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코로나19의 유행 이후,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개인과 정부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단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반면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기업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스트레스, 과로와 더불어 운동 부족으로 인한 직장인 건강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특히 운동은 개인의 의지만으론 극복하기 힘들다. 조직은 직원들의 운동 시간까지 근무 영역으로 편입하고 직원들의 신체 활동을 위한 시설 인프라와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지난 1년간 마늘즙 등 건강 기능 식품 매출이 300% 가까이 올랐다. 각종 헬스용품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더 팔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는 증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셜미디어에 ‘건강 문제’가 ‘직장•직업’과 관련된 주제보다도 10% 가까이 더 언급되고 있다는 설문 결과도 있었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라는 지긋지긋한 전염병에 시달리면서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 듯하다.
이처럼 건강한 삶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개인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 됐다. 그런데 건강한 조직의 중요성과 직장인 건강을 위한 기업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인식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우선, 우리나라 기업과 그 구성원들은 건강할까? 정답은 직장인 모두 알고 있다. 건강하지 않다. 이는 거의 모든 설문 조사에서 드러나는 사실이다. 최근 직장인 24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55.4%가 ‘염려되고 신경 쓰이는 건강 문제가 있다’고 했으며, 57.3%가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신체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신 건강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직장인 83.5%가 ‘회사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었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상당수가 입사 이후 건강에 이상이 생겼으며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우울증, 화병 등 스트레스성 정신 질환이다. 이 같은 건강 문제는 어떤 연구 결과나 통계를 살펴보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우리 기업들은 분명 병들었다. 그것도 중증이다. 사람이라면 죽지 않고 사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렇게 직장인들이 각종 질병과 통증으로 고통받는 것은 단지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인이 겪고 있는 질병 대부분은 수렵 채집 생활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한 우리 몸이 현대인의 생활방식과 맞지 않아 생기는 불일치 질환(Mismatch disease)이다. 인간의 몸이 컴퓨터나 전화기를 찡그려 보며 온종일 쭈그려 꼼짝 않고 앉아 있는 걸 가장 잘하도록 진화했을 리 없지 않은가? 자연 선택을 통한 우리 몸의 진화가 급격한 환경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목, 허리, 어깨, 발목 통증, 만성피로, 불면, 우울증, 공황장애, 각종 암, 심장 관련 질환, 당뇨병, 고혈압, 류머티즘성관절염, 아토피피부염, 간염, 간 경화 등 질병은 모두 진화적 불일치가 직간접적인 원인이다. 직장인이라면 최소한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병들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몸과 직장 업무 및 환경의 불일치는 직장인 건강의 가장 큰 위협이며 직장 생활은 만병의 근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