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국내 명품 브랜드 인식 조사

동조의식 큰 20대 女 “SNS에 자랑해요” 자의식 강한 30대 女 “남들 같은 명품은 NO”

윤덕환 | 200호 (2016년 5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한국인의 명품 소비 관련 인식조사결과 최근 국내 소비자들은 입소문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 명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었다. 이제 명품 브랜드 제품들도인터넷에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명품을나만 가질 수 있는 희소한 제품으로 보는 고객의 비중이 확연히 낮았다는 점이다. 특히 20대 여성은 타인과 같은 명품 제품을 쓰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으며 SNS를 통해 자랑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오히려 30대 여성들은 본인이 명품을 사용하는 데 따른 차별적 만족을 기대했다. 본 설문조사 결과 명품 소비에 있어 한국의 20대는 대체로 과시적 성향, 30대는 차별적 성향, 40대와 50대는 동조 성향이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 1224.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음악시장에 깜짝 놀랄 사건이 일어났다. 비틀즈(Beatles)가 디지털 음원을 공개한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반년 앞선 2015 6,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샤넬은 이듬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할 것을 선언했다.1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가지사건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비틀즈와 샤넬 모두희소성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삼고 있는 브랜드였다는 점이다.

 

샤넬의 경우 온라인 유통 채널에 적합한 특정 아이템만 제한적으로 유통하고 오프라인 부티크와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2 하지만 샤넬이 럭셔리 산업 내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비중을 상기할 때, 이들이 그동안 기피하던 온라인 채널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행보다.

 

비틀즈는 한 시대를 풍미한 명실공히 세계적인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다. 굳이 60, 70년대를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도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틀즈의 음반을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으로 꼽을 것이다. 비틀즈는 음악애호가들의 이러한 강력한 문화적 욕구를 기반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애용하는 스트리밍 시장에 음원을 공개하지 않았고 오직 오프라인 음반을 통해서만 팬들을 만나왔다. 그런데 2015년 말, 드디어 비틀즈가 이런 경직된 태도를 수정한 것이다.

 

샤넬이 기존의 오프라인 판매 전략을 바꾼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2012, 명품 브랜드들이 하나둘 온라인으로 진출할 때에도 샤넬은고객들이 샤넬 부티크에서 직접 만지고, 입어보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일갈하면서 온라인 시장 진출을 거부한 바 있다. 이런 기존 태도로 미뤄볼 때 샤넬의 온라인 시장 진출에 대한 선언은 럭셔리 시장 내부의 커다란 변혁을 짐작케 한다.

 

 

 

 

소비자들은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희소한 것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 미 애리조나대 교수는 이처럼입수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고 느끼는현상을직관적이고, 자동적인 반응으로서의 희소성의 법칙(The rule of the few)’으로 정리했다.3

 

명품은 최소한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희소성을 유지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접근 채널을 확대하지 않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장기적 브랜드 관리 관점에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희소성을 잃는다면 명품이라 불리는 제품들의 핵심 자산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왜 비틀즈와 샤넬은 기존의골든룰을 버리고 오히려 접근 채널을 넓히는 길을 택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단서는 럭셔리를 구성하는 개념 속에서 발견해볼 수 있다.

 

 

비틀즈의 음원 공개와 샤넬의 온라인 진출: 다른 사건, 같은 뿌리

 

먼저 단서를 명품 소비 패턴 변화를 통해 찾아보자.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한한국인의 명품 소비 관련 인식조사4 를 보면 디지털 시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눈에 띄는 변화들을 감지할 수 있다. 설문 조사 중 핵심 내용을 DBR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명품에 관한 정보의 대부분을 사람들이 입소문이나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찾는다는 것이다.(패션 명품 구입 시 정보 탐색 경로 - 1순위 인터넷(55.0%), 2순위 매장 직접 방문(50.9%), 3순위 가족 및 친구의 조언 및 평가(35.6%), 4순위 패션 잡지(28.4%), 5순위 카탈로그·팸플릿(22.5%), 6순위 SNS(13.0%) 복수응답). 이제 명품 브랜드 제품들도인터넷에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과거 럭셔리 마케팅 전문가들은 온라인 사이트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만 하고 실제 판매는 지양할 것을 럭셔리 업체들에 제안했다. 하지만 옴니채널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한 방향만으로의 행보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샤넬이 온라인 유통 확대를 앞두고 한국, 중국 등 제품 판매가가 프랑스 대비 다소 비쌌던 국가들에서 가격을 최고 20%대까지 낮춘 데에는 온라인 판매 시 국가별 가격 차를 줄이려는 이유도 포함돼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샤넬과 비틀즈로 이슈로 돌아와 국내 소비자가 인지하는희소성의 중요도를 살펴보자. ‘명품5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가장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오랫동안 가치가 잘 변하지 않는다(58.4%·중복 응답)’를 꼽았다. 그 뒤를장인(匠人)이 만든 제품(46.0%)’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45.3%)’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춘 제품(44.9%)’ ‘오랜 역사를 가진 제품(44.5%)’ 등이 이었다.

‘나만 가질 수 있는 제품(희소한 제품)’을 떠올리는 소비자들도 있었으나 그 비율은 21.2%로 전체 순위 중 12번째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 1)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명품의 기준은시간이 지나도 품위와 가치를 유지하는 어떤 것이었다. 그리고전통’ ‘역사와 함께세계적인 인지도를 명품의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가 가지는 장기적인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이 설문 문항에서 디지털 생태계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6 이면서 대개 패션 제품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전 성별 및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20대 여성의 응답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준다. 명품이나만 가질 수 있는 희소한 제품이라고 보는 비중이 가장 낮았기(14.4%)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연령대 및 성별과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로 확연히 차이가 났다.

 

이는 온라인 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익숙하고 인스타그램 등 시각 위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남들이 럭셔리 제품을 착용한 제품을 흔하게 보는 이들에게 더 이상 명품은나만의 독점 제품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된 온라인 채널의 문법에 길들여진 이들은 소비의 배타성이 적고, 이런 성향이 명품 쇼핑에서도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실제 명품 소비 경험과 관련된 평가에서도 뒷받침됐다. (그림 1)

 

 

 

 

 

20대 여성의 경우 타인과 같은 명품 제품을 쓰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으며 SNS를 통해 자랑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나는 내가 산 명품을 SNS나 메신저 프로필의 사진으로 올려 자랑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20대 여성(26.0%)의 경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나와 똑같은 모델의 명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왠지 창피할 때가 있다는 답변에 대해서도 20대 여성은 30.0%로 다른 연령대의 여성들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 답변에 대해서는 오히려 30대 여성들의자의식이 높게 나타났다. 국내 명품 시장의 본격 성장기에 20대를 보낸 이들은 명품을 여전히 차별적 요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국내 시장이 세계 명품 시장 내에서도 성숙한(mature) 선진국형 소비 패턴으로 옮겨가면서 이처럼 희소성에 대한 기대감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패션 명품 대중화 관련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74.6%명품은 이제 더 이상 희소한 제품이 아니다고 답했고 이 중 특히 여성의 80.2%(남성은 69.0%)가 희소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컸다.

 

본디 희소성의 정의는인간의 물질적 욕구에 비해 그 충족 수단이 질적, 양적으로 제한돼 있거나 부족한 상태.7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소수의 사람들만이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가치인 것이다.

 

그런데 희소성은 이렇게 대중성과 반대되는 개념이면서도 대중성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가치이기도 하다. 이는 럭셔리 마케팅의딜레마중 하나로 관련 업계 마케터들의 만성적 고민이기도 하다.

 

즉 희소성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노출이 지나치게 제한되면 희소성이라는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기보다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가의 상품이나 서비스라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라면 그 브랜드는 대중의 사회적 욕구를 자극하지 못한다.

 

본질적으로 명품이라 불리는 럭셔리 제품과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기에 사회적 가치가 가장 극대화된 상품군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다수의 소비자들은 명품도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67.9%).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남들이 알 만한 브랜드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연령대별 명품 인식 차이

 

하지만 희소성에 대한 인식도 각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희소성뿐 아니라 세대별로 구매 성향의 차이는 뚜렷한 편이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은 본 조사에서 소비자를 군집별로동조 성향 집단(집단에 소속되고 어울리기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집단. 명품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자신이 그 집단에 소속돼 있음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높음)’ ‘차별적 성향 집단(일반 대중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집단. 명품이더라도 대중적이거나 유행하는 것은 기피하는 성향을 보임)’ ‘과시성향 집단(자신이 사회적 위치나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집단, 브랜드 인지도를 중요시하며 타인의 평가에 민감함)’으로 판별한 뒤 본 조사를 진행했다. 남녀를 합쳐 20대는 과시적 성향(30.1%)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30대는 차별적 성향(28.9%)이 가장 높은 것으로, 40(26.4%) 50(29.7%)는 젊은 세대에 비해 동조 성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체로 이런 성향은 전 설문 항목에서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들의 답변만 추린 같은 설문 조사에서 20대는내가 앞으로 명품을 구매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아는 브랜드였으면 좋겠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 답변이 55.2%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명품이라 불리는 것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더 이상 명품이 아니다는 답변에 대해서는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낮아(32.8%) 50% 이상의 응답률을 기록한 30대와 40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그림 2)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과시욕과 관련해서 20대는 동조 성향이 가장 높은 50대와 유사한 인식 수준을 나타낸다는 사실이다. 50대 역시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명품이면 괜찮아 보인다’(14.4%) ‘나는 명품 로고가 작은 것보다 크게 있는 것이 좋다’(19.2%)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과시적 속성을 나타냈다.

 

반면 30대는아무리 명품이어도 남들이 다 가지고 다니는 제품을 갖고 싶지 않다’(66.4%) ‘요즘은 명품이라도 브랜드가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트렌드인 것 같다’(70.4%) 등의 항목에서 전 연령대 대비 긍정 답변이 가장 높아 차별적 욕구가 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이는 20대에 비해 경제력이 높고, 생애주기에서 본격적인 자녀교육이 시작되는 40대 이상에 비해 가처분소득이 높다는 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차별적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은 명품 구입 시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80.1%. 동조 성향 소비자의 긍정 응답은 60.8%에 불과.) 또 명품 구입 시 남들이 잘 아는 브랜드인지를 고려한다는 응답은 9.0%로 과시적 성향(29.5%), 동조 성향(25.1%)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들을 상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면 이들이 중시하는 가치를 강조하거나 사적인 친밀감을 바탕으로 은밀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반면 과시적 성향 집단은명품 구입 시 가족 및 친구의 조언과 평가를 참조하는 편이라고 답한 비중이 46.2%로 차별적 성향(28.9%), 동조 성향(34.4%) 등에 비해 현저하게 높았다. 인간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동료 소비자의 사용 경험이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만큼 소수의 친목 단체 또는 가족, 절친 등을 대상으로 한 친밀한 소그룹 단위 마케팅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광고, 홍보 등 대중 상대 마케팅이 여전히 중요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성향 소비자의 심리의 저변에는친한 사람이 직접 써보고 검증된 제품을 사겠다는 실리적 의도보다친한 사람이 인정해주고 부러워해주는 제품을 사겠다는 과시적 심리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동조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 역시 흥미로운 집단이다. (그림 3) 이들은 실제 패션 명품을 구매해 본 비중이 가장 높으면서(58.7%) 중고 명품 구매에 대한 의향과 대여 서비스에 대한 의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입한 명품이 질려서 중고시장에 팔아본 경험도 다른 두 집단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 동조 성향의 응답자가 유행에 가장 민감한 소비자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동조 성향 소비자들은 또 명품으로 꾸민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과시적인’(45.0%), ‘사치스러운’(37.5%)이라고 답한 비율)가 가장 낮았다. 반면 차별적 성향 소비자들은 명품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가장 높았다.(‘과시적인’(63.2%), ‘사치스러운’(58.6%)) 고객층의 성향이 크게 다른 만큼 이들 고객을 공략하려면 각기 다른 마케팅 툴을 적용해야 함을 시사하는 결과다.

 

 

사람들은 명품을 통해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은 걸까?

 

집단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은 존재한다. 본 설문에서 구매자 및 비구매자별로 나눠 조사한 과시 욕구 평가가 이를 극단적으로 설명해준다.

 

 

 

 

명품 구매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희소 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지만 과시 욕구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명품을 들고 다니면 왠지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는 항목에(55.8%) 대해 비구매자(38.3%)에 비해 확연히 높은 긍정 응답률을 보였다. 또 희소 상품의 선호도(‘내가 앞으로 명품을 구매한다면 알 만한 사람만 알아봐주는 브랜드였으면 좋겠다’(61.9%)는 비중이 비구매자(42.5%)보다 높음)와는 별개로, ‘내가 앞으로 명품을 구매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아는 브랜드였으면 좋겠다’(55.4%)는 답변이 비구매자(41.3%)보다 확연히 높다는 사실은 명품 구매자들의 심리적 기저에 깔린 사회적 욕구를 짐작케 한다.

 

전체적으로 본 설문의 응답자들은 내가 속한 공간의 성격에 따라 명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나는 격식을 차려야 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명품을 사용하는 편이다 - 동의 71.3%, 비동의 24.2%). 과거 진행된 유사한 설문 결과들을 보면 이런 사회적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인 욕구란, 쉽게 말해 인간관계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려고 하고, 그 속에서 개인이 표현하고, 느끼고 충족하려는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를 뜻한다. 이런 욕구는 실제로 사회계층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고 충족된다. 상류층과 하류층은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와 욕구 충족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겸 경제학자인 토스타인 베블렌(Thorstein Veblen)에 따르면, 이런 사회계급(혹은 계층)에 따라 욕구의 방향은 크게 상류층들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 욕구와 중하위계층의 상류층에 대한 모방욕구로 구분된다.8 개인이 속한 사회계층에 따라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명품 시장은 이 두 집단을 모두 타깃으로 한다. 샤넬이 수익성은 낮고 전시성은 높은구색용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드레스와 전시성은 낮아도 수익성은 높은수익용향수나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9 역시 이 두 집단의 고객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다. 하지만 럭셔리 제품의 판매 채널을 대체로 오프라인으로 한정했던 것은 온라인 소비자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거나희소성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미 대중들이 명품을 더 이상 희소한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74.6%), 주변에서 명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며(73.0%), 누구나 명품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여기고(67.4%), 마음만 먹는다면 명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59.2%). 이는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이미 명품에 대한 욕구가 일상적으로 충족할 수 있다고믿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일깨워준다. 접근 가능한 희소성(accessible exclusivity)’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를 활용해 성공한 기업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2000년대 초반, 대중들의 커피 취향이 매우 고급스러워지는 것을 읽었다. 다만 이탈리아 방식의 에스프레소 커피(떼루아 커피)는 문화적으로 고급스러운 코드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대중화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스타벅스는 이것을라떼(Latte)’ ‘바리스타(Barista)’ 같은 접근 가능하고 쉬운, 그리고 고급스러운 코드로 대중에 주입시킴(이른바쉽게 넘볼 수 있는 교양전략)으로써 고급 문화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스타벅스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10

 

사실 비틀즈의 스트리밍 시장 진출은 전 세계적인 오프라인 음반시장의 불황을 배경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발표된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리포트에 따르면, 2009년부터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36.3%를 차지하던 오프라인 음반시장의 규모는 2013 12.5%포인트 감소한 23.8%였다. 2018년에는 전체 음악시장이 14.7%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11

 

반면, 디지털 음악시장은 연평균 5.8%의 고성장이 예상되며, 특히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는 무려 연평균 13.4%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12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검색되지 않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디지털 시대의 비틀즈는 오프라인 음반시장의 쇄락과 함께 역사 속 ‘Yesterday’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유사한 상황이 명품 시장에도 발생하고 있다. 2015년 루이뷔통은 중국 내 매장 7곳의 문을 닫았고, 프라다 역시 중국지역 매장 3분의 1을 철수했다. 포천캐릭터연구원(Fortune Character Institute)에 따르면 2015년 명품 브랜드 중 83%가 중국에서 각종 형태로 매장을 철수했다.13 2012년까지 가장 유력한 명품 시장이었던 중국의 명품 시장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14

 

정리하면, 명품 시장의 기반은 인터넷·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구성돼야 한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의 희소성이란, 독특하고 잘 생겼지만, 인지도 없는 배우를 보는 것과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명품의 브랜드들이 온라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필연이다. 사람들은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글로벌 럭셔리 기업들이 상장사라 투자자 및 주주의 압박 속에 성장형 그래프를 매년 갱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미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는 변화다.

 

예상컨대 샤넬은 모든 제품에 대해 온라인 유통을 시도하진 않을 것이다. 스타벅스의 현재를 보면, 이런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대중시장을 확대하면서고급 문화코드를 지나치게 대중화했다. 매장에서 로스팅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믹스커피까지 판매하면서 대중시장 확장에만 열을 올렸다. 스타벅스는 대중시장을 확장했는지는 몰라도 기존 핵심 고객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15

 

계속해서 모방형 소비자의 추격을 피하려는 최상위층 고객군과 울트라 럭셔리의 영역은 또 다른 생태계, 즉 틈새시장을 만들 것이다. LVMH그룹 수장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역사 속의 브랜드를 발굴해 소수 엘리트 고객을 타깃으로 조용하고 은밀하게, 신중하게 입소문을 내고 있는로고리스(logoless)’형 브랜드, 모아나(Moynat)를 이런 브랜드의 예로 꼽을 만하다.16

 

같은 맥락에서 런던대 로열홀러웨이의 지아나 에카트 마케팅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5 9월 호 아티클은근하게 진행되는 럭셔리 브랜딩17 에서 소셜미디어 덕분에 대중에 덜 알려진 틈새 브랜드들이 부상하게 되고, 어떤 사회경제 계층에 속하든 취향이 같은 사람들은 그런 브랜드를 통해미묘한 신호를 주고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히려 호화스러움이 덜 나타나는 로고리스 제품을 선호하는 만큼 이런 고객을 위해 로고를 작게 줄이거나 핸드백의 안감에 넣거나, 경험, 예술성, 실용성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쇄신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결국 타깃 고객군에 대한 알맞은 공략, 즉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이다. 소비 성향, 세대별로 다른 고객군에 대해서 각기 다른 접근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끝으로 본 조사에서 구입 장소별 신뢰도 및 향후 이용 의향은 또한 기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큰 시사점을 남긴다.

 

미세한 차이이긴 하나 국내 소비자들은 면세점을이곳에서 구매한 명품이 백화점에 비해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곳보다 신뢰가 가는 구매처다’ ‘명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등 매우 긍정적인 채널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이에 따라 고가의 패션 제품은 백화점(61.4%), 심지어 해외 직영 매장(76.8%)보다도 면세점(80.8%)에서 구매하려는 의향이 높았다. (그림 4)

 

면세 채널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믿음과 선호는신뢰라는 명품의 본질적 속성과 더불어가성비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최근의 절약형 소비 트렌드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이나 자체 매장 경로를 활성화시키려면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느껴질 수 있게 하는 로열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심리적이면서 실질적인 혜택을 확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DBR mini box

 

브랜드별 차이점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실시한명품 소비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패션 브랜드 가운데 실제 구입한 경험이 있는 브랜드로는 루이비통, 구찌, 버버리, 샤넬, 코치, 프라다 등이 꼽혔다. 이 가운데 엔트리 제품군의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고 널리 알려진 루이비통은 과시 성향과 동조 성향이 강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브랜드로 꼽혔다. 차별적 성향이 높은 응답자는 구찌, 버버리에 대한 구매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샤넬은 차별적, 과시적, 동조적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각각 유사한 비중으로 분포된 브랜드로 조사됐다.(그림 5)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 총괄부서장·이사 dhyoon@trendmonitor.co.kr

 

필자는 고려대에서 문화·사회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크로밀엠브레인에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장기불황시대 소비자를 읽는 98개의 코드> <불안 권하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다> 대한민국트렌드> 등이 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윤덕환 | - (전)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교수
    - (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dhyoon@trendmonitor.co.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