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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함 지수’를 아십니까?

문권모 | 9호 (2008년 5월 Issue 2)
이번 호 ‘Culture in Biz’의 주제를 ‘기업의 오만함’으로 정하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Corporate Arrogance’라는 키워드를 구글에 넣으니 엄청난 수의 검색 결과가 나오더군요. 서구에서도 기업의 오만함과 그로 인한 폐해가 꽤 문제가 되는 모양입니다. 제품 불량을 지적한 소비자에게 “우리 업무를 방해했으니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한 국내 기업이 해외 사이트에 대표 사례로 등장해 머쓱해지기도 했습니다.
 
AQ=자만심÷성과
그러던 중 ‘오만함 지수(AQ,Arrogance Quo-tient)’라는 말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해리 맥스(Harry Max)라는 미국 컨설턴트가 언급했는데, 원래 IBM의 유명 칩 설계자인 로버트 몬토야(Robert Montoye)가 만들어낸 용어라고 합니다. AQ는 기업의 자만심(ego)을 성과(performance)로 나눈 값입니다. ‘오만함으로 인해 기업이 얻는 피해의 정도’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기업이 오만하지만 성과가 높은 경우 AQ는 낮아집니다. 소비자나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은 이럴 때 그냥 참고 넘어가 줍니다. 하지만 오만한 기업이 낮은 성과를 내면 AQ가 높아지고, 해당 기업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이해관계자들의 비난에 시달리게 됩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나름대로 꽤 일리가 있는 말 같습니다. 제가 IT업계를 출입할 때 ‘싸가지가 없다’고 소문난 기업은 추락의 속도가 일반적인 회사보다 훨씬 빠르더군요. 1등도 아니면서 거드름만 피우는 기업 또는 그 구성원들은 오만한 1등 기업보다 훨씬 더 많은 조소를 받았습니다.
 
오만한 기업, 살아남을 수 없다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누리며 쉽게 돈을 버는 기업은 오만해지기 쉽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든 통하지 않는 것이 없고, 협력업체나 소비자에게 자신이 곧 ‘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너무 빠져있다 보면 우유통에 빠진 파리 꼴이 되기 십상입니다. 파리는 맛있는 우유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사람에게 잡히거나, 익사해 버리고 맙니다.
 
오만한 기업에게 가장 큰 위험은 소비자나 주주들의 인식(perception)이 은연중에 사실(fact)이 된다는 점입니다. ‘고객에게 오만하게 대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점점 퍼져 나중에는 ‘OO회사는 고객 서비스도 잘 못하는 형편없는 기업’이란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말이지요. 특히 무역개방이나 신기술 출현으로 산업구도가 급변하는 오늘날의 시장에서는 오만한 기업을 위협할 요인이 무척 많습니다. 소비자는 더 싸고 더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하면 아무때라도 냉정하게 등을 돌려 버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개인 차원의 AQ도 생각해 봐야
기업의 오만은 조직원들에게 전염됩니다. 자신과 회사를 동일시하는 구성원들은 불만을 호소하는 고객에게 막말을 하고, 협력회사를 하인 다루듯 합니다. 가까운 지인에게 물어보니 대기업 임직원 중에 ‘너무 강한 프라이드’를 가진 사람들이 꽤 된다고 하더군요. ‘내가 OO그룹에서 OOO 직위를 가지고 있으니 밖에서도 어느 정도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답니다.
이런 분들께는 자신의 개인적 AQ가 얼마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단, 성과 부분에서 회사가 제공하는 후광(後光) 효과를 모두 빼셔야 합니다. 회사 배지를 떼고 맨몸으로 나섰을 때의 ‘전투력’만 해당한다는 말입니다. 만약 AQ가 너무 높게 나왔다면 분자(ego)를 줄이거나, 분모(performance)를 늘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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