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까. 이정동 교수는 끊임없이 개선점을 찾고, 그 개선사항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창의적이라고 불리는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오랜 기간 촘촘히 쌓아온 데이터와 매뉴얼의 힘이 결국 창의성을 만든다는 것. 그렇다면 조직 내부에 ‘축적의 힘’이 쌓이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자유롭고 빠른 피드백이 가능한 문화, 이 피드백을 꼼꼼히 기록하는 문화 등이 필요하다.
이정동 교수는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로 한국생산성학회 회장(2011)과 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2017)을 역임했다. 『효율성 분석이론』 『공학기술과 정책』 등 전공 서적과 번역서 『진화경제이론』을 출간했으며 2권의 영문 편집서를 포함해 국내외 전문 학술지에 1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기술경영, 기술정책 분야의 학문적 발전을 위해 다양하게 기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축적의 시간(2015)』과 『축적의 길(2017)』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의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향후 기업 환경에 미칠 영향 역시 아직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당장이라도 인공지능(AI)을 업무에 도입하고 조직문화를 구글처럼 바꿔야 할 것 같은 조급증도 만연하고 있다. 과거 해외 선진 기업 사례를 벤치마킹했던 것처럼 또다시 성공한 혁신 기업의 조직문화를 그대로 국내 기업에 옮겨 심으려는 시도다. 대표적인 예가 직책 대신 ∼님으로 부르는 호칭 파괴, 회의문화 개선, 보고 체계 간소화, 재택근무 등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해외 혁신 기업들의 제도를 벤치마킹한다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이 될까? 왜 국내 기업들의 이런 시도는 대부분 실패할까?
이정동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과정 교수는 “단순히 호칭을 바꾸고 근무시간에 20%를 딴짓하는 데 쓰게 한다고 조직이 창의적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조직문화로 ‘축적’의 문화를 제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창조적 혁신은 한순간의 영감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 혹은 원대한 비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개선에서 나온다. 지치지 않고, 개선해야 할 점을 찾고, 그 개선사항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 오랜 기간 촘촘히 쌓아온 데이터와 매뉴얼의 힘이 결국 창의적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조직 내부에 ‘축적의 힘’이 쌓이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축적이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시행착오를 용인하는 문화, 자유롭고 빠른 피드백이 가능한 문화, 그리고 이 피드백을 꼼꼼히 기록하는 문화가 그것이다. 특히 그는 시행착오를 용인한다는 표현에 대해 “무턱대고 실패하라는 것이 아니라 매뉴얼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 피드백을 기록하라는 의미”라며 “실패를 장려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시도 그 자체를 장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빠른 실패(Fast failure)’에 대해선 “빠른 실패보다는 빠른 피드백(Fast feedback)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이라는 책을 집필해 국내 기업인들에게 큰 통찰을 준 이정동 서울대 교수를 DBR이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알맞은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