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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Interview: 원신보 블랙록 투자 스튜어드십팀 본부장

“ESG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거버넌스
기후변화 문제, 사외이사들이 관심 가져야”

이방실 |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블랙록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통합 방식

투자 모델과 투자 전략에 반드시 ESG 요인을 분석하고 관련 리스크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대원칙만 있을 뿐 수많은 투자팀이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반영.

블랙록의 기업에 대한 주요 요청 사항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 권고안과 지속가능성 회계기준 위원회(SASB) 프레임워크에 따른 공시 강화. 단, 기후변화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관련 이슈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정보를 공개하는 수준에서 그쳐선 안 됨. 반드시 기업의 장기 전략에 통합돼야 하며 경영 전략을 승인해 주는 이사회에서 책임을 갖고 다뤄야 함.



‘월가(Wall Street)의 제왕’이라 불리는 블랙록(BlackRock)의 운용자산(AUM)은 약 7조8000억 달러(2020년 9월 말 기준)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춰봤을 때 블랙록의 AUM보다 더 큰 곳은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밖에 없다. 우리나라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AUM과 비교해도 10배가 넘는다. 그만큼 블랙록이 세계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래리 핑크 회장이 매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국내외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이유다.

핑크 회장은 올해 초 연례 서한을 통해 향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투자의 핵심에 놓고 기후 리스크를 반영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블랙록은 석탄 발전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25%가 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비록 액티브 투자 1 자산에 국한된 이야기긴 했지만 세계 최대의 석탄 산업 투자자 2 인 블랙록의 ‘탈(脫)석탄’ 방침은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속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운 블랙록은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 스튜어드십(Investment Stewardship)팀을 운영하며 투자 기업들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투자 스튜어드십팀이 지난 1년간3 수행한 주주 관여 활동(engagement)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논의 주제 중 환경(E) 관련 토픽이 316건에서 126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99%가 늘었고, 사회(S) 관련 토픽도 353건에서 965건으로 173%나 증가했다.

DBR가 블랙록 투자 스튜어드십팀에서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원신보 본부장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고 있는 원 본부장은 2017년 블랙록에 합류하기 전엔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서 아시아 리서치 헤드로 근무한 경력도 갖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후 국내 통신사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에서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IR) 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했던 그는 “지배구조 이슈로 인한 한국 기업의 고질적 저평가 문제는 IR의 영역을 초월한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해 커리어를 바꿨다”며 “책임 있는 투자자로서 기업들에 건전한 지배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해 투자자(주주)와 기업 모두를 위한 이익 창출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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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의 지속가능 투자(sustainable investing)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업계에서 내린 지속가능 투자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혼재돼 있지만 블랙록에선 고객 수요에 맞춰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지속가능 투자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스크리닝(screening), ESG 통합, 임팩트 투자다. 우선, 특정 기업이나 산업군을 배제(negative screening)하는 스크리닝 방식 투자는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인권 문제가 있는 회사나 대량 살상 무기 제조 업체, 술•마약•도박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는 원치 않는다는 몇몇 고객사(연기금, 종교재단 등)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 물론 당시엔 지속가능이란 용어를 드러내놓고 쓰진 않았지만 투자 철학상 지속가능 투자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런 스크리닝 방식에서 진일보해 최근 비재무적 정보, 즉 전통적인 투자에선 고려하지 않았던 ESG 요인을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ESG 요인과 기업의 장기 리스크 조정 수익률 간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블랙록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업 ESG 요인을 고려한 포트폴리오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과가 더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례로, 2012년부터 2018년 사이 과거 주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ESG 요인을 고려한 인덱스가 일반 인덱스 대비 동일하거나 더 우월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블랙록은 앞으로 모든 투자팀의 투자 프로세스에 ESG 요소들을 통합시키고, 오는 2030년까지 지속가능 자산을 1조 달러까지 키운다는 목표다.4

마지막 임팩트 투자 방식은 재무적 측면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환경이나 사회, 혹은 UN 지속가능개발목표(UN SDGs) 목적에 따라 측정 가능한 긍정적인 결과를 원하는 고객 요구를 반영한 투자 포트폴리오다. 가령,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만 집중한다거나 그린본드에 투자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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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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