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과 성과
Article at a Glance
직무자율성(work autonomy)
주어진 업무를 얼마나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직무를 수행하는 절차나 일정에 대한 재량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가리키는 개념. 성과를 증진시키고 내재적 동기를 유발하는 핵심 직무 조건 중 하나. 직무자율성이 높을수록 직무 성과와 업무 만족도는 향상, 스트레스는 감소. 자율성 증진 방법 업무통제권(work control)과 직무자율성 간 차이를 명확히 인식, 먼저 직무자율성을 단계별로 부여한 후 업무통제권을 허용하는 순차적 접근. 리더는 부하의 자율성을 의도적으로 지지해주기 위해 노력. 인력 선발 단계부터 자율성을 채용 및 인력 배치의 핵심 기준으로 활용. 자율성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칙 및 규제 제거. |
자율성(autonomy)은 심리나 경영 분야에서 연구주제로 등장한 지 의외로 오래됐지만 그에 비해 아직 그 의미가 정확하게 정착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자율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미묘하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느낌을 준다. 일단 큰 정리부터 하자면 자율성은 개인의 심리적 속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업무의 특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구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자율성은 한 개인의 심리적 속성을, 직무자율성(work autonomy)은 업무의 특성을 뜻하는 용어로 각각 사용할 것이다.
1. 자율성이 필요한 이유
자율성은 자기 자신을 뜻하는 ‘auto’와 법을 의미하는 ‘nomos’가 결합된 말로 자신의 법에 따른다는 뜻이다. 자율성은 주변 사람들 혹은 상황 때문에 해야 하고,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압박이나 강요 대신 자신의 행동과 계획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자율성은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서려는 독립성과는 다르다. 자율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강요에 의해 독립적일 수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자율성을 지원해주는 사람을 더 의지한다. (Ryan, La Guardia, Solky-Butzel, Chirkov, & Kim, 20051 )
심리학자들은 자율성을 선천적인 욕구라고 가정한다. 단지 성장 과정이나 현재의 환경 때문에 개인 차이가 생긴다. 발달심리학자인 에릭슨(Erikson)은 1∼3세경에 이미 자율성이 성격의 일부분으로 형성된다고 봤다. 이 시기에 인간은 처음으로 혼자서 걷고, 대소변을 가리고, 밥을 먹고, 옷을 입는 등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려고 시도하면서 부모의 일방적인 보살핌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때 부모의 지원과 지지 속에 성공적으로 자신을 통제하는 경험을 쌓게 되면 자기 능력에 대한 기본적 자신감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전 생애에 걸쳐 독립적이고, 의지력과 자기 통제력이 강한 성품, 즉 자율성이 형성된다. 이런 에릭슨의 관점에서 자율성이란 건강한 성인의 특징이다. 건강한 자율성은 지나치게 의존하지도, 혹은 피하지도 않으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자기 조절을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자율성이 없으면 자율성 부족을 특징으로 하는 성격 장애를 겪게 된다. 의존성 성격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는 자율성의 부족을 타인에게 의지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스스로 선택하거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한다. 홀로 남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타인의 도움과 지지에 의존하고 보호받고 싶어 한다. 즉,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통제를 원하고 따른다. 반면 회피성 성격장애(avoidant personality disorder)는 의존성 성격장애와 반대로 타인을 피한다.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좋아하지만 상처가 두려워 피하는 것이다. 열등감이 강하고 자신감이 없어서 타인의 거절이나 비판을 두려워하고, 쉽게 당황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그래서 낯선 사람을 꺼려하며 안전한 사람하고만 상호작용하려 한다. 타인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방식만 다를 뿐 의존성 성격장애와 마찬가지로 자율성 부족이 특징이다.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서는 자율성을 성격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욕구이기도 하다고 가정한다(Deci & Ryan, 1985).2 자율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다양한 장면에서, 그리고 어떤 행동에서도 일관되게 자율성이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보통 회사 일은 자율적으로 하다가도 집안일은 강제가 있어야만 한다. 시켜서 복사를 할 때도 있지만 자기가 알아서 할 때도 있다. 이처럼 상황이나 과제 등 조건에 따라 자율성은 있고 없고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있는가의 정도 문제다.
이 자율성의 정도에 따라 동기가 달라진다. <그림 1>에서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는 가장 자율적인 동기로, 그 일 자체가 좋고 즐겁고 만족감을 느껴서 하는 것이다. 반대로 <그림 1>의 왼쪽에 위치한 무동기(amotivation) 상태는 말 그대로 아무런 동기가 없는 상태다. 활동에 의미가 없거나, 할 수 있는 역량이 없거나, 혹은 해봤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여길 때 나타난다. 무동기와 내재적 동기 사이의 4가지 조절 스타일은 모두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다. 무동기 바로 옆의 외적 조절(external regulation)은 외재적 동기 중에서도 자율성이 가장 낮은 보상이나 처벌, 강요 등 외적 요인에 의해 전적으로 통제될 때를 말한다. 두 번째 내사(introjections)는 기본적으로는 자율적인 행동 방식이지만 자율적인 이유가 행동 자체 때문이 아니라 외부 압력을 거절하거나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나 죄책감을 덜고자 하는 것이라서 약간은 타율적이다. 내사보다 더 자율적인 외재적 동기는 동일시(identification)다. 이는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 선택해 행동하는 것이다. 통합(integration)은 단순한 의미 부여를 넘어 자신의 다른 가치나 욕구와 통합되고 일치된 상태다. 통합은 가장 내재적 동기에 가깝기 때문에 내재적 동기처럼 자율적이고 내면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통합도 역시 행동 그 자체 때문이 아닌 행동의 결과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외재적 동기다.
예를 들어,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고 한다. 외재적 동기 중에서도 외적 조절이다. 만약 100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됐다고 해보자.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는 게 불안하고 사람이 변했다고 욕 먹는 게 두려워 회사를 계속 다닌다면 내사 동기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게 자신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자식의 교육에도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동일시다. 통합은 회사를 다니는 것이 인간은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본인의 인생 가치관에 따른 선택이 될 때다. 만일 새삼 어떤 의미나 가치를 부여할 필요도 없이 회사 다니는 것 그 자체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새로운 성취를 통해 만족을 느낀다면 내재적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자기 결정성 이론에서 이렇게 동기의 종류를 나눠놓은 것은 동기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에 푹 빠진 청소년을 생각해보자. 게임을 한다고 해서 얻는 것은 없다. 오히려 부모의 잔소리와 처벌 등 부정적인 결과만 얻는다. 뿐만 아니라 본인도 게임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고 심지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밤을 새워 전심전력을 다해 스테이지를 클리어(clear) 하면 성장과 발전의 만족감을 느끼고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 일도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 바로 내재적 동기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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