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은 방향이고, 문화는 체질이다. 방향은 몇 명의 리더가 바꿀 수 있지만 체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체질을 바꾸려면 먼저 구성원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구성원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켜야 할 3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원하는 조직문화적 특징이 ‘업의 본질’과 부합해야 한다. 2. 리더가 먼저 변해야 한다. 3. 물리적 환경을 조직문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있다. 장님이 코끼리의 특정 부위를 더듬고 나서 전체 코끼리의 모습을 아는 것처럼 구는 것이다. 모든 사물을 자기 소견과 주관으로만 판단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논의를 볼 때마다 이 고사를 떠올리게 된다. 인공지능을 하는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인공지능에 있다고 말하며, 빅데이터를 하는 사람들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면 혁신도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다. 무인자동차나 로봇 분야에 있는 사람들 모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자기 분야라고 말한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을 두고 저마다 입장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4차’라는 말의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
산업 발전의 측면에서 인류는 몇 번의 혁명을 겪어왔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혁명이다. 증기기관이 사람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 동력 부문의 기술혁신을 통해서 생존에 꼭 필요한 제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혁명이다. 각종 가전제품 등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제품들이 대중화됐다. 이처럼 1차, 2차 산업혁명은 현실 세계의 물질 공급을 확대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바탕으로 한 인터넷 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1,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축적된 현실(오프라인)의 기술에 가상의 정보기술(IT)이 결합되면서 획기적인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과연 산업혁명의 한 단계를 구획 지을 정도로 유의미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IT 분야와 다른 분야의 기술이 결합되면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현실의 비즈니스에 IT가 연결될 때, 어떤 기회가 만들어질까? 우리는 보통 혁신이라고 하면 뭔가 근사하고 멋진 것을 생각한다. 바이오 회사에서 유전자를 자르거나, 컴퓨터 회사에서 컴퓨터를 닦달해서 공부하게 만드는 것(딥러닝)만 떠올린다. 이런 것만이 혁신이라면 혁신은 첨단업종 회사들만의 전유물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자기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해보는 것이다.
도미노피자는 피자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물론 피자는 맛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미노피자는 고객이 피자에서 느끼는 만족도는 피자의 맛보다 오히려 주문 과정에서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미노피자는 배달 과정에 IT를 접목했다. 먼저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구글 홈, 애플의 스마트워치, 심지어는 자동차(포드에서 나오는 차에 한정)에서도 도미노피자를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생성된 주문 데이터는 IT를 활용해서 최적화된다. 고객에게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매장이 선택되고, 빵이 구워지기 시작하면 위치가 디지털로 등록된다. 피자가 완성돼 가게를 나가는 순간 피자의 위치 정보는 고객에게 투명하게 알려진다. 이러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도미노피자가 보여준 성과는 놀랍다. 2010년 한 주당 9달러에 채 못 미치던 도미노피자의 주가는 2016년 160달러를 뛰어넘었다. 도미노피자가 주주에게 안겨준 수익률은 넷플릭스나 아마존을 가볍게 넘어섰다. 심지어는 애플이나 구글보다도 높다.
결국 비즈니스 입장에서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다는 것은 오프라인 사업 모델에 IT를 결합해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IT, 즉 온라인 비즈니스의 속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우창wclee@hsg.or.kr
현대중공업 연구원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 전략 그룹장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현) HSG휴먼솔루션그룹 경영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