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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zational Behavior

여성의 자기 주도적 커리어를 막는 ‘유리벽’

이용훈 | 366호 (2023년 04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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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The glass wall and the gendered evaluation of role expansion in freelancing careers”
by Yonghoon G. Lee, Christy Zhou Koval, and S. Susie Lee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직장 내에 여성의 진급을 막는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조직에 속하기보다는 프리랜서처럼 자기 주도적인 커리어가 여성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자기 주도적인 커리어가 여성에게 도움이 될까? 본 연구는 자기 주도적 커리어에 숨어 있는 역설 때문에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자기 주도적 커리어의 역설이란 커리어를 쌓는 데 필요한 능력을 키우려면 일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일할 기회 또한 능력이 있어야만 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일을 찾고 본인의 전문 영역을 확장해야 하는 프리랜서들에게 이런 역설은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쌓는 데 방해가 된다.

기존 연구들은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한 가지 영역에 집중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라고 조언한다. 한 가지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능력과 평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역설에서 벗어나 본인이 원하는 종류의 일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과 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율성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조언이 남성들에게만 해당되며 여성들에게는 편견 때문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들의 영역 확장은 여성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원래 영역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혹은 ‘진중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관심사가 바뀌는 감정적 결정’ ‘본인의 커리어가 아닌 가족 혹은 타인을 위한 결정’ 등의 이유로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사회에 팽배한 이런 편견은 여성 프리랜서의 영역 확장을 어렵게 만든다.

본 논문은 이처럼 여성들의 영역 확장을 막는 편견을 ‘유리벽’으로 이론화하고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다. 유리벽은 커리어 여성의 진급을 막는 유리 천장, 그들을 막다른 커리어로 내모는 유리 절벽과는 또 다른 의미의 개념으로 여성들의 자기 주도적인 커리어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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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우선 자기 주도적인 커리어의 대표적인 사례로 크리에이터 중에서도 K-Pop 작곡가들의 커리어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작곡 혹은 작사에 국한해 커리어를 시작했다가 점진적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득이 된다는 사실은 남성 작곡가에게만 해당됐으며 여성 작곡가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여성 작곡가들은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 커리어의 역설을 이겨내지 못하고 쉽게 커리어를 포기했다. 특히 여성 작곡가들 대부분이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지 않은 유리벽이 이들의 영역 확장을 막은 것이다.

다음으로 이런 유리벽이 왜 생기는지를 실험으로 규명했다. 약 80명의 K-Pop 종사자에게 무작위로 작사와 작곡을 둘 다 하는 사람과 작사와 작곡 둘 중 한 가지만 하는 남성 혹은 여성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그런데 해당 인물이 남성인 경우 작사와 작곡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작사나 작곡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 비해 자신감 있고, 단호하고, 독립적이고, 도전적이고, 야망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해당 인물이 여성으로 묘사된 경우 작사 혹은 작곡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작사와 작곡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 비해 같은 질문들에 대해 더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런 실험 결과는 여성 작사작곡가들이 남성 작사작곡가들에 비해 커리어와 직결되는 능력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여성, 특히 영역 확장을 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K-Pop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분야에도 해당되는지를 규명했다. 이를 위해 영화 관련 종사자들의 이력서를 기반으로 촬영감독으로만 커리어를 쌓고 있는 남성 혹은 여성, 반대로 촬영감독으로 시작했지만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영역을 확장한 남성 혹은 여성의 이력서를 만들어 미국에 거주하는 약 320명의 응답자에게 무작위로 보여주고 자기 주도성, 커리어에 관련한 능력 및 헌신도를 평가하게 했다. 이 실험에서도 영역을 확장한 여성은 비슷한 커리어를 쌓은 남성에 비해 자기 주도성을 낮게 평가받았고, 이런 인식은 그들의 능력과 헌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즉, 여성의 영역 확장 시도가 남성의 동일한 행위보다 부정적으로 비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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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4차 산업의 발전과 노동환경의 변화로 사람들이 특정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많은 사람이 뿌리 깊은 관료적인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환경적 요인을 기회 삼아 많은 전문직 여성이 유리 천장, 유리 절벽을 벗어나 자기 주도적인 커리어를 시작하고자 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이런 여성들이 유리 천장에서 벗어난 대가로 또 다른 유리벽에 부딪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기 주도적인 커리어로 성공하기 위해서 영역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여성에게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유리벽은 조직 밖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조직 내에서도 여성 직원들은 자기 주도적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유리벽에 부딪힐 수 있다. 예컨대, 여성이 조직 내에서 어떤 프로젝트에서 일할지, 누구를 프로젝트에 참여시켜야 할지 등을 자기 주도적으로 의사결정 할 때 상사가 편견을 갖고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이에 기업은 유리벽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이런 편견이 여성 직원에 대한 평가에 반영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진취적으로 영역을 확장해온 여성 전문 인력들이 이런 편견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는 사정을 감안해 여성 전문 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정부와 전문가 집단이 여성의 전문 능력에 관한 공식적인 자격 인증 시스템을 강화한다면 평가자들이 여성들의 커리어 확장에 대해 편견을 갖고 평가하는 경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이용훈 | 텍사스 A&M 대 경영대학 경영관리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경제학 학사, 경영관리학 석사를 받고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행동(Organizational Behaviour)학 박사를 받았으며 홍콩과기대 경영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혁신을 요구하는 산업에서의 네트워크,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 주로 연구한다.
    yglee@ta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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