시너지에는 관리 및 재무 절차 개선, 회사 및 직원 수준의 목표 간소화 등이 포함된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누구나 '1인 로봇' 프로그램에 접근하여 RPA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는 봇으로는 어떤 게 있나.

주로 소비자 응대를 위해 업무 보조 봇인 RPA와 대화형 봇인 챗봇을 결합해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화형 챗봇인 ‘셜리(Shirley)’에 RPA를 적용해 단순히 고객의 질문에 대답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특정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권유하고 결제까지 수행하게 하는 식이다. 가령, 사용자가 모바일 데이터 로밍에 대해 질문하면 어떤 로밍 요금제가 있는지 안내해주는 게 아니라 사용자에게 맞는 로밍 상품 가입까지 능숙하게 진행해준다. 이런 챗봇이 좋은 이유는 고객과 항상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가령, 모바일 폰에 ‘메시지를 보내줘’라는 옵션만 누르면 고객이 언제든 문자로 궁금증을 해소하고 개인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소개받아 거래할 수 있다.

한편, 엔지니어들도 RPA 봇을 많이 활용한다. 이전에는 이동통신 포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안 포트로 옮겨 가기 위해선 중앙통제센터에 전화를 걸어야 했는데,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봇이 문자로 해결 방안을 즉시 보내는 만큼 수리와 고객 AS에 드는 시간이 짧아졌다.

봇과 사람이 협업도 하나.

싱텔 내 최고의 콜센터 요원들이 이 봇들을 훈련한다. 실제로 대면 없이 봇의 도움만으로 정보를 얻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싱텔의 핫라인 담당자들은 어떻게 하면 챗봇의 대화 역량을 키우고 고객의 위화감은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어떤 이들은 챗봇이 고객들과 더 지능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융합 디자이너’를 자처한다. 결국 이 봇들이 얼마나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는 개발자와 현업 담당자들이 현재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과 개선 방안을 얼마나 연구하는지에 달렸다. 이 때문에 잦은 협업은 필수이며, 봇과 사람이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 개발자들의 경우 업무 자동화 과제에 참여한 것도, 스스로 소프트웨어 봇을 개발한 것도 처음이다 보니 자신의 비서인 봇에 종종 본인 이름을 붙이며 애착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동화로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우려하는 직원도 있을 것 같다.

싱텔의 그 어떤 직원도 RPA로 일자리를 잃은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의외로 반발은 없었다. 오히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RPA 활용 기술을 탑재하는 것은 직원들의 미래 적응력과 생존 능력을 키워줄 수 있고, 직원들도 그렇게 믿는 편이다. 막연한 두려움도 RPA가 그들의 업무를 얼마나 쉽게 만들어 주고 생산성을 높이는지 확인시켜주면 금세 해결된다. 우리는 워크숍, 해커톤 등에서 자기가 만든 봇이 작동하는 것을 본 후 직원들의 막연한 두려움이 즐거운 열정으로 바뀌는 것을 지켜봤다. 봇을 직접 만들어 본 직원들은 RPA 전환의 명분에 공감하며, 젊은 청년은 물론 60대까지 적극적인 디지털 옹호자가 되곤 한다.

RPA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는 한국 기업들에 조언을 한다면.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는 결국 직원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위 ‘노가다’를 없애 더 생산적으로 일하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싱텔에서는 기술이 아닌 사람을 우선순위에 놓는다. ‘로봇’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싱텔만 해도 처음에는 프로젝트마다 건건이 “이게 돈이 돼?” “시간, 비용은 얼마나 절약해주는데?” 같은 질문을 주로 던졌다. 그러나 이제는 “그 봇이 직원들의 역량을 얼마나 키워주는데?”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RPA의 목표가 단기적인 업무 효율화보다는 장기적으로 디지털 혁신에 동참할 인력을 기르는 데 있다고 본다. 또 중앙 전담 조직은 RPA 이니셔티브가 조직의 거버넌스 및 리스크 관리 정책, IT 정책 등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역할만 하고, 나머지 개발은 현업에 맡기는 식으로 민주적이고 분산된 방식의 RPA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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