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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자기 과신적 리더십은 잘 쓰면 藥, 못쓰면 毒

곽승욱 | 283호 (2019년 10월 Issue 2)
Behavioral Economics
자기 과신적 리더십은 잘 쓰면 藥, 못쓰면 毒
Based on “Are Overconfident CEOs Better Leaders? Evidence from Stakeholder Commitments” by J. K. Phua et al. (2018,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무엇을, 왜 연구했나?

자기 확신이 지나친 최고경영자(CEO)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과도한 투자, 무분별한 인수합병, 잦은 분식회계로 기업 가치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곧잘 인식된다.

반증도 만만치 않다. GE의 잭 웰치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자기 과신이 심하면서도 기업 가치를 제고한 CEO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기 과신 CEO가 연구개발(R&D)의 생산성과 제품의 혁신성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자기 과신은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 안팎으로 CEO 리더십을 확대시키며, 기업경쟁력을 제고하는 지도자 특성 중 하나다.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은 직원과 협력업체가 자발적으로 CEO의 경영 철학과 경영 정책에 협력하도록 한다. 이러한 상호 호혜의 리더십은 통솔력, 추진력, 전문성만을 강조하는 ‘나를 따르라’식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구별된다. 자기 과신 CEO가 상호호혜 리더십을 겸비한다면 기업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자기 과신과 상호 호혜적 리더십의 상관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난양공대의 푸 교수팀은 CEO의 자기 과신적 리더십이 공급업체의 자발적 협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기업이 제품을 원활히 생산하고 판매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원재료를 제공하는 공급업체의 적극적, 자발적 협력은 필수다. 따라서 이러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CEO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공급업체 입장에서 보면 특정 고객사와 자발적으로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하다. 예를 들어, 고객사인 자동차 기업에 쓰이는 자동차용 특수 염색재료를 독점적,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대부분의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는 것은 비용이나 위험관리 측면에서 공급업체에 매우 부담스러운 행위다. 이 경우 고객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공급업체의 생존은 크게 위협받는다. 따라서 고객사 CEO에 대한 강한 신뢰가 없으면 이와 같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으로 말하면, 공급업체로부터 특수한 제조원료를 안정적으로 제공받으려면 비용과 위험에 대한 부담을 불식시켜줄 CEO 리더십이 필요하다.

초기 아이폰의 성공 비결은 AT&T라는 협력업체가 아이폰 개발에 참여함은 물론, 가입자들에게 아이폰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특수한 동반자적 협력관계(Relationship Specificity·R-S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AT&T의 CEO였던 랜덜 스테픈슨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운명을 아이폰의 성패에 맡기는 결정을 하면서 “나는 아이폰이라는 기기에 베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라는 탁월한 경영자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EO의 확신 넘치는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푸 연구팀은 AT&T와 아이폰 사례에서 관찰된 R-S 협력관계의 원천을 자기 과신에서 찾아보고자 1921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자기 과신 CEO의 리더십이 R-S 협력관계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자기 과신은 CEO가 소유한 스톡옵션의 권리를 행사했을 때 예상되는 이익(In-the-money)으로 측정했다. 예상 이익이 클수록 자기 과신이 큰 CEO로 구분된다. R-S 협력관계는 공급업체가 고객사에 제공하는 원재료나 서비스에 얼마나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가로 추정했다. R-S 협력업체를 가진 기업의 평균 규모(총자산 기준)는 그렇지 않은 기업의 규모보다 약 6배가 컸고 수익률과 투자율도 월등히 높았지만 손실위험은 낮았다. 예상대로 R-S 협력관계를 구축한 CEO들의 자기 과신은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자기 과신이 상위에 속한 CEO 그룹(자기과신 CEO 그룹)과 평균적인 자기 과신을 가진 CEO 그룹의 차이도 분명했다. 전자의 협력업체 수가 후자보다 약 18% 많았으며 R-S 협력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할 확률도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내구소비재와 주문생산재 산업에 더 강하게 나타났다. 높은 내구성이나 주문 생산이 요구되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려면 R-S 협력관계가 필수이고 자기 과신 CEO의 능력은 이런 환경에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자기 과신 CEO의 리더십은 기업 가치 제고에도 기여했다. 자기 과신 CEO 그룹의 생산비는 평균 생산비보다 2.3%p가 낮았고 제품가격은 16.2%p가 높았다. 자기과신 CEO 그룹의 초과 수익률은 0.38%인 반면 평균 CEO 그룹의 초과 수익률은 제로였다. 평범한 CEO가 자기과신 CEO로 변모하거나 교체되면 R-S 협력관계가 늘어남과 동시에 강화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누구도 자기 과신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과신 성향을 보인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다 보니 의사결정에 오류가 발생하고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CEO는 자기 과신 성향이 가장 강한 그룹에 속한다. 기업 가치를 저하시키는 경영 실패의 원인이 CEO의 자기 과신과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은 이유다.

부정적 결과 또는 단점이 있으면 긍정적 결과나 장점도 있기 마련이다. 푸 교수팀은 CEO가 공급업체와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데 있어 자기 과신적 리더십을 활용할 때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편향에도 양면성이 존재한다. 양면성은 구분 지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동시에 보라는 역설일지 모른다.

필자소개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를,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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