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보상과 퇴출, 부패 막는다

19호 (2008년 10월 Issue 2)

임금수준의 결정
고전 경제 이론에 따르면 임금은 노동생산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생산성이 높으면 임금 역시 높다는 뜻이죠. 바꿔 말하면 생산에 얼마만큼의 기여를 했는가에 따라 임금 수준이 결정된다는 의미입니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실체를 뜯어보면 그리 합리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이 결정된다면 당연히 생산성이 높은 사람의 임금이 높을 것입니다. 또한 생산성으로 임금이 책정되므로 다른 직장에 가더라도 얼마든지 현 직장에서의 임금 수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 직장에 대한 애착심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생산성에 의해서만 임금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기업은 좀 더 유능한 인재들을 채용해 그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고, 그들을 자사에 묶어 두기 위해 임금 수준을 경쟁기업보다 높게 책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높은 임금은 근로자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농땡이를 줄여줄 것입니다. 근무 태만으로 회사에서 쫓겨난다면 그로 인해 잃는 기회비용이 너무나 가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 최고의 임금 수준을 자랑하는 A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한순간의 잘못으로 인해 권고사직을 당한다면 분명 그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지 못한 기업으로 이직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열심히 일을 할 것이 뻔하죠. 즉 노동생산성에 의해 임금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임금 수준에 의해 노동생산성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효임금과 퇴출제도
실효임금(efficiency wage)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효율적인 임금을 뜻하는 것으로, 농땡이를 치고자 하는 인센티브를 없애기 위해 시장 경쟁 임금에다 프리미엄을 얹은 임금을 더한 것입니다. 프리미엄을 얹은 임금은 근로자가 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려는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것으로, 최소한의 추가 금액입니다. 프리미엄 임금이 높을수록 근무 태만이나 태업은 줄어들겠지요.
실효임금 = 시장에서의 경쟁 임금 + 프리미엄을 얹은 임금
이런 실효임금과 부정부패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갸우뚱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실제로 한국사회는 부정부패의 오랜 병폐와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강력한 실효임금과 퇴출제도가 마련된다면 임기동안 한탕해서 한 밑천 잡아보려는 비도덕적인 한탕주의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실효임금·퇴출제도 성공사례
실제로 이를 입증하는 성공 사례가 싱가포르와 홍콩에 있습니다. 2006년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국가 청렴도를 나타내는 부패지수에서 두 나라는 상위(싱가포르 5위, 홍콩 15위)에 올랐습니다. 두 나라가 부패를 근절할 수 있도록 중추적 역할을 한 기관이 바로 부패방지청이죠.
 
부패방지청의 요원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민간기업 못지않게 높은 연봉과 장기휴가, 초저금리 주택자금 융자, 파격적 연금 혜택 등 처우 덕분이었습니다. 아울러 농땡이나 직권 남용이 의심되면 가차 없이 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청렴한 공직사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정서가 마련됐고, 이를 통해 청렴한 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방법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임금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데도 부정부패나 직권 남용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실효임금은 높지만 퇴출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직의 중도하차는 물론 향후 몇 년 안에 총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강력한 규정을 마련하고 시행한다면 국회의원의 부정부패와 직권 남용은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모든 부정부패의 사슬이 끊어지는 그날을 고대해 봅니다.
 
필자 비트손(본명 손병구)은 메타블로그 사이트인 올블로그의 서비스 운영팀장을 맡고 있다. 경제와 경영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블로그 ‘이코노블로그’와 개인의 일상을 담은 블로그 ‘감성일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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