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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이 답이다

보고서 작성에서 보고까지… 오너십 육성의 기회다

김정수 | 197호 (2016년 3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보고서 작성의 기본 원칙

1)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라:

위에서 지시한 내용만 채워 넣는 데 급급하지 말고 보고서 작성을 하게 된 근본 이유와 이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늘 기억.

2) 작성 완료 전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검토하라:

당장 눈가림만을 위해 임시방편 성격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건 아닌지 주기적으로 검토. 지엽적 내용에 사로잡히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데 집중.

3) 보고서 작성자에게 직접 발표할 기회를 줘라:

일방적 지시만 내리기보다 보고서 작성을 담당한 실무자에게 발표할 기회를 줌으로써 스스로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유도.

 

국내 모 대기업의 신사업 담당인 송 전무는 요즘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다. 신사업 담당으로 일했던 지난 3년간 추진했던 거의 모든 사업들이 3년이 다 돼 가도록 전혀 성과를 못 이루고 있고, 이 중 일부는 공식적으로 사업을 접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실패가 분명한 상황이었다. 기적처럼 한두 개 사업이라도 금년 내에 큰 성과를 내주지 않는다면 연말 인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이미 틀렸고, 심하면 신사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입장이었다.

 

송 전무가 지난 3년여를 돌아보니 본인은 크게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았다. 우선 혼자서 신사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해 사내외 전문가를 중심으로 신사업 투자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각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 송 전무가 사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일이었다. 이후 3년 동안 약 40여 개의 신사업 아이디어들이 이 위원회에 상정돼 열띤 토론을 거쳤고, 날카로운 위원들의 질의 공세를 통과한 사업들만이 신사업 투자 대상으로 선정돼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이전에 담당 부서와만 협의를 해서 알음알음으로 처리하던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의사결정 과정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투자 심의위원회에 신사업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이를 추진하는 부서에서는 빈틈없는 심의보고서를 만들어서 올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도 신사업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가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50쪽에 가까운 분석보고서들이 만들어졌고 투자 심의위원회 회의는 이 보고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이렇게까지 철저히 검증을 하고 투자를 했는데 왜 하나도 성공하는 사업이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 송 전무는 슬슬신사업=운칠기삼이라는 사람들의 말이 피부에 와 닿았다.

 

그러던 중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경영감사팀에서 신사업 성과가 왜 이렇게까지 부진한가에 대한 업무 감사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됐지만 한편으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사실대로 당당하게 임하면 본인에게 큰 귀책사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월요일이 되자 경영감사팀이 도착했고, 이들은 신사업을 어떻게 심의하고 투자 의사결정을 했으며, 이후 어떻게 추진해왔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송 전무는 본인이 새로 만든 투자 심의위원회에 대해 설명했다. 경영감사팀도 위원회를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동 심의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타당성을 인정했다. 그리고는그러면 그간 진행했던 50건의 심의보고서를 다 제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각 보고서의 분량은 참고 자료를 포함해 대략 80쪽 정도였다. 그렇게 50건을 다 모아놓고 나니까 보고서가 산더미처럼 높이 쌓였다. 감사팀은 약 일주일에 걸쳐 그 보고서들을 하나씩 꼼꼼히 읽어보는 것 같았다. 다음 주, 감사팀의 1차 감사 의견이 나왔다. 시작부터 매우 부정적이었다. ‘투자 심의위원회의 심의는 매우 효과적이지 못했고, 잘못된 투자 의사결정은 기본적으로 심의보고서 작성 및 투자 심의 방법에 그 원인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송 전무는 억울하고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우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이유부터 물었다. 감사팀의 지적은 이랬다. 지난 3년간 올라온 50건의 심사보고서를 보면 보고서별로 분석한 내용이 매우 편향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들어가는 신소재 사업의 경우에는 시장 성장성이 매우 좋은 것은 틀림이 없었지만 이 회사가 이 사업을 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 하는 부분은 의문점이 많은 상황이었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부는 전체 50쪽 분량의 심사보고서 중에서 약 40쪽을시장 전망이 매우 밝다는 내용을 나열하는 데 할애했고, 남은 분량 중 약 2∼3쪽에 걸쳐서 이 사업에 필요한 핵심 역량은 차차 확보하고 필요하다면 역량을 갖춘 기존 업체의 인수합병이나 해외 업체와 제휴를 추진하겠다는 정도로 간략하게 언급을 하고 말았다. 반면, 현재 원재료 형태로 판매하던 제품을 한 번 더 가공해 반제품 상태로 판매하는 신사업을 기획한 경우에는 전체 50쪽의 심사보고서 중에서 약 40쪽에 걸쳐서이 사업은 우리가 20년 이상 해온 사업에서 한 단계 추가 가공만 필요함으로 그 어느 회사보다 낮은 원가에 높은 수율을 낼 수 있다는 역량 측면만 강조를 하고, 정작 이 새로운 반제품의 수요 시장 성장성이 어느 정도이며 경쟁 강도를 고려할 때 이익은 어느 정도 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시장 전망 부분은향후 주요 수요 업체와 면담을 통해 추가 확인하겠다는 정도로 얼버무려 놓았던 것이다.

 

이처럼 각 보고서는 시장 전망이나 필요 역량, 경쟁 강도, 수익성 등 각 사업의 유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분량을 할애해 자세히 설명을 해놓고, 정작 신사업 투자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짚어야 할 투자 리스크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논쟁을 피하는 방식으로 평이하고 짧게 서술해 심의 중심에서 슬쩍 벗어나 버렸던 것이다. 50건을 분석해보니 거의 예외 없이 이런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심의위원들도 보고서 앞부분 분량이 많은 쪽에서 많은 토의를 하다가 뒷부분은 늘 자세히 볼 시간도 없이 투자 승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사업 투자의 결과가 지금처럼 형편없어진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있을 것이다. 우선 부서 이기주의다. 회사 전체의 발전과 성장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일단 내가 속한 부서에서 되도록 많은 신사업을 추진해보고자 하는 생각에 자기 사업에 유리한 부분만 의도적으로 내세우는 심리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자 하는 경우가 아니라 정말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경우에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언젠가 국내 모 그룹의 기획실장님 및 그 팀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적이 있었다. 마침 그 다음 날 중요한 보고가 생기면서 팀원들은 저녁 식사에 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어쩔 수 없이 실장님과 둘이서만 식사를 하게 됐는데, 그 실장님 말씀이 이랬다. 오늘 팀원들이 나한테 와서 저녁 식사를 못 가게 됐으니 실장님 혼자 다녀오셨으면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무슨 일 때문에 바쁘냐고 했더니 내일 필요한 보고서를 만드느라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호통을 쳤습니다.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느라 바빠야지 보고서를 쓰느라 바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이죠.” 어떻게 보면 다소 말 장난스럽다고도 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이처럼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보고서를 그럴싸하게 구성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일하는 관행이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이 있다. 이는 문제 해결에 대한 오너십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고서 작성에 대한 부담감만 있는 상황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일을 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런 일을 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정의 내려 거기에 대한 묘안을 만들어내는 일에 대해 오너십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실무자들이 관련된 내용으로 장문의 보고서를 만드는 데만 치중할 때가 많다.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 해결은이 보고서를 읽어보고 위에서 알아서 결정하시라는 식으로 일하곤 한다. 문제해결에 대한 오너십의 부재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사례다. 예컨대,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디일까라는 문제를 받아들고, 전 세계 40여 개 나라의 시장 규모, 성장성, 경쟁 강도, 진입 가능성 등을 다 채워 넣느라 낮밤 없이 일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어차피 이 40여 개 나라 중에서 주안점을 가지고 봐야 할 나라는 몇 가지 사실만 확인하더라도 금방 구별해낼 수 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건, 그 이후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이 나라에 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런데위에서 나라별 평가를 하라고 했으니 나는 40개 나라를 다 채워넣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숲은 생각하지 않고 나무만 보고 일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을 하다 보면 의외로 이렇게 본질은 잊고빈틈없이 채우기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는 형식논리에 얽매이는 경우다. 예를 들어 당장 영업을 해야 하는 최우선 순위 영업 대상을 선정해서 단기간 내 매출을 올려보자는 문제를 받아 들고는 최우선 순위 영업 대상 5개 회사를 선정했다고 하자. 그리고는 상당 시간을 3개도, 10개도 아닌 5개 회사를 선정했는가를 논리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 이 경우도 문제의 본말이 크게 전도된 경우다. 데이터가 많은 분석을 하다보면 숫자에 매달리다 정작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신용카드 회사나 항공사처럼 많은 고객 데이터가 있는 경우에는 소위데이터 분석에 빠져드는현상을 겪게 된다. 밤을 새워 계속해서 데이터를 분석하다보면 무수히 많은 그럴싸한 차트들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저렇게 성능 좋은 컴퓨터를 돌려가며 분석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뭘 하기 위해서 이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잠깐 망각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열심히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때 제1원칙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오너십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라

문제 해결의 오너십을 가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의외로 무엇인가 한창 일을 하는 직원들에게그런데 지금 작업이 답하고자 하는 문제가 뭔가?”라고 물으면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자료를 잘 정리해서 보고드리면 윗분들이 알아서 결정을 하시겠지라고 생각을 한다. 큰 그림은 보지 못한 채 눈앞에 떨어진 일에만 매몰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다. 당연한 것 같지만현재의 상황, ②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된 원인이나 문제점, ③그래서 해결해야 하는 정확한 문제와 답해야 하는 핵심 질문, 이 세 가지는 모든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항상 일목요연하고 간략하게 정리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편이 전체 작업에 있어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2) 작성 완료 전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검토하라

일을 할 때는 어느 정도 일이 진전될 때마다 주기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보고서를 검토해보고 애초에 정의했던 문제들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보는 기회를 꼭 가져야 한다. 앞서 투자 심의위원회 사례에서도 드러나듯이 보고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개 어렵기도 어렵지만 자료가 부족할 때가 많다. 실무자들이 이런 문제에 부딪치면 설령 중요한 핵심 내용일지라도 은근 슬쩍 피해가고, 대신 자료도 많고 자신 있는 부분만 집중해 채워 넣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장 눈가림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절대 옳은 방법은 아니다. 일 하는 중간 언제 하루 날을 잡아서 그날만은 내가 보고서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고 제로베이스에서 이 보고서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되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을 시키는 팀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보고서를 검토할 때 소소한 문구나 사소한 숫자의 정확성보다는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즉 보고서가 본래 가졌던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팀장들은 부하직원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볼 때 으레 빨간 펜부터 집어 들고 사소한 내용이나 오탈자를 바로 잡아서 일명빨간펜 선생님이라는 오명을 갖기도 한다. 작업을 검토하는 팀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문제 해결에 대한 오너십 없이 지엽적인 내용들만 들춰내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실무 작업을 담당할 부하 직원 입장에서 분석이 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것과 구하기 어려운 것을 미리 다 헤아려서할 수 있는 것위주로 보고서를 다듬어 주는 것은 팀원들에게 인심을 얻는 데는 좋겠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서 큰 도움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상관의 입장에서는 분석 작업과 보고 내용이 당초에 목표했던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3) 보고서 작성자에게 직접 발표할 기회를 줘라

평소 보고서 검토를 할 때 작성자에게 직접 발표할 기회를 줘보는 것도 보고서의 품질을 놓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서면으로 사전에 다 읽어 봤다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내가 다 읽어 봤는데…”라고 하면서 앞으로의 작업 방향만 지시해서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오너십을 가지도록 하는 데 역효과를 일으키기 쉽다. 직접 작업을 진행하는 사람이 발표도 해보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알도록 유도하고, 발표가 끝난 후에는당초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이 뭐였지? 그래서, 이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답은 뭐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오너십을 가지고 작업하도록 하는 건 비록 시간은 걸리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정수 사우디아람코 마케팅 매니저 jungsu.kim@aramco.com

 

필자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제통상 업무를 담당했고,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 서울·동경·시드니 오피스 등에 근무했다. 베인&컴퍼니 파트너로 재직하며 국내외에서 중공업, 에너지 등 산업재 부문에 대한 경영 자문과 M&A 컨설팅을 주로 수행했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석유 회사인 사우디아람코에서 원유 영업 및 마케팅 전략(Crude Oil Sales & Marketing Strategy)을 담당하고 있다.

 

 

  • 김정수 | - (현) GS칼텍스 전략기획실장(부사장)
    - 사우디아람코 마케팅 매니저
    -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 산업자원부 사무관
    jungsu.kim@gscalte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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