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hics

응급실이 포용적 공간 돼야 바이러스 위기 극복

295호 (2020년 4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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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cs
응급실이 포용적 공간 돼야 바이러스 위기 극복

Based on “Maintaining place of social inclusion: Ebola and the emergency department”, by April L. Wright, Alan D. Meyer, Trish Reay and Jonathan Staggs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20, Forthcoming. pp.1-4


무엇을, 왜 연구했나?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우리나라와 일부 아시아 국가를 거쳐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전염병으로 전 인류의 이동과 생산이 중단되고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치료 백신이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할 뿐이다. 인공지능, 5G, 사물인터넷 등 각종 첨단 기술로 인해 우리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지만 정작 전염병 앞에서 인류는 속수무책이다. 이 무기력한 상황에서 우리가 기댈 곳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병원과 이곳으로 모여든 의료진이 내민 구원의 손길뿐이다. 이들이 벌이는 바이러스와의 필사적인 사투와 희생정신으로 그나마 인류가 지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호주, 미국, 캐나다 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의료진이 벌이고 있는 필사적인 사투와 희생정신을 모델화해 이론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 자신을 내던지고 있는 의료진의 희생과 용기를 의학지식, 유사한 진료 경험, 사명감, 책임감만으로 설명하기란 턱없이 부족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은 의료진의 희생정신을 감정적, 윤리적 요소뿐 아니라 제도적, 사회학적 요소까지 포함해 복합적이고 역동적으로 설명하고자 실제 현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연구진은 매년 750만 명이 방문하는 호주의 공공응급센터(Emergency department)를 대상으로 에볼라바이러스가 한창 확산 중이던 2016년 당시 수많은 의료진 중 9명의 레지던트와 29명의 간호사를 선별해 이들이 남긴 6개월간 210건의 기록을 검토하고 직접 인터뷰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응급센터에서 전개된 상황과 의료진의 생각과 행동을 생생히 전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이 검토한 많은 기록물에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 그대로 기술돼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자신의 일터인 병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까지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강한 동기와 관리자 정신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당시 의료진은 폭증하는 확진자들의 클레임, 턱없이 부족한 의료 자원, 이들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는 긴박한 상황에 엄청난 수준의 긴장감과 공포를 체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긴장과 공포는 오히려 의료진으로 하여금 단순히 의료 행위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식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자원을 배분하고 보편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관리자로의 역할을 활성화했다. 환자와 사회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는 도덕적 감정이 활성화된 것이다. 모든 의료진은 제도나 규정으로 커뮤니티가 유지되지 않는 위기 상황이 찾아오면(이를테면 갑작스런 응급환자의 폭증으로 인한 의료 시스템 마비) 통제하기 어려운 불안과 공포를 느낌에도 병원과 응급센터, 더 나가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정상적인 상황으로 되돌리려는 강한 욕구를 느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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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연구진은 에볼라바이러스 사태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이를 극복하려는 의료진의 자발적 의지를 평소 의료진이 병원 응급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가로 설명했다. 의료진은 병원 응급실을 치료기관이 아닌 일종의 ‘포용적 공간(Places of Social Inclusion)’으로 인식했다. 그 때문에 이 기관을 필요로 할 때 모든 시민의 보편적 접근이 가능한 장소여야 한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믿음이 유한한 자원과 긴장으로 흔들리게 되면서 의료진은 단순히 질병 관리뿐만 아니라 자원 조달, 갈등 관리 등 사회적 긴장까지 조정하는 관리자의 역할로 확대됐다. 유독 의료진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핵심은 의료진의 이 같은 강한 의지가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낸 희생정신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민주사회일수록 사회적 목적을 충족시켜주는 공공시설(예를 들면,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행정기관 등)이 많이 있다. 이런 공간이 구성원들에게 ‘포용적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할수록, 그리고 이런 인식이 사회 전반 모든 구성원으로 확대될수록 어떤 위기 상황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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