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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4차 산업혁명 시대 조직문화의 원칙

기존의 체질은 통하지 않는 세상 업의 본질을 넘나드는 사고 키워야

이우창 | 248호 (2018년 5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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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전략은 방향이고, 문화는 체질이다. 방향은 몇 명의 리더가 바꿀 수 있지만 체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체질을 바꾸려면 먼저 구성원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구성원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켜야 할 3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원하는 조직문화적 특징이 ‘업의 본질’과 부합해야 한다.
2. 리더가 먼저 변해야 한다.
3. 물리적 환경을 조직문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있다. 장님이 코끼리의 특정 부위를 더듬고 나서 전체 코끼리의 모습을 아는 것처럼 구는 것이다. 모든 사물을 자기 소견과 주관으로만 판단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논의를 볼 때마다 이 고사를 떠올리게 된다. 인공지능을 하는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인공지능에 있다고 말하며, 빅데이터를 하는 사람들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면 혁신도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다. 무인자동차나 로봇 분야에 있는 사람들 모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자기 분야라고 말한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을 두고 저마다 입장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4차’라는 말의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

산업 발전의 측면에서 인류는 몇 번의 혁명을 겪어왔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혁명이다. 증기기관이 사람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 동력 부문의 기술혁신을 통해서 생존에 꼭 필요한 제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혁명이다. 각종 가전제품 등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제품들이 대중화됐다. 이처럼 1차, 2차 산업혁명은 현실 세계의 물질 공급을 확대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바탕으로 한 인터넷 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1,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축적된 현실(오프라인)의 기술에 가상의 정보기술(IT)이 결합되면서 획기적인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과연 산업혁명의 한 단계를 구획 지을 정도로 유의미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IT 분야와 다른 분야의 기술이 결합되면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현실의 비즈니스에 IT가 연결될 때, 어떤 기회가 만들어질까? 우리는 보통 혁신이라고 하면 뭔가 근사하고 멋진 것을 생각한다. 바이오 회사에서 유전자를 자르거나, 컴퓨터 회사에서 컴퓨터를 닦달해서 공부하게 만드는 것(딥러닝)만 떠올린다. 이런 것만이 혁신이라면 혁신은 첨단업종 회사들만의 전유물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자기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해보는 것이다.

도미노피자는 피자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물론 피자는 맛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미노피자는 고객이 피자에서 느끼는 만족도는 피자의 맛보다 오히려 주문 과정에서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미노피자는 배달 과정에 IT를 접목했다. 먼저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구글 홈, 애플의 스마트워치, 심지어는 자동차(포드에서 나오는 차에 한정)에서도 도미노피자를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생성된 주문 데이터는 IT를 활용해서 최적화된다. 고객에게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매장이 선택되고, 빵이 구워지기 시작하면 위치가 디지털로 등록된다. 피자가 완성돼 가게를 나가는 순간 피자의 위치 정보는 고객에게 투명하게 알려진다. 이러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도미노피자가 보여준 성과는 놀랍다. 2010년 한 주당 9달러에 채 못 미치던 도미노피자의 주가는 2016년 160달러를 뛰어넘었다. 도미노피자가 주주에게 안겨준 수익률은 넷플릭스나 아마존을 가볍게 넘어섰다. 심지어는 애플이나 구글보다도 높다.

결국 비즈니스 입장에서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다는 것은 오프라인 사업 모델에 IT를 결합해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IT, 즉 온라인 비즈니스의 속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비즈니스의 특징과 조직문화

온라인에서는 비용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제품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낮은 원가를 갖거나 자사만의 독특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했다. 원가 측면에서 실물 제품은 만들 때마다 변동비가 들어간다. 원가 우위를 가져가려는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싸게 조달하거나 생산 단위를 늘려 개별 단가를 떨어뜨리려 한다. 하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차별화된 가치를 주려는 노력 역시 마찬가지다.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재료를 고급화하거나 생산 공정을 바꿔야 한다. 브랜드나 이미지 차별화를 위해서는 광고나 프로모션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차별화는 그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경쟁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주로 취급되는 상품은 정보와 데이터다. 데이터나 정보는 처음 만들어질 때에는 비용이 들지만 일단 생성되고 나면 복제나 이동에 변동비가 들지 않는다. 차별화 방법도 비용이 아니라 정보의 유용성 등을 기준으로 이뤄지게 된다. 온라인에서는 얼마나 빨리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경쟁에서 승리하는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 상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수익은 나중에 광고를 통해서 얻기도 한다. 일단 경쟁사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해 놓을 수 있다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온라인에서 중요한 것은 비용이 아니라 속도다.

두 번째, 이 과정에서 온라인만의 독특한 현상인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나타나게 된다. 네트워크란 노드(node)와 노드가 연결된 것이다. 이동통신을 예로 들자면 각각의 전화기가 노드이고, 전화기들이 연결되는 것이 네트워크다. 전화기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이 세상에서 전화기를 쓰는 사람이 나 혼자라면 전화기를 사야 할 이유가 없다. 카카오톡이 인기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쓰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네트워크의 크기에서 나온다. 네트워크 효과란 크기가 커질수록 그 네트워크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경쟁자보다 빨리 네트워크 효과를 선점할 수 있다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역시 관건은 속도다.

세 번째, 기존 비즈니스와 온라인 기술의 결합은 산업 간의 경계를 붕괴시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아마존은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다. 그런데 이 아마존이 물건을 만들고 있다. 킨들이라는 전자책을 만들더니 태블릿,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만든다. 실적이 썩 좋지는 않았음에도 아마존의 제조업에 대한 도전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아마존 에코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더니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해서 언론 분야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구글 또한 뒤지지 않는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에서 시작했지만 모토로라를 인수했고 사물인터넷 업체인 네스트를 사들이더니 더 나아가서는 로봇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제조업에 대한 도전을 공공연히 해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알파고의 딥마인드를 인수해서 인공지능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본질은 산업 간 경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더욱 빠른 속도로 산업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업의 본질을 깊이 천착하고 핵심 역량을 개발해내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업의 본질을 넘나드는 사고가 필요해졌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도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경영 환경의 변화다. 기업은 주로 전략과 조직문화를 수정함으로써 환경 변화에 대응한다. 전략이 나아갈 방향을 새로 설정하는 것이라면, 문화는 그 방향에 맞도록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IT를 활용하기 위한 온라인 전략을 효과적으로 적용했다. 실체가 없는 가상의 상품으로 빠르게 네트워크 효과를 달성해야 하는 온라인 전략의 속성 때문에 이런 조직들의 조직문화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작은 시도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살핀다.
● 고객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현장에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다.
● 실수에 관대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 직관보다는 데이터를 중시한다.
● 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럼 이제부터 위에서 열거한 다섯 가지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1. 대박을 노리지 않고 작은 시도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살핀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선박이 있다고 해보자. 수평선 위로 갑자기 시커먼 해적선이 솟아오른다. 그런데 배 안엔 화약이 별로 없다. 화약이라는 화약은 모두 긁어모아 커다란 대포알 하나를 만든다. 신중한 조준 끝에 선장은 대포를 발사하지만 포탄은 해적선을 한참 비껴난 곳에 떨어지고 만다. 유유히 다가온 해적들은 배를 약탈하고 사람들 모두를 수장시켜 버리고 말았다.

누구나 선장을 비웃을 것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포탄을 조금 떼어내서 총알부터 몇 개 만들었어야 할 것이라고. 그리고 총부터 쏘아야 했다고 말이다. 첫 번째 총알이 50m 벗어났다면 두 번째 총알은 10m로 근접할 테고, 아마 세 번째나 네 번째 총알은 해적선을 맞출 것이니 그다음 비로소 대포를 발사해야 된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상식적이고 당연한 얘기다.

상식은 비즈니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성공을 위해서는 혁신이 요구되지만 문제는 비용과 실패의 위험이 따른다는 것. 결국 성공이란 리스크를 줄이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문제는 ‘어떻게’ 그걸 해내냐는 것이고, 답은 대포 한 방보다는 작은 총을 여러 번 쏘라는 것이다. 불확실성과 환경의 변화가 심한 환경일수록 작은 총은 더욱 효과적이다.

스타벅스에서는 주문을 한 후 음료가 나오는 곳 근처에서 엉거주춤 서 있어야 할 때가 많다. 스타벅스에는 ‘진동벨’이 없기 때문이다. 2층 이상인 다층 매장인 경우에는 주문한 고객이 호출 소리를 못 들을 수도 있고, 이런 경우 직원들은 몇 번이고 손님을 불러야 한다. 손님도, 직원도 불편한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본사에 진동벨 도입을 건의했다. 하지만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기업 이념상 거절당했다. 그런데 한국 스타벅스는 앱에 ‘사이렌 오더’ 기능을 탑재했다. 매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처음 이 소식을 들은 하워드 슐츠 회장은 “Fantastic”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스타벅스에 바로 이 기능을 도입하지는 않았다. 한국 시장에서의 고객 반응을 충분히 확인한 후 미국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처음에는 몇 개 지역에서 고객의 반응을 보고 서비스 매장을 늘렸다. 현재에는 650개 매장으로 확대됐는데 차차 이 서비스를 더 넓혀갈 계획이다.

작은 총을 여러 번 쏴서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스타벅스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린티라테도 한국 시장에서만 출시해서 고객의 반응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아시아권으로 확대했고, 자신이 생긴 후 세계 시장으로 넓혀갔다. 매장에 트는 음악을 바꿀 때도 일단은 소규모로 시도해보고 다른 매장으로 확대했고, 직원 유니폼에 변화를 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대포 한 방으로 모든 게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에 총알을 쏴봐야 한다. 결국 대포를 쏴도 좋겠다는 충분한 확인을 하고 난 후에 전적으로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과 같은 불확실성하에서 반복적인 성공을 이뤄내는 성공 방정식이라 할 것이다.

2. 고객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현장에 많은 재량을 부여한다

기존 비즈니스에 IT를 적용하게 되면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사용 데이터가 회사의 서버에 쌓인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는 고객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예전에는 물건을 한 번 팔고 나면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리서치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IT 덕에 고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제품에 바로 반영할 수 있다.

IT를 활용하게 되면 과거보다 훨씬 짧은 주기로 정교하게 소비자들의 행동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 기업들은 오프라인 기업들과는 다른 비즈니스 사이클을 갖게 된다. 기존 오프라인 기업체의 비즈니스 사이클은 전략을 세우고,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이 비중은 대략 5대3대2 정도다. 앞 단의 전략 수립에 가장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그다음에 개발을 한다. 외주를 주거나 아웃소싱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이 운영이다. 어차피 다 판 제품이고 고객 접점도 끝났다. 운영을 하긴 하되 최소화하려 든다. 그래서 얼추 5대3대2 정도의 비율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업에서는 이게 거꾸로 돼야 한다. 운영이 50, 개발이 30, 전략이 20으로 말이다. 전략은 중요하긴 하지만 사용자들의 반응에 따라서 수시로 바뀔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들의 반응을 알아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운영이다. 운영을 통해 소비자를 알게 되고, 그 내용이 개발에 반영돼야 하고, 또 그 내용이 전략에 수정 반영돼야 한다. 기존 오프라인 기업의 전략-개발-운영 방식과는 거꾸로 가야 한다.

웅진씽크빅은 책이라는 형태로 제공하던 유아용 교육 콘텐츠를 모두 디지털로 바꾸었다. 그리고 태블릿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했다. 기존에는 오프라인으로 점수를 매기고 아이들을 관리하던 선생님들도 이제는 태블릿이라고 하는 IT 기기를 통해서 아이들의 학습 진도와 성취도를 챙긴다. 선생님들은 이 과정에서 축적된 아이들의 데이터를 학부모와 공유하고(운영),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바꾸어 나가고(개발), 아이에게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안하게 된다(전략). 운영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전략까지 개발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쉬워 보인다. 기존에 있던 책을 디지털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프로세스와 영업 방식 등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IT 기기만 주어진다고 해서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고, 업무 프로세스도 바꾸어야 함은 물론이다.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재량까지 갖추고 있어야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3. 실수에 관대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금문교는 1937년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11명의 작업자가 현장에서 떨어져 죽었다. 수면 위 70m나 되는 높이에서 작업하는 것이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다. 인명 사고로 고민하던 관리자는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현장에 안전그물을 설치했다. 공사 중 떨어지더라도 그물에 걸려서 구조가 가능하도록 해 놓은 것이다.

그러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떨어져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진 것이다. 그물 덕분에 바다까지 떨어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물 위로 추락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안전그물이 설치된 이후 작업자들 마음속에는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고, 자신의 업무를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영 여건이 급박하게 돌아갈수록 직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실패에 관대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리더들은 마음이 불편하다. 직원들이 편하게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실수를 용인해줘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이럴 땐 실패를 원인별로 나눠서 생각하면 좋다. 첫째, 단순 실패다. 규정을 위반한다든지 부주의해서 생긴 실패다. 이런 실패는 나쁜 실패다.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차원의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현장에서, 작업 전에 안전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읽게 만드는 것이 좋은 사례다. 두 번째는 구조적인 실패다. 부하직원의 능력이 부족한 줄을 알면서도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일을 맡겼기 때문에 벌어진 실패나 부적절한 업무 프로세스 때문에 반복해서 발생하는 실패 등이 모두 구조적인 실패다. 이런 실패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서 고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도적인 실패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장려해야 할 실패다. 조직에서는 실패가 반드시 필요한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한다거나 사업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장 테스트를 해보는 경우다. 가설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실험을 통해 잘못된 점이 드러나야 하고, 완전치 못한 제품이라면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스크리닝돼야 한다. 하지만 실패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은 담당자가 현실보다 우호적인 조건을 만들어놓고 테스트를 진행한다면 나중에 진짜로 신상품을 출시했을 때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당신이 실패를 한다면 그 덕분에 회사가 큰 손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미리 공지를 해줘야 한다. 이런 종류의 실패는 세리머니를 열어 축하해줄 수도 있다.

4. 직관보다는 데이터를 중시한다

넷플릭스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현재 자리에 오른 기업이다. 비디오 대여 업체로 시작해 막강한 경쟁자인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리더니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로 변신했다. 2011년부터는 직접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들었는데 여기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성공의 일등 공신은 데이터. 넷플릭스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서 오늘날의 성공에 이르게 됐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어떤 영화를 빌릴까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에 주목해 ‘시네매치(Cinematch)’라는 영화 추천 엔진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객 취향에 딱 맞는 영화를 추천해줬다. 고객들은 회원 가입을 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프로그램을 3개 선택해야 하는데 넷플릭스는 이 데이터를 시네매치로 분석해 좋아할 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준다.

넷플릭스는 2011년부터 직접 제작에도 뛰어들었는데, 이 과정에서도 데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주인공 선정과 시나리오 작업 전반에 걸쳐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우스 오브 카드’다. 비슷한 장르의 시청자 데이터를 활용해 그들이 원하는 줄거리와 배우 등을 예측해서 섭외했다. 분석은 적중했고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이 공개된 후 시청자 가운데 95%가 만족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2012년 36억 달러였던 넷플릭스의 매출은 2016년 88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처럼 데이터의 영향력이 산업과 기업을 막론하고 커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5. 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집하지 않는다

만화책 시장은 만화를 책으로 출판해 판매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IT가 접목돼 만화책이 디지털로 바뀌었다. 웹툰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유명 만화가들은 웹툰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웹툰이라고 하는 방식을 기존 작가들이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웹툰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를 익혀야 한다. 형식도 기존의 만화책과는 다르다. 만화책은 페이지의 한계 때문에 컷의 수와 면적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면서 봐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위-아래로 펼쳐지는 구조다. 컷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계속 이어진다.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다르다. 일단 작품을 올리면 댓글이 달린다. 댓글의 내용을 다음 작품에 반영하기도 한다. 수익 모델도 다르다. 만화책은 출판해서 돈을 받고 팔지만 웹툰은 공짜로 올린다. 고객의 반응이 좋아야 ‘유료 미리 보기 서비스’ 같은 부가적인 수익 모델이 따라붙곤 한다.

당연히 기존 작가들은 이처럼 다른 방식을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 만화책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 모두를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신진 웹툰 작가들은 어차피 만화 출판사에서 작품을 실어 주지 않기에 부담 없이 웹툰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장이 주목받고 성장하면서 기존 만화책의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거에 내가 가지고 있던 자산이나 성공 공식이 그대로 통용될 것이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과거의 고정관념에 안주하게 되면 새로운 변화가 요구하는 성공 공식을 놓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략은 방향이고 문화는 체질이다. 방향은 몇 명의 리더가 바꿀 수 있지만 체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체질을 바꾸려면 먼저 구성원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조직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조직문화를 받아들이려 하는 회사들은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먼저, 원하는 조직문화적 특징은 ‘업의 본질’과 부합해야 한다. 업의 본질이란 ‘핵심 성공 요인(Key Success Factor)’이다. 회사가 속한 업종에서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본질적인 요인이다. 삼성전자 직원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삼성전자를 흔히 ‘관리의 삼성’이라고 부른다. 이런 별명이 생기게 된 것은 삼성전자의 주력 비즈니스와 관련이 깊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통해서 성공 가도를 달려온 회사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낮은 원가가 필수적이다. 경쟁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반도체가 제작되는 공정을 살펴보자. 원재료로부터 완성된 반도체가 나오기까지는 대략 500∼600번의 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 작업에는 인건비가 높은 엔지니어가 투입되고, 값비싼 기계장비들이 필요하다. 불량품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제조과정에 들어간 인건비와 기계의 감가상각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불량을 막기 위한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꼼꼼하고 빈틈없는 조직문화는 업의 본질을 지켜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둘째, 리더가 먼저 변해야 한다. LG유플러스에서는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016년 ‘즐거운 직장팀’이라는 부서를 새로 만들어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의 성과’와 ‘가정에서의 행복’을 둘 다 잡을 수 있을까 연구했다. 이 팀이 제일 먼저 시행한 제도가 임원들을 대상으로 ‘월수금 회식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월요일은 한 주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계획하고, 수요일은 가족과 함께하며, 금요일은 피로를 풀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한밤중에 카톡을 보내는 것도 금지했다. 물론 조직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제도다. 밤 10시 이후에 카톡 등 메신저를 통해 업무를 지시하면 보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노력이 과연 실질적인 조직문화의 변화로 이어질까 하는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LG유플러스는 2016년부터 해마다 영업이익이 1000억 원 단위로 늘어나고 있다. LG유플러스 직원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 임원이 먼저 칼퇴근을 하면서 직원에게 인사를 건넨다면 직원이 굳이 책상을 지키고 앉아 있을 필요가 있을까? 먼저 윗선부터 솔선수범할 때만이 조직문화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셋째, 환경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된 조직문화가 지속되게 하려면 물리적 환경도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4차 산업혁명처럼 환경 변화가 극심할수록 직원들의 창의와 활발한 소통이 중요해진다. 물리적인 환경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훨씬 쉽게 이런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섞이고 부딪힐 때 나오는 법이다. 직원들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활발히 소통하고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을 줄여야 한다. 상대방이 멀어질수록 소통을 위해 필요한 노력은 늘어나고, 상대방과의 우연한 만남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소통의 기회는 줄어든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금융회사인 SEI인베스트먼트(이하 SEI)는 직원 간의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개인 사무실과 파티션을 없애 하나의 큰 공간으로 만들었다. SEI는 사무실을 오픈된 공간으로 만듦과 동시에 직원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마련해 직원들 간 상호작용을 촉진했다. 또한 직원들의 책상과 의자에 바퀴를 달아 이동을 자유롭게 했고, 층간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다른 층에 위치한 직원 간의 상호작용도 높이고자 했다. 시행 초기 관리 직원들의 부작용이 없지 않았지만 시행 후 5년 동안 직원 수의 변화 없이 연간 40%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또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무 공간 혁신 이후 직원 간 상호작용이 촉진돼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고,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으며, 변화된 공간이 창의성을 자극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의 제라드 텔리스(Gerard Tellis)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혁신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그 기업의 ‘조직문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서 혁신을 고민하는 기업에 여러 시사점을 준다. 회사의 문화를 바꾸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단기간에 이뤄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환경 변화에 발맞춘 기업 문화의 변화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우창 HSG휴먼솔루션그룹 경영전략연구소장 wclee@hsg.or.kr

필자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캐나다 요크대 슐릭경영대학원(Schulich School of Business)에서 MBA를 취득했다. 현대중공업 연구원을 시작으로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 전략그룹장 및 IGM 세계경영연구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 이우창 | 현대중공업 연구원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 전략 그룹장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현) HSG휴먼솔루션그룹 경영전략연구소장
    wclee@hs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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