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기업의 차별적 조직 전략

33호 (2009년 5월 Issue 2)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불황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경제 위기 중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비즈니스 사이클은 사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업은 단순히 불황의 극복에만 매달리지 말고, 경제 위기 속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 호황에 대비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포천과 헤이그룹이 공동으로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The World’s Most Admired Companies)’은 이런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떤 기업이 불황기에도 훌륭한 실적과 명성을 유지하는지, 그 비결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경영자들은 존경받는 기업들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헤이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차별적 특성을 매년 새로운 기준으로 분석한다. 올해는 존경받는 기업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하는지를 심층 연구했다. 이 연구로 드러난 존경받는 기업들의 특징은 △안정적인 전략 방향 유지 △조직 구조의 안정성 △인재 관리에 대한 투자 △최고 경영진의 리더십 등 4가지다. 이런 특징의 상당 부분은 기존 상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강력하지만 안정적인 전략
존경받는 기업들의 첫 번째 특징은 강력하지만 안정적인 전략의 유지였다.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대다수 기업들이 기존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환경을 반영한 새 전략을 짜기 위해 고심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시점에 전략을 변경하면 기업의 내외부에 엄청난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갑작스러운 전략 변화는 우선 구성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또 조직 구조나 상품/서비스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줌으로써 기업이 전체적으로 필요 이상의 자원을 쓰도록 한다.
 
존경받는 기업들이 보여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근본 가치를 반영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되,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과감하고 재빠른 전술을 채택하는 것이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6위에 오른 P&G는 ‘제품의 성능이나 효과와 회사가 말하는 내용이 똑같다는 점을 고객이 항상 믿을 수 있게 하며, 회사는 항상 품질로 명성을 쌓는다’는 원칙과 신념을 2000년대 초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7위에 오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전략도 지난 38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국내선 취항, 단일 기종 운행, 단일 좌석등급제 등 그동안 변함없이 지켜왔던 사우스웨스트의 전략은 오히려 현재와 같은 불황기에 더욱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반면 이 회사는 전술적인 부분에서 누구보다 빨리 시장 니즈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견고한 전략에 기반한 조직 구조
존경받는 기업의 두 번째 특징은 조직 구조의 안정성이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일반 기업에 비해 조직 구조를 덜 바꾸며, 이를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해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조직 구조는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전략과 방향성의 외적 표현이다. 이런 점에서 조직 구조는 ‘기업이 어떻게 직원들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혁신과 성장을 이뤄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존경받는 기업들은 즉흥적으로 조직 구조를 바꿔 조직원들이 우왕좌왕하게 만들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P&G는 현재 훌륭하게 부활에 성공했지만, 2000년대 초에는 심각한 위기에 시달렸다. 지나치게 빠른 조직 변화 때문에 직원들이 일상적인 업무조차 수행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존경받는 기업들은 견고한 전략에 기반해 조직 구조의 기틀을 유지하지만, 운영 측면에서는 역동성과 유연성을 중시한다. 이것은 앞서 지적한 전략 측면의 시사점과 비슷하다.
 
조직 운영의 역동성과 유연성의 강조라는 측면에서 볼 때,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조직 구조의 변동 중 하나는 매트릭스 조직으로의 변화다. IBM, 유니레버, 3M 등의 기업은 집단적인 노하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매트릭스 조직을 지향하게 됐다.
 
매트릭스 조직 구조는 사실 추가적인 비용을 유발하며, 보고 체계의 혼란 등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선진 기업들이 이 구조를 선택한다. 가장 큰 이유는 매트릭스 구조가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유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존경받는 기업 18위에 오른 3M은 놀랍게도 1900년대 초 회사 설립 초기부터 매트릭스 조직을 활용해왔다. 매트릭스 구조는 이 회사가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그 기술이 여러 종류의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상품화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인재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직원에 대한 개발과 동기부여, 지속적인 유지에 대한 관심도 존경받는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이다. 이들 회사의 최고 경영진은 인재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상당한 시간을 직원들을 코치하고 개발하는 데 쏟는다. 이러한 사람에 대한 투자는 견고한 전략 및 운영 모델을 실행으로 옮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존경받는 기업들은 경쟁사를 능가하는 인재 개발 투자를 유지한다는 원칙 아래 불황기에도 교육 관련 예산을 쉽게 줄이지 않는다.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어내며, 궁극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실제로 존경받는 기업들은 일반 기업들보다 핵심 인재 이탈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그림1) 

빌 웰던 존슨앤존슨 최고경영자(CEO)는 “직원의 발전을 위해 회사가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직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나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장기적 관점의 경영진 육성
존경받는 기업들의 마지막 차별적 특성은 CEO를 포함한 리더 계층의 리더십이다. 이들은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불러일으켜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일궈낸다.
 
특히 존경받는 기업들 대부분은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차세대 리더를 육성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리더십 공급이 이뤄지게 한다. 이들은 CEO와 주요 임원의 승계 계획을 갖추고 있으며, 내부 인재를 육성해 CEO로 만드는 경향이 동종 업계의 일반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오른 애플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처해 있다. 오랫동안 애플의 혁신을 주도해온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공백이 향후 매우 큰 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애플이 쌓아온 신뢰와 명성은 경영권이 어떻게 승계되고, 이후 회사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존경받는 기업으로서의 신뢰와 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최근에는 과거 초우량 기업으로 통하던 회사들이 금융위기로 맥없이 무너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가장 존경받는 기업’ 리스트에서 1위 혹은 2위를 유지해오던 GE도 올해는 9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필자는 존경받는 기업들의 특징을 ‘기업의 근본적인 철학과 지향점, 지속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요약하고 싶다. 현재 많은 국내 기업들이 비전이나 중장기 사업 전략에서 ‘초일류 기업’ ‘업계 1위’ ‘글로벌 톱(global top)’ 등의 구호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초우량 기업들이 오랫동안 신뢰와 명성을 쌓아온 이면에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혁신과 인재에 끊임없이 투자해온 ‘밑거름’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에서 조직·전략을 전공했다. 머서컨설팅을 거쳐 인사조직 전문 컨설팅사인 헤이그룹에서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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