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EOS(Employee Opinion Survey·직원 의견 조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EOS 결과를 제대로 해석해 적절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필자는 이 글에서 EOS 결과를 활용해 최적의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실천적 지침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가 미국 모 호텔 체인 본사의 의뢰로 EOS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의뢰 회사는 이미 5년 이상 같은 설문을 실시했다. 따라서 조사 방법이나 설문 문항의 구성보다는 조사 결과의 심층 분석과 이를 통한 시사점 도출에 중점을 뒀다.
이 회사는 특이하게도 컨설턴트들이 본사 임원진에게 조사 분석 결과를 설명하기 전, 각 지역별 주요 거점 호텔을 방문해 총지배인과 분석 결과를 논의하도록 했다. 현장 전문가와 함께 제도적 보완 방안과 실행 플랜을 세워보라는 뜻이었다.
필자도 본사 담당자와 함께 거점 호텔들을 방문했다. 남부 앨라배마 주의 호텔을 방문했을 때다. 총지배인이 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난 5년간 늘 궁금했던 점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요. 성과평가제도에 대한 우리 호텔 직원의 만족도가 5점 만점에 2.9점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우리 체인의 전체 평균 3.2점보다 0.3점이 모자라는데, 이것이 심각한 수준인가요, 아닌가요?”
지배인의 질문은 사실 EOS를 접하는 관리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가져봤을 의문이다. 많은 인사 담당자들과 경영자들이 매년 EOS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EOS는 사실 직원의 ‘의견’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확한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나아가 왜곡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EOS는 기업 경영에 일부 도움을 주는 참고 자료이거나,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회사의 노력을 보여주려는 ‘이벤트’에 불과한 것일까?
필자는 ‘노(no)’라고 단언하고 싶다. 잘만 활용한다면 EOS는 경영진, 특히 최고경영자(CEO)에게 정확한 시장 조사 데이터만큼이나 값진 정보다. EOS에는 정제된 보고서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정보가 담겨 있다. EOS는 특히 직원들이 CEO의 전략과 조치를 의도대로 받아들이고 실행하는지를 알려준다. 또 여러 시사점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해결할 방안도 제시해준다.
그럼 어떻게 하면 EOS 결과를 더 유용하게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점수보다는 비율로 이해하자
EOS에는 주로 5점 또는 7점 척도가 이용된다. 이 척도는 언뜻 간편해 보인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측정(measurement)’만 평생 연구해온 학자들도 그 뜻을 정확히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개인에 따라 평가의 기준이 매우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매우 만족(5점)’과 ‘대체로 만족(4점)’의 차이를 명확히 정의하는 일도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점수보다 비율(%)에 초점을 맞추면 시사점을 찾기가 훨씬 쉬워진다.
<표1>은 앨라배마 호텔 지배인의 질문을 받고 필자가 원자료(raw data)를 살펴본 결과다.
앨라배마 호텔의 만족도 점수는 전체 체인의 평균보다 0.3점 낮다. 그러나 성과제도에 만족하는 직원의 비율은 월등히 높다. 동시에 불만족 비율도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 추세는 같은 남부 지역 호텔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배인은 무릎을 쳤다.
“이제 알겠네요. 우리 본사에서는 지난해부터 각 지역 본부가 직원의 평가등급 분포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남부 지역 본부는 평균 성과자 비율을 크게 줄이는 대신, 우수 성과자와 저성과자 비중을 대폭 늘렸지요. 당시 남부 지역에 중저가 호텔이 많이 들어서 우리 인력을 빼가려는 시도가 많아졌고, 상대적으로 투숙비가 비싼 우리 호텔의 이용객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수 인재의 비율과 그들에게 주는 보상을 늘려 그들을 신규 중저가 호텔에 뺏기지 않도록 했습니다. 동시에 저성과자와 단순 직무 종사자 비율을 늘려 우수 성과자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도 충당하려고 했지요. 경쟁이 심해져 수익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는 총 인건비를 고정하고 그 운용을 조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 호텔들은 기존의 성과등급 분포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