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가깝고도 먼 사이다. 영원히 변치 말자고 약속했던 친구가 내 인생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고, 내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기도 한다. 친구 간의 우정에 관해 가장 자주 인용되는 사자성어가 바로 관포지교(管鮑之交)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사람이었던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兒)의 뜨거운 우정은 모두가 익히 아는 이야기지만, 요즘같이 이익과 시류에 따라 친구 간의 우정을 쉽게 버리는 시대에 다시 한번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관중이 자신을 알아주고 믿어주었던 포숙의 우정을 다섯 가지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첫째, 동업자로서 가난한 친구에게 이익을 양보할 수 있는 ‘나눔의 우정’이다. 관중이 포숙과 장사를 하면서 매번 이익금을 더 많이 가져갔는데도, 포숙은 그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익을 더 가져갈 수도 있다고 이해했다는 것이다. ‘내가 어렵던 시절(吾始困時) 일찍이 포숙과 동업을 해 장사를 했었는데(嘗與鮑叔賈), 이익을 나눌 때 내가 많이 가져가도(分財利多自與), 포숙은 나를 탐욕스럽다고 하지 않았다(鮑叔不以我爲貪).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아주었기 때문이다(知我貧也).’
둘째는 일을 하다보면 때가 안 맞아서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주는 ‘관용의 우정’이다. 관중이 포숙을 위해 일을 해준다고 해놓고 매번 실패를 했는데도 그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고 이해해준 일이다. ‘내가 포숙을 위해 일을 처리했는데, 그때마다 일이 꼬였다(吾嘗爲鮑叔謀事而更窮困). 그런데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으니(鮑叔不以我爲愚), 유리하고 불리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아준 것이다(知時有利不利也).’
셋째는 때를 못 만나면 얼마든지 주군과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믿음의 우정’이다. 관중이 세 번 벼슬길에 올라 임금에게 세 번 쫓겨났는데도 그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은 일이다. ‘나는 일찍이 세 번 벼슬길에 올랐다가 세 번 모두 쫓겨났는데(吾嘗三仕三見逐於君),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다(鮑叔不以我爲不肖). 그것은 내가 때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준 것이다(知我不遭時也)’
넷째는 모든 사람들이 관중을 겁쟁이라고 욕할 때 관중에게는 모셔야 할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배려의 우정’이다. 관중이 전쟁에 나가서 세 번이나 도망쳐왔는데도 그를 겁쟁이라고 무시하지 않은 일이다. ‘내가 옛날에 세 번 전쟁에 나가 세 번 모두 도망친 적이 있었는데(吾嘗三戰三走),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으니(鮑叔不以我爲怯), 나에게 늙은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알아준 것이다(知我有老母也).’
다섯 번째는 어쩌면 자기가 가야할 자리를 친구에게 양보한 포숙이 조그만 절개에 연연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살라고 관중을 격려한 ‘양보의 우정’이다. 포숙이 감옥에 있는 관중을 위해 자신이 모시던 주군을 소개해준 일이다. ‘내가 감옥에 있을 때(吾幽囚受辱), 포숙은 나를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으니(鮑叔不以我爲無恥), 내가 조그만 절개에 개의치 않고 천하에 공명을 떨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 한다는 것을 알아준 것이다(知我不羞小節而恥功名不顯于天下也).’
관중은 자신을 알아준 평생의 친구인 포숙을 이렇게 평가한다. ‘나를 낳아준 자는 부모요(生我者父母), 나를 알아준 자는 포숙이다(知我者鮑子也).’ 세상에 포숙같은 친구 하나만 있어도 그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