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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zational Behavior

기업의 이사회 구성, 왜 다양해지지 않을까

이용훈 | 370호 (2023년 06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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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Just Diverse Among Themselves: How Does Negative Performance Feedback Change Board Diversity in Expertise and Ascriptive Backgrounds?” (2023) by HeeJung Jung, Yonghoon G. Lee, and Sun Hyun Park in Organization Science, 34(2).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이사회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이다. 이사회는 주주를 대신해 회사 경영진을 관리 감독하는 의무를 가질 뿐 아니라 경영진을 도와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이기에 다양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회사를 더욱 면밀히 관리 감독할 뿐 아니라 회사 내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연결 통로 역할을 함으로써 회사가 구성원들을 상대로 질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이사회는 다양성을 늘리는 데 실패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경우 이사진은 대부분 남성인데다 비슷한 학력과 사회적 배경으로 꾸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도 이사진의 대부분이 백인 남성들로 이뤄져 있어 성별 다양성뿐 아니라 인종적인 다양성도 떨어진다. 딜로이트가 대기업 이사진에 대해 실시한 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미국의 경우 80% 이상의 이사가 백인 혹은 남성들이다. 물론 최근 ESG에 대한 관심이 커진 사회적 분위기와 법적 규제로 인해 여성 이사의 수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은 소수다. 또한 대부분 상징적인 역할만 주어지고 실질적인 영향력은 미미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이사회의 다양성 문제는 빠르게 해결되지 못하는 것일까? 기존 연구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보통 새로운 이사의 선임이 기존 이사진의 추천과 동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사의 이사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와 비슷한 배경,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수요 측면의 편향성 때문에 여성 혹은 소수 인종의 이사 선임이 어렵다. 둘째, 여성 혹은 소수 인종 중 이사로 추천할 만한 인재가 드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여러 구조적 불평등으로 인해 이사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만한 여성 혹은 소수 인종의 이사 후보를 구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공급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많은 회사가 여성 혹은 소수 인종 출신 이사를 선임하지 못하거나 선임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회사의 이사직을 이미 수행하고 있는 여성 혹은 소수 인종의 이사를 겸직으로 추천하기 때문에 이들 전체 숫자가 늘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현재까지 북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이사회 다양성을 늘리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 쿼터제를 시행해 각 기업이 일정의 비율을 여성 이사로 선임하게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여성 쿼터제는 사회적 반감을 일으키는 등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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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는 기업 이사진의 다양성이 늘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수요 혹은 공급의 문제가 아닌 회사 내부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로 봤다. 특히 성과 피드백 이론에 입각해 기업이 이사회를 재구성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성과 피드백 이론(Performance feedback theory)의 핵심은 기업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 같은 산업에 있는 경쟁자들이나 본 기업의 과거 성과를 기준으로 한 해의 성과 목표치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많은 연구는 만약 기업이 이런 성과 목표에 못 미칠 경우 혁신에 대한 투자, 혹은 사업 다각화를 추구하며 성과 달성 실패의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은 성과 달성에 실패한 많은 기업이 전략적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사진을 교체 혹은 재구성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본 연구는 이 사실을 문제점으로 삼는데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기존의 이사진은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난 전략적 의사결정에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그렇지 않더라도 성과 목표 달성에 실패한 기업은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함으로써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이나 경험을 충전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이사진이 자연스럽게 재구성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과 목표 달성에 실패한 기업은 어떻게 이사진을 재구성할까? 보통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이사진을 재구성하는데 첫째, 전략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기존과 다른 전문성이나 경험을 가진 이사진을 찾고, 둘째, 이러한 전략적 변화를 빠르게 구상하고 이행하기 위해 깊이 신뢰할 수 있는 이사진을 찾는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첫 번째 목표로 인해 기업이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할 때, 이사들의 경험적 혹은 전문성의 다양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두 번째 목표에 근거해 새로운 이사진의 성별 혹은 인종적 유사성을 강조하게 되면서 이사진의 성별 혹은 인종적 다양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새로운 이사진은 서로 다른 전문 분야에서 다른 경험을 쌓은 남성(미국에선 특히 백인 남성) 위주로 구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본 연구는 1998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S&P1500에 포함된 제조업체의 이사진 변화를 추적해 가설을 시험했다. 이사회 구성원들 간의 경험적 다양성은 이사의 전문 분야, 연관 산업 분야, 이사회 경험의 차이로 측정했으며 그들의 성별 혹은 인종적 배경을 빅데이터 기반 사람의 이름으로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이사회 구성원들의 성별, 인종적 다양성을 측정했다.

약 300개 기업의 15년간의 이사회 변화를 추적한 결과, 연구의 가설은 맞았다. 예상대로 기업의 성과 목표 달성 실패는 이사회의 재구성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새 이사진의 경험적 다양성은 증가했지만 성별, 인종적 다양성은 줄었다. 다만 여성 혹은 소수 인종의 이사가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성별, 인종적 다양성이 줄어들지 않는 점도 발견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의 이사회는 경영진이 이익 창출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 측면뿐 아니라 본연의 목표 달성에도 중요하다.

본 연구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 구체적으로 이사회 다양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데 비해 기업이 그 기대치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를 규명했다. 기업은 성과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본연의 목표인 이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전략적 방향을 모색하는데 이사진의 재구성 과정에서 양면적인 방향성이 나타났다. 즉, 이사들의 경험적 다양성은 늘어나는데 그들의 성별, 인종적 다양성은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가볍게 받아들일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여성 또는 소수 인종 출신 이사는 대다수의 백인 남성 이사와 다른 전문성 혹은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경험적 다양성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성 혹은 소수 인종의 이사들을 초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성과 목표 달성에 실패한 기업은 실제 좀 더 어려운 해결 방안, 즉 백인 남성 가운데에서 새로운 전문성 혹은 경험을 가진 이사진을 찾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본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여성 혹은 소수 인종의 이사가 이사회에서 위원회 회장 같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새로운 전문성과 경험을 통해 이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여성 혹은 소수 인종 출신의 이사들을 보다 쉽게 초빙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용훈 | 텍사스A&M 경영대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경제학 학사, 경영관리학 석사를,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행동(Organizational Behaviour)학으로 박사를 받았으며, 홍콩과기대 경영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미국 텍사스A&M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혁신을 요구하는 산업에서의 네트워크,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 주로 연구한다.
    yglee@ta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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