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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퇴사 시대: 인사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응 전략

“AI·데이터로 조기 퇴사자 95% 예측”

이규열 | 369호 (2023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준비하는 ‘퇴준생’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MZ세대의 퇴사 열풍이 매섭다. 퇴사는 기업에 막대한 비용을 낳는다. 퇴직금은 물론 새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이러한 지원자 특성 변화로 앞으로의 채용은 성과뿐만 아니라 재직 기간까지 신경 써야 한다. MZ세대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MZ세대의 특징인 ‘탈(脫)회사 인간’이자 ‘디지털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 인성 검사, 인사 데이터 등을 AI로 분석해 인사이트를 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성과를 예측하는 데 성격이 주효하다면 재직 기간을 예측하는 데는 가치가 주요 변수이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인성 검사 데이터, 평가 데이터 등을 연속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면 조기 퇴사자를 95% 예측할 수 있다.



대퇴사, 조용한 퇴사에 이어 ‘퇴준생’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취준생 신분을 벗어나자마자 더 나은 회사로의 이직을 위해 다시 퇴사를 준비하는 ‘퇴사+취업준비생’을 일컫는 말이다. MZ세대 직원들에게 퇴사는 열풍에 가깝다. 2021년 사람인에 따르면 대졸 신입 사원의 입사 1년 이내 퇴사자 비율이 46.9%였고, 2022년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20대의 1년 이내 조기 퇴사 경험자 비율은 60.4%, 30대는 56.4%에 달했다.

이제 제 몫은 하겠다 싶어지면 퇴사해 버리니 기업은 고민이 크다. 퇴사자가 발생하면 말 그대로 회사는 고혈을 짜내야 한다. 퇴직금도 지불해야 하며 공백을 메꾸기 위해 새로 인재를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삼성경제연구원은 핵심 직원이 퇴사하면 관리직 직원 평균 월급의 24배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채용 기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원자가 얼마나 성과를 낼지가 주요한 평가 요인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회사를 오래 다닐지를 함께 고민하게 됐다. MZ세대는 어째서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자기 발로 나오는 걸까. MZ세대의 조기 퇴사를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DBR은 4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특별 세미나 ‘대퇴사 시대, 인사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응 전략’을 열었다. MZ세대 리텐션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탈(脫)회사 인간’이자 ‘디지털 인간’인 MZ세대의 특징을 이해하고, 직원 개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채용 단계에서부터 직원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면 조기 퇴사자를 95% 예측할 수 있다. ‘대퇴사 시대, 인사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응 전략’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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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왜 회사를 떠나는가?

미국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21년 선진국 17개국 국민들에게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주제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한국, 스페인, 대만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가족을 1순위로 꼽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1위로 ‘물질적 풍요’가 꼽혔다.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점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5위권 안에 속한 ‘직업’이 한국에서는 아예 순위권 밖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문지방에 서 있으면 “복 날아간다”고 했다. 직업이 삶에 우선순위가 아닌 지금 MZ세대들이 회사에 있는 모습이 꼭 그렇다. 회사 안도 밖도 아닌 문지방에 서 있는 격이다. 문지방에 있지 말라고 충고하던 어르신들처럼 회사 안에 있는 기성세대에게는 회사 문지방에 서성이는 MZ세대의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20세기 무렵 한강의 기적을 일군 60~70년대 ‘회사 인간’들에게는 회사가 곧 자신이었고, 회사의 성장이 곧 나를 보호하는 길이었다. 이후 80~90년대생은 ‘반(半)회사 인간’으로 규명된다. 자라면서 혹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IMF를 겪은 이들이다. 회사를 다니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회사가 자신을 책임져 주리라는 믿음은 없다. 회사 안에서 개인의 권리를 쟁취하려 한다. 2020년대 이후로는 2000년대생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들은 ‘탈(脫)회사 인간’이라 불린다. 어릴 적부터 투자를 통한 자산 폭등을 목도했다. 회사 생활 자체가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일 뿐이며 회사를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탈회사 인간이 회사를 선택해 회사에 왔으니 한 발은 회사 안에 있어도 다른 한쪽 발은 회사 밖에 걸치고 있는 형국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월루(월급 루팡,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월급 도둑)’으로 치부하기에는 애매하다. 대부분 월루와 모범 사원 그 중간 어디에 서 있다. 이들의 마인드는 기본적으로 ‘1인분만’ 다른 말로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MZ세대의 특징으로는 ‘디지털 인간’을 꼽을 수 있다. 2017년 애플의 CEO 팀 쿡은 MIT 졸업 축사에서 “AI가 컴퓨터에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걱정되는 것은 인간이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팀 쿡이 걱정한 AI 같은 디지털 인간은 정형화된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이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30년 경력의 한 프로그래머는 지금의 MZ세대의 근무 태도를 ‘프로그래밍적 사고’라고 평가했다. 모든 게 숫자로 표현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시스템이 오차 없이 설계돼야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 어릴 적부터 디지털에 친숙한 지금의 MZ세대가 디지털 방식으로 사고하는 건 당연하다.

반면 기성세대는 아날로그 인간이다. 아날로그 인간은 비정형적이지만 비정하지는 않다. 오히려 유연하고 인간적이다. 소위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게 아날로그 인간이다. 그러나 디지털 인간에게는 ‘개떡’을 입력하면 ‘개떡’이 출력된다. 이들에게 상식은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이다.

아날로그 인간과 디지털 인간은 인지하는 단위의 스케일도 다르다. 디지털 인간이 훨씬 더 세심하고 정확한 표현을 선호한다. 과거 피처폰 시절 배터리 잔량은 4~5개 칸으로 표기됐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당시에도 100분위로 배터리 전량을 표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굳이 100분위로 표현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과거 피처폰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핸드폰이 더 켜져 있을지를 큰 어려움 없이 인지했다. 지금의 MZ세대에게 배터리 잔량이 4~5칸으로 표기된 스마트폰을 주면 어떨까. 배터리가 얼마나 남은 건지 감도 잡지 못하며 크게 답답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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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념을 출근 시간에 적용해보자. 과거 오전 9시가 정시 출근 시간이라면 상사들은 부하 직원들에게 30분 전에는 미리 와서 업무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부하 직원들도 9시보다는 일찍 가야 하니 8시30분이나 8시45분이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인간에게 가장 합리적인 9시 전 출근 시간은 언제일까. 당연히 8시59분이다.

물론 이러한 이분법적 분류에서는 부각되는 극단이 평균이 아니라는 점을 늘 유의해야 한다. 아날로그 인간이라고 모두가 ‘막무가내 인간’은 아니며 디지털 인간이라고 전부 ‘사이보그 인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 회사의 조직 문화는 아직 아날로그 인간에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회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MZ세대에게 아날로그 조직은 체계적이지 않고 자신들의 상식 밖에 있는 곳으로 여겨질 수 있다. MZ세대가 회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떠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많은 기업에서 MZ세대가 ‘성장’을 원하고 실제로 성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MZ세대를 만나면 대부분 회사에서 성장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애초에 ‘동기부여는 불가능한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렇다면 회사는 MZ세대가 회사에 머물러 있게끔 만들기 위해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대기업에서 오랜 기간 일하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뒤 이 질문에 대해 얻은 힌트가 하나 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직원들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잠재적 배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생존’을 가르치고자 한다. 다른 회사에 가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이 회사에 1년이라도 더 남아 있는다고 생각한다. 퇴사 예방법으로 MZ세대에게 회사가 노예를 양산하는 곳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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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퇴사 시대, 전략적 인재 선발/관리 전략

정부의 고용 정책 변화, 경영 환경 변화 등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지원자 특성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채용 대상자인 MZ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조용한 퇴사, 조기 퇴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들의 첫 직장 평균 재직 기간은 18.8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퇴사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계획된 조기 퇴사와 계획되지 않은 조기 퇴사이다. 계획된 조기 퇴사는 본인의 목표를 위해 현재의 회사를 중간 과정으로 여기며 현재의 회사에서 계획된 기간 또는 중간 목표가 달성되면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계획된 조기 퇴사의 경우 애초에 회사에 오래 다닐 계획이 없기 때문에 퇴사 시그널이 존재한다. 계획되지 않은 조기 퇴사자들은 처음부터 퇴사를 마음먹고 입사하지는 않는다. 열심히 다니겠다고 다짐하며 회사에 들어왔지만 실상은 조직이나 직무가 자신과 맞지 않아 퇴사를 결심한다.

어느 경우든 결과적으론 채용 실패로 돌아간다. 이러한 지원자들을 사전에 거르지 못하고, 입사 이후에도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조기 퇴사자가 1명 발생하면 간접 비용, 기회비용 등 1억 원의 비용이 나간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왜 조기 퇴사를 감행할까. 우선 지원자들의 역량이 상향 평준화됐다. 마음만 먹으면 큰 걸림돌 없이 이직에 성공할 수 있다. 스타트업도 활성화돼 오라는 데도 많다. 구인구직 서비스도 활발해 가만히 있어도 솔깃한 이직 제안들이 들어온다. 한 회사에 오래 있으면 유능한 인재가 아니라고 여겨지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가장 주목해야 하는 건 사람들의 ‘욕구와 가치의 변화’이다.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은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에 따르면 신입 사원 조기 퇴사 이유로 ‘직무가 적성에 안 맞음’이 58%로 압도적 1위에 꼽혔다. (이후 타 회사 합격 27.3%, 대인 관계 및 조직 부적응 17.4%, 연봉 불만 14.7%, 업무 강도 불만 6.7% 등)

특히 젊은 세대는 집단주의 성향이 낮아지고 개인주의 성향과 행복 추구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주의 문화가 될수록 개인의 생각, 감정을 표출하는 데 포용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며 실제 이를 표출하는 행동과 성향이 강해진다. 개인주의 문화가 강해질수록 개인의 행복을 찾아 조기 퇴사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조기 퇴사를 막기 위해서는 RJP(Realistic Job Preview, 현실적 직무 소개)가 우선 돼야 한다. 잘못된 기대를 갖고 들어오지 않도록 직무에 대해 현실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원자들이 우리 회사와 해당 직무에 부합한 인재인지 사전에 검증하는 ‘과학적 선발’ 과정이 필요하다. 입사 이후에는 이들이 회사에 적응하고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책임감과 자율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적시에 직무도 전환해주며, 다른 회사에 뒤처지지 않게 보상도 강화해야 한다. 혹여나 관리자가 ‘갑질’을 하지 않는지 감독도 해야 한다. 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이직 가능성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이 모든 방법에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퇴사를 막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과학적 채용이란 올바른 채용 의사결정 비율은 높이고 잘못된 의사결정 비율은 낮추는 것이다. 채용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은 선발해야 할 사람을 합격시키고, 선발해선 안 될 사람을 탈락시키는 것이다. 반대로 잘못된 의사결정은 선발해야 할 사람을 탈락시키고, 선발해서는 안 되는 사람은 합격시키는 것이다. 전자의 비율을 높이고 후자의 비율은 낮추기 위해선 우리 회사의 성과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예측할 수 있는 변수를 찾아 후보들을 검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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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입사 후 업무 수행 능력(Performance)의 변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림 1]을 보자. 직원들의 연차별 업무 수행 능력을 측정하는 수행 곡선(Performance Curve)은 두 단계로 구성된다. 보통 1년까지는 학습이 일어나는 과도기(Transition Stage)다. 새로운 업무와 기술을 익히며 업무 수행 능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중요한 요인은 빨리 많이 배우는 인지적 능력이다. 이후에는 유지기(Maintenance stage)가 찾아온다. 학습한 업무 행동을 지속하고 강화하며 새로운 변화들을 스스로 탐색하고 적응하는 단계로 상승 곡선은 완만해진다. 문제는 과도기에서 유지기로 전환되는 시점이 직원이나 회사 모두에 손익분기점이라는 것이다. 역량이 쌓여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점인데, 동시에 배울 만큼 배워서 회사를 떠나기 딱 좋은 조기 퇴사의 기로에 놓인다.

그런데 유지기 이후 성과는 개인의 성격이, 재직 기간은 가치가 좌우한다. 이전까지는 채용에서 업무 성과에 초점을 둬 성격에만 관심을 맞췄다면 조기 퇴사가 문제가 된 지금에는 가치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실제 ORP연구소의 최근 연구에서도 재직 기간을 개인의 가치를 통해 높은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주의-개인주의, 과제 지향-관계 지향, 위계주의-수평주의 등의 가치는 개인-조직 적합성과 관련이 있다. 또 객관주의-직관주의, 변화 지향-안정 지향, 자율 지향-관습 지향 등의 가치는 개인-직무 적합성과 연관성이 있다.

개인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체계’는 전부 다르다. 어떤 가치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그 수준도 다르고, 여러 가치 중 어떤 가치를 더 우선시하는지 순위도 다르다. 전반적으로 가치 지향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에너지 레벨이 높고 쉽게 동기부여된다.

가치가 맞지 않는 조직과 직무에 사람을 배치하는 일은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괴로운 일이다. 직관적이고 아이디어 내기를 좋아하는 개인에게 꼼꼼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는 업무를 주면 가치 없는 일을 한다고 느낀다. 부서 이동을 요청하거나 회사를 옮기고 싶어진다.

요즘 일반적인 MZ세대의 가치 체계를 살펴보면 개인주의적이고 과제 지향적이다. 이들이 공과 사를 명확히 구별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회사가 조금이라도 무리한 요구를 하면 자신의 권리가 무시되고 있으며 부당하다고 느낀다.

다행인 점은 최근에는 AI(인공지능)가 심리학과 결합되면서 심리검사의 예측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채용 심리검사는 데이터 수집의 한계 등으로 지원자들의 업무 수행 능력 예측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우수 성과자와 조기 퇴사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가 직무별, 개인별, 연차별 정보로 축적되고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면 AI의 예측력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심리 검사는 100년 넘게 발전한 매우 정확한 도구다. 여기에 AI가 결합하면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의 성격과 가치를 정교하게 예측해 채용 실패를 막고, 입사 이후에도 퇴사 징후가 보이는 이들에게 적절한 교육 및 부서 재배치 등의 관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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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인사관리 전략 및 사례

약 1만3000개 직무에서 AI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연구하며 한 회사의 퇴사자 예측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직원이 1만 명이 넘는 회사였는데 한 분기에 퇴사자가 900여 명이나 발생했다. AI 분석을 통해 이 회사에 다음 분기 이직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직원 리스트를 추려서 제공했다. 실제 다음 분기 퇴사자 932명 중 약 80%인 746명이 리스트에 속한 이들이었다. 대학에서 다음 학기 자퇴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예측하는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인사에서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은 퇴사자 예측 외에도 다양하다. 한 기업에서는 고과 평가에 AI를 활용하고자 했다. 업무 협업 툴, e메일 등 데이터를 통해 직원들의 고과를 예측했고, 이를 실제 해당 직원의 팀장이 매긴 평가와 비교해 보니 약 94%가 일치했다. 승진자를 예측하는 프로젝트에서도 약 95%의 정확도를 보였다.

즉, AI는 기업이 실질적인 재무적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시장 조사 업체 IDC가 발표한 2022년 일의 미래 10대 예측(IDC’s Future of Work 2022 Top 10 Predictions) 중 두 가지가 HR과 관련된 이슈다. 2024년까지 글로벌 상위 2000개 기업 중 80%가 고용, 해고, 교육에 AI 기반 디지털 관리자를 사용할 것이며, 2023년까지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G2000) 기업의 60%가 온보딩부터 퇴직까지 전체 직원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지원하기 위해 AI 및 머신러닝 플랫폼을 활용할 것이란 내용이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패턴을 찾는 것이다. 퇴사자 예측이라면 현재 직원들의 데이터가 3년 내에 퇴직한 직원들의 데이터 패턴과 얼마나 유사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IBM은 자사의 AI인 왓슨을 활용해 퇴사 지원을 95%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약 3억 달러(약 3400억 원)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IBM이 공개한 퇴사자 데이터를 살펴보면 어떤 특성을 가진 직원들이 퇴사 가능성이 높은지 알 수 있다. 월급 수준이 낮을수록 퇴사자 분포가 높게 나타났고, 월급이 최상위권이라면 퇴사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다음으로는 초과 근무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초과 근무를 자주 한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 약 54%는 퇴사했지만 반대로 초과 근무를 잘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는 약 23%만 퇴사했다. 이외에도 학력, 결혼 여부, 집과 직장 사이 거리 등 50개 정도의 요인을 파악했다. 하나의 변수만으로 퇴사 가능성을 예측하는 건 말도 안 되지만 다양한 변수의 분포를 결합하면 AI는 각 변수에 가중치를 부여하며 패턴을 발견해낼 수 있다.

물론 우리 회사의 데이터에 왜곡이 있지 않을까 의심할 수 있다. 인사 평가 역시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닐 수 있다. 팀장과 사이가 좋은 직원도 있고 나쁜 직원도 있어 그에 따른 편향이 적용됐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거짓이 아닌 정보도 존재한다. 결혼 여부나 집과 회사 사이 거리 등의 데이터는 거짓일 수 없다. 이런 정보들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예측이 가능하다.

AI를 활용해야 편향 없는 공정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한 회사에서 승진 대상 요인을 평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왔다. 가장 중요하지 않은 요인, 즉 승진 시 가장 많이 고려되지 않는 요인이 ‘인사 평가’였던 것이다. 그럼 가장 많이 고려되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회사에 들어온 순서, 즉 사번이었다. 이처럼 AI는 기존의 기대와 다른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 이 회사는 이후 연공서열에서 탈피해 어떻게 승진자를 선별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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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 슬림(AHRO Slim, AI Human Resource Optimizer Slim)이란?

아로 슬림은 알고리즘랩스의 AI 솔루션과 ORP연구소의 역량 및 가치 검사가 결합된 HR 솔루션이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지원자의 성격과 가치를 동시에 측정해 성과는 물론 재직 기간까지 예측이 가능하다. 재직자들을 분석해 패턴을 비교하며 핵심 인재, 승진 가능성 등을 보여주는 AI 대시보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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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사 데이터는 회사 내부에서만 다뤄져야 했으며, 개인 정보 역시 철저히 보호돼야 해 접근이 어려웠다. 그런데 입사 시 진행하는 인성 검사 데이터는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굉장히 유효한 데이터다. 2018년 인성 검사 데이터를 통해 AI가 동일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는 1179명의 입사자가 3년 내 퇴사할 확률을 예측하는 연구에서 약 89%의 정확도를 보였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검사 데이터를 예측하고 이후 인사 데이터를 추적해 한 직원의 데이터를 쭉 연결해서 분석하면 더욱 고도화된 분석이 가능해진다.

사람의 직관만으로 퇴사자를 예측할 수 있는 확률이 20% 정도라면 인성 검사 데이터만으로 AI로 분석하면 50% 정도 예측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월급, 결혼 여부 등의 인사 데이터가 결합되면 75%, 각 데이터가 더욱 고도화되면 95% 이상까지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로 슬림(AHRO Slime)과 같은 솔루션이 직원들의 재직 기간 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DBR mini box 1 ‘아로 슬림이란?’ 참고.)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게 아니다. ‘이 정도는 우리 회사에도 있겠다’ 싶은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하다. ‘빅데이터’에서 유의해야 할 말은 ‘빅’이다. 얼마나 커야 할지에 대한 기준은 정해진 게 없다. 최근에는 AI가 정교한 예측을 위해 요구하는 데이터의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완벽한 데이터를 쌓은 후에 AI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AI도 실제 활용해봐야 무슨 데이터가 유효한지 알 수 있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시작해 인성 평가, 연간 성과 평가, 인사 기록 등 직원당 50개 정도의 데이터는 엑셀에 저장돼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출발하길 권한다. 이러한 자료를 연속적으로 분석하면 조기 퇴사자와 우수 인재의 패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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