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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효과적인 재택근무 솔루션

비상시 책임자 정해두고 매년 리허설
협업-재택근무 솔루션 없인 지속 불가능

김성남 | 293호 (2020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곳이 늘어났고, 위기 통제 능력이 화두가 됐다. 당장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재택근무를 시작하긴 했는데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재택근무로 인해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생산성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여러 걱정이 생겨난 것이다. 전문가는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위기 통제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필자가 밝힌 대응 방안은 3가지로 요약된다.

1. 비상 상황을 통제할 책임자를 정해 놔야 한다. 1년에 한 번이라도 교육, 점검, 리허설 등의 방식으로 준비 상태를 체크한다.
2. 착신 전환된 전화, VPN을 통한 e메일 시스템, 팀 협업 솔루션, 화상 미팅 도구 등은 필수다.
3. 직원은 재택근무에 맞는 생활 루틴을 만들고, 출근 시간을 준수하며 일과 휴식의 균형을 취한다. 관리자는 업무 지시를 정확하게 하고 팀원 간 업무에 균형을 적절히 맞춘다. 회사는 정상 업무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일정을 최대한 준수하고, 비상 정보 채널을 가동하며, Q&A 공간을 운영한다.


어떤 조직을 경영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고려 사항은 구성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너무도 기본적인 목표지만 이를 일관되게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협하는 환경적인 도전 중 한 가지가 바로 높은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성 질환의 대유행(pandemic)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우리 정부는 2월24일부터 감염병 위기 경보를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확진자 이동 동선에 포함된 건물은 일정 기간 출입이 통제되고 방역조치가 시행돼 기업들에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포함한 비상 조치를 시작했다. 원래 3월 초로 예상했던 재택근무를 3월 말까지 연장하는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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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자원 관련 위기 통제 능력 확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은 기업의 지속성(continuity) 확보 노력의 일환이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 시 충격과 영향이 매우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적절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조직의 기능을 회복하며 가능한 빨리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바이러스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위기에 대한 대응 방식을 세세하게 정해 두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모든 대유행은 공통적으로 감염자 수가 ‘역U’자형 커브 형태를 보인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즉 확산이 가속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일정 기간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초기 시그널이 발생했을 때 지체없이 계획 및 대응을 시작하기만 해도 큰 위험은 피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경우도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31일 환자 발생을 공표하고 3주 만인 올해 1월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고, 그로부터 4주 동안 30명을 넘지 않았지만 2월17일 31번 확진자가 나온 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3주도 안 돼(3월5일) 6000명을 돌파했다. 처음 3주간이 골든 타임이었던 셈이다.

인플루엔자 대유행 관련 매뉴얼들은 공통적으로 기업, 정부기관, 단체들이 구성원의 40% 정도가 약 2주 정도 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해 비상 운영 계획을 짜도록 권장한다.1 근무를 할 수 없는 구성원 범위에는 본인이 확진자가 된 경우 외에도 간호 목적, 자가 격리, 기타 출근이 불가한 다양한 경우가 포함될 수 있다. 우선은 비상 상황을 적절히 통제할 책임자가 정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 책임은 반드시 관련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가 맡아야 한다. 위기의 성격에 따라 책임자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안전 환경 담당 임원이 적임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직책이 사내에 없을 경우에는 인사 담당 임원이 맡을 수도 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회사에서는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야 할 경우도 많다. 책임자를 중심으로 상황별 행동 계획과 우선순위를 구체화해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황이 진척됨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결정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구성원들의 행동 방향을 결정해줘야 한다. 아무리 잘 짠 계획이라도 막상 위기 상황이 닥치면 우왕좌왕할 수 있다. 따라서 계획만 준비해 두고 위기가 닥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도라도 교육, 점검, 리허설 등의 방식으로 계획에 대한 준비 상태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위기가 닥쳤을 때 구성원 각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떻게 업무를 지속할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지에 대해 알도록 하는 것이다.


전파력과 치사율의 차이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다른 유기체의 세포 안에서만 생명 활동을 할 수 있다. 숙주를 감염시켜야만 자신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전염’이 그들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면역’이라는 방식으로 무력화할 수 있지만 기저 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에게서는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어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바이러스의 영향력을 평가할 때 ‘전파력’과 ‘치사율’을 고려한다. 전파력은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서 전파되는 속도와 범위를 의미한다.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는 성질을 가진 바이러스가 전파력이 높다. 치사율은 감염된 사람 중에 사망에 이르는 사람의 비율이다. 그런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전파력과 치사율이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는 많이 전파가 되지 않고, 전파가 잘 되는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낮다.

치사율이 높아 전파가 잘 되지 않는 바이러스는 실제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통제되기 쉽다. 감염 환자가 중태에 빠지게 되므로 구별해 격리하기 쉽고 또 빨리 사망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옮길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제도적 조치보다는 감염 직원 또는 위험 직원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신속한 조치가 효과적이다.

제도적, 조직적 대응이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높은 경우다. 많은 직원이 감염될 수 있고,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그런 경우다. 이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낮다. 아직 사태가 진행 중이라 바뀔 수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집계로 3월5일 기준 전 세계 평균은 3.4%, 같은 날 질병관리본부 집계로 한국 평균은 0.6% 수준이다. 하지만 전파력은 대단하다. 2015년 메르스보다 몇 배나 높다고 한다. 감염자 수가 크게 늘면 전체 사망자 수도 비례적으로 치솟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대량의 피해를 일으킨다.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치사율도 13% 정도로 높아 대응을 안 하면 특정 그룹에 치명적이고, 대응을 하자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투자가 요구되는 아주 곤란한 바이러스다.


‘사회적 거리’와 재택근무

초기 중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2 코로나19 감염 후 증상이 발현되는 데까지 평균 5일 정도가 소요되고, 감염 환자가 다른 사람 한 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데 평균 7일이 걸렸으며, 한 사람의 감염자는 평균 2.2명의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다.3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8명의 환자를 통제 없이 5주 동안 놔둘 경우 604명의 누적 감염이 발생한다. 통제가 허술하면 무시무시한 속도로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전파 소요 시간과 인당 전파자 수는 감염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바이러스성 감염과 관련해 확실한 것은 ‘접촉’하지 않으면 전파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유행 관련 대응 지침이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ing)’를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처럼 땅이 넓고, 대부분 차로 출퇴근하고, 사무실 공간도 널찍하게 떨어져 있는 환경과 좁은 공간에 모여서 일하고 대부분 버스, 전철로 출근하는 한국은 감염 여건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누가 감염자인지 알 수가 없으므로,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사회적 접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전염병 대유행 속에서도 경영을 지속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구성원들 간의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최대한 정상적인 운영을 할지가 고민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재택근무’다.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사회적 거리를 충분히 유지한 상태에서 일할 수만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안전 조치이자 경영 지속성 확보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택근무가 갑자기 시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재택근무의 관계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재택근무의 발전 과정과 이슈를 간단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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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직원 복지인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인가?

1973년 실리콘밸리 1세대 벤처 기업이었던 휴렛팩커드(HP)는 미국 최초로 ‘유연 근무(Flexible Work Time)’ 개념을 도입했다. 여기에는 하나의 직무를 두 명이 공유하는 ‘잡셰어링(Job Sharing)’,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일하는 ‘원격 근무(Teleworking)’ 등이 포함됐다. IBM 같은 기업들도 1980년대부터 일부 직원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재택근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의 재택근무는 직원 복지 색채가 강했다.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대안적 근로 제도로서 본격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세계적으로 약 25년 정도 됐다. 1990년경 미국 정부가 연방 공무원 2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연구를 수행했고, 긍정적 결과를 바탕으로 IBM, 아멕스, AT&T 등 유수 대기업들이 본격 도입했다.4 1990년대 후반에는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기업과 노동 인구 감소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던 일본 기업에서도 재택근무를 포함한 다양한 근무 형태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해외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2010년을 전후해 한국에서도 정부 주도로 ‘스마트워크(Smart Work)’가 본격 도입됐다.5 드라이브에 호응해 KT, 삼성전자, 포스코 등 유명 대기업들이 유연 근무제를 도입한다는 뉴스가 자주 지면을 장식했다. 2009년 세계적인 신종플루 확산이 유연 근무 필요성에 대한 근거 중 하나였을 수는 있지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당시 ‘스마트워크’의 비전은 ‘ICT 기술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매일 모든 직원이 정해진 시간에 지정된 사무실에 출근해 빽빽한 사무실에서 일하기보다는 직원 각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편리한 시간대에 일하는 것이 개인 차원의 삶의 질과 직무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 차원에서도 생산성과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며, 우수 인재 확보 및 유지에도 좋기 때문이었다. 출퇴근 차량 이용 감소 및 분산으로 교통 체증과 온실가스 및 오염 물질 배출을 경감시킬 뿐 아니라 노동 인구 감소 속에서 노동력 부족 문제도 완화시켜주는 등 사회적 가치도 작지 않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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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간 직원들

그런 추세로 계속 가면 ‘스마트워크가 정말 표준이 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실제로 2010년 당시 정부는 2015년까지 근로자의 30%가 스마트워크 방식에 따라 일하도록 하는 목표까지 세웠다.6 시간에 기반한 ‘시차 출퇴근’ ‘선택적 근무 시간’ 등의 제도는 실제로 꽤 많은 기업이 도입했다. 하지만 취업 포털 사람인이 2017년 말 국내 기업 36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81%가 ‘협업 문제’ ‘업무 부담’ ‘경영진 반대’ 등을 이유로 유연 근무제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출퇴근 시간을 앞뒤로 1시간 정도 늘리는 시차 출퇴근제와 비교했을 때 재택근무는 훨씬 더 큰 변화다. 그래서인지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정부가 예상했던 수준의 변화가 전개되지 않았다. 직원들을 직접 대면 관리할 수 없는 근무 방식을 싫어하는 중간관리자의 저항도 있었지만 원격 근무를 확대함에 따라 파생될 수 있는 업무 소통 및 조직 내 신뢰 이슈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IBM이다.

2017년 3월 IBM은 재택근무 방식으로 일하고 있던 많은 직원에게 사무실 근무를 지시했다. 조치에 따르지 않는 직원은 회사를 떠나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 조치는 당시 두 가지 면에서 충격이었다. 첫째, 1993년 재택근무를 공식 도입한 이 회사는 재택근무의 대명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200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임직원 38만6000명 가운데 40% 정도가 재택근무를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실행되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7 이 회사는 왜 24년이나 잘 운영해 오던 제도를 없앴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재택근무가 ‘직원들의 집중을 방해하고 소통을 단절시킬 뿐 아니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기 어려워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혁신적인 IT 기업들이 재택근무보다는 회사에 모여서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재택근무가 ‘효율성’ ‘생산성’은 높일지 몰라도 ‘협업’에 기반한 ‘혁신’을 추구하는 데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직원들이 물리적으로 떨어져서 일하는 방식은 협업을 저해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제법 있다. 2008∼2012년 사이 주요 IT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멀리 떨어진 직원들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보다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약 8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8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Innsbruck)대 글렌 더처(Glenn Dutcher) 교수의 연구도 비슷하다. 재택근무자와 사무실 근무자가 섞인 조직과 사무실 근무자로만 이뤄진 조직의 생산성을 비교한 것인데, 팀 안에 재택근무자가 늘수록 협업에 대한 열의와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9


재택근무의 장단점

2010년에 연방 정부 차원에서 ‘원격 근무 촉진법(the Telework Enhancement Act of 2010)’을 통과시킨 미국은 (가장 최근 조사인) 2017년 기준 88개 연방 정부 및 산하 기관 공무원 및 직원 219만 명을 대상으로 원격 근무 현황을 조사했다. 전체 대상자 중 43%가 원격 근무 자격이 있고 그중 49%가 (약 47만 명, 전체의 21%) 실제 원격 근무를 했다고 한다. 미국의 조사 전문 업체 포레스터리서치(Forrester Research)가 미국의 정보 근로자10 97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 2일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은 17%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재택근무 등 원격 근무를 허용하는 사업장이 4% 정도다.11 미국이 한국보다는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정부가 특별법까지 통과시켜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몇 년 동안 격려를 했는데도 이 정도라는 것은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진화,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재택근무는 ‘좋다’ ‘나쁘다’로 단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장점과 단점이 있는 것이고, 회사 입장에서 보느냐, 직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워크 방식에 대한 직원 의견 조사를 해보면 대부분의 직원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들이 가장 희망하는 방식은 ‘재택근무’이지만 회사들이 가장 허용하기를 주저하는 방식 역시 ‘재택근무’다.

실제 어떤 스타트업 대표가 큰마음 먹고 재택근무를 허용했는데 일부 직원이 이를 핑계로 업무를 소홀히 하고 회사 월급 받으며 자기 사업을 하는 사례가 있어 폐지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블로그 서비스 워드프레스(WordPress)를 운영하는 오토매틱(AUTOMATTIC)사는 전 직원이 세계 70여 나라에 흩어져 완전한 원격 근무를 하지만 930명의 직원들이 소통하고 협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무책임하게 제도를 악용하는 직원이나 관리하기 어렵다고 불평하는 매니저도 없다고 한다. 결국은 하기 나름이다.12 그렇다면 도대체 재택근무는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 것인지, 회사와 직원 개인 관점으로 구분해 살펴보자.


회사 관점에서 장단점:

회사 입장에서 장점은 주로 비용 및 생산성과 관련된다. 재택근무자 비율만큼 사무실 공간을 줄이면 임대료가 절감된다. 재택근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 지정 좌석을 없애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통상 30% 정도의 공간과 임대료가 절감된다. 반복적인 고정 지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회사의 재무 성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업무 특성이 재택근무에 잘 맞는 경우에는 생산성도 향상된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단순 반복적인 업무보다 개인의 창의성과 높은 몰입이 요구되는 업무일수록 재택근무로 생산성이 잘 오른다. 출퇴근으로 인한 시간 손실을 줄이고,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주의력을 빼앗기지 않고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몰입을 유지할 수 있다. 재택근무를 허용하면 건강이나 개인적 사유로 출근할 수 없게 됐을 때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생산성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밀레니얼세대 직원들은 자유로운 재택근무 환경에서 일할 때 스트레스를 덜 느끼고, 업무 동기가 향상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IT 서비스 기업 소프트초이스(Softchoice Corporation)가 북미 지역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74%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회사로 옮길 수 있다면 현재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답했다. 밀레니얼세대는 집에서 일할 때 생산성이 향상한다고 느끼는 비율이 베이비붐세대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절감되는 비용이 있는 반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도 존재한다. 우선 업무를 위한 컴퓨터 및 통신 관련 비용이다. 일부 기업은 근무자가 재택근무에 필요한 적절한 집기를 구입하는 비용이나 위워크 같은 공유 오피스 임차료의 일부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직장인들에게 업무용 노트북 지급이 일반화돼 있고 인터넷도 무료 와이파이 등 추가 비용 없이 이용 가능한 여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비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생산성 관점에서는 업무를 직접 모니터링하기 어렵고 관찰을 바탕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일하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없어서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업무용 메신저, 파일 공유, 워크 플로, 업무 그룹, 화상회의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이 많이 나와 있으므로 적절한 솔루션을 선택하면 오히려 더 손쉽게 업무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직원들 스스로 업무를 관리하는 데도 편리하다. 다만 재택근무는 상대적으로 사무실 환경보다는 정보 보안에는 취약하기 쉽다. 어떤 업무는 특성상 반드시 회사 사무실에 출근해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기업은 재택근무자의 노트북과 회사 서버를 안전한 프로토콜로 연결해 암호화된 방식으로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VPN 방식을 사용하거나 근무자 노트북을 회사 보안 요원이 원격 통제할 수 있도록 해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 관점에서 장단점:

직원 입장에서 재택근무의 장점은 시간 절약과 스트레스 감소가 제일 크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1시간55분을 출퇴근에 쓴다고 한다. 긴 출퇴근 시간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바이러스 감염까지 걱정하며 마스크를 쓰고, 주변 사람까지 신경을 쓰면 스트레스는 배가된다. 만원 버스 또는 지하철에서 몇십 분 시달린 끝에 방전된 몸으로 사무실에 들어서면 업무에 집중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재택근무는 이런 문제가 없다. 출퇴근 시간을 아낀 만큼 고스란히 자기 계발, 취미 활동, 집안일 등에 쓸 수 있어 삶의 질도 올라간다.

경제 활동과 가족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재택근무는 최선의 선택인 경우가 많다. 전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군의 경우 관리자의 지시나 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온전히 몰입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도 있다. 남의 이목 때문에 잘 차려입을 필요도 없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을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윗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별로 없고, 소문이나 사내 정치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직원 입장에서 단점은 사회적 고립감, 자기 통제력, 소통의 문제가 존재한다. 업무의 대부분은 혼자 처리하더라도 일에 대한 조언, 따듯한 격려, 성장을 위한 피드백 등 상사나 동료로부터 얻는 동기부여가 작지 않은데 재택근무는 이런 부분이 아무래도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이라도 주기적으로 사무실 근무를 하거나 때때로 팀원들과 만나서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을 갖는 등의 방법으로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예를 든 오토매틱사의 경우도 직접 동료들과 만날 수 있도록 1년에 2∼3회 정도 한자리에 모여 함께 일하며 지내는 ‘팀 미트업(team meetup)’이나 전사 차원의 모임인 ‘그랜드 미트업(grand meetup)’ 행사를 갖는다.

자기 통제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집 안 환경 속에서 쉽게 산란해지거나(일하는데 아이가 놀아 달라고 할 때), 게을러지거나(일하다가 침대에 눕게 되는 경우), 업무 외적인 요인에(사적인 통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쇼핑) 주의력을 쉽게 빼앗기는 스타일이라면 주어진 시간 안에 약속된 업무를 끝내기 어렵다. 일 중독 성향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일에 빠져 지내는 문제도 있다. 고립된 환경에서 일할 때 자기 통제가 어렵다면 그 사람은 재택근무가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소통의 경우는 ‘양’보다 ‘질’ 측면이 문제다. 재택근무라도 전화, 메신저, e메일을 통해 얼마든지 소통을 할 수 있으므로 양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통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미묘한 뉘앙스와 감정적 전달 같은 부분인데 이런 요소들은 대체로 비언어적이다. 재택근무는 비언어적 전달에 상대적으로 약하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시걸 바르세이드(Sigal Barsade) 교수는 인간의 감정의 절반 이상은 얼굴 표정, 약 3분의 1은 어조를 통해서 전달되며 실제로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통해서 전달되는 감정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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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 기업들의 재택근무 유형

‘위챗 워크(WeChat Work)’는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업무용 메신저, 일정 관리, 온라인 회의, 파일 공유 등 통합 서비스 플랫폼이다. 중국의 설(春節, 춘제) 연휴가 끝난 지난 2월10일 이 시스템의 사용량이 평소의 10배로 폭증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장에 복귀하지 못한 직장인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세계 언론은 자연히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원격 근무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인지’에 관심을 보였다. 현재로 보았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직까지 재택근무에 대한 수요도 크지 않고, 관리자들도 ‘재택근무를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대유행이 지나가면 그전의 근무 형태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한 달 남짓 시차를 두고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택근무 현황은 어떨까? 기업 평가 사이트 잡플래닛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제보를 받아 홈페이지에 상황을 공개했다. 13 3월4일까지 업데이트된 자료에는 83개 기업의 재택근무 현황이 정리돼 있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들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형 1 원래 재택근무 기업. 코로나19 대유행과 관계없이 원래 재택근무가 제도적으로 가능했던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은 이미 재택근무를 위한 인프라와 제도가 갖춰져 있고 교육 또는 경험을 통해 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인지가 돼 있다. 유행병이 확산되더라도 회사는 이미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현황을 확인하는 정도의 노력만으로 충분하다. 페이스북 코리아의 경우 재택근무를 원하는 사람은 업무 시스템상에서 ‘Status’ 업데이트만 해두면 되고 필요한 회의는 자체 화상 시스템으로 진행한다. 핀테크 기업 핀다 역시 기존에 재택근무 제도가 있었고 상황이 악화되면 모든 직원의 재택근무를 권유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유형 2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적 재택근무 기업. 원래 재택근무 제도는 없었지만 구성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감염병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경우다. 원래부터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급하게 재택근무에 필요한 인프라와 기준 등을 결정해서 직원들에게 통보해야 하고 관리자들이 평소보다 온라인 방식으로 좀 더 업무에 대한 지원과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웹툰 서비스 기업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도 자체 업무 통신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었기에 차질 없이 재택근무를 실시할 수 있었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 기업 버즈빌의 경우는 전면 재택을 실시하되 업무상 오피스 출근이 필요한 경우에는 택시비를 추가로 지원한다고 한다.

유형 3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분적 재택근무 기업. 유형 2와 같지만 재택근무 적용 대상이나 기간을 전면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한정하는 경우다. 필요에 따라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유연한 것은 장점이지만 전면 재택근무 대비 사업장 내 감염에 대해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 교육 서비스 기업 하비풀은 일주일 중 월•수•금은 재택근무를 하되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오후에 출근해 회의만 진행하고 재택근무로 복귀하는 방식을 취한다. 같은 공간에서 소통하며 협업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처음에는 조직장이 판단해 재택근무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3월 첫 주는 전면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베스핀글로벌은 주 3일 재택근무를 하고 재택 중의 회의는 온라인 화상회의 솔루션인 줌(Zoom)을 이용하고 있다.


갑자기 시작한 재택근무, 최소한 이것은 챙겨야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해 갑작스레 재택근무를 시작한 직원들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처음에는 사무실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데 안도한다. 바이러스 걱정을 좀 덜 하게 되고, 가족들도 좀 더 챙길 수 있고, 출퇴근에 시달리는 일도 한동안 없어지기 때문이다. 회사 행사나 회식, 잦은 대면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면 집에서 편안하게 업무에 몰입하면서 생산성이 올라가는 느낌도 들 것이다.

하지만 막상 재택 기간이 1주일을 넘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몰랐던 재택근무의 어려움을 하나하나 깨닫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일수록 직원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하고, 재택근무가 잘 맞지 않는 사람에 있어서도 예외 없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하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고 재택근무에 맞는 루틴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나 동료들과 떨어져 있으면서도 업무와 관련한 소통 및 결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구가 필수적이다:

착신 전환된 전화: 직원들 사이에는 메신저나 핸드폰으로 연락을 할 수 있지만 고객이나 협력사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회사 번호를 써야 한다. 따라서 회사 번호를 개인 핸드폰으로 착신 전환해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둬야 한다. 회사에서 인터넷 기반(IP 또는 UC) 전화 시스템을 쓰고 있었다면 아예 노트북에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헤드셋을 연결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VPN을 통한 e메일 시스템:재택근무라도 개인
e메일을 업무에 쓰는 것은 보안상 부적절하다. 하지만 회사 메일은 보안 네트워크 안에 e메일 서버를 통해야 하므로 회사 밖에서 쓰려면 별도의 VPN 네트워크 설정이 필요하다. VPN 네트워크는 30초 단위로 변경되는 패스코드 생성 시스템과 강력한 방화벽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e메일을 사용하는 것과 동등한 수준의 보안성이 보장된다. e메일 시스템 보안 연결이 되면 전자 결재 및 인트라넷 시스템 사용도 보통 문제가 없다.

팀 협업 솔루션: 프로젝트 중심의 잦은 소통이 일반화된 요즘 환경에서는 전화, e메일, 전재 결재만으로는 업무를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에 기반한 팀 협업 솔루션을 사용하는데 슬랙(Slack), 트렐로(Trello), 베이스캠프(Basecamp), 구글 G스위트(G-Suite)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쓰고 있던 솔루션이 있다면 그것을 쓰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코로나19 때문에 급하게 쓸 일은 아니다. 기능, 장단점, 가격 등이 각기 달라 써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화상 미팅 도구: 사무실 근무 대비 재택근무를 할 때 가장 달라지는 것이 회의다. 하루 이틀은 몰라도 장기간 재택근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회의를 안 할 수는 없다. 최근에는 성능과 해상도 면에서 높은 품질을 제공하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화상 미팅 도구가 많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스카이프(Skype), 시스코 웹엑스(WebEx), 줌(Zoom)과 같은 도구들이 대표적이다. 가입 및 사용도 간편하고, 쓰다가 마음에 안 들면 해지하기도 쉽다. 핸드폰만 켜 놓고 회의를 참가할 수도 있고, 필요하면 회의 전체를 동영상으로 녹화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그림 2)


재택근무, 기왕 할 거면 잘하자

업무 도구만 갖춰져 있다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재택근무를 해보는 직원이라면 새로운 근무에 맞는 자기만의 생활 루틴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고, 관리자 입장에서도 사무실에서 구두로 지시하고, 보고받으며 과정 중심으로 관리하던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는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궁금해하거나 필요한 정보와 지침을 수시로 제공해야 한다. 기왕 하는 재택근무, 좀 더 잘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부분들을 직원, 관리자, 회사 차원으로 나누어서 간단히 살펴보자:

직원 개인 재택근무에 맞는 업무와 생활의 루틴

의식적으로 구분된 업무 공간 - 직장 생활에서 ‘출근’은 업무 공간으로 진입하는 의식(儀式)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집에서 일하면 이런 공간의 변화가 없어서 일과 생활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정 공간을 ‘업무 공간’으로 의식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출근 시간 준수 - 회사에 출근할 때는 출입증을 태그하는 순간이 출근 시간이다. 출입증을 찍을 필요가 없는 재택근무라도 근무 시간은 일정하게 지켜야 다른 동료들과 협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업무 플랫폼에서 간단한 스탠드업 미팅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어떤 사람은 업무 복장으로 갈아입거나 사원증을 목에 거는 것으로 출근을 대신한다고 한다.

가족들의 도움 - 낮 시간에 집에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무심코 업무를 방해할 수 있다. 업무는 혼자 하는 것이지만 가족의 이해와 도움이 없으면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재택근무는 ‘노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가족들에게 명확하게 일러두는 것이 좋다. 영유아 자녀가 있다면 조금 더 물리적으로 거리를 확보해 일하기를 권한다.

일과 휴식의 균형 - 그 외의 업무 루틴은 사무실에서와 비슷하게 하면 된다. 시간 되면 점심 먹고, 중간에 휴식도 취하고, 약속된 시간에 맞춰 화상 회의나 고객과 통화한다. 다만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흐려지지 않도록 정해진 퇴근 시간에 맞춰 일을 끝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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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결과 중심의 위임과 명확한 소통

정확한 업무 지시 - 업무 지시는 항상 정확해야 하지만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직원에게 지시할 때는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같이 있을 때처럼 오고 가며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구두로 말을 했더라도 글로도 써서 명확히 해주는 것이 좋고, 업무 결과물 외에도 배경, 맥락까지 포함하면 도움이 된다.

구체적이고 잦은 소통 - 사무실에 같이 있을 때는 굳이 말을 하지 않고도 분위기, 눈치 등으로 파악 가능한 정보가 많지만 재택 상황에서는 그런 ‘비정형적’ 정보를 얻기 어렵다. 따라서 메시지는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전달에 그치지 말고 적절한 빈도로 확인과 점검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과 중심의 관리 및 평가 - 모두 각자 공간에서 일을 하면 업무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 온라인 공간으로만 제한되고, 업무 과정에 관리자가 개입할 여지가 매우 적어진다. 따라서 원하는 업무 결과를 명확히 제시하고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도 업무에 들인 시간보다 결과물의 품질 위주로 평가되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팀원 간 업무 균형 - 재택근무를 하면 업무 진도가 뒤떨어지는 직원에게 적절히 코칭과 개입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려고 유능한 직원에게 자꾸 일을 몰아주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그렇게 되면 일부는 과중한 부담으로 불만을 느끼고 반대로 업무를 받지 못하는 직원들은 소외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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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충분한 지원과 소통 속에 정상 업무 유지

전사 일정을 최대한 준수 - 모두가 정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면 계획된 전사 과제는 일정대로 추진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무기한 연기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 일정에 대해서는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충분히 안전한 상황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일례로, 카카오는 2월 말 예정돼 있던 채용 면접 20여 건을 화상 인터뷰로 바꿔 진행했다.

비상 정보 채널 가동 -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사업, 조직, 구성원 관련 중요한 정보를 계속 전달받을 수 있는 정보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인트라넷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모바일이나 접근이 손쉬운 별도의 채널을 만드는 것이 좋다. 한 글로벌 보험사는 비디오 메시지를 작성해 비공개 유튜브 채널로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Q&A 공간 운영 -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직원들은 뉴스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대량으로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에는 가짜 뉴스도 섞여 있고,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재택근무 기간 중 회사에 꼭 물어보고 싶은 사안들에 대해 공식적인 회사의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재택근무 지원 - 지금 재택근무는 사실상 ‘불가항력’에 준하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재택근무로 인해 필요한 물품이나 업무 환경 등은 당연히 회사가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서 모니터 2, 3개를 쓰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은 집에서 장비 없이 일하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대안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중국의 증강현실 솔루션 업체 DDD온라인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전사 재택근무를 하게 된 중국 현지 업체 중 하나였다. 이 회사의 창업주 겸 대표이사 쳉 정(Cheng Zheng)은 언론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직원들이 코드를 짜고 있는지, 고양이들과 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일하는 직원을 직접 눈으로 보고 관리하는 전통 방식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처음 해보는 재택근무에 준비하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았고, 생산성도 정상 수준의 60% 정도까지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주일 정도 지나자 직원들이 재택 환경에 적응했고 생산성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정 대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현재의 재택근무 체계를 6개월 정도 유지할 생각이다. 또 바이러스의 공포가 완전히 가라앉은 후에도 재택근무를 어느 정도 유지하기로 결심했다. 14

많은 사람이 코로나19가 지나간 후에 재택근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한다. 몇 가지의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다. 우선, 바이러스 확산 기간 중에도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거나, 일부 직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한 기업들은 위기 상황이 지나가면 재택근무를 더 이상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도 사무실 근무를 고집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 시스템을 외부에서 접근하는 것이 절대 금지되는 회사 같은 경우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는 보안에 가장 민감한 대표적인 업종인 금융기관들도 재택근무를 실시하도록 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 반면에는 원래 재택근무를 허용해왔거나 경험/인프라를 잘 갖춘 기업들이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를 유연하게 허용해 왔던 스마트스터디 같은 경우다. 이런 경우는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전사 재택근무는 해지하고 구성원 필요에 따라 사무실 또는 재택근무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다. (DBR mini box ‘‘충분한 자율’ 구성원 간 신뢰가 필수 클라우드 서비스와 협업 툴을 가까이’ 참고)

이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도 상당수가 될 것이다. 재택근무를 생각도 해보지 않았거나, 시행하다가 없앴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부정적인 기업들은 이번 대유행을 계기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일부는 재택근무를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 허용할 것이고, 다른 기업들은 다시 코로나19 확산 이전 상태로 복귀할 것이다.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와 고민을 바탕으로 결정했다면 어떤 결정을 했더라도 상관은 없다. 위에서 소개한 DDD온라인사의 사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성을 갖게 된 사례로 보면 될 것이다.

한편 일부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이번에 ‘제대로’ 경험하고 나서 그 장점을 확실하게 체감할 것이다. 사실, 재택근무는 해보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 제도다. 일찍이 2012년 말 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우리나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한 스마트워크 형태는 재택근무였다.15 (54.6% 응답자가 선택) 막상 경험해보면 싫어할 사람도 일부 있겠지만 과거 재택근무 경험 기업의 사례를 보면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번 재택근무를 ‘공식화’하면 그것을 되돌리기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심리학에서 ‘상실 회피(loss aversion)’ 편향이라고 하는 메커니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6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세쿼이어캐피털(Sequoia Capital)은 코로나19가 ‘블랙 스완(Black Swan)’급의 사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17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으로 보더라도 세계적인 영향을 미친 ‘악마’ 바이러스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그런 마지막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 안 된다. 언제,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분명히 또 다른 바이러스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류를 공격할 것이다.

만약 그 바이러스가 코로나19처럼 높은 전파력을 가진 것이라면, 또다시 기업들은 등 떠밀려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될지 모른다. 그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잘 대응하려면 우리는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우고 또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재택근무에 올바른 인식과 인프라를 갖추는 데 있다. 재택근무도 잘 운용하면 물리적 거리는 멀어도 (바이러스 확산 예방) 심리적 거리는 가깝게 (협업과 생산성 유지) 할 수 있다.


필자소개 김성남 인사 전문 칼럼니스트 hotdog.kevin@gmail.com
필자는 듀폰코리아, 타워스왓슨,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고,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 김성남 김성남 | 칼럼니스트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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