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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와 조직불안

위기의 중간관리자를
혁신의 ‘허리’로 만들려면

이경민 | 266호 (2019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중간관리자들의 위기다. 기존에 상사에게 배웠던 방식으론 창의성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인재로 거듭나기 어렵다.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밀레니얼세대들은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입지를 위협한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끼인 세대’로 전락한 셈이다. 과거와 다르게 중간관리자들의 승진도 더뎌졌다. 직급이나 연봉으로는 만족할 만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간관리자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팀원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며, 새로운 역량을 이끌어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잔뜩 움츠러든 이들의 어깨를 펴주고 새로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권한 위임 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중간관리자들의 위기
수평적 조직으로의 전환이 경영계 전반의 화두다. 조직 안에서 혁신(innovation)과 민첩성(Agile transformation)에 대한 요구가 높다. 이러한 변혁의 시대에 가장 힘든 직급을 꼽으라면 아마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s)일 것이다. 기업 리더들은 급변하는 업무 환경을 이겨 나가기 위해 파괴적 혁신을 해야 한다고 주창하며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만 중간관리자가 일하고 있는 현장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변화가 더디다. 설상가상으로 변화를 위해 과감하게 이끌고 가야 할 조직원들은 중간관리자들로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다. 변화를 요구하는 ‘위’와 이해가 어려워 끌고 가기도 벅찬 ‘아래’ 사이에 끼여 힘든 중간관리자들에게 수평적 조직과 파괴적 혁신이란 단어는 또 다른 스트레스와 불안의 근원이 되고 있다.

실제로 조직에서 직무 스트레스를 검사해보면 중간관리자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어떻게 일을 감당하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의 우울감과 무력감을 겪으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간관리자들도 많이 본다.

1960년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연구한 칸과 그의 연구팀(Kahn et al., 1964)은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을 ‘역할 모호성’ ‘역할 갈등’ ‘역할 과중’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역할 모호성은 주어진 지위에 적합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 때 발생한다. 역할 갈등은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할 때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아 발생한다. 역할 과중은 주어진 시간 내에 해결이 어려운 일을 맡아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발생한다.

지금 한국 조직의 중간관리자들은 이 세 가지 어려움을 모두 겪고 있다. 수평적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는 어떤 일을 담당해야 하는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변화에 불안하다(역할 모호성). 과거에는 실무에서 벗어나 중간에서 관리, 감독만 하면 됐지만 최근에는 실무형 리더를 원하는 조직이 많아졌으므로 실무를 하면서 소통이나 피드백 같은 조직 관리 및 인간 관리도 같이 해내야 한다(역할 갈등).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일할 시간은 짧아졌는데 일의 양과 요구되는 성과의 수준은 동일하다 보니 퇴근한 팀원들을 대신해서 팀장이 남모르게 메워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역할 과중). 팀원들은 칼퇴근하고, 팀장은 혼자 남아 야근하는 조직이 적지 않다.

이처럼 역할 모호성, 역할 갈등, 역할 과중의 직무 스트레스가 동시에 발생하다 보니 중간관리자들의 번아웃 증후군과 우울감, 무력감 등의 유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많은 중간관리자가 위에서 혼나고 아래에서 치이며 내가 무엇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무력감, 욕먹는 대가로 회사에서 나에게 돈을 주는 건가 하는 자조감, 한 번의 실패도 조직에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실패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많은 중간관리자가 호소한다.



중간관리자들은 왜 이렇게 힘들까
중간관리자들이 힘든 요인은 위에 언급한 직무 스트레스 외에도 여러 가지 조직 전반의 현상과 맞물려 있다. 이에 대해 다음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요인은 달라지는 조직문화와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다. 중간관리자들은 조직 내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불안해한다. 실제로 이들은 직급의 단순화, 호칭의 통일 등 여러 가지 수평적 조직으로의 전환과 주52시간으로 대변되는 업무 방식의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위계적 조직구조에서 수평적 또는 애자일(agile) 조직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거나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간관리자들은 자신의 직급이 영영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실제로 애자일 조직에서 ‘팀’이란 외부의 지시를 받기보다 팀의 작업을 어떻게 하면 최상으로 수행할지 스스로 선택하는 자기조직화된 팀(self-organizing team)이다. 중간관리자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외부에서 지시하거나 통제할 이유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인공지능(AI)이 사무직 기능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할 것이라는 미래 전망은 중간관리자에게 더욱 암울하게 들린다. 2013년 발표한 ‘고용의 미래 : 일자리가 전산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프레이(Frey)와 오즈번(Osborne)은 장래에 활동 중인 근로자의 47%를 전산화가 대체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밀레니얼세대의 직원들은 상사에게 보고하기보다 정보를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보고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세계 25대 경영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시드니 핀켈스타인(Sidney Finkelstein) 교수도 이러한 중간관리자의 불안에 부응하는 언급을 한 바 있다. 그는 “슬픈 진실은 중간관리자가 사실상 멸종하는 길에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감독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겠지만 기술, 비즈니스 문화 및 인구 통계학적 변화는 기업에서 오랫동안 표준 관행이었던 것을 뒤엎을 것이다. 우리는 관리자들이 전통적인 직종의 사다리를 따라 승진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심지어 중간관리자가 조직 내 직원들 간의 소통을 이어주고, 관리자와 실무진이 조직의 목표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생각도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달라지고 있는 조직 내외부의 환경은 중간관리자들에게 내적 스트레스를 가중하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 요인은 보상의 부족이다. 다시 말하면 조직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과 승진 기회가 부족해지는 것이 한 요인이다. 빠른 의사결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면서 한 명의 중간관리자가 관리해야 하는 직원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2010년 9월 미국 HR 전문기관 i4cp의 연구에 따르면 모든 직급의 리더가 5년 전에 비해 더 큰 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5%의 대기업 중간관리자들이 11∼25명의 직원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있다. 이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해야 하는 직원의 수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서 중간관리자가 감당해야 하는 업무의 복잡성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관리자는 30∼40%의 시간을 다양한 부서와 미팅하는 데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루 일과 중 상당수를 미팅 참석과 관련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 들이고, 그 내용을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도 또 시간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자신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일과 시간 후로 밀리게 된다. 많은 중간관리자가 팀원이 퇴근한 후에 홀로 남아 일을 하게 되는 이유다. 화장실 갈 시간도 아낄 만큼 열심히 일해도 상부에서는 더 높은 생산성을 요구한다. 게다가 자칫 아래 직원이 이직하거나 근무태도나 성과가 좋지 않으면 모든 것이 관리 소홀이자 중간관리자의 실책으로 돌아온다. 이럴 때 중간관리자들은 심리적으로 조직에서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중간관리자들에 대한 리더들의 불신도 문제다. 최근에 코칭을 한 임원은 자신의 팀장들을 ‘로봇’같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하면 눈만 껌뻑이지 아무런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해 결국 자신이 90% 이상을 다 말해줘야 그나마 회의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팀장들과 면담을 해보면 리더가 일방적으로 아이디어를 진행시키는 스타일이라 굳이 다른 의견을 내놓을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팀장들 입장에서는 리더로부터, 그리고 조직으로부터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다 보니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에 빠져 있는 것이다.

승진의 기회 또한 과거에 비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점도 중간관리자들을 낙담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판 직무 스트레스 척도의 개발’이라는 논문에서 김교헌 교수는 582명의 공사 및 사기업의 직원들에게 직무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승진 기회의 결여’가 가장 심각한 스트레스 원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정받지 못함’ ‘책임의 증가’ ‘조직에 대한 부정적 태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저성장이 표준인 ‘뉴노멀’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거와 같이 연공서열에 따라 직급의 사다리를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부족한 자리와 많은 승진 적체자는 중간관리자들이 조직에서 힘을 내기 어려운 이유다. 중간관리자 워크숍을 해보면 보상이 불공평하다고 인식하는 중간관리자들이 많다. 밤낮없이 일하고 상사들보다도 더 열심히 조직을 위해 뛰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은 존중받는다는 느낌도 없고 앞으로 고생하면 어떻게 성장할 것이라는 구체적 로드맵도 그려지지 않아 힘들어한다. 때로 외부에서 새로운 리더가 영입되면 중간관리자들은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자신들이 능력이 없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느낌에 더 위축된다.

세 번째 요인은 끼인 세대가 느끼는 박탈감이다. 중간관리자는 지금까지 상사로부터 리더십을 배웠다. 힘들어도 조직을 위해서라면 희생하는 것을 미덕이라고 배우며 성장했다. 필자가 만난 한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말을 해 코칭을 받았다. 상처를 주는 말을 직원들에게 하는 이유를 물으니 자신이 조직에서 처음 모셨던 상사로부터 그렇게 혼나면서 배웠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피드백을 주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과거와 같은 상명하복식 리더십, 공격적이고 무미건조한 방식의 피드백은 조직의 반발을 가져온다.

특히 중간관리자들과 함께 일하는 밀레니얼세대들은 더 이상 그런 식의 소통을 원하지 않는다. 나나랜드(조직이나 타인보다 ‘나’라는 존재가 매우 중요함)에서 사는 밀레니얼들에게는 존재를 인정해주고, 동기를 부여해주고, 성장을 지원하는 방식의 리더십이 효력을 발휘한다. 중간관리자는 보고 들은 적도 없는, 다시 말해 경험해 본 적 없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조직이란 개인이 알아서 적응하는 곳이 아니었든가? 왜 밀레니얼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알려줘야 하는 걸까? 조직에 적응할 생각이 있기는 한 걸까?’ 중간관리자들은 혼란스럽다. 그렇다 보니 밀레니얼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나면 중간관리자들로부터 많이 듣는 질문이 “왜 항상 우리만 이해를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조직의 아랫부분에 있을 때는 베이비붐세대를 이해하고 맞추느라 갖은 고생을 했는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에는 또 젊은 세대를 이해하라고 요구받는 중간관리자들의 고충이 느껴진다.

설상가상으로 새롭게 나오는 단어들과 첨단기술들은 중간관리자들을 더욱 위축시킨다. 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어려워 리더 자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한 CEO의 결단은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중간관리자의 불안과도 맞닿아 있다. 신문 지상을 뒤덮는 새로운 기술들과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디지털 기술을 자신보다 더 능숙하게 알고 다루는 아래 세대를 보면서 중간관리자들은 초조하다. 과거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조직의 위에서 아래로 형성돼 있었다면 지금은 아래에서 위로 형성되는 듯한 형국이다. 요즘처럼 기업에서 요구하는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때에는 오히려 아래 직급이 더 실무에 밝고 첨단기술에도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어 학습과 적응이 빠르다. 그러다 보니 조직원들이 과거 기술에만 머물러 있는 중간관리자들을 더 이상 롤모델로 생각하지 않고 공공연하게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연공서열,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중간관리자들은 과거와 같은 입사 연차나 직급만으로는 자신들의 지위와 존경을 유지할 수 없다. 조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에 능한 아래 세대 이상의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내적으로 더욱 불안해진다.

위에 열거한 다양한 이유들로 중간관리자들은 내적, 외적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그 위기는 높은 이직률이나 번아웃, 프레젠티즘(presenteeism, 출근했으나 근무에 몰입하지 못함), 퇴사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더욱 중요해진 중간관리자의 역할
그렇다면 중간관리자들이 겪는 이러한 위기를 조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걸까? 수평적 조직으로 전환되면서 자연히 중간관리자 계층은 사라질 것이므로 이러한 위기는 필수적이고 종국에는 계층의 소멸로 끝이 날 것이므로 더 이상의 개입은 불필요한 것일까? 이러한 비관적 견해가 담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중간관리자가 조직에서 현재 해내고 있는 일들에 대해 다시 살펴보자.



현재의 중간관리자는 대략적으로 [표 1]과 같은 역할을 감당한다. 이 중 많은 역할은 복잡해지는 조직 환경에서 중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실행과 전략이 분리돼 상부에서 세운 전략을 하부에서 실행하기만 했던 수직적 조직에서는 중간관리자가 감당한 일들이 좀 더 단순했다. 비유로 말하자면 뇌에서 결정한 일을 손과 발로 전달하는 정도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현장의 실무자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되는 최근의 업무 환경에서 실행과 전략이 분리된 워터폴(waterfall) 방식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보다 많은 조직에서 실행과 전략을 팀 단위로 내리고 있다. 팀제에서 중간관리자, 혹은 팀장은 과거 상부가 주로 했던 전략 수립과 실행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보다 좀 더 수평적인 조직구조인 애자일 조직에서도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비슷하게 변화한다. 상부의 목표를 자기조직화된 팀(self-organizing team)으로 전달하고, 팀 내의 의견과 상부의 의견을 조율하며, 외부의 자원을 팀으로 연결해주는 일 등을 맡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조언-팀의 상황에 대해 객관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로서 문제 해결에 적절한 기술적, 경험적 조언을 제공한다 2) 자원 지원-팀 내의 흐름에 필요한 외부 자원을 공급한다 3) 외교-팀과 다른 조직 간, 특히 지원부서나 상부 경영진 등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한다 4) 전문성 개발-팀원들에게 경력과 관련하여 동기부여, 코칭, 교육을 제공한다 5) 피드백 루프 및 조직 건강도의 점검-팀의 흐름에 문제가 있을 때 피드백 루프를 통해 문제를 감지하고 해결하는 것을 돕는다. 또한 팀의 건강도 체크(Health check)를 통해 건설적인 방식으로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되는 것을 돕는다. 애자일 조직에서도 중간관리자는 팀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중요한 존재다.

다시 위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중간관리자는 수직적 위계질서가 사라지는 것과 함께 없어지는 직급이 아니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업무 환경을 조율하고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코치이자 조정자로서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노동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1998년 중간관리자는 12.3%에서 2015년 15.4%로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는 VUCA(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하며 모호한 사회 환경을 말함)로 대변되는 현재의 복잡계에서 중간관리자가 조율해야 할 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중요성도 더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중간관리자가 담당하고 있는 일들은 단순 사무직의 영역이 아니라 전략과 개발, 조율, 그리고 팀원들에 대한 멘토링과 육성 같은 고위 기능이라는 점에서 AI가 완전 대체하기 어렵다.

중간관리자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선…
그러므로 현재 중간관리자가 겪고 있는 위기를 당연한 것으로, 그리고 소멸을 위한 단계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오히려 수평적 조직으로 전환이 될수록 중간관리자가 변혁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조직이 갖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과거처럼 머리와 손발을 잇는 물리적이고 단순한 통로로서의 ‘허리’가 아니라 몸 전체를 관통하며 각 부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기틀(backbone)이기 때문이다. 팀과 팀 간, 위와 아래 사이의 화학적· 감정적 작용의 매개체이자 조정자로서의 ‘허브’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무기력해진 중간관리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첫째, 중간관리자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 강화 교육이 중요하다. 변화하는 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속에서 중간관리자는 어떤 역할을 더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직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 매일의 업무에 치여 최신의 견해를 스스로 습득하고 변화를 시도할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부족한 중간관리자들에게 자기계발과 조직을 위한 사고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그 어떤 지원보다 시급하다. 왜냐하면 시대의 변화를 먼저 알고 대비하는 중간관리자와 변화에 끌려가다가 뒤처지는 중간관리자의 운명은 180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관리자들이 밀레니얼세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중간관리자와 밀레니얼세대의 갈등은 상호 간의 이직률 증가와 업무 몰입도 저하를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은 중간관리자가 밀레니얼 직원들을 잘 리드할 수 있는 ‘코치’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시자, 감독자가 아니라 같이 뛰는 코치(Playing coach)로 어떻게 직무 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 중간관리자들에게 소통, 피드백, 멘토링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갤럽이 다양한 국가와 업종에 종사하는 100만 명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과거 25년간 수행한 연구의 결과를 정리한 ‘First, Break All the Rules’에서 생산성, 수익성, 근속률, 고객 만족도 등의 경영 성과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인 직원들은 기업의 정책보다는 직속 상사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 경쟁력 있는 일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급여나 각종 복지 혜택, 동료들,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아니라 바로 중간관리자라는 것이다. 조직마다 밀레니얼세대의 높은 이직률이 고민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고성과자일수록 더 빨리, 더 많이 퇴사한다는 점이 기업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핵심이다. 인재를 채용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인재 유지를 위해 밀레니얼세대와 가장 많은 시간 접촉하는 중간관리자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리더십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간관리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동기부여를 고려해야 한다. 저성장의 시대에 줄어드는 승진의 기회를 상쇄할 수 있는 보상 체계를 조직마다 고심하고 있다. 과거처럼 승진과 연봉 인상으로 외재적 동기부여(Extrinsic motivation)를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간관리자에게 업무 재량권을 더욱 갖도록 하여 자기효능감과 일의 의미를 높일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내재적 동기부여(Intrinsic motivation)가 필요하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중간관리자가 전략 및 실행, 책임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전적인 위임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많은 중간관리자가 상부의 불필요한 간섭으로 업무 의욕이 떨어지고 창의성이 감소한다. 회의 시간에 경영진이 “됐고, 내가 다 아는 이야기이고, 좀 더 새로운 것을 말해봐”라며 윽박지를수록 중간관리자는 점점 더 새로운 것을 말하기 어려워진다. “내가 다 해봤으니 내 말대로 이렇게 하라”고 경영진이 지시를 내리기보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한번 해보고 어려운 점이 발생하면 같이 해결해 보는 것이 어떨지’ 식의 신뢰 속에 권한을 위임하는 업무 방식이 중간관리자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이제 최고경영자는 결정하는 역할이 아니라 조직원들이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돕는 역할로의 전환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한 명의 생각이 결코 다수의 의견보다 낫기 어려운, 복잡한 업무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무에 대한 재량권과 성취감을 갖게 해 중간관리자가 업무에 더욱 몰입하고 성장을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최근에 만난 한 기업의 중간관리자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일하는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위에서 시키는 일만 수행했는데 처음으로 프로젝트 전 과정을 전담해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율과 신뢰에 근거한 적극적인 방식의 위임이 조직에서 일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간관리자의 정신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많은 조직에서 스트레스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중간관리자들이다. 사람은 외부의 스트레스를 두 방향으로 해결한다. 내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외부로 던지거나. 어떤 쪽도 중간관리자와 조직에 이롭지 않다. 과도하게 내적으로 받아들인 중간관리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 번아웃에 빠지게 된다. 정서적 소진, 냉소주의, 낮은 업무 몰입도를 보이거나 이직, 퇴사 등을 하게 된다. 그동안 만난 많은 중간관리자가 조직 내 갈등에 대해 스스로를 자책을 하며 앞으로도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무력감을 호소했다. 반면에 외부로 던지는 스트레스는 분노로 표출된다. 중간관리자 주변의 조직을 멍들게 하고, 구성원의 성과 저하, 이탈로 결론이 난다. 분명한 것은 양쪽 모두 조직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제 중간관리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중간관리자는 대체 가능한 기계부품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창의적 인재로서, 그리고 지식생산자로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조직의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들의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심리적 환경과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중간관리자를 변화의 허리로 세우는 데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생존에 매우 민감하게 세팅돼 있다. 매일 내가 살아남을 것인가 아닌가를 최우선의 탐색 과제로 삼는다. 그리고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는 모든 여력을 오직 자기방어에 쏟게 된다. 이런 조직문화 환경이 지금 우리의 조직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화론적으로 생존이 급급한 환경, 당장 앞에 맹수가 출현한 상황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원시인들은 모두 적에게 잡아먹혀 우리의 조상이 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우리의 뇌는 안전한 환경에서라야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지식 생산자로서, 변혁을 위한 디자인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혁신과 창의성을 논하기에 앞서 안심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중간관리자는 분명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동시에 더 큰 역할로 전환하기 위해 거쳐 가야만 하는 불가피한 위기 상태로 봐야 할 것이다. 이 상황을 조직이 어떻게 인식하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변혁의 시대에 먼저 웃는 승자가 될 것이다.


필자소개 이경민 이머징인터벤션즈리더십 공동 대표 kmlee@emerging.co.kr
이경민 이머징인터벤션즈리더십 공동 대표는 정신과 전문의로 기업정신건강 진단 및 관계/ 갈등 치료 전문가다. 이 대표는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이 대표는 용인병원 진료 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 등을 역임했다. 대한우울조울병 학회 정회원이자 학회지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이경민 | - 마인드루트 대표 / 정신과 전문의
    - 기업정신건강 진단 및 관계/갈등 치료 전문가
    - 대한우울조울병 학회 정회원 및 학회지 편집위원
    - 前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前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Medical Director, 前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기관 Research coordinator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사
    -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 'Mindfulness 전문가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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