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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한 HR’을 위한 5대 과제

신원무 | 32호 (2009년 5월 Issue 1)
지난해 미국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불황은 최근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경영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는데, HR 관련 이슈는 그중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 경기 침체기의 HR 이슈는 단기적 전망에 의한 인원 감축 등 비용 절감 관점에서 주로 논의돼왔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차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가져오는 부작용(종업원의 충성도 저하 등)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시장의 승자가 되려는 기업들은 인재 관리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필자는 기업의 HR이 당면한 요구에만 대응하는 전통적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 환경을 선행적으로 전망하고 향후 사업 성장에 필요한 역량과 인재를 확보하며 동시에 효율적인 HR 운영으로 기업 수익성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BM GBS는 이를 ‘더 똑똑한(smater) HR’이라고 부른다. 이 글은 불황기에 경영진과 HR 부서가 ‘더 똑똑한 HR’ 운영을 위해 어떤 전략과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크게 5개 부분으로 요약했다.

인력 조정 의사결정은 조직 역량 분석에 기반을
경기 침체기의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종종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경쟁력, 즉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기술(skill)에 신경 쓰기보다는 단순히 ‘머릿수 줄이기’에만 집중한다. 경쟁력과 관련한 이슈는 기업의 핵심 위치에 필요한 인력의 수요와 공급, 향후 이런 인력들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력과 비용 등이다.
 
이런 이슈에 대한 고민 없이 무차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마치 폭풍 속의 화물선에서 기관사를 끌어내리는 것과 같다. <그림1>은 IBM의 CBM(Component Business Model) 프레임워크 위에 기업의 기능 요소들을 배치한 모습이다.
 
CBM
을 기반으로 기업은 각 기능 요소가 비용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전략적 중요도를 뽑아내고, 경쟁사 대비 역량 수준 및 필요 역량과 보유 역량의 차이를 진단해야 한다. 진단의 결과를 전략적 중요도와 역량 차이를 기준으로 배치하면 역량 확보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그림2)
 
역량 확보 우선순위는 기업이 어떤 기능에 대해 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해야 할지 알려준다.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은 수익 기여도가 높지 않고 운영 비용이 많이 드는 비핵심 기능이다. 반면 수익 기여도가 높지만 현재 보유 역량이 낮은 분야는 필요 인력을 확충하는 등 서둘러 조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필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은 전략적인 역량 확보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주는 가치 동인(value driver·브랜드 가치, 영업, R&D 등)을 확인하고, 그중 핵심적인 동인을 담당하는 주요 직무(employee key segment)를 파악해야 한다. 주요 직무는 다른 직무보다 먼저 관련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분이다.
 
핵심 직무 영역에서 역량을 확보하는 방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이미 필요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 인력을 확인해 채용하는 타깃 리크루팅(target recruiting)이고, 두 번째는 해당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보유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다. 이 2가지 방법은 빠른 시간 안에 필요 역량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다. 마지막 방안은 이런 역량을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방법으로, 상대적으로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교육 프로그램, 경력 계발,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 등을 들 수 있다.(그림3)

한편 경기 침체기에는 호황기에 구하기 어려운 뛰어난 인재들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작금의 금융위기로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뉴욕 금융가의 고급 인력들이 그 예다. 만약 기업이 현재 인력 수준과 미래의 필요 역량 차이를 미리 인지한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우수 인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보다 큰 시각으로 본다면,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영입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리먼브러더스를 부분 인수한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 노무라증권 회장은 인수 배경에 대해 “리먼이 가지고 있는 세계적 인재와 광범위한 고객 기반, 정보기술(IT) 플랫폼 등의 강점이 일본 고객들만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노무라증권에 도약의 기회를 줄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고성과자를 명확히 구분하라
기업이 (불가피한) 인력 구조조정 와중에 맞닥뜨리는 가장 큰 리스크는 정작 조직에 필요한 우수 인력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우수 인력에 대한 수요는 경기에 상관없이 항상 존재하므로 핵심 인재들은 희망 퇴직이 주는 혜택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우수 인력의 유출은 조직의 분위기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남아 있는 조직원들이 우수 인력 유출을 회사가 위험하다는 ‘조기 경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수 인력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명확한 성과 측정과 이를 통한 고성과자의 구분이다. 기업은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구분해 고성과자들에게는 ‘잔류 보너스(retention bonus)’와 같은 보상뿐만 아니라 도전적인 직무 기회, 핵심 인재 프로그램 적용 등과 같은 타깃형 육성 기회도 줘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성과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성과주의를 제대로 실행하거나, 성과 평가를 핵심 인재 유지·활용의 체계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아직도 상당수 기업들이 우수 인력의 활용 및 유지와 관련해 적절하지 못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명확한 성과 측정의 부재는 반드시 필요한 인력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논리가 되기도 한다.
 
지식 및 네트워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
IBM은 2006년 765명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CEO 스터디’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는 기업의 생존과 지속적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려면 다양한 내외부 구성원(종업원, 영업 조직, 사업 파트너, 고객 등)의 지식과 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연구개발(R&D) 조직이나 싱크탱크보다는 일반 종업원과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가 더 많은 혁신 아이디어를 낸다는 점도 밝혀졌다.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발굴하고 활용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림4)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이 보유한 지식이 손실 또는 유실될 수 있다. 대부분의 희망 퇴직 프로그램이 조직 경험이 많은 계층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식에는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것과 비공식적으로 축적되는 경험이 함께 포함된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존의 내부 네트워크가 손상되기도 한다. 이는 심한 경우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는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또 조직 구성원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본인이 가진 특정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 사례도 종종 생긴다.1
 
기업은 내부 지식을 가능한 한 모두 자산(asset)화하거나, 팀 또는 비공식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전문 분야별 비디오 인터뷰나 멘토링, 직무 순환, 조직의 핵심 이슈에 대한 커뮤니티 구성 등이 있다. 분야별 사내외 전문가를 미리 파악하고, 구성원들이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 상시적으로 쌍방향 지식 공유를 하도록 만드는 방법도 좋다.
 
리더십의 역할을 강화하라
기업의 관리자들은 경영 여건이 어려울수록 조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업무 몰입도(engagement level)를 높일 필요가 있다. 업무 몰입도 향상을 위해서는 조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조직의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원의 성과와 보상에 이들을 직접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리더는 조직원 개개인에게 자신이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알려주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세우게 하며, 업무 수행을 지원해야 한다.
 
리더들은 목표 제시와 함께, 조직원이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K.S.A(Know-ledge, Skill, Ability)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 조직원 개인에 대한 관리는 점검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능력은 있지만 동기부여가 안 된 조직원에게는 무엇이 주의를 분산시키는지 확인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반면 능력도 있고 동기부여도 잘된 조직원들은 적절한 피드백과 보상으로 더욱 높은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HR의 역할 및 프로세스를 혁신하라
불황기 HR에 필요한 마지막 포인트는 HR 기능 자체의 혁신이다. 선진 기업들은 HR의 역할 및 프로세스를 혁신해 기업 운영의 효율성과 효과를 동시에 달성한다.
예를 들어 IT를 이용한 HR 기능의 사원 셀프 서비스(employee self-service·재직증명서 온라인 발급 등)는 기업 구성원들이 빠르고 손쉽게 HR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도와준다. 또 기업 전체적으로는 불필요한 서류 작업과 비용이 줄어든다. 동시에 HR 담당자들은 단순하고 반복된 질문에서 벗어나 보다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HR 셰어드 서비스 센터(Shared Service Center·SSC)를 운영함으로써 전사 HR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 HR SSC는 IT를 기반으로 각 사업부 및 지역 사업장별로 수행되는 HR 행정을 통합해 전사적인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IT를 이용하면 당연히 HR 담당 부서의 효율이 높아지며, 회사 정책의 일관성과 HR 데이터의 정확도도 나아질 수 있다.
 
IBM은 1990년대 초반 극심한 경영 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 고비용 저부가가치의 업무 구조와 비표준화된 프로세스를 혁신하기 시작했다. HR 부문에서도 전 세계 직원 33만 명에 대한 HR 서비스 전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IBM은 이를 통해 1995년 임직원 67명당 1명이었던 HR 담당 직원 비율을, 2001년 154명당 1명으로 효율화했다. e러닝과 사원 셀프 서비스, 공유 서비스 센터 등을 도입해 1995년부터 8년간 10억 달러 이상의 HR 관련 비용도 절감했다. 또 HR의 역할을 인력과 조직 문화 혁신과 같은 전략적 의제로 옮겨 2000년대 IBM의 부활에 성공적으로 기여했다.(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룰 예정)
 
HR은 어떠한 시장 상황에서도 조직의 필요 역량을 확보하고, 근본적인 체력 강화 노력을 흔들리지 않고 지속하며, 기업이 미래 승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선행적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은 HR의 선행적 역할 중에서도 특히 인재의 수요를 파악해 미리 대응하는 전략적 인재 관리가 HR의 기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위기의 시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이 있어야 향후 사업 성장에 필수적인 강한 토대를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Eric Lesser & Laurence Prusak, “Preserving Critical Knowledge in an Uncertain Economy”, Sloan Management Review, Vol 43, No. 1, Fall 2001.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인사 조직)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과 PWC컨설팅에서 인사 조직 컨설팅을 이끌었으며, 현재 한국IBM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GBS)의 HCM 리더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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